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나르트 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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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모
작품등록일 :
2024.07.17 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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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2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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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의 돌

DUMMY

임무를 수락하긴 했지만 막상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난감했다. 책이 씌어진 지는 이미 300년이 훌쩍 지난 데다 현재 남아있는 자료가 있을 리도 만무했다.




일단 발레노작의 책부터 꼼꼼히 읽어보며 연구해야 했다. 프라넨코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고대 티롤어 지식을 총동원해 발레노작의 책을 일주일만에 완독했다.




책을 다 읽어본 결과 발레노작은 생각보다 훨씬 더 전설의 실체에 가까이 접근해 있었다. 만약 레벨바우어 2세가 좀더 오래 생존했더라면 죽기 전에 실체를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갑자기 복통에 이은 사망... 지금 되짚어서 보면 뭔가 의심스러운 정황이 분명히 있었다.




프라넨코는 본격적인 조사를 위해 여기에 투입될 인원을 드라구노프에게 요청했다. 비밀리에 임무를 수행해야 했기 때문에 선발된 요원들은 철저히 익명이 보장돼야 했다.




프라넨코는 예전 군 정보국 슈피온에서 자신과 함께 일했던 부하 5명을 비롯해 고문서 해독을 담당할 역사학자 등 자신을 포함해 총 12명으로 팀을 구성하고 팀 이름을 '에스플로'라고 정했다.




드라구노프는 에스플로가 슈피온에 배정된 업부추진비 항목에서 예산을 끌어다 쓸 수 있도록 배려했다.




프라넨코는 에스플로를 정보수집 파트와 정보분석 파트로 나누었다. 정보수집은 슈피온 출신의 요원들이 맡았고, 정보분석은 역사학자들에게 배정됐다. 향후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필요하다면 요원을 몇 명을 더 충원할 예정이었다.




처음 몇 달간은 막막했지만 요원들이 적극적으로 활동해준 덕분에 점점 관련 정보들이 모아졌고, 이를 토대로 한 분석활동도 활기를 띄기 시작했다.




처음 조사를 시작할 무렵만 하더라도 프라넨코는 신들의 돌이란 존재에 대해 비판적이었다. 하지만 파고들면 들수록 신들의 돌이 실재하고 있으며 이와 관련된 전설은 조작됐다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누군가 신들의 돌에 접근을 막기 위해 의도적으로 전설을 흘렸다는 의심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렇다면 누가 무슨 이유로 신들의 돌이란 존재를 숨기려고 하는 것일까.




여러 문서들을 고증해본 결과 데스피에르토는 대략 2500~3000년 전 이 대륙에서 번성했던 것으로 추정됐다. 그런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갑자기 자취를 감췄고 그들이 이룩했던 문명은 완전히 사라졌다.




가장 이성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이유는 인류가 감당하지 못할 자연재해였다. 화산폭발이나 지진으로 인해 데스피에르토가 이룩한 문명이 사라졌을 가능성이 가장 높았다.




전설에서 신들이 분노해 땅이 갈라지고 하늘에서 불벼락이 떨어졌다는 표현은 당시의 자연재해를 말하는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어느 문서를 보더라도 데스피에르토가 살았던 장소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 프라넨코는 대략적인 위치만 나오더라도 그 인근을 조사해본다면 문명의 흔적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데스피에르토의 땅 위치를 두고 에스플로가 한창 쳇바퀴 맴돌듯 조사가 진행되고 있지 않을 무렵이었다. 정보취합을 담당하고 있던 스트리흐트가 다급하게 프라넨코를 찾아왔다.




"대령님, 우리 조사를 도와줄 사람을 찾아왔는데 한 번 만나보시겠습니까."




수 개월 동안 조사가 진행되면서 프라넨코는 수많은 관련자들을 만나왔다. 누군가 이 전설을 숨기려고 했지만 이를 파헤치고자 하는 사람들의 욕망마저 막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이미 재야에는 신들의 돌을 찾는 많은 전문가들이 있었고, 이들은 때로는 서로 협력하고 때로는 경쟁하며 신들의 돌을 찾고 있었다.




