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나르트 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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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모
작품등록일 :
2024.07.17 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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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5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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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31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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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종과 대상

DUMMY

알크마르는 부판이 알려준 대로 지름길로 오브레로를 이끌고 뮈덴바흐로 향했다. 뮈덴바흐 도착을 하루 앞두고 맞닥뜨린 감찰국 사제들도 부판의 서신을 건네자 별 문제 없었다.




힐베르담을 출발한 지 두 달만에 드디어 뮈덴바흐에 입성했다. 뮈덴바흐는 솔라멘테교도의 집결지답게 거리에는 교도들로 가득했고 거대한 성전이 보란듯이 도시 중앙에 자리잡고 있었다.




알크마르는 곧장 성전으로 향했다. 성전으로 가 향유를 팔기 위해 왔으니 담당자를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다.




운반해온 향유의 양을 듣자 성전 문지기는 알크마르를 재무를 담당하는 부서로 안내했다. 알크마르가 안내된 방에는 너댓 명의 직원들이 앉아 열심히 주판을 두드리며 계산에 열증하고 있었다.




알크마르가 들어오자 가운데 앉아 있던 30대 중반의 남자가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저는 이곳 재무총감 비어홀이라고 합니다. 여기에는 어쩐 일로?"




알크마르는 비어홀에게 향유를 팔기 위해 왔으며 크레디족에서 선교사 파견을 요구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전했다.




"향유 매입건은 제 손에서 처리할 수 있지만 선교사 파견과 관련된 문제는 저희 사이몬트 대제자님과 상의를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네, 그럼 그분을 만날 수 있게 해 주세요."




"사이몬트님은 현재 사실상 우리 교를 이끌고 계신 분이십니다. 바쁘신 분이라 면담 요청을 하더라도 며칠 걸릴 수 있습니다."




"제 친구가 크리디족 마을에 볼모로 잡혀 있습니다. 빨리 돌아가지 않는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몰라요."




"형제님의 말씀은 잘 알겠습니다. 최대한 빨리 사이몬트님을 알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알크마르는 일단 향유 매매건부터 처리하기로 했다. 알크마르는 다시 비어홀과 만나 향유 가격을 상의했다.




"멀쩡하게 담겨져 온 향유는 총 163통입니다. 13통은 겉이 손상돼 향유가 약간 새나간 것 같습니다. 멀쩡한 오크통은 한 통당 20길론씩 쳐주겠습니다. 손상된 오크통은 각각 남아있는 양이 다르긴 하나 평균 절반 정도 차 있는 것으로 보고 10길론씩 쳐주겠습니다."




멀쩡한 오크통이 3,260길론이었고 손상된 게 130길론으로 총 3,390길론이었다. 알크마르 생애 처음 만져보는 엄청난 금액이었다.




이렇게 큰 돈을 직접 들고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이 같은 무역상들을 위해 은행들은 지점들이나 다른 은행과의 제휴 등을 통해 송금 서비스를 해주고 있었다.




고리대금업에서 출발한 은행업은 대항해시대를 거치며 규모를 점점 키우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송금 서비스를 비롯해 벤처투자를 유치하는 등 그 영역을 점점 확대해가고 있었다.




은행업이 가장 발달한 곳은 역시 힐베르담이었다. 자유도시연합의 중심 도시로서 세계 무역을 주도하고 있는 힐베르담은 니튼하임 제국뿐 아니라 주변 독립 제후국들에 은행 지점들을 세웠다. 심지어 코반트 등 이교도의 땅에도 은행 지점을 설립해 수수료만으로도 막대한 수입을 올리고 있었다.




자크 스펙스가 요구한 액수는 2,000길론이었다. 운반 도중 오크통 20개를 실은 수레 하나를 잃고 일부는 파손됨으로써 알크마르와 클라우스가 가져갈 몫은 줄어들었다. 그래도 1,390길론만 해도 어마어마하게 큰 돈이었다. 오브레로와 마부 등에게 급료를 지급하더라도 1,000길론 이상이 남는 성공적인 장사였다.




