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나르트 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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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모
작품등록일 :
2024.07.17 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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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5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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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3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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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혁명동맹 결성

DUMMY

알베르노 주교가 비젠도르프 가문을 찾아간 때는 9월11일 오후였다. 알베르노는 가브리엔으로부터 서신을 받자마자 다음날 오전 비젠도르프 저택을 찾았다.




1만 평방미터가 넘는 큰 대지에 지어진 비젠도르프 저택은 벨라시타에서 발생한 쿠데타 때문인지 병사들이 삼엄한 경비를 하고 있었다.




평시라면 주교의 방문은 정문 경비의 권한으로 통과시킬 수 있었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경비는 잠시 알베르노를 문 앞에 세운 후 안에 연락을 취했다.




알베르노를 맞이한 이는 제레미야 집사였다. 제레미야는 알베르노를 보고서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주교님께서 여기는 어인 일로 오셨습니까?"




"후작님께서도 이미 벨라시타의 상황을 잘 알고 계시겠죠? 지금 그 일과 관련해서 상의드릴 게 있어 찾아왔으니 절 후작님께 바로 안내해주세요."




"벨라시타의 일 때문에 오셨군요. 알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리세요."




알폰소 폰 비젠도르프 후작은 알베르노를 반갑게 맞이했다.




"그렇잖아도 벨라시타 소식이 궁금했는데 그쪽 관련된 소식을 들고 오셨다니 정말 반갑습니다."




"저도 어제서야 벨라시타 소식을 접했습니다. 후작님께서도 소식을 궁금해하실 것 같아 이렇게 한달음에 달려온 것입니다."




"고맙습니다."




"일단 저희 교단측에서 파악한 바에 따르면 드라구노프 공작이 벨라시타와 인근 몇 개 주는 완전히 장악했다고 합니다."




"그래요? 며칠 전 신문에서는 쿠데타가 벌어졌다는 사실만 봤는데 이미 그만큼 진행됐군요."




알베르노는 하녀가 가져온 자스민차를 한 모금 들이킨 후 말을 이었다.




"교황청에서도 이번 쿠데타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쿠데타 세력이 기존 질서를 많이 뒤흔들 것으로 보여 걱정이 큰 모양입니다. 각 제후국들이 저마다 점점 세속화가 진행되고 있는 시점에서 자칫 프란디아의 상황이 일파만파로 번질까 고민하는 듯 합니다."




'기존 질서의 해체'. 알폰소가 가장 걱정하고 있던 부분이었다. 드라구노프는 분명 트란베스트의 봉건적 특권을 인정하지 않고 중앙집권을 강화할 것이 분명했다. 그 과정에서 '탈교단'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였다.




알폰소는 짐짓 아무렇지도 않은 척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교황청의 고민이 크겠습니다. 스피글리츠 공작의 개혁작업이 프란디아의 질서를 세속화 하는 것이었는데 드라구노프 공작도 아마 그 길을 가겠지요?"




"교단 정보국에서 파악한 바에 따르면 그럴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게다가 중앙집권을 강화하겠다는 의지가 워낙 강한데 그렇잖아도 영주들의 자치권이 많이 훼손된 상황에서 그들이 가만 있을지 의문입니다."




트란베스트를 제외한 나머지 주에서 지방 영주들의 자치권은 이미 많은 부분 훼손됐다. 아직까지 봉건적 지배질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곳은 사실상 트란베스트밖에 없었다.




"돌려 말씀하지 마세요. 하하. 주교님이 말씀하시는 지방은 바로 이곳 트란베스트 아닙니까?"




알폰소가 돌려말하지 않고 직접적으로 트란베스트를 언급하자 알베르노는 약간 당황하는 듯했지만 오히려 이야기하기가 한결 수월해졌다고 느꼈다.




알베르노도 아예 터놓고 이야기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렇습니다. 스피글리츠의 개혁이 20년 이상 지속되면서 트란베스트를 제외한 나머지 지방의 영주들은 사실상 허수아비가 됐어요. 사병 수를 1000명으로 제한하는 바람에 이곳을 제외한 나머지 지방의 영주들은 중앙정부에 꼼짝도 못하는 처지에요."




"주교님, 그건 우리 지방 귀족들이 걱정해야할 문젠데 교단이 신경쓰는 건 왜죠?"




