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나르트 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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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모
작품등록일 :
2024.07.17 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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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5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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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1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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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크마르의 각성

DUMMY

다음날 알크마르 일행은 날이 밝자마자 곧바로 황궁 영빈관을 나와 도르돔을 벗어났다. 도르돔 경계를 벗어나자 비로소 알크마르는 숨쉴 여유가 생기는 것 같았다.




알크마르는 블리셋이 분명 순행단의 행보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것이라 생각해 예정대로 순행 일정을 소화하기로 했다.




동쪽으로 2개 도시를 방문한 후 남하해 다시 2개 도시를 들리고 마지막에 로막에 도착, 클라우스와 함께 부르펜산을 넘을 계획이었다.




광활한 올더스 평원을 가로지르는 일정으로 진행된 순행은 순탄치 않았다. 평원에 이어 나타난 두치 사막은 예상 외로 힘든 험로였다.




당초 30일 정도면 4개 도시를 모두 방문하고 로막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두치 사막에서 사막폭풍을 만나 며칠 지연되면서 클라우스와 만나기로 한 약속 날짜를 지키기가 힘들어졌다.




알크마르는 두치 사막 너머에 있는 도시 방문은 취소하고 곧바로 남하하기로 했다. 갑작스런 일정 변화는 분명 블리셋의 의심을 살 수 있었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알크마르 일행이 두치 사막 횡단을 포기하고 곧바로 남하하기 시작하자 뒤따르던 레쿠스는 즉시 전서구를 날렸다.




순행을 통해 많은 신도들과 직접 만나겠다는 포부를 밝힌 만큼 시간이 조금 더 지체되더라도 예정된 도시는 다 방문하는 게 수순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며칠 시간이 지체됐다고 순행일정을 바꾼 것은 뭔가 의심을 사기에 충분했다.




레쿠스의 보고를 받은 블리셋은 곧바로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진행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블리셋은 시종에게 말해 교종의 순행 일정과 레알타르크 지도를 가져오라고 지시했다.




블리셋은 순행 일정과 지도상 도시들을 하나씩 꿰맞춰보기 시작했다. 그러자 곧바로 최남단의 로막이 눈에 띄었다.




블리셋은 주민수가 1000명도 채 되지 않는 작은 도시인 로막이 순행 일정에 끼어있다는 사실에 갑자기 위화감을 느꼈다. 사실 10여 개 도시를 순행하는 일정이었기 때문에 로막이 눈에 띄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일정을 바꿔 뭔가 다급하게 남쪽으로 향한다는 보고를 받자 로막이 눈에 띄었다. 순행으로 들릴 다른 도시들은 모두 인구가 최소 5000명은 넘는다는 점만 보더라도 로막은 뜬금없었다.




그리고 로막 이후에 방문하는 도시 순서들은 마치 헝클어 놓은듯 체계가 없었다. 로막 방문 이후에는 남쪽에서 북쪽으로 올라오는 순서여야 했는데 동선이 뒤죽박죽이었다.




블리셋은 교종 일행이 로막에서 뭔가 일을 벌일 것이라는 직감이 들었다. 로막 방문 이후에는 도시들을 실제 방문하지 않을 것이었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일정을 짰으리라 짐작했다.




뮈덴바흐의 상황과 현재 교종과 사이몬트의 관계 등 모든 요소를 고려해 찬찬히 따져보자 알크마르 일행이 로막을 통해 국경을 넘으려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블리셋은 지체 없이 이 사실을 뮈덴바흐의 사이몬트에게 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사이몬트는 이런 일이 벌어질 것을 염려해 자신에게 알크마르 일행을 감시하라고 했던 게 틀림없었다.




그런데 사이몬트에게 전서구를 통해 이 사실을 알리더라도 시간이 지체될 경우 두 눈을 뻔히 뜨고 알크마르를 놓칠 수 있었다.




블리셋은 사이몬트에게 알림과 동시에 군대를 로막으로 파견해 알크마르 일행의 계획을 무산시켜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부판에게 이 사실을 아뢰어 군대 동원을 부탁해볼까 하다가 이내 마음을 접었다. 건국기념행사 당시를 되새겨 볼 때 부판은 알크마르에게 호의를 가지고 있어 군대 동원에 찬성할 지 미지수였다.




블리셋은 자기가 수족으로 부리는 장수 케마로를 불렀다. 3년 전 억울한 누명을 쓰고 형장의 이슬로 사라질 뻔 했던 케마로는 블리셋 덕분에 누명을 벗을 수 있었다. 이후 케마로는 블리셋을 주인으로 모시며 그의 수족 역할을 자처하고 있었다.




"장군, 하나 부탁할 게 있소이다."




"국승 마마, 부탁이 아니라 명령하시면 됩니다. 무슨 일이십니까."