문제는 부판에게 줘야할 통행료 500길론이었다. 전체 판매액 중 15%를 달라고 했기 때문에 대충 계산해봤을 때 500길론을 줘야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렇게 된다면 또 1,000길론에서 500길론을 제해야 한다.




향유 판매 이후에 대해서는 클라우스와 이야기를 이미 끝냈었다. 알크마르는 오브레로와 마부에게 급료를 먼저 지급하고 옴슈타크은행으로 가 자크 스펙스 이름으로 2,000길론을 송금했다. 송금수수료가 보통 1~2할이었기 때문에 알크마르는 자기 돈은 그냥 들고 가기로 하고 은행에 잠시 맡겨만 뒀다.




사흘째 되던 날 비어홀로부터 마침내 사이몬트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알크마르는 비어홀의 안내를 받아 중앙 대로에 위치한 대성전으로 향했다. 대성전은 성모정교의 회당과는 달리 상당히 간결한 평태의 건축물이었다.




성모정교의 경우 성모상을 비롯해 스테인드글라스, 성화, 성물, 성인 조각상 등 다양한 예술품들로 꾸며져 있었다.




그러나 솔라멘테교는 성모의 신성성을 부정하고 유일신 에쉬르를 제외한 어떠한 것도 숭배해서는 안 된다고 가르치고 있다. 그래서 성전 안에는 어떠한 조형물도 성화도 없고 상징물도 없었다.




사이몬트에 대한 알크마르의 첫 인상은 동네 어디서든 쉽게 만날 수 있는 마음씨 좋은 아저씨 같았다. 너무 평범해 저 사람이 솔라멘테교의 사실상 1인자라는 게 믿기지 않았다.




"처음 뵙겠습니다. 알크마르라고 합니다."




"앉으세요. 전 사이몬트라고 합니다."




둘은 가벼운 인사를 나눈 뒤 자리에 앉았다.




"저희 교에서 최근 향유가 부족했는데 많은 양을 들고 오셨다는 얘길 들었습니다. 저희 교단을 대신해 감사드립니다."




"저야 뭐 이문을 남기고 파는 장사치인데요. 좋게 값을 쳐주셔서 제가 더 감사하죠."




"그런데 선교사를 요청하셨다구요?"




"아... 제가 필요한 게 아니라 오다가 만난 크레디족 부족장이 자신들이 필요하다고 해서..."




알크마르는 지난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들려줬다. 사이몬트는 조용히 듣고 있다 빙긋 웃었다.




"부판이라는 분의 요청이었군요. 성모정교의 탄압이 계속 되면서 저희 교의 세력이 점점 위축되던 차에 정말 반가운 소식입니다. 허허."




"그쪽도 상당히 급한 모양이던데 언제쯤 선교사를 파견할 수 있을까요?"




사이몬트는 누구를 보낼까 잠시 생각하는 듯 했다.




"저희 교에는 구교(성모정교)처럼 교부와 같은 사제직이 따로 없습니다. 따라서 선교사라는 것도 없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어떤 중개자 없이 신과 직접 소통하는 것을 목표로 하기 때문이죠. 다만 사제는 아니지만 발라스쿠스의 말씀을 해석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발라스쿠스의 말씀을 해석해 사람들에게 들려줌으로써 사람들이 신과 쉽게 소통할 수 있도록 돕고 있죠."




"그럼 그분들이 가시나요?"




"우리는 이들을 힐페라고 부릅니다. 제 제자 중 블리셋이라고 있는데 그가 크레디족으로 파견될 힐페로 적당해 보입니다."




"좀 급해서 그런데 블리셋이라는 분을 지금 당장 만날 수 있을까요? 하루라도 빨리 출발해야 하는데..."




사이몬트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후 자신을 따라오라고 손짓했다.




"어디로 가시는 거죠?"




"블리셋은 최근 거동이 불편하신 제 사부님 발라스쿠스님의 수족 노릇을 하고 있어요. 사부님의 거처로 가셔야 만날 수 있습니다."




"발라스쿠스님의 수족 노릇을 하고 있는 분이면 떠나면 안되는 것 아닌가요?"




"크레디족의 선교를 생각한다면 흔쾌히 허락하실거예요."




