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나르트 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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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모
작품등록일 :
2024.07.17 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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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5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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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1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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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크마르의 각성

DUMMY

"그게 좋겠군요. 그럼 수고스럽지만 클라우스가 직접 레알타르크로 가서 준비를 해주세요."




"알겠습니다, 교종 성하. 차질없이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클라우스는 알크마르와 작별인사를 고한 뒤 곧바로 도르돔을 향해 떠났다. 상인인 클라우스 입장에서는 교단의 재정을 틀어쥐고 있는 사이몬트와 관계를 트는 게 더 유리했지만 이번 일은 손해를 감수하고 알크마르를 돕기로 했다.




한편 알크마르는 디트리히를 통해 레알타르크 건국기념행사에 본인이 직접 축하사절로 가겠다는 뜻을 교단에 알렸다.




사이몬트는 알크마르가 뮈덴바흐를 떠난다는 게 내키지 않았다.




알크마르가 2대 교종에 올랐지만 아직 그 사실은 뮈덴바흐 밖으로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그런데 교종이라는 직함으로 외부 행사에 참석한다면 알크마르가 솔라멘테교의 2대 교종임이 알려지게 된다. 게다가 뮈덴바흐 바깥의 신도들에게 알크마르가 공식적으로 승인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었다.




그렇지만 레알타르크로부터 공식 초청장이 온데다 알크마르 스스로 참석 의사를 밝히자 막을 명분이 없었다. 사이몬트는 간접적으로 현재 교단 내부의 일을 핑계삼아 교종이 자리를 비우는 게 마땅치 않다는 뜻을 내비쳤다.




알크마르는 솔라멘테교를 국교로 하는 최초의 국가가 탄생하는 데 교종으로서 참석하지 않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강행의사를 밝혔다.




사이몬트는 자신이 반대하는 데도 굳이 참석의사를 굽히지 않는데는 뭔가 이유가 있다고 봤다. 사이몬트는 즉시 블리셋에게 전령을 보내 도르돔에서의 알크마르 행적에 대해 꼼꼼히 파악하라고 지시했다.




5월 초하룻날 알크마르는 디트리히와 함께 20여명의 신도들을 대동한 채 도르돔을 향해 떠났다. 사이몬트는 자신의 휘하 신도들을 수행단에 끼어넣으려 했지만 디트리히가 이를 막았다.




교종의 의전과 수행, 경호 등의 업무는 비서실 고유업무라는 이유를 들어 사이몬트의 의도를 무산시켰다. 사이몬트는 뭔가 더 찝찝했다. 그렇지만 도르돔에 있는 블리셋이 믿음직스러웠기 때문에 더 걱정은 하지 않았다.




디트리히는 도르돔까지 보름 정도 걸리는 일정인데 20일로 늘려잡았다. 도르돔으로 곧바로 가지 않고 2군데 순행일정을 소화하기 위함이었다.




이는 이번 도르돔 방문이 단순히 건국기념행사 참석이 아니라 레알타르크 각 지역에 설립된 회당을 순행한다는 명분을 쌓기 위함이었다.




알크마르는 방문한 도시에서 엄청난 환대를 받았다. 사람들은 저마다 교종을 직접 보기 위해 거리로 뛰쳐나왔고 교종이 지나갈 때 그 앞에 엎드려 예를 표했다.




알크마르에 대한 환대는 도르돔에 도착했을 때 절정에 달했다. 도르돔 인구 절반이 넘는 수만 명의 인파가 알크마르가 지나는 길에 도열해 반겨주었다. 알크마르 일행은 너무 많은 인파에 가로막혀 앞으로 나아가기조차 버거웠다.




다행히 부판이 근위대 병력을 보내줘 그들로 하여금 길을 만들도록 했고, 오후 늦게 도르돔 황궁의 영빈관에 도착할 수 있었다.




건국기념행사 전날 저녁 겨우 도착해 여장을 푼 알크마르는 쉴새도 없이 부판과의 만찬행사에 참석해야 했다.




황제의 자리에 오른 부판과 교종이 된 알크마르의 만남은 서로 반갑게 포옹하면서 화기애애하게 시작됐다.




"향유를 팔러다니던 앳된 청년이 이렇게 교종이 되시다니 정말 놀라울 따름입니다."




"황제 폐하야말로 그 어려운 통일과업을 완수하시고 이렇게 건국행사를 치르게 되다니 감개무량합니다."




부판과 알크마르는 형식적인 인사만 나누고 알크마르는 자기 자리에 앉았다. 부판은 주변국에서 온 많은 축하사절단을 맞이하기 위해 이리저리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전야제 행사는 밤늦게까지 계속됐다. 교리상 술을 마실 수 없었던 알크마르는 자신 앞에 놓여있는 양유주를 보고 입맛만 다실 뿐이었다.




