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시황의 아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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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손의 꽃

DUMMY

옛 수도였던 한단(邯鄲)을 함락시키고 주변에 있던 10여 개의 성들까지 차지했다.


조나라를 부흥시키겠다.

새로운 대왕으로 옹립된 조헐이 조나라의 부활을 선언했다.


진나라의 압제에 뿔뿔이 흩어졌던 조나라의 귀족들이 앞다투어 모여들었다. 그리고 대규모 학살을 수차례 일으켰던 진나라를 증오하면서 17년의 세월을 인내해온 조나라의 백성들도 새로운 왕을 떠받들면서 반진(反秦)의 불씨를 키워나갔다.


“문제는 연나라입니다. 연나라의 유민들은 응하지 않을 겁니다.”

“어찌하여 그렇소? 연나라 유민들도 조국을 멸망시킨 진나라를 원망하고 있을 터인데. 조나라처럼 연나라도 왕실의 종친을 찾아내어 왕으로 내세우면 될 거요.”


우교위(右矯衛) 진여가 말했다.


그러자 무신이 입을 열었다.


“진나라는 연나라의 수도였던 계성을 함락시키자마자 왕실의 종친들을 모두 죽였습니다. 그리고 요동으로 도망쳤던 연왕까지 사로잡으면서 연나라 왕실의 명맥을 끊어버렸지요.”

“그럼 연왕으로 추대할 왕족이 없단 말이오?”

“연나라 백성들의 호응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진나라를 불구대천의 원수로 여기는 초나라와 조나라와는 달리 연나라는 원한이 깊지 않기 때문입니다.”

“낭패구려. 연나라가 배후에서 호응을 해줘야 눈앞의 진나라를 대적할 텐데.”


조나라는 수백 년 동안 진나라와 자웅을 겨루면서 대립했던 철천지원수였다. 심지어 진나라가 자행했던 학살에서 수십만 명에 달하는 인명을 잃기까지 했다.


반면에 연나라는 진나라와 대립했던 역사가 매우 짧았다.


연나라의 유민들이 조나라처럼 반진의 기치를 치켜들 가능성은 매우 희박했다. 오히려 연나라는 잔악한 약탈을 일삼았던 흉노(匈奴)와 동호(東胡)를 토벌한 부소와 몽염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있었다.


“부소와 몽염이 십만에 육박하던 오랑캐들의 동맹을 토벌하지 않았습니까? 그때부터 연나라의 유민들은 부소와 몽염을 숭상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당장 찢어발겨도 시원찮을 폭군의 맏아들과 휘하의 장군을 어째서 숭상한단 말이오! 당최 이해할 수가 없소이다.”

“조나라가 진나라를 철천지원수로 여기듯이, 연나라는 흉노와 동호를 철천지원수로 여겼기 때문이지요.”

“후우···. 각국의 얽힌 정세가 참으로 복잡하군.”


조왕(趙王) 조헐이 왕실과 조정을 세운 공신들에게 중임을 맡겼다.


무신을 대장군(大將軍)에,

진여와 장이를 대사마(大司馬)와 우승상(右丞相)에 임명했다.


한단의 내부에서 호응했던 이좌거를 위위(衛尉), 충성을 맹세한 조나라의 귀족들에게도 관직을 하사하면서 새로운 조정의 기틀을 다졌다.


“크흠! 진나라를 대적하기 전에 조나라의 영토를 수복해야겠다. 조나라 출신의 진나라 장졸들이 많다고 들었다. 놈들은 나라를 팔아넘긴 변절자이니 조왕도 인정해주겠지.”

“안 됩니다. 섣불리 무력을 동원했다간 결사항전에 부딪치게 될 겁니다.”


무신이 휘하의 장수들을 불러 거록(鉅鹿)과 안평(安平)을 공격하려 했다.


그러자 무신의 참모였던 괴철이 막아섰다.


“무력을 동원하지 말라니, 그럼 이대로 방치하란 말인가?”

“관직과 봉토를 내리면서 후대하십시오. 저들을 휘하로 거둔다면 대장군께선 북방을 호령하는 맹주가 되실 수 있을 겁니다. 거록을 수비하는 장수들 중에 이량이라는 인물이 있습니다.”


예로부터 조나라는 인구가 많고 물자가 풍부하여 북방의 강대국으로 명성을 떨쳤다. 불운하게도 암군과 간신들의 전횡으로 쇠퇴했으나, 조나라는 진나라의 확장정책을 번번이 저지했을 정도로 위대하고 강성했다.


조나라를 취하고 연나라와 제나라를 정복한다면 북방을 호령하는 맹주로 군림할 수 있을 터였다. 괴철은 자신의 상관인 무신을 북방의 맹주로 추대하려 했다.


‘다소 우유부단하고 용렬한 인물이지만 북방의 맹주로 추대할 인물은 무신 밖에 없다···. 새로 즉위한 조헐은 허수아비에 불과하고 장이와 진여는 입만 나불대는 백면서생에 불과하니.’


왕은 우둔하고 신하들은 경전만 달달 읊었던 유생일 뿐이다.