대성전에서 나온 알크마르는 사이몬트를 따라 대성전 뒤편의 정원을 걷기 시작했다. 정원의 끝은 수풀이 우거져 있었고 그 안에 작은 초옥이 하나 있었다.




"사부님, 저 사이몬트가 왔습니다. 잠시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사이몬트가 소리를 지르자 잠시 후 안에서 30세 전후의 남자가 뛰어 나왔다.




"사부님 오셨습니까? 지금 발라스쿠스 사조님께서 들어오시라고 합니다."




"알크마르씨, 같이 들어가시죠?"




"네, 그러시죠."?




초옥 안은 넓지는 않았지만 깔끔하게 잘 정돈돼 있었다. 침대 위에는 백발이 성성한 노인 하나가 두 눈을 감고 조용히 앉아 있었다.




"사부님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사이몬트의 말에 발라스쿠스는 천천히 눈을 떴다.




"어쩐 일이냐?"




사이몬트는 옆에 서 있는 알크마르를 소개한 뒤 그간 있었던 일을 말하고 크레디족에서 요청한 선교사로 블리셋을 보내려 한다는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블리셋은 자신이 크레디족에 솔라멘테교를 전하기 위해 떠날지 모른다는 사부의 말에 펄쩍 뛸듯 기뻤다. 그러나 자신이 돌보고 있던 발라스쿠스를 떠나야 한다고 생각하자 마음이 무거워졌다.




한참 동안 발라스쿠스의 대답이 없었다. 발라스쿠스는 알크마르를 빤히 쳐다볼 뿐이었다.




"사부님 혹시 이 청년에게 궁금한 것이라도 있습니까?"




발라스쿠스의 동공이 갑자기 흔들리기 시작하더니 발라스쿠스의 몸까지 흔들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약간 덜덜 떠는 수준이었는데 좀 시간이 지나자 침대가 흔들릴 정도였다.




알크마르는 깜짝 놀랐다. 자신을 바라보던 발라스쿠스의 눈이 흔들리기 시작하더니 온 몸이 흔들리는 게 아닌가.




"사이몬트님, 이건 무슨 일이죠?"




"형제님, 이건 저희 사부님이 뭔가 미래를 보실 때 나타나는 현상이에요. 너무 놀라시지 마세요."




알크마르는 마른침을 꿀꺽 삼키고는 발라스쿠스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갑자기 흔들림이 멈추더니 발라스쿠스가 눈을 번쩍 떴다. 발라스쿠스의 눈에는 동공이 사라져 흰자만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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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신들의 돌 24.08.02 11 0 10쪽
61 신들의 돌 24.08.02 8 0 10쪽
60 신들의 돌 24.08.02 10 0 10쪽
59 신들의 돌 24.08.02 9 0 12쪽
58 신들의 돌 24.08.02 12 0 9쪽
57 알크마르의 각성 24.08.01 10 0 11쪽
56 알크마르의 각성 24.08.01 9 0 12쪽
55 알크마르의 각성 24.08.01 9 0 11쪽
54 알크마르의 각성 24.08.01 7 0 9쪽
53 알크마르의 각성 24.08.01 9 0 9쪽
52 알크마르의 각성 24.08.01 6 0 10쪽
51 알크마르의 각성 24.08.01 9 0 11쪽
50 알크마르의 각성 24.08.01 6 0 9쪽
49 알크마르의 각성 24.08.01 5 0 9쪽
48 알크마르의 각성 24.08.01 7 0 10쪽
47 알크마르의 각성 24.08.01 8 0 10쪽
46 교종과 대상 24.07.31 13 0 13쪽
45 교종과 대상 24.07.31 8 0 10쪽
44 교종과 대상 24.07.31 9 0 9쪽
» 교종과 대상 24.07.31 10 0 9쪽
42 교종과 대상 24.07.30 12 0 11쪽
41 교종과 대상 24.07.30 11 0 13쪽
40 교종과 대상 24.07.30 15 0 9쪽
39 교종과 대상 24.07.30 15 0 10쪽
38 로젠테미온 참사 24.07.29 21 0 12쪽
37 로젠테미온 참사 24.07.28 14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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