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시황의 아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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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16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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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국의 부활

DUMMY

초(楚) 회왕(懷王)의 현손(玄孫)이던 웅심은 제1순위의 정통성을 가진 초나라의 공자였다.


하지만 불운하게도 진나라의 침공으로 초나라가 멸망하고 대장군(大將軍) 항연과 창평군(昌平君) 웅계의 부흥운동마저 좌절되면서 망국의 떠돌이로 전락하고 말았다.


진나라의 추격을 피하고자 이름을 버리고 신분을 숨겼다.


어느 이름 모를 산골까지 도망쳐서 13년 동안이나 양치기로 살았다.


그렇게 촌부로 살아가던 초나라의 공자에게 진승과 오광이 기병대를 이끌고 모습을 드러냈다. 양떼를 풀밭에 놓아둔 채로 꾸벅꾸벅 졸던 웅심은 말발굽소리에 놀라 두 눈을 번쩍 떴다.


“으, 으아악! 진나라 병사들인가!”

“고정하십시오! 저희들은 대왕을 모시고자 왔사옵니다!”


오랫동안 도망자 신세였던 웅심은 말발굽소리를 들을 때마다 경기를 일으켰다. 금속음과 말발굽소리를 들을 때마다 초나라를 유린하던 진나라 군세의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나를 죽이러 온 것이 아닌가?


거짓말로 방심시킨 이후에 배후를 노릴지도 모르지.


웅심은 두려움에 가득한 눈길로 진승과 오광을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기병들이 치켜든 초나라의 깃발을 포착했다.


대초(大楚).


틀림없는 초나라의 군기였다.


그를 본 웅심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초나라···! 그대들은 설마 초나라의 장졸들인가?”

“그렇습니다! 지금부터 대왕을 옹립하여 초나라의 부활을 만천하에 알릴 것이옵니다!”

“대왕이라니? 그대들이 나를 대왕으로 옹립하겠단 말이오?”

“회왕의 현손이신 대왕이야말로 초나라를 이끌 분입니다.”


진승과 오광이 예를 취하면서 즉위를 부탁했다.


그리고 뒤에 있던 기병들도 예를 취하면서 웅심의 대답을 기다렸다.


“지금 망국의 후예들이 진나라의 폭정에 대적하고자 거병을 획책하고 있사옵니다. 대왕께옵서 초나라의 새로운 군주로 즉위하시어 천하의 제후들을 이끄셔야 합니다!”

“진나라에게 멸망당한 5국의 후예들이 모두··· 거병을 준비하고 있단 말이오?”


조(趙). 한(韓). 위(魏). 제(齊). 연(燕).


진나라에게 멸망당한 5국의 후예들이 부흥을 꾀하고 있다.


그 소식을 접한 웅심은 손아귀를 거머쥐면서 어깨를 떨었다.


시국이 불운하여 가난한 양치기로 전락했지만 초나라 왕실을 향한 충성심은 여전했다. 망국의 후예들이 모두 부활할 것이라는 진승과 오광의 말에 웅심은 초나라의 현손으로서 막중한 사명감을 느꼈다.


“하지만 진나라는 육국을 단숨에 평정하지 않았소? 시황제가 거병하여 정복전쟁에 착수한다면 날카로운 낫으로 볏짚을 베듯 부흥은 시작하기도 전에 좌절될 거요.”

“대왕, 진왕 영정은 죽었습니다.”

“화··· 황제가?! 황제가 죽었단··· 아니, 진왕 영정이 죽었단 말이오!”


시황제가 죽었다.


진승의 말에 웅심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외진 벽경이었던 터라 세간에 어두웠다.

이미 두 달 전의 일이었음에도 여태껏 웅심은 시황제를 두려워하며 살았다.


괴물처럼 잔인무도했던 폭군은 불귀의 객이 되고 말았다. 천하를 호령했던 정복군주도 천명을 거스르진 못했던 것이다.


“대왕, 초나라 유민들은 여전히 왕실을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알겠소. 장군들의 제안을 받아들이겠소.”


13년. 참으로 길었던 세월이다.


나라를 잃은 백성들이 얼마나 왕실과 조정을 그리워하고 원망했을까.


웅심은 진승과 오광의 제안을 받아들여 초나라의 새로운 대왕이 되기로 결심했다.



* * *



진승과 오광이 초나라 회왕의 현손이었던 웅심을 초나라의 대왕으로 옹립했다. 그러자 거병을 준비하던 초나라의 수많은 귀족들이 새로운 조정에 귀의하였다.


급보를 접한 항량이 분통을 터트렸다.


“비천한 도적떼들이 초나라의 정통을 내세운단 말인가! 마지막까지 진나라의 폭정에 대적했던 우리 항씨 가문이 왕실과 조정을 세웠어야 했거늘!”


진승과 오광은 노역에 종사하던 가난한 평민에 불과했다. 진나라에 저항하는 민중봉기의 선두주자로서 만천하에 명성을 떨치게 되었지만 하찮은 출신임은 변하지 않았다.