조나라는 오래 가지 못한다.


찰나의 전성기를 영위하다가 진나라의 폭력에 무너지게 되리라.


괴철은 불운한 후일을 짐작하면서도 자신을 발탁해준 무신을 위해 책략을 내놓았다.



* * *



당시 불우한 처지였던 본인에게 기마술과 검술을 가르쳐준 스승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이성으로서 마음이 있는 걸까.


부소는 존경하는 스승님이자 누님이신 몽연화를 수시로 호출하여 고민을 상담하고는 했다. 이번에도 몽연화는 부소의 부름을 받아 남궁에 입궐한 상태였다.


“아줌마는 누구야?”

“그러게! 아줌마는 오라버니 폐하하고 무슨 관계야?”


알현을 기다리고 있었을 때,


다람쥐처럼 귀여운 쌍둥이 공녀들이 고개를 갸웃하면서 몽연화에게 다가왔다.


아줌마.


노처녀라는 불경한 호칭만큼이나 싫어하는 금지어였다.


쌍둥이 공녀들의 악의 없는 호칭에 몽연화는 우두커니 선 채로 뺨을 바르르 떨었다.


“오라버니 폐하가 바람피웠어!”

“맞아맞아! 오라버니 폐하의 반려는 은리밖에 없는데!”


은리.


이세황제를 그림자처럼 보필하는 환관의 이름이다.


발랄하고 고아한 용모가 인상적인 경국지색의 미녀였다. 어떤 이유로 환관의 신분을 위장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황제를 보필하는 환관은 여인이 분명했다.


환관으로 변장했다고 덥석 믿어버릴 얼빠진 인간이 세상에 얼마나 있을까. 몽연화를 비롯하여 몽염과 휘하의 장수들은 은리가 남장한 여인임을 이미 알고 있었다.


“소녀는 몽염 대장군의 여식인 몽연화라고 하옵니다.”

“그렇구나! 오라버니 폐하한테 아줌마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

“······.”

“왜 그래요, 아줌마?”


아직 철없는 어린아이들이다.


그리고 선황의 딸이자 황제의 여동생들이기도 했다.


만약 평범한 신분이었다면 양쪽 수레바퀴에 버릇없는 꼬맹이들을 매달아버렸을 테지.


“오라버니 폐하!”

“아줌마하고 왔어요!”


부소가 군사회의를 마치고서 조정대신들과 함께 바깥으로 나왔다. 오라비의 모습을 목격한 대현과 소현이 발랄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러자 부소는 ‘아줌마’ 라는 호칭과 함께 몽연화를 목격하고선 실소를 터트렸다.


“대장군의 여식이로군.”

“폐하께서 대장군의 여식을 유독 총애하신다고 들었네만.”


대장군 몽염의 딸이라면 황후로 간택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부친을 보필하는 효성이 지극하고 빼어난 용모와 학식까지 겸비하지 않았던가.


폐하께서도 몽씨 가문의 여식에게 마음이 있음은 분명했다.


궁궐에 자주 출입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또한 기마술과 검술을 가르쳤을 정도로 각별한 사이였다는 풍문을 들었던 적이 있었다.


대장군(大將軍)은 본래 황실의 종친이나 인척에게 내리는 관직이다. 유약하고 어수룩한 범부로 평가받던 풍겁이 진나라의 대장군에 임명될 수 있었던 것도 시황제의 첩실인 미인(美人) 풍씨의 오라비였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예비 장인어른인 몽염을 대장군으로 임명하지 않았을까.


한시라도 빨리 황후를 들일 것을 원하는 조정대신들이었기에 최대한 긍정회로를 돌렸다.


“연상인 사람에게 함부로 무례를 범하면 안 되지.”

“흐웃! 죄, 죄송해요···!”


부소가 대현과 소현의 머리를 지그시 누르면서 몽연화에게 사과하도록 시켰다. 그러자 쌍둥이 공녀들은 사과의 말과 함께 고개를 숙였다.


정말 사이좋은 남매였다.


서로를 진심으로 위하고 있음이 느껴졌다.


부소와 쌍둥이 공녀들의 다정한 모습에 몽연화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소녀는 괜찮사옵니다. 그런데 폐하께선 무슨 연유로 소녀를 부르셨는지요?”

“일단 차라도 한 잔 하시죠. 싸구려 설차라도 괜찮다면.”

“폐하께서 내리는 찻잔을 어찌 마다하겠습니다. 감사히 마시겠습니다.”

“다음에는 귀한 찻잎을 준비하지요.”


부부가 되기에 부족함이 없는 모습이다.


바로 옆에서 촐랑대는 쌍둥이 공녀들 때문인지 더욱 부부처럼 보였다.



* * *



부소는 조회가 열리자마자 황후의 간택을 요청하는 상소문들을 무더기로 받게 되었다. 상소문들은 하나같이 대장군 몽염의 여식을 황후로 책봉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설마 어제 있었던 일 때문인가.


그래서 들뜬 목소리로 누님을 추천했군.


