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나르트 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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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모
작품등록일 :
2024.07.17 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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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2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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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의 돌

DUMMY

'독수리 비상. 전투태세 돌입. 추후 명령 대기.'




제프 프라넨코 대령이 전서구를 통해 수도 벨라시타에서 쿠데타가 성공했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게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




이후 진행 소식을 전혀 듣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 되자 프라넨코의 입술은 바짝 타들어가기 시작했다.




프라넨코는 프란디아 중동부 위글렌주 레이덴 출신으로 아버지 클레보의 뜻에 따라 군에 투신했다.




무역으로 크게 성공한 클레보는 당초 아들이 자신의 가업을 잇기를 바랐지만 유약한 성격으로 상인의 길을 가기 힘들다고 판단해 진로를 수정했다.




중앙군사행정학교를 졸업한 후 군 생활을 시작한 프라넨코는 야전생활이 적성에 맞지 않았다. 원래 조용히 책읽기를 좋아하고 활동적이지 않았기에 대학에서 철학이나 신학을 공부하고 싶었다. 아버지의 바람만 아니었다면 성직자의 길로 들어섰을 그였다.




군 생활에 회의를 느끼고 있을 무렵 스피글리츠의 군개혁이 본격화되면서 중앙 정규군의 확대와 함께 첩보를 다루는 부대가 새로 생겼다.




프라넨코는 슈피온으로 명명된 이 부대에 즉각 지원했고, 첩보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슈피온의 부국장까지 지냈던 프라넨코는 올해 초 동기생인 드라구노프 공작의 부탁을 받고 트란베스트 가펜슈타트로 전출을 신청해 오게 됐다.




야전부대 사령관 직책이었지만 실제 그의 역할은 트란베스트의 상황을 분석해 드라구노프에게 실시간으로 전달하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트란베스트에 대해 왜 특별한 관심을 가지는지 궁금했지만 곧 그 이유를 알게 됐다. 쿠데타를 계획하고 있는 드라구노프가 트란베스트의 장악이 성공의 열쇠이라고 보고 있었다.




드라구노프가 무엇보다 신경쓰는 부분은 '7대 가문'의 행보라는 점을 프라넨코는 잘 알고 있었다. 4만여명의 병력을 보유한 7대 가문이 쿠데타에 반기를 든다면 힘겨운 싸움이 불가피해보였다.




프라넨코는 베르린츠의 유리 베스타노프 중장의 행보도 7대 가문 못지 않게 중요하다고 보고 있었다.




드라구노프는 올해 초 베스타노프 중장에게 밀사를 보내 쿠데타 참여 의사를 넌지시 타진해봤지만 일언지하에 거절당했었다.




베스타노프는 당시 밀사에게 '쓸데없는 짓을 한다면 가만 있지 않을 것'이라는 경고를 드라구노프에게 전해주라고까지 했다.




베스타노프가 왕실에 대한 충성심과 군인으로서의 자부심이 강하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트란베스트 장악에 큰 걸림돌이 될 것은 자명했다.




프라넨코는 이 같은 내용을 서신에 담아 벨라시타의 드라구노프에게 보낸 뒤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프라넨코가 집무실을 서성이고 있을 때 리히터 대위가 벨라시타로부터의 서신을 가지고 들어왔다.




"대령님, 드라구노프 공작 각하의 서신입니다."




"그래, 이리 주게."




프라넨코는 서신을 세심하게 읽어 내려갔다. 현재 수도 벨라시타는 완전히 혁명군의 손에 장악됐으며 제노아 공작이 곧 왕위를 계승할 것이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아직 트란베스트를 포함해 프란디아의 절반 이상이 혁명군의 통제 밖에 있지만 트란베스트를 제외하면 나머지 지역의 통제권 확보는 시간문제라는 것이었다.




서신의 대부분은 향후 트란베스트를 어떻게 점령할 것인지 계획으로 할애돼 있었다.




드라구노프는 먼저 유리 베스타노프 중장을 직위해제하고 트란베스트 수비대 사령관으로 노르트하임 주둔군 부사령관 게르하르트 에슈리히 소장을 선임했다.