첫 매듭을 묶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


그런데 하찮은 도적떼가 제 분수도 모르고 초나라의 새로운 대왕을 옹립하면서 처음부터 곤혹을 겪게 되었다.


“숙부님, 제가 항가군을 이끌고 북상하여 도적떼를 쓸어버리겠습니다.”

“그건 안 될 말이다···! 대왕을 옹립한 도적떼에게 맞섰다간 우리들은 역적이 되고 만다.”


진승과 오광이 정통성이 부족한 초나라 왕실의 방계를 옹립했다면 무력을 동원했겠지. 하지만 도적떼들이 옹립한 웅심은 제1순위의 정통성을 가진 초나라 왕실의 공자였다.


만천하가 지켜보고 있다.


섣불리 행동했다간 대의명분이 통째로 날아갈 수도 있었다.


항량은 비천한 도적떼에게 선수를 강탈당한 본인의 아둔함을 원망했다. 강동에서 북상한 이후에 초나라를 재건하려 했던 신중함이 도리어 대업을 그르치고 말았다.


“장군께서 우선 강동의 제장들을 이끌고 입조하셔야 합니다.”


애꿎은 책상만 두드리면서 대책을 주저하고 있었을 때,


일흔을 넘긴 노인이 하얗게 세어버린 수염을 쓰다듬으면서 항량에게 진언했다.


“군사께선 숙부님더러 도적떼 따위에게 굴종하란 말씀입니까!”

“진승과 오광에게 충성하는 것이 아닙니다. 초나라의 새로운 대왕에게 충성하는 것이지요. 항연 대장군의 아드님이자 항가군의 수장이신 장군께서 입조를 주저하신다면 만천하가 충성심을 의심할 겁니다.”


입조(入朝).


도적떼가 세운 초나라의 새로운 왕실과 조정을 인정하고 신하가 되라는 의미였다.


군사(軍師) 범증의 진언에 항우는 노발대발하며 소리쳤다.


“으음···. 하지만 진승과 오광이 대왕을 등에 업고 안하무인처럼 행동하면 어찌하겠소?”

“그때는 장군께서 궐기하여 초나라의 간적들을 참살하셔야지요.”


태수 은통을 살해하고 회계군(會稽郡)을 거머쥐었다.


대규모 도적단을 이끌던 환초와 우영이 합세하였고, 진나라 장졸들을 살해하고 북월에서 거병했던 오예와 영포를 영입하면서 형산군(衡山郡)과 구강군(九江郡)까지 세력을 확대했다.


3개 군을 점령하면서 수많은 병력을 보유하게 되었다.


항가군을 제외한 휘하의 부대들은 민병대에 불과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훈련과 실전을 수차례 병행하면서 분골쇄신을 거듭한다면 분명 정예병으로 거듭할 터였다.


“1만의 병력을 주마. 양성을 열흘 안에 함락시키거라.”

“사흘이면 충분합니다.”


양성(襄城)은 항가군의 진격을 유일하게 가로막고 있는 요새였다.


주변의 성과 고을들이 모두 항복했음에도 꿋꿋하게 결사항전을 이어가고 있었다.


시답잖은 수준의 협소한 요새일 뿐이다.

하지만 양성을 이대로 지나친다면 필시 후환으로 남을 것이기에 공격을 명령했다.



* * *



부곡장(部曲長) 무신이 좌교위(左校尉) 장이와 우교위(右校尉) 진여를 대동하고 조나라의 수도였던 한단(邯鄲)을 포위했다.


조나라 왕실의 후예였던 조헐을 새로운 대왕으로 옹립하자 조나라의 민심이 들끓었다. 이좌거를 비롯하여 수많은 명사들이 거병하면서 한단을 수비하던 진나라 병력을 물리쳤다.


한단이 함락되었다.


진나라를 불구대천의 원수로 여기는 조나라 백성들이 도처에서 민중봉기를 일으키면서 반란의 불씨가 확산되는 결과까지 나타났다.


“당장 중앙군을 이끌고 한단을 탈환하겠사옵니다.”

“불가능하네. 한단은 관중에서 너무 멀어.”


표기장군(驃騎將軍) 이신과 상장군(上將軍) 왕리는 연주(兗州)와 예주(豫州)에서 관동을 포위하고 있는 상태였다.


또한 진동장군(鎭東將軍) 장한이 관동으로 출진을 앞두고 있었다.


한단은 황하 이북에 위치한 도시였다.

당연히 한단과 주변 군현들을 탈환하기 위해선 대규모 원정을 감행해야 할 터.


병력과 물자는 모두 충분하지만 군부를 관할하는 대장군이 관중을 장기간 비울 수는 없다. 그렇기에 이사는 몽염의 주장에 고개를 내저으면서 반박했다.


‘이상하군. 무신이 조헐을 조나라의 새로운 대왕으로 옹립했다고? 거기에 진승과 오광이 초나라 회왕의 현손인 웅심을 옹립했다고 하지 않았나?’


말이 안 된다.


역사의 본류(本流)로부터 한참이나 뒤틀린 결과였다.