중매쟁이처럼 호들갑을 떨어대던 조정대신들의 반응을 떠올리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기대감으로 가득하던 모습을 보아하니 며칠 동안 밤낮으로 상소문을 올려댈 터였기 때문이다.


“폐하···. 저기, 그으···. 들어가도 될까요?”

“그래.”


황제의 집무실 옆에 환관의 집무실이 문을 사이에 두고 마주하고 있다.


시황제를 보필했던 조고가 쓰던 집무실이었다.


은리의 목소리였다.

문 너머에서 들린 은리의 물음에 부소는 흔쾌히 대답했다.


“지, 진짜로···. 여자였어?”


짙은 흑발을 단아하게 늘어트린 아름다운 미녀가 화사한 비단옷을 차려입은 채로 집무실에 들어왔다. 그를 목격한 부소는 손아귀에 쥐고 있던 붓을 툭 떨어트렸다.


여자.


옷 너머로 드러난 풍만하고 늘씬한 굴곡은 여인이 분명했다.


방울꽃처럼 은은한 기품이 느껴졌다.

부소의 시선이 이어질수록 새하얀 뺨이 홍조로 물들었다.


“말씀 드렸잖아요. 폐하께서 즉위하시면··· 남자인지, 아니면 여자인지 알려드리겠다고요.”

“어, 그랬었지···?”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하기 어렵다.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는 천지개벽에 가까운 상황에 과부하가 걸릴 지경이었다.


여자.

은리가 여자였다.

환관으로 위장한 채로 궁중에서 활동했던 남장여자였다.


반년이 넘도록 젓가락처럼 붙어다녔는데 어떻게 몰랐을까.


대단하군.


그동안 감쪽같이 천하를 기만할 줄이야.


본인 말고는 모두 알고 있었던 사실이었음에도 부소는 은리의 철저한 연기에 찬사를 보냈다.


“저는··· 폐하의 외조부이신 창평군을 초나라의 왕으로 옹립했던 좌장군 은백의 딸이에요.”

“은백?”

“초나라의 부흥을 위해 진나라를 배신했던 역적의 여식이죠. 본래라면 당연히 국법에 따라 극형을 선고받아야 마땅했지만··· 황후께서 저를 살려주셨어요. 그리고 선황께서 저를 궁중의 환관으로 숨겨두셨죠.”

“아, 그래서 지금까지···. 많이 힘들었겠네. 수고 많았어.”


대역죄인의 딸이라는 이유로 얼마나 많은 박해를 받았을까.


그동안 여인의 몸으로 환관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겠지.


당장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듯한 아름다운 얼굴을 바라보면서 숙연한 미소와 더불어 위로의 말을 건넸다.


“네···. 많이, 정말 많이··· 힘들었어요.”

“응.”

“폐하 때문에 함양에서 쫓겨났을 때가 제일 힘들었어요.”

“···진심으로 미안하다.”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은리가 웃음을 살포시 터트렸다.


“앞으로 폐하께선 분명 곤혹을 겪게 되겠죠. 진나라를 적대했던 역적의 여식이니까요. 그동안 진심으로 감사했어요. 철부지였던 시절부터 보필했던 공자님께서 이세황제에 즉위하시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어서··· 정말, 영광이었습니다.”

“이제 와서 숨을 필요는 없어. 네 앞에 있는 황제는 대역죄인의 외손자잖아.”


진나라 황실에서 절대 꺼내선 안 될 금기가 바로 창평군(昌平君)이다.


조정의 원로들조차 창평군과 관련된 이야기만큼은 꺼내지 않을 정도였다.


대역죄인의 외손자와 대역죄인의 딸.


무척이나 잘 어울리는 조합이 아닐 수 없었다.


“지금까지 붕대로 가렸던 거야? 납작하게 가리느라 많이 답답했을 텐데.”

“네? 무슨 말씀인지···.”


멜론만큼 크다.


지금 당장 진나라의 국보로 삼아도 부족할 정도였다.


단번에 말뜻을 이해하지 못한 은리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윽고 농담을 이해하자마자 불그스름하게 물든 얼굴을 더욱 붉게 물들이면서 비명에 가까운 목소리를 터트렸다.


작가의말


슬랜더와 글래머.


조화로운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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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황제가 친정하다 +24 24.09.07 10,381 35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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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6국의 부활 +35 24.09.05 10,721 380 11쪽
43 사면령 선포 +35 24.09.04 11,027 369 12쪽
42 이세황제 즉위 +29 24.09.02 11,584 397 12쪽
41 6국 최대의 적 +20 24.09.01 11,832 374 13쪽
40 멸진흥초(滅秦興楚) +36 24.08.31 12,136 391 12쪽
39 대리청정 +25 24.08.29 12,899 427 11쪽
38 폭풍은 또 다른 폭풍으로 +40 24.08.28 13,159 396 12쪽
37 평온한 죽음 +29 24.08.27 13,405 414 12쪽
36 교차점 +29 24.08.26 13,733 439 11쪽
35 인과응보 +23 24.08.25 13,521 427 12쪽
34 재회 +21 24.08.23 13,679 40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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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사람을 쓰는 것도, 버리는 것도. +37 24.08.17 13,886 43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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