인사명령서는 3~4일 안에 베스타노프에게 전달될 것이라고 했다. 새로운 왕으로 즉위할 제노아 공작의 인장이 찍힌 명령서가 하달될 것이었다.




에슈리히 소장은 예하 부대 5000명을 이끌고 베르린츠로 향할 예정인데 아무리 서둘러도 인사명령서 도착 시점과 시간을 맞출 수 없었다.




이에 따라 드라구노프는 프라넨코가 먼저 부대를 이끌고 베르린츠로 가서 명령을 수행하라고 지시했다.




'베스타노프가 불복할 경우 즉시 체포할 것. 부관과 휘하 장수들 역시 불복할 경우 체포할 것. 7대 가문에 각각 전령을 보내 혁명상황을 설명하고 자중할 것을 당부할 것.'




프라넨코는 혹여 빠뜨린 부분이 있는지 다시 한 번 드라구노프의 서신을 찬찬히 읽은 뒤 부관들과 예하 부대 지휘관들을 불러모았다.




프라넨코는 현재까지의 진행상황을 설명하고 가장 중요한 안건인 베스타노프 중장의 신병 확보에 관해 논의하기 시작했다.




"일단 가펜슈타트에 주둔하고 있는 우리 병사 500명을 모두 베르린츠로 이동시킬 것이오. 현재 베르린츠에 있는 사령부 직속 부대원은 약 300명 정도이고 그중 전투병력은 200명 정도로 파악되고 있소. 병력은 우리가 우세하지만 쓸데없는 충돌을 피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오."




프라넨코의 설명이 끝나자 부관 카이 에플링 중령이 부연설명을 했다.




"지금 바로 출발한다면 사흘 후면 도착할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는 거기서 명령서를 송달할 전령을 기다렸다가 그 다음날 새벽 베스타노프의 저택으로 향할 계획입니다."




"그래도 우리의 직속상관인데 예우는 해줘야 하는 것 아닙니까?"




설명을 조용히 듣고 있던 만프레트 알푈러 중령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따졌다.




"알푈러 중령, 아까 설명했듯이 이미 대세는 혁명군쪽으로 기울어졌고 우리의 제안을 거절한 쪽은 베스타노프 사령관이오. 물론 적절한 예우는 할 것이지만 만약 끝까지 반발한다면 체포할 수밖에 없소."




알푈러는 베스타노프 중장을 지근거리에서 모셔봤기 때문에 그의 강직하고 청렴함을 존경하고 있었다. 알푈러는 참군인으로 존경해마지 않는 상관을 체포해야할 상황까지는 제발 가지 않기를 기도했다.




이번에는 아이작 브렌트 중령이 손을 들었다.




"대령님, 얼마 전쯤 비젠도르프 가문의 카를로스 경이 전령을 보내왔던데 서신의 내용이 무엇이었습니까?"




"벨라시타에서 벌어진 혁명에 관해 궁금한 점을 물어본 것이오. 아마 그쪽도 이번 혁명이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 몰라 정보를 모으고 있는 것 같소. 비젠도르프를 비롯한 7대 가문 문제는 일단 급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베르린츠 문제에 집중해야 할 것이오."




프라넨코의 말에 참석자들은 일제히 '예 알겠습니다'라고 힘차게 대답했다.




"자 설명은 여기까지요. 각 지휘관들은 부대원들을 점검하고 신속히 출발하도록 하시오."




프라넨코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각 지휘관들은 군모를 쓰고 문 밖으로 나갔다.




프라넨코는 이번 일의 성패가 시간싸움이라 직감이 들었다. 드라구노프 공작의 혁명에 대해 제국은 물론이고 교황청도 주시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변수가 생기기 전에 임무를 빨리 완수해야 했다.




행군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하루에 70킬로미터씩 가는 강행군이었다. 가펜슈타트에서 베르린츠까지 평야가 펼쳐져 있어서 빠른 속도의 이동이 가능했다.




