진시황의 아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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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은 또 다른 폭풍으로

DUMMY

진나라를 30여 년 동안 철권통치로 다스렸던 황제가 마흔아홉을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영원할 것만 같았던 절대적인 권력이 소실되었다.


황제를 중심으로 작동해온 강력한 중앙집권의 분열을 의미했다.


법가(法家)는 황제의 위엄과 권력에 의존한 통치체제였다.

진나라의 부국강병을 완성시킨 법가의 이념은 전적으로 황제의 역량과 능력에 따라 실행된다.


그렇기에 천하를 제패한 통일제국은 압도적인 능력과 위엄을 겸비한 황제가 사망하면 함께 죽을 수밖에 없다. 능력과 위엄이 완전히 결여된 호해가 이세황제에 즉위하면서 불과 3년 만에 진나라가 멸망한 이유가 바로 그것이었다.


유가(儒家)보다도 막연한 이상을 추구한 것이 바로 법가였다.


사상을 집대성한 한비자와 사상을 정치로 완성시킨 이사는 천고일제(千告一帝)를 법가의 중심으로 삼아버린 탓에 범인들은 엄두도 못 내는 완벽을 만들고 말았다.


“폐, 폐하···!”

“크흑! 폐하!”


뒤늦게 도착한 왕리와 이신이 눈물을 흘리면서 무릎을 꿇었다.


그에 부소는 한숨을 내쉬면서 온화한 영면에 빠진 황제를 응시했다.


‘언제나 고통과 두려움을 짊어지셨겠지요. 이제 모두 내려놓으시고 편안하게 쉬십시오. 앞으로는 제가 당신이 짊어진 것들을 이어받겠습니다.’


진나라 황실의 적장자에게 빙의되자마자 자신을 집요하게 괴롭혀온 대상이었다.


험준한 북방으로 추방시켰다.

그리고 몽염과 함께 흉노족을 토벌할 것을 강요했다.


강압적인 면모를 일관해온 폭군이었지만 편안하게 눈을 감은 모습을 보게 되자 측은지심이 느껴졌다. 싸늘하게 식어버린 황제의 손아귀를 맞잡으면서 조용히 쓴웃음을 지었다.


“부르셨사옵니까.”

“···모두 모이셨구려.”


황제가 안가(晏駕)했던 침소 안으로 기골이 장대한 사내가 들어왔다.


소부(少傅) 장한이었다.


장한은 침소로 안내해준 궁인에게 미리 귀띔을 받은 상태였다. 하지만 진나라를 30여 년 동안 다스려온 황제의 죽음이 도저히 믿기지 않았는지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폐하의 유지를 받들어 진나라의 만년지계를 이어받으려 하오. 폐하께서 이룩하셨던 만년지계가 앞으로도 변함없이 이어질 수 있도록 도와주게.”


몽염. 이신. 왕리. 장한.


앞으로 진나라의 군부를 관장할 명장들에게 충성을 부탁했다.


그러자 네 명의 장수들은 무릎을 꿇으면서 받들었다.


“목숨을 다해 보필할 것이옵니다!”

“지금부터 공자께서··· 아니, 폐하께선 소장들의 주인이십니다!”


폐하(陛下).


만인지상의 권력자에게만 주어지는 경칭(敬稱)이다.


얼떨떨한 느낌이 들었다.

진나라를 대표하는 명장들에게 황제의 경칭을 듣게 되자 부담감도 들었다.


황제는 작고하면서 선황(先皇)이 되었고, 황실의 후계자는 새로운 황제가 되었다. 비록 정식적인 절차는 진행되지 않았지만 진나라의 옥좌는 한순간도 비워둘 수는 없기에 곧바로 이세황제로 추대되었다.


“아직 이르네. 황제 폐하의 부고를 앞으로 2년 동안은 숨겨야 하니.”“예? 무슨 말씀이시온지···.”


지금까지 옛 6국의 후예들이 거병하지 않았던 것은 오로지 황제를 향한 두려움 때문이었다.


망국의 백성들도 마찬가지였다.

무거운 법과 폭정에 시름하면서도 민중봉기가 일어나지 않았던 것은 황제의 절대적인 힘과 권력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활화산처럼 들끓는 분노와 불만을 억눌려온 억제력은 다름 아닌 황제의 존재였다.


황제가 죽었다.


천하를 호령했던 진나라의 황제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위대한 폭군의 부고가 알려진다면 한계까지 압착된 진나라를 향한 증오와 불만은 제방이 무너진 강물처럼 쏟아지게 되겠지. 거센 강물은 홍수가 되어 통일제국의 영광을 무너트리리라.


“임종을 앞두신 폐하께서 무슨 이유로 태의들을 모두 물리셨겠나? 그리고 폐하께서 공자와 공녀들을 부르지 않은 이유가 무엇이겠나? 모두 부고를 숨기기 위함이었네.”

“폐하께옵선 사후를 대비하셨단 말인가?”


황제는 지독한 병마 때문에 사경을 헤매면서도 본인의 사후에 벌어질 혼란에 대비했다.