알폰소는 계속 직설적 화법을 구사했다. 에둘러 말 하며 자연스럽게 이야기의 핵심으로 넘어가는 게 알폰소의 화법이었지만 지금은 그런 여유를 부릴 때가 아니엇다.




"아, 물론 그렇습니다.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드라구노프가 우리 교단 입장에서도 상당히 위협적인 인물이라는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교황청에서 뭔가를 할 수도 없는 일이지 않습니까?"




알베르노는 알폰소의 말투가 상당히 공격적인듯 느껴져 대화를 나누는 데 약간 거슬렸다.




"교단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트란베스트에 주둔 중인 중앙정부군 사령관 유리 베스타노프 중장이 쿠데타에 가담하지 않았습니다."




"나도 몇 번 만난 적 있는데 워낙 왕실에 대한 충성심이 높은 장군이라 절대 쿠데타에 가담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베스타노프 장군을 제거하기 위해 가펜슈타트의 프라넨코 대령이 부대를 이끌고 베르린츠로 사흘 전 떠났습니다. 서둘렀다면 아마 오늘 밤이나 내일 새벽쯤 베르린츠에 도착할 듯 싶습니다."




역시 예상대로 프라넨코는 쿠데타 세력에 동조하고 있었다. 만약 프라넨코가 예정대로 베스타노프를 제거한다면 트란베스트의 상황은 급격하게 드라구노프 쪽으로 기울어질 가능성이 높았다.




알폰소로서는 고민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트란베스트 7대 가문의 병력을 다 더해봐야 4만 명이 조금 넘는데 드라구노프의 대군이 이곳을 침공하고 트란베스트 주둔군이 여기에 동조한다면 승산이 낮아 보였다.




"만약 베스타노프마저 제거된다면 드라구노프의 쿠데타는 사실상 성공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교단 측은 걱정하고 있다더니 정작 무슨 일은 한 게 없는 건가요?"




"당연히 조치를 취해뒀습니다. 우리 교단에서 한 발 앞서 베르린츠로 밀사를 보냈습니다. 베스타노프 장군이 쿠데타 세력에 맞서기로 하고 트란베스트에 주둔 중인 전군에 비상령을 내린 것으로 압니다."




이제 알폰소에게 공이 넘어 왔다. 베스타노프가 지휘하는 2만5000 병력이 반쿠데타 세력이 된다면 7대 가문의 군대 4만 명과 합쳐 강력한 대항군이 될 수 있었다.




전투 경험이 풍부한 6만5000명의 병력이라면 충분히 트란베스트를 지킬 수 있을 것 같았다. 쿠데타 세력을 완전히 섬멸하기에는 벅차더라도 대등한 조건에서 협상을 해 현재의 기득권을 지킬 수 있으리라 기대할 수 있었다.




"결국 교황청은 우리 7대 가문과 베스타노프 장군의 군대를 부추겨 드라구노프에 대항하게 만들 계획이군요. 손 안대고 코 푸는 격이네요. 하하."




알폰소는 자기 손에 피를 묻히지 않고 뒤에서 계략이나 꾸미는 교촹청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런 비상사태만 아니었다면 알베르노 같은 주교따위와 마주 앉을 일이 없었다.




"후작님, 꼭 그렇게 보실 것만은 아닙니다. 이런 싸움에서는 무엇보다 중요한 게 명분입니다. 조만간 교황청에서는 국왕을 마음대로 폐위한 드라구노프의 무도함을 명확히 비판하고 다시 원상태를 회복하도록 촉구하는 칙령을 내릴 예정입니다."




"명분이라... 중요하지요. 이러든 저러든 교단은 종이 쪼가리 한 장 달랑 날리고 피는 트란베스트에서 흘리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네요."




"제 말은 그게 아니라..."




"됐습니다. 교단의 뜻은 충분히 알겠습니다. 원하시는 대로 칼춤을 한 번 신명나게 춰 드리지요."




상황이 예상보다 빠르게 흘러가고 있었다. 비젠도르프 가문의 대비도 계획한대로 착착 진행되고 있었다. 알폰소의 소환령을 받은 병사들이 속속 글라츠로 집결하고 있었다.