평균 프란디아 보병의 행군속도가 1일 45킬로미터 수준이었던 것을 감안한다면 프라넨코 군대는 예정보다 이틀 가까이 일찍 베르린츠로 도착할 수 있었다.




마침내 가펜슈타트를 떠난지 사흘째 되던 9월11일 오후 8시 무렵 프라넨코 부대는 베르린츠 어귀에 도착했다. 에테베가 세운 도시 베르린츠는 겉모양만 본다면 수도 벨라시타에 전혀 부족하지 않아 보였다.




프라넨코는 베르린츠성으로부터 5킬로미터 떨어진 지점에 터를 잡고 야영준비를 했다. 병사들이 막 천막을 치며 야영준비를 하고 있을 때 동쪽 지평선 너머로 다섯 기의 말이 깃발을 휘날리며 달려오고 있었다.




어두워서 깃발의 문양이 잘 파악되지 않았지만 이 늦은 시간 달려오는 것으로 볼 때 벨라시타에서 보낸 파발로 보였다.




멀리서 야간경계를 서고 있던 보초병들은 파발을 세운 후 벨라시타로부터의 전령임을 확인하고 프라넨코의 천막으로 안내했다.




이제 모든 준비는 끝났다. 내일 아침 동이 트자마자 베르린츠 성문을 열고 들어가 베스타노프 장군을 체포하면 끝이었다. 프라넨코는 강행군을 잘 버텨줘 감사하다고 지휘관과 병사들을 치하한 후 잠에 들었다.




동이 튼 후 프라넨코의 부대는 완전 무장을 한 후 벨라시타에서 온 파발을 앞세우고 베르린츠 성으로 향했다. 새벽 동이 트면 성문을 열어둬야 하는데 어쩐 일인지 베르린츠 성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프라넨코는 뭔가 잘못돼 있음을 직감했다. 프란디아의 모든 성은 새벽 동이 트면 성문을 열고 해가 완전히 지면 성문을 닫아야 했다.




베르린츠 같은 큰 도시는 무역상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왕래하기 때문에 외적이 침입하지 않는 이상 새벽에 문을 열지 않을 수 없었다.




성문 앞에는 성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 상인들이 웅성거리며 서 있었다. 프라넨코 부대가 성문 앞으로 점점 다가가자 웅성거리던 사람들은 무슨 일이 터지지 않을까 두려워 순식간에 양 옆으로 흩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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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신들의 돌 24.08.02 11 0 10쪽
62 신들의 돌 24.08.02 12 0 10쪽
61 신들의 돌 24.08.02 8 0 10쪽
60 신들의 돌 24.08.02 10 0 10쪽
59 신들의 돌 24.08.02 9 0 12쪽
» 신들의 돌 24.08.02 12 0 9쪽
57 알크마르의 각성 24.08.01 10 0 11쪽
56 알크마르의 각성 24.08.01 10 0 12쪽
55 알크마르의 각성 24.08.01 10 0 11쪽
54 알크마르의 각성 24.08.01 8 0 9쪽
53 알크마르의 각성 24.08.01 9 0 9쪽
52 알크마르의 각성 24.08.01 7 0 10쪽
51 알크마르의 각성 24.08.01 9 0 11쪽
50 알크마르의 각성 24.08.01 6 0 9쪽
49 알크마르의 각성 24.08.01 5 0 9쪽
48 알크마르의 각성 24.08.01 7 0 10쪽
47 알크마르의 각성 24.08.01 8 0 10쪽
46 교종과 대상 24.07.31 13 0 13쪽
45 교종과 대상 24.07.31 8 0 10쪽
44 교종과 대상 24.07.31 9 0 9쪽
43 교종과 대상 24.07.31 10 0 9쪽
42 교종과 대상 24.07.30 12 0 11쪽
41 교종과 대상 24.07.30 11 0 13쪽
40 교종과 대상 24.07.30 15 0 9쪽
39 교종과 대상 24.07.30 16 0 10쪽
38 로젠테미온 참사 24.07.29 21 0 12쪽
37 로젠테미온 참사 24.07.28 14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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