이사의 말에 몽염은 두 눈을 부릅뜨면서 경탄을 흘렸다.


“폐하께서 그대들을 소집한 이유는 임종을 위함이 아니네. 부소 공자와 그대들이 향후를 논의하도록 자리를 마련하신 것일세.”

“······.”


진나라 황실에 충성해온 제장들에게 감사인사를 전하고자 본인의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허비할 정도로 황제는 감성적이지 않았다.


맏아들과 함께 짐의 사후를 의논하라.

무겁게 내려앉은 공기와 조용한 적막감이 마지막 명령을 대신 전해주는 듯했다.


“우선 진나라의 태자로서 대리청정을 통해 국정을 수행하려 하네. 폐하께선 병세가 몹시 위중하시어 조정에서 물러나신 것으로 발표하게.”

“알겠습니다.”


문무백관의 추대를 받아들여 이세황제로 즉위하는 것은 2년 이후로 미루기로 했다.


그동안은 황태자의 신분으로 진나라의 국정을 다스리면 되겠지.


의심과 반발은 크지 않을 터였다.

황제는 자객들의 암습에 대비하여 최대한 바깥출입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병환을 이유로 칩거를 마지못해 결정하셨다는 명분을 내세운다면 조정대신들도 황제의 존재를 의심하지 않으리라. 대리청정을 주관하는 황태자에게 오로지 모든 시선이 집중되겠지.


“승상, 일단 폐하께서 2년 동안 옥체를 눕히실 장소를 알아보게.”

“알겠사옵니다.”


부고를 의도적으로 은폐한다지만 시체가 썩고 문드러지는 것을 방치할 수는 없었다. 그에 부소는 이사에게 2년 동안 임시적으로 매장할 장소를 수배하도록 맡겼다.


알고 있다.


예법에 어긋나는 불효막심한 무례임을.


하지만 시체의 고약한 부패를 숨기고자 소금에 절여낸 물고기들과 동봉되는, 본래의 역사에서 조고에게 당하는 치욕보다 잠시 가매장으로 모셔지는 선택지가 훨씬 양호하지 않겠는가.


“몹시 당황스럽겠지. 귀관들은 일단 가택으로 돌아가게.”

“···알겠사옵니다.”


감당하기 쉽지 않은 충격적인 일들이 연속적으로 벌어졌다.


잠시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겠지.


제장들을 모두 돌려보냈다.

그리고 홀로 남게 된 침소에서 잠시 생각을 정리하다가 바깥으로 나섰다.


“공자님! 괘, 괜찮으세요? 안색이 엄청 창백하신데···.”

“그럼 괜찮지.”


발걸음을 내딛으면서 궐문을 나서자마자 곱상한 용모의 환관이 다가왔다.


은리였다.


몹시 위태로운 부소의 모습에 은리는 말을 더듬으면서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폐하께서는요? 병환이 다시 나빠지셨어요?”

“나중에 설명할게···. 지금은 많이 피곤해서.”

“네, 넵! 얼른 쉬시는 편이 좋겠어요. 폐하를 대신하여 국정을 보시느라 많이 힘드셨잖아요.”

“그래, 네 말대로 쉬어야겠어. 조금만 쉬면··· 괜찮아지겠지.”


조금만,


그래.

조금만 쉬자.


잠시 눈을 붙였다가 뜨면 뇌리도 진정되겠지.


지독한 편두통과 함께 눈앞의 시야가 흐릿해졌다. 한순간에 너무 방대한 생각들을 해버리면서 머리가 뒤죽박죽이 되어버린 듯했다.


“읏···! 고, 공자님?!”

“잠시만 손 좀 잡고 있자.”


그대로 주저앉을 것처럼 눈앞이 어지러웠다.


옆에서 걱정스러운 눈길로 바라보는 은리의 손아귀를 맞잡으면서 편두통을 진정시켰다.


“오늘, 많이 힘드셨죠?”

“토하고 싶을 정도로 힘들었지.”

“괜찮아요, 언제나 제가 옆에 있잖아요.”

“···천만다행이지.”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불처럼 치솟는 긴장과 불안감을 잠재우는 듯했다. 두통과 현기증이 동시에 가라앉으면서 뇌리가 차분해졌다.


시황제가 죽었다.


어떻게 해야 될까.

철저히 사실을 은폐하더라도 완전하게 통제할 순 없을 텐데.


부소는 차분해진 뇌리로 장마처럼 범람하던 생각들을 하나둘씩 정리했다. 부드럽고 따스한 손아귀를 거머쥔 채로 심사숙고를 거듭하면서 앞으로 해야 될 일을 떠올렸다.



* * *



노역에 동원된 하급관리와 인부들이 명령을 거부하고 산기슭으로 도망쳤다.


망탕산(芒砀山).


하급관리와 인부들이 숨어든 망탕산은 험준한 산세를 두르면서 탄생한 천혜의 요새였다. 산중에 숨은 역도들이 식량을 확보하고자 주변 고을을 번번이 약탈했음에도 어쩔 수 없었다.


“흐하핫! 다들 형님을 붙잡으려고 혈안이 되었을 거요!”