블리셋은 조심스럽게 알크마르와 관련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뮈덴바흐 교단의 상황을 설명하고 무슨 이유인지 국경을 넘어 탈출하려는 알크마르의 시도를 저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승 마마께서 명하신다면 그대로 행하긴 하겠습니다만 이해가 되지 않는 게 있습니다."




"말해보세요."




"교종 성하께서 교단의 주인이신데 어찌 그 행보를 막으려 하시는 건지..."




"거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블리셋은 솔라멘테교와 아무런 연고가 없는 알크마르가 갑자기 태교종 발라스쿠스의 지명을 받아 2대 교종에 올랐는데 이 과정이 석연치 않다고 했다.




신도들은 모두 차기 교종으로 사이몬트가 될 것을 확신하고 있었는데 그야말로 파격이었다. 신도들은 고령의 발라스쿠스가 어떤 착오를 일으킨게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고도 했다.




"알겠습니다. 더 이상 설명하시지 않으셔도 됩니다. 국승 마마의 명을 받들어 수행하겠습니다."




사실 블리셋의 말은 어폐가 있었다. 태교종 발라스쿠스의 말이 절대적인 솔라멘테교에서 그가 지명한 후계자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부터가 문제였다.




그리고 교단의 주인이 어디를 가든 그것은 교종이 결정할 문제였다. 그런데 아랫사람인 사이몬트와 블리셋이 그것을 왈가왈부할 수 없었다.




"시급을 요하는 일인 만큼 즉시 떠나주세요. 위에는 제가 알아서 설명해놓겠습니다."




"황제 폐하의 윤허 없이 많은 군대를 움직이긴 어려우니 일단 제 휘하의 50명을 대동해서 떠나겠습니다."




"그정도 인원이면 충분할 것 같군요."




케마로는 로막으로 떠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서다 다시 질문을 했다.




"만약 교종 성하 일행이 저항한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국경을 넘어 도주하는 게 맞다면 순순히 잡혀줄 리는 없었다. 그렇다고 교단의 주인을 상대로 칼을 휘두르는 것도 부담이었다.




블리셋은 잠시 고민에 빠졌다. 이 정도 사안이면 사이몬트의 판단이 필요했다.




"교종 성하 일행은 무장하지 않았기 때문에 제압하는 게 어렵지는 않을 것이오. 만약 목숨을 걸고 저항한다면 그때는 장군이 알아서 판단하시오."




블리셋은 속으로 차라리 이번 기회에 알크마르를 제거하는 게 낫다고까지 생각했다. 그렇지만 솔라멘테교의 충실한 신도인 자신의 입으로 교종을 제거하라고 명령할 수 있을 만큼 배포가 크진 않았다.




도무지 스스로 판단할 수 없었던 블리셋은 그 책임을 케마로에게 넘겨버렸다. 케마로가 솔라멘테교에 귀의하긴 했지만 이는 순전히 자신을 도와준 블리셋에 대한 보은 차원이었지 신앙심이 깊지는 않았다.




그런 면에서 교종을 상대하기에는 케마로가 적격이었다.




케마로는 다음날 휘하 병력 50명을 이끌고 출발할 준비를 마쳤다. 군사령부의 허가만 나면 곧바로 남쪽을 향해 떠날 참이었다.




부판은 통일 후 혹시나 있을지 모를 역모에 대비해 군사들의 이동을 철저하게 통제했다. 특히 기병대의 움직임은 곧바로 총사령부로 보고돼야 할 사안이었다.




블리셋은 평소 친분이 있던 레알타르크 총사령관 카메로트를 찾아가 협조를 요청했다. 교종 성하와 관련된 심부름을 하기 위해 기병 50기를 움직일 수 있도록 허가해 달라고 했다.




카메로트는 교단의 일을 처리하는 데 기병이 왜 필요한 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카메로트는 원론적 입장을 내세우며 군사 이동은 쉽지 않다고 완곡히 거절했다.




카메로트는 레알타르크 통일의 주역으로 부판의 선봉장 역할을 톡톡히 해온 맹장이었다. 그는 부판에 절대적인 충성을 바치는 충신으로, 일을 하는 데 있어서 불편부당하고 합리적으로 처리한다는 평가를 받는 장군이었다. 결국 카메로트를 움직이게 하기 위해서는 부판에게 부탁하는 수밖에 없었다.




블리셋은 곧바로 부판을 찾아가 케마로를 로막에 보낼 수 있도록 윤허해달라고 부탁했다. 교종의 국경탈출을 막기 위해 군사를 파견한다고는 차마 말하지 못하고 교종에게 뭔가 긴급하게 전달해야 할 물건이 있다고 했다.




"도대체 어떤 물건이기에 그리 급하게 기마병까지 동원해야 한다는 말입니까?"




부판도 바보가 아닌 이상 블리셋이 알크마르에게 적대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쯤은 눈치채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군사를 동원한다고 하니 부쩍 의심이 커졌다.