영빈관으로 돌아온 알크마르는 곧바로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하고 싶었다. 옷을 갈아입고 침대에 누으려는 순간 밖에서 디트리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교종 성하, 네르캄프씨가 찾아 왔습니다."




전야제 내내 클라우스를 찾았던 알크마르는 그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내심 불안감에 휩싸여 있던 터였다. 혹시라도 계획이 틀어지진 않았을까 걱정이었다.




그런데 클라우스가 영빈관으로 직접 찾아왔다는 말을 듣자 근심이 일순간 사라지는 듯했다.




"어서 들라 하세요."




알크마르는 방으로 들어온 클라우스를 반갑게 맞이했다. 클라우스는 늦게 찾아오게 된 데 대해 사과의 말을 전했다.




"힐베르담에 다녀오느라 좀 늦었습니다. 혹시라도 무력이 필요할 수도 있어서 용병들을 사는 데 시간이 좀 걸렸네요."




"아, 그렇게 위험할 수도 있다는 건가요?"




알크마르의 표정이 어두워지자 클라우스는 걱정말라는 듯 손사래를 쳤다.




"너무 염려하시지 않으셔도 됩니다, 교종 성하.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것일 뿐입니다."




"클라우스가 그렇게 말하니 마음이 좀 놓이네요."




"일단 내일 건국기념행사가 끝나고 하루 더 이곳에서 묵으신 후 순행을 핑계로 도르돔을 떠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저에게 들어온 첩보에 의하면 사이몬트가 블리셋에게 모종의 일을 지시한 듯합니다."




알크마르 생각에도 사이몬트의 심복 블리셋이 있는 도르돔에 오래 머무는 건 좋지 않을 것 같았다. 블리셋의 입김이 센 도르돔 황궁 상황을 고려한다면 부판도 언제까지 호의를 보일 지 의문이었다.




"그렇게 하시죠. 저도 복마전 같은 도르돔 황궁에 오래 머무는 건 썩 기분이 좋지 않네요."




"제가 교종 성하를 모시고 가는 게 마땅하나 같이 움직이는 것보다는 제가 미리 로막에 가서 준비해두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로막의 회당에서 만나는 걸로 하고 저는 그곳에서 기다리겠습니다."




"그런데 힐베르담에 무사히 도착하고 난 후에는 어떻게 되나요? 태교종 성하께서는 저에게 베르벤으로 가라고 명하셨습니다."




"베르벤에 정박할 수 있는 제 소유의 선박이 있습니다. 그 배를 타고 베르벤으로 가는 게 좋을 듯합니다."




알크마르와 클라우스는 향후 탈출 계획을 다시 한 번 꼼꼼히 점검한 뒤 헤어졌다. 알크마르는 지긋지긋한 뮈덴바흐 생활을 벗어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다음날 도르돔에서 벌어진 건국기념행사는 레알타르크의 국력이 여타 국가들에 못지 않음을 과시하는 장이었다.




도르돔 황궁 앞 광장으로 수천의 기병대가 대오를 맞춰 행진하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짧은 시간에 수백 개의 부족을 통합해 이런 통합된 군사력을 보유하게 만들었다는 것만으로도 부판이 보통 인물이 아님을 증명한 것이었다.




함께 군사들의 행진을 관람한 주변 제후국 사절단은 레알타르크의 군사력에 압도되는 모습이었다. 이들의 머릿속에 공통적으로 떠오른 생각은 과연 우리나라가 이들 기병대를 막을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낮에 시작된 행사는 저녁 무렵이 되어서야 마무리됐다. 행사의 마지막은 광장에 임시로 마련된 단상에서 교종 알크마르가 부판의 머리에 금빛 찬란한 황제의 관을 씌워주는 것이었다.




알크마르가 부판의 머리에 관을 씌워준 후 레알타르크 제국의 황제 등극을 선언하자 하늘에서는 수천 발의 폭죽이 연이어 터졌다. 이번 행사를 위해 부판은 세르베스에서 1만 근이 넘는 폭죽을 수입했다.




본 행사가 끝나고 곧바로 광장에서 축하연이 벌어졌다. 행사장을 밝히기 위해 주변에는 수백 개의 가로등이 임시로 설치됐고, 테이블 사이에는 호롱불이 촘촘하게 배치돼 행사장을 밝혀주고 있었다.




디트리히의 말에 의하면 이런 행사가 앞으로 열흘은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알크마르는 적당히 자리를 지키다 다음날 떠나는 순행을 준비해야한다는 명목으로 영빈관으로 돌아왔다. 부판은 이왕 이곳에 왔으니 며칠 더 도르돔에 머물러 달라고 요청했지만 알크마르는 정중하게 거절했다.