“지금쯤 늙은 현령이 애가 타겠지. 우리 형님이 망탕산 주변을 지나는 길목을 끊었으니!”


여산(酈山)의 토목공사에 동원된 인부들은 두 번 다시 살아서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한다는 말이 사실처럼 나돌 정도로 황릉(皇陵)의 노역은 상상을 초월하는 극심함을 자랑했다.


개죽음을 당할 뿐이다.


뼈가 부러지고 근육이 끊어지도록 일하다가 구렁텅이에 생매장되겠지.


황릉에 동원된 인부들만 70만 명이 넘는다.

그들 중에서 대부분이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토목공사 현장에서 사망했다.


“빌어먹을 폭군 같으니! 그깟 무덤을 짓겠다고 수십만 명이 넘는 백성들을 징발하다니!”

“바위를 옮기다가 죽을 바에야 차라리 진나라 놈들과 싸우다가 죽겠소!”


일말의 관용조차도 허락하지 않는 진나라의 무거운 법률은 극단적인 반발을 초래했다. 망탕산에 숨어든 역도들뿐만 아니라 이미 전국 곳곳에서 무력충돌이 빚어지고 있었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머지않아 거대한 폭풍이 진나라를 휩쓸 것이다.


망탕산을 장악한 역도들은 조급한 심정으로 난세를 기다렸다. 고을에서 약탈한 식량으로 허기를 감당하기엔 너무도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매번 어수룩하게 말로만 협박해서 그렇잖소? 본보기로 고을 놈들을 몇 명 죽입시다!”

“그건 안 될 말이네! 형님께서 살생만큼은 엄금하라고 하셨잖나?”


살인죄는 목숨으로 갚는다.


망탕산의 역도들에게 존재하는 유일한 규칙이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살인죄를 저지른 동료들이 모두 처형되었다. 그제야 규칙의 지엄함을 깨달은 역도들은 두령의 명령을 충실히 받들었다.


“형님! 사수군과 낭야군에서 봉기가 일어났습니다! 진나라 관리를 죽이고 관아의 창고까지 모두 털었답니다!”

“뭐, 진나라가 무서워서 벌벌 떨던 놈들이?”


잠시 망탕산을 내려가서 동태를 살피던 부하가 헐레벌떡 달려오면서 보고했다.


그러자 두령이 의심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황제가 죽었답니다! 황제가 죽었다는 소문으로 온통 시끄럽습니다!”

“흐음, 함양에서 반란이 일어났다는 소식을 들었다만···.”


황제가 죽었다는 소문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전국을 어지럽혔다. 진나라 황실과 조정에 앙심을 품은 누군가가 계획한 것처럼 소문은 동시다발적으로 전국 36개 군을 뒤흔들었다.


믿을 수 없다.

사실여부를 입증할 수 없는 뜬소문이 아니던가.


하지만 진나라를 적대하는 민중들의 불만을 폭발시키기엔 충분했다. 황제가 죽었다는 믿지 못할 뜬소문을 듣자마자 전국의 수많은 군현에서 분노와 불만의 불길이 치솟았다.


“이제 망탕산을 내려갈 때가 된 모양이구나.”

“정말이오! 그렇다면 이 번쾌가 앞장서겠수다! 맨날 풀떼기만 먹어서 질리던 참이었소!”


폭군이 과연 죽었는가.


사실여부 따위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관리를 살해하고 관아를 불태우는 등의 민중봉기가 빗발치고 있다. 그것을 천재일우의 기회라고 생각한 두령, 유방은 검을 뽑아들면서 망탕산에 숨어든 부하들을 모두 집결시켰다.


“지금부터 패현을 접수하러 간다!”

“유방 형님을 따르라!”


걸쭉한 가래침을 흙바닥에 뱉은 유방이 칼끝을 치켜세우면서 고함을 내질렀다.


그에 호응하여 번쾌, 주발, 하후영 등이 저마다 병장기를 들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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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한신, 배수진을 펼치다. +30 24.09.15 6,690 280 14쪽
51 항가군 +26 24.09.13 8,122 311 11쪽
50 민중봉기의 쇠락 +26 24.09.12 8,531 314 12쪽
49 삼천(三川)이 피로 물들다. +34 24.09.11 8,963 343 11쪽
48 황제 무쌍 +49 24.09.10 9,257 34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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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사면령 선포 +35 24.09.04 11,023 369 12쪽
42 이세황제 즉위 +29 24.09.02 11,581 397 12쪽
41 6국 최대의 적 +20 24.09.01 11,827 374 13쪽
40 멸진흥초(滅秦興楚) +36 24.08.31 12,129 391 12쪽
39 대리청정 +25 24.08.29 12,894 427 11쪽
» 폭풍은 또 다른 폭풍으로 +40 24.08.28 13,157 396 12쪽
37 평온한 죽음 +29 24.08.27 13,403 414 12쪽
36 교차점 +29 24.08.26 13,729 439 11쪽
35 인과응보 +23 24.08.25 13,518 42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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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역풍 +24 24.08.22 13,287 39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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