프라넨코는 이런 재야 전문가들을 여러 명 만나봤지만 유의미한 소득을 올린 적이 없었다. 이들은 대부분 전설에만 집착해 진실에 접근하지 못하고 주변을 맴돌고 있다는 게 프라넨코의 판단이었다.




그런 와중에 스트리흐트가 또 다른 재야 전문가를 데려왔다고 하니 프라넨코의 반응은 심드렁했다. 그렇다고 그냥 돌려보낼 수도 없으니 일단 데려오라고 했다.




스트리흐트가 데리고 온 사내는 5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학자 같은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일단 풍기는 분위기로만 봐서는 뭔가 예전에 만났던 전문가들과는 달라 보였다.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제프 프라넨코라고 합니다. 여기서는 그냥 조장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드라구노프는 신들의 돌을 찾는 일을 비밀리에 추진하기 위해 에스플로의 존재를 철저히 숨겼다. 프라넨코를 비롯한 군인들은 모두 군적에서 삭제됐으며 학자들 역시 대학에서 퇴직처리됐다.




에스플로 안에서 프라넨코는 '조장'으로 불렸으며 나머지 요원들은 각자 이름으로만 불렸다.




"안녕하시오. 난 엠마겔이라고 하오."




엠마겔은 오스텐팔렌 출신으로 20대부터 30년 이상 신들의 돌을 찾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수백 권의 관련 서적을 탐독한 것은 물론 직접 데스피에르토의 땅으로 추정되는 곳을 살펴보기도 했었다.




"신들의 돌을 찾는 사람들은 대부분 혼자 움직이면서 다른 사람들과의 접촉을 꺼리던데 엠마겔씨가 이렇게 찾아온 이유가 궁금하군요."




실제로 그동안 만났던 소위 '전문가'들은 모두 프라넨코에게 적대적이었다. 그들은 대부분 홀로 조사를 진행해오던 버릇이 있어 누군가와 협력한다는 것에 서툴렀다.




그런데 30년 이상 홀로 조사를 진행해오던 사람이 스스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이례적이었다. 프라넨코는 무슨 꿍꿍이가 있지 않을까 의심하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나도 정부가 하는 일에 보조를 맞추게 될 줄은 상상하지도 못했소. 그런데 최근 들어 주변에서 뭔가 심상찮은 일이 벌어지는 것 같아서 직접 찾아오게 된 것이오."




정부를 들먹이자 프라넨코는 깜짝 놀랐다. 비밀리에 일을 수행하기 위해 군적을 삭제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는데 처음 본 사내가 다짜고짜 '정부가 하는 일'이라고 못박는 게 아닌가.




"정부에서 하는 일이라니 무슨 말입니까."




당황한 프라넨코가 부인하려 하자 엠마겔은 콧웃음을 쳤다.




"이보세요, 프라넨코씨."




"조장이라고 불러주세요."




"그러지요, 조장님. 아무리 숨기려고 해도 당신 말이나 행동에서 군인 냄새가 너무 나요. 아마 정부에서 비밀리에 이번 임무를 맡긴 거겠지. 당신이 정 불편하면 모른 채 할테니 염려마시오."




프라넨코는 이 문제로 엠마겔과 더 언쟁을 해봐야 득될 게 없다고 판단해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엠마겔씨 좋을대로 생각하세요. 그건 그렇고 이렇게 저희를 찾아온 이유는 무엇입니까. 우리 이야기를 어디서 들은 거죠?"




"이렇게 드러내놓고 일을 하면서 숨겨질 거라고 생각한 게 더 어이없군요. 조장님의 이 조직, 이름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업계에서는 이미 소문이 났어요. 그러니까 제가 이렇게 쉽게 찾아온 것 아니겠습니까."




그동안 조심스럽게 움직인다고 했지만 신들의 돌을 찾는다고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대학을 찾아가 수많은 고서적들을 뒤지는 등의 활동으로 미뤄볼 때 이들이 눈치 챈 것은 그리 놀랄 일이 아니었다.




"내가 당신을 찾은 것은 사실 내 목숨이 위태로워질 것 같았기 때문이오."




"목숨이 위태로워진다구요?"




엠마겔은 고개를 끄덕인 후 최근에 자신에게 벌어졌던 일을 담담하게 털어 놓았다.