알폰소는 곧바로 7대 가문에 알렌에서 회합을 가지자는 내용을 담은 전서를 각 가문에 보냈다. 가주들이 영지를 비우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해 결정권을 가진 후계자를 보내줄 것을 요청했다.




알폰소는 자신의 대리자로 첫째 아들 카를로스를 지명했다. 카를로스로서는 예전 장자의 권리를 상실한 후 절치부심한 끝에 마침내 유력한 후계자 후보로 다시 인정받는 순간이었다.




"아버님, 중책을 저에게 믿고 맡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차질없이 7대 가문의 뜻을 모아 연합군을 만들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회합이 우리 가문의 명운을 가를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고 신중하게 행동하도록 해라. 그리고 우리 가문이 7대 가문의 수장격임을 잊지말고 모든 일에 당당히 맞서도록 해라."




카를로스는 자신의 심복 에릭 타이젠호프 장군을 비롯해 100여명의 병력을 이끌고 9월14일 아침 아렌으로의 여정에 올랐다.




고향 홀츠에서 전날 글라츠에 도착한 에드와 발빅도 카를로스를 수행해 아렌으로 향했다.




평소 같으면 아렌으로 가는 길이 어렵지 않았으나 쿠데타 후 서로 피아를 구분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카를로스는 신속한 이동을 위해 병력을 최소화할 필요도 있었지만 예기치 못한 상황에 대비한 전투병력 확보가 중요하기도 해 병력을 100명으로 정했다.




아렌으로 가기 위해서는 수스트와 베르린츠 사이를 통과해야 했다. 수스트에 주둔한 멘탈리예프 장군이 이끄는 기마대가 가장 신경쓰였다.




닷새간 쉬지 않고 말을 타고 이동한 끝에 9월19일 카를로스 부대는 아렌에 입성했다. 아렌에서 2년에 한 번 정도 7대 가문의 회의가 열렸기 때문에 아렌에는 가문들이 기거할 수 있는 숙소가 정해져 있었다.




이번에는 많은 병력을 대동해왔기 때문에 20명을 제외한 나머지 80명은 주변에 막사를 치고 야영을 할 수밖에 없었다.




비젠도르프 가문을 시작으로 9월20일 미타볼프, 9월21일 위버바우어, 제타슈타인, 9월23일 베타마이어, 피센클라인 가문이 각각 도착했고 가장 멀리 떨어진 노이만 가문이 9월26일 아렌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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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혁명동맹 결성 24.08.03 5 0 10쪽
64 반혁명동맹 결성 24.08.03 10 0 9쪽
63 신들의 돌 24.08.02 11 0 10쪽
62 신들의 돌 24.08.02 11 0 10쪽
61 신들의 돌 24.08.02 8 0 10쪽
60 신들의 돌 24.08.02 10 0 10쪽
59 신들의 돌 24.08.02 9 0 12쪽
58 신들의 돌 24.08.02 12 0 9쪽
57 알크마르의 각성 24.08.01 10 0 11쪽
56 알크마르의 각성 24.08.01 10 0 12쪽
55 알크마르의 각성 24.08.01 9 0 11쪽
54 알크마르의 각성 24.08.01 7 0 9쪽
53 알크마르의 각성 24.08.01 9 0 9쪽
52 알크마르의 각성 24.08.01 6 0 10쪽
51 알크마르의 각성 24.08.01 9 0 11쪽
50 알크마르의 각성 24.08.01 6 0 9쪽
49 알크마르의 각성 24.08.01 5 0 9쪽
48 알크마르의 각성 24.08.01 7 0 10쪽
47 알크마르의 각성 24.08.01 8 0 10쪽
46 교종과 대상 24.07.31 13 0 13쪽
45 교종과 대상 24.07.31 8 0 10쪽
44 교종과 대상 24.07.31 9 0 9쪽
43 교종과 대상 24.07.31 10 0 9쪽
42 교종과 대상 24.07.30 12 0 11쪽
41 교종과 대상 24.07.30 11 0 13쪽
40 교종과 대상 24.07.30 15 0 9쪽
39 교종과 대상 24.07.30 15 0 10쪽
38 로젠테미온 참사 24.07.29 21 0 12쪽
37 로젠테미온 참사 24.07.28 14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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