그러자 부판의 곁에 있던 블리셋이 끼어들었다.




"교종 성하, 황제 폐하께서 이토록 부탁하시는데 며칠 더 도르돔에서 머물다 뮈덴바흐로 귀환하는 게 나을 듯 합니다."




블리셋의 의도는 명확했다. 어떠한 변수를 만들지 않기 위해 자신의 눈밖에 나가지 않기를 바라고 있었다.




분명히 이곳에 오기 전 레알타르크 곳곳을 순행할 것이라고 알려줬건만 도르돔에서 더 머무르다 곧바로 뮈덴바흐로 귀환하라는 압력을 넣는 모양새였다.




디트리히가 알크마르를 대신해 대답했다.




"이보시오. 아무리 국승께서 레알타르크의 최고 종교지도자 위치에 있다고 하나 솔라멘테교를 믿는 신도 아니시오? 어찌 무례하게 교종 성하께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이오. 이미 교종 성하께서는 레알타르크 곳곳의 회당을 순행할 것이라고 알려주지 않았습니까."




디트리히의 질책에 블리셋이 반박할 말이 없었다. 힘이 있든 없든 일단은 알크마르가 교종임은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무례라니오. 저는 다만 교종 성하께서 오랜 여행으로 옥체가 혹시 상하실까 두려워 그리 말한 것입니다. 도르돔에 더 머무시면서 여독을 푸신 후 귀환하시는 게 나을 것이라고 건의한 것뿐입니다."




"그런 부분은 우리가 다 알아서 할 터이니 국승께서는 황제 폐하나 잘 모시세요."




"황제 폐하나 잘 모시라니, 이야말로 비서실장께서 무례하신 것 아닙니까."




둘은 옥신각신하며 말다툼을 이어갔다. 교단 내 배분을 생각한다면 블리셋은 디트리히보다 한 배분 밑으로 이런 건방진 행동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현재 레알타르크 내에서 얻은 지위 덕분에 디트리히와 눈을 맞추고 언쟁을 할 수 있었다.




듣다 못한 부판이 중재에 나섰다.




"두 사람 다 그만 하시오. 교종 성하께서 미리 정해둔 일정이 있으시다고 하시니 내일 바로 떠나는 것으로 결정하겠소."




알크마르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자칫 말다툼이 길어져 부판의 기분이 상했을 경우 어떤 결정을 내릴 지 전혀 예측할 수 없었다.




블리셋은 분이 풀리지 않은 듯 디트리히를 노려봤다. 디트리히는 디트리히대로 자신보다 한 배분 낮은 제자가 대들었다는 사실에 화를 누그러뜨리기 힘들었다.




혹시라도 다시 말다툼이 시작될까 두려웠던 알크마르는 얼른 부판에게 사의를 표했다.




"황제 폐하의 뜻깊은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그럼 저는 내일 날이 밝는 대로 순행을 떠나겠습니다. 황제 폐하께서 번거롭지 않도록 여기서 작별인사를 고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러세요. 조심하시고 혹시 필요한 게 있다면 전령을 통해 짐에게 즉각 알려주세요. 그러면 즉시 조치하도록 하겠습니다."




"황제 폐하의 후의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작별을 고한 후 서둘러 자리를 떠나는 알크마르 일행을 블리셋은 매의 눈으로 지켜봤다. 블리셋은 심복 레쿠스를 불러 알크마르 일행의 뒤를 쫓을 것을 명령했다.




블리셋은 알크마르 일행의 순행 과정을 따라다니면서 일거수일투족을 꼼꼼하게 보고하라고 했다. 만약 비상사태가 발생하면 인근의 군부대에서 전서구를 통해 연락하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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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신들의 돌 24.08.02 12 0 9쪽
57 알크마르의 각성 24.08.01 10 0 11쪽
56 알크마르의 각성 24.08.01 10 0 12쪽
» 알크마르의 각성 24.08.01 10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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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알크마르의 각성 24.08.01 9 0 9쪽
52 알크마르의 각성 24.08.01 7 0 10쪽
51 알크마르의 각성 24.08.01 9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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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알크마르의 각성 24.08.01 5 0 9쪽
48 알크마르의 각성 24.08.01 7 0 10쪽
47 알크마르의 각성 24.08.01 8 0 10쪽
46 교종과 대상 24.07.31 13 0 13쪽
45 교종과 대상 24.07.31 8 0 10쪽
44 교종과 대상 24.07.31 9 0 9쪽
43 교종과 대상 24.07.31 10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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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교종과 대상 24.07.30 11 0 13쪽
40 교종과 대상 24.07.30 15 0 9쪽
39 교종과 대상 24.07.30 16 0 10쪽
38 로젠테미온 참사 24.07.29 21 0 12쪽
37 로젠테미온 참사 24.07.28 14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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