신들의 돌을 찾기 위해 자신이 살아온 절반 이상의 인생을 바친 엠마겔은 최근 들어 나이 탓인지 직접 현장을 돌아보지 못하고 방 안에서 연구만 하고 있었다.




30여 년을 찾아다니다 보니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과 자주 서신을 주고받으며 정보를 공유하는 것도 일과였다.




그런데 몇 달 전부터 엠마겔과 자주 연락을 주고받던 지인들의 소식이 끊어지기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몸이 불편해 직접 그들을 찾아갈 수는 없었지만 다른 지인으로부터 그들이 감쪽 같이 사라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즈음 들려오는 소식이 프라넨코라는 자가 일단의 무리를 이끌고 신들의 돌을 찾고 있다는 것이었다. 엠마겔은 먼저 프라넨코 무리를 의심했다.




하지만 복수의 지인들로부터 프라넨코 무리들은 신들의 돌을 찾는 과정에서 자신들과 접촉을 하긴 했지만 실종과는 무관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엠마겔은 사라진 3명의 지인들의 공통점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공통점은 쉽게 알 수 있었다. 엠마겔이 자신이 그동안 파헤친 조사결과에 대해 적극 공감하며 몸이 불편한 엠메겔을 대신해 그 일들을 수행하고 있는 자들이었다.




여기까지 이야기를 듣자 프라넨코도 뭔가 심상찮은 일이 벌어진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조사한 바에 따르면 뭔가 실체에 가까이 접근했던 자들은 예외없이 실종되거나 사고사를 당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엠마겔씨가 조사한 결과가 어떤 것이었기에 이런 일이 벌어진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엠마겔은 말을 하다말고 잠시 뜸을 들였다. 어떤 말부터 시작해야 하나 머릿속으로 정리하고 있는 듯 보였다.




"조장님, 저는 신들의 돌 문제에 교황청이 깊숙히 개입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근거를 원하신다면 제가 그동안 연구한 자료를 보시면 됩니다."




교황청이 신들의 돌 문제에 개입돼 있다는 건 프라넨코도 어렴풋이 의심하고 있던 부분이었다. 실존했던 데스피에르토의 역사를 전설로 만들어 역사책에서 지우려는 시도는 교황청과 같은 강력한 권력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간단하게 말씀드리면 우리가 알고 있는 신앙수호전쟁도 사실은 신들의 돌을 지키려는 교황청의 음모가 숨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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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반혁명동맹 결성 24.08.03 10 0 9쪽
63 신들의 돌 24.08.02 11 0 10쪽
» 신들의 돌 24.08.02 11 0 10쪽
61 신들의 돌 24.08.02 8 0 10쪽
60 신들의 돌 24.08.02 10 0 10쪽
59 신들의 돌 24.08.02 9 0 12쪽
58 신들의 돌 24.08.02 12 0 9쪽
57 알크마르의 각성 24.08.01 10 0 11쪽
56 알크마르의 각성 24.08.01 10 0 12쪽
55 알크마르의 각성 24.08.01 9 0 11쪽
54 알크마르의 각성 24.08.01 7 0 9쪽
53 알크마르의 각성 24.08.01 9 0 9쪽
52 알크마르의 각성 24.08.01 6 0 10쪽
51 알크마르의 각성 24.08.01 9 0 11쪽
50 알크마르의 각성 24.08.01 6 0 9쪽
49 알크마르의 각성 24.08.01 5 0 9쪽
48 알크마르의 각성 24.08.01 7 0 10쪽
47 알크마르의 각성 24.08.01 8 0 10쪽
46 교종과 대상 24.07.31 13 0 13쪽
45 교종과 대상 24.07.31 8 0 10쪽
44 교종과 대상 24.07.31 9 0 9쪽
43 교종과 대상 24.07.31 10 0 9쪽
42 교종과 대상 24.07.30 12 0 11쪽
41 교종과 대상 24.07.30 11 0 13쪽
40 교종과 대상 24.07.30 15 0 9쪽
39 교종과 대상 24.07.30 15 0 10쪽
38 로젠테미온 참사 24.07.29 21 0 12쪽
37 로젠테미온 참사 24.07.28 14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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