진승은 국호를 장초(長楚)라고 선언하면서 대왕을 자칭했어야 했다. 그리고 반란군의 선봉장이던 무신은 진승을 배신하고 자신이 조나라의 새로운 왕이 되었어야 했다.


하지만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진승과 무신이 6국의 후예들을 옹립하면서 초나라와 조나라의 백성들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기형적인 사태가 발생했다.


‘진승과 오광은 노예 출신의 둔장에 불과할 텐데···. 배후에 누군가가 있다. 일자무식에 불과하던 놈들이 대국적인 전략을 갖추기 시작했어.’


조나라는 초나라와 마찬가지로 진나라를 불구대천의 원수로 여기는 국가였다.


그런 조나라를 부활시켰다는 것은 양면전선의 형성을 의미했다.


부소는 역사를 수차례 개변시켰던 본인의 행동으로 인해 수많은 변화가 생겼음을 깨달았다.


“폐하, 조나라를 신속하게 진압해야 합니다! 조나라 놈들을 방치한다면 삽시간에 세력이 확산될 겁니다!”

“지금은 어쩔 도리가 없네. 진나라의 장수들은 관동을 포위하고 있지 않나?”


대부분의 병력이 관동에 집중되어 있다.


출진을 앞둔 장한을 하북으로 돌릴 수도 있겠지만 진승과 오광을 토벌하는 일이 급선무였다.


연주에 주둔하는 이신을 보낼까?


아니,

현재 이신은 위나라의 부흥세력을 진압하고 있었다.


“표기장군의 공세에 위나라의 부흥군이 연전연패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이대로 계속 밀어붙인다면 위나라 왕실의 후예인 위구의 수급을 거둘 수 있을 겁니다.”

“당연히 표기장군을 보낼 생각은 없소.”


툭. 툭.


책상을 두드리면서 고민을 이어가던 부소가 드디어 결정을 내렸다.


“은리.”

“예, 폐하.”


조나라 정벌을 맡길 적임자가 심사숙고 끝에 생각난 걸까.


조용히 하명을 기다리고 있던 은리에게 손짓했다.


“한신을 불러야겠다.”

“어, 그게··· 누구였죠? 분명 들었던 것 같은데.”

“내가 중랑장에게 명령해서 데려온 회음군의 괴짜. 마침 북방에 있잖아.”

“아!”


한신.


들어본 적도 없는 이름이다.


황제께서 하북 정벌을 맡길 인물이라면 당연히 무명을 크게 떨친 진나라의 명장일 터인데.


부소의 입에서 나온 이름에 몽염과 이사는 당혹감과 함께 의문을 내비쳤다.


“지금부터 한신을 진북장군에 임명하겠다. 진북장군 한신은 조나라를 토벌하라.”


토목공사에 투입된 역부들로 급조한 병력은 2만에 불과했다.


실전을 치른 경험이 전무하다.

또한 병사들의 훈련은 고작해야 걸음마를 졸업한 수준이었다.


토목공사를 감독했던 장졸들을 병력으로 동원해도 한참이나 모자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부소는 어떤 공적도 없는 한신을 장한과 동렬인 사진장군에 임명하면서까지 하북 정벌을 지휘하도록 했다.


가능할 리가 없다.


놈은 허세와 자신감으로 가득한 사기꾼에 불과하다.


토목공사 현장에서 급조된 군세는 한단에 도달하지도 못하고 무너지겠지.


표모(漂母)에게 밥을 얻어먹고 시정잡배들에게 농락당하는 수모마저 겪었던 한심한 인간을 신뢰하는 사람은 오직 부소 밖에 없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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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한신, 배수진을 펼치다. +30 24.09.15 6,696 280 14쪽
51 항가군 +26 24.09.13 8,126 311 11쪽
50 민중봉기의 쇠락 +26 24.09.12 8,531 314 12쪽
49 삼천(三川)이 피로 물들다. +34 24.09.11 8,964 343 11쪽
48 황제 무쌍 +49 24.09.10 9,257 347 12쪽
47 형양대전의 서막이 오르다 +25 24.09.09 9,579 325 13쪽
46 황제가 친정하다 +24 24.09.07 10,380 355 12쪽
45 양손의 꽃 +26 24.09.06 10,517 353 12쪽
» 6국의 부활 +35 24.09.05 10,719 380 11쪽
43 사면령 선포 +35 24.09.04 11,025 369 12쪽
42 이세황제 즉위 +29 24.09.02 11,583 397 12쪽
41 6국 최대의 적 +20 24.09.01 11,828 374 13쪽
40 멸진흥초(滅秦興楚) +36 24.08.31 12,132 391 12쪽
39 대리청정 +25 24.08.29 12,897 427 11쪽
38 폭풍은 또 다른 폭풍으로 +40 24.08.28 13,158 396 12쪽
37 평온한 죽음 +29 24.08.27 13,404 414 12쪽
36 교차점 +29 24.08.26 13,732 43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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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사람을 쓰는 것도, 버리는 것도. +37 24.08.17 13,885 43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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