부판이 저렇게 물어온 이상 블리셋도 더는 둘러댈 말이 없었다. 사실대로 말하고 부판의 도움을 청하는 수밖에 없었다.




블리셋은 뮈덴바흐의 상황과 현재 교단의 권력 구조 등에 대해 자세히 설명한 뒤 현재 교종으로서는 교단이 제대로 설 수 없다고 강조했다. 현재 뮈덴바흐의 사이몬트는 2대 교종으로부터 자연스러운 양위를 추진하고 있는데 알크마르가 국경을 넘어 도망치려 해서 이를 저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판도 솔라멘테교의 상황을 전혀 모르는 바는 아니었다. 현재 알크마르가 교종의 역할을 하고 있지만 실권은 사이몬트가 쥐고 있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부판은 상인 출신답게 즉각 두뇌회로를 풀가동해 알크마르와 사이몬트 양쪽의 득실을 따져보았다. 사이몬트가 뮈덴바흐를 완전 장악하고 있고 레알타르크 교단 역시 그의 제자 블리셋이 있기 때문에 세력으로는 알크마르가 상대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알크마르는 누가 뭐라고 해도 태교종으로부터 직접 후계자로 지명된 자로 명분과 정통성을 가지고 있었다. 미래를 생각한다면 알크마르를 돕는 게 더 나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부판은 쉽사리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부판 앞에서 블리셋은 똥마려운 강아치저첨 안절부절못하며 결정을 기다리고 있었다.




"국승, 교종 성하 일행이 로막에 대략 언제쯤 도착할 것으로 보입니까?"




"아마 6월20일이면 도착할 것으로 보입니다, 폐하"




도르돔에서 로막까지 기병대가 쉬지않고 달린다면 일주일이면 당도할 수 있는 거리였다. 아직 열흘이나 남았기 때문에 사흘 정도는 더 여유가 있었다.




"국승, 이 문제는 조금 더 고민을 해봐야 할 것 같군요. 아무리 그래도 교종 성하께서 순행 중인데 그걸 함부로 중단시키기에는 정치적 부담이 너무 큽니다. 아직 시간이 좀 더 있는 만큼 교종 성하 일행의 움직임을 좀더 지켜본 후 결정하도록 하겠습니다."




황제의 결정이 내려진 만큼 블리셋도 이를 뒤집을 수는 없었다. 아직 며칠 더 여유가 있는 만큼 그 시간을 활용해 부판을 설득시키는 수밖에 없었다.




부판은 나흘을 더 고민한 후 6월14일 기마대의 추격을 윤허했다. 부판이 촉박하게 낳짜를 정한 것은 이유가 있었다.




현재 실권을 쥐고 있는 사이몬트와 관계를 틀어지지 않아야 했기에 그 부탁은 들어주는 것으로 하되 알크마르가 그들의 손에 떨어지지 않기를 바랐던 것이었다. 알크마르와의 개인적 친분도 약간 작용하긴 했지만 이는 순전히 상인 출신으로서의 감각적인 판단이었다.




지금이야 사이몬트의 세력이 강하지만 어쨌든 정통성 있는 후계자는 알크마르였다. 뭔가 계기만 마련된다면 알크마르가 교?단을 실질적으로 장악할 수도 있었다. 그때를 위한 장기적인 포석이었다.




이 같은 부판의 의도를 눈치 못챌 블리셋도 아니었다. 블리셋은 부판의 윤허가 떨어지자마자 케마로에게 밤낮을 가리지 말고 달려가 무조건 교종의 월경을 저지하라고 명령했다.




이미 만반의 준비를 다하고 있던 케마로는 블리셋의 명령과 함꼐 곧바로 도르돔을 벗어나 남쪽으로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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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신들의 돌 24.08.02 11 0 10쪽
62 신들의 돌 24.08.02 11 0 10쪽
61 신들의 돌 24.08.02 8 0 10쪽
60 신들의 돌 24.08.02 10 0 10쪽
59 신들의 돌 24.08.02 9 0 12쪽
58 신들의 돌 24.08.02 12 0 9쪽
57 알크마르의 각성 24.08.01 10 0 11쪽
» 알크마르의 각성 24.08.01 10 0 12쪽
55 알크마르의 각성 24.08.01 9 0 11쪽
54 알크마르의 각성 24.08.01 7 0 9쪽
53 알크마르의 각성 24.08.01 9 0 9쪽
52 알크마르의 각성 24.08.01 6 0 10쪽
51 알크마르의 각성 24.08.01 9 0 11쪽
50 알크마르의 각성 24.08.01 6 0 9쪽
49 알크마르의 각성 24.08.01 5 0 9쪽
48 알크마르의 각성 24.08.01 7 0 10쪽
47 알크마르의 각성 24.08.01 8 0 10쪽
46 교종과 대상 24.07.31 13 0 13쪽
45 교종과 대상 24.07.31 8 0 10쪽
44 교종과 대상 24.07.31 9 0 9쪽
43 교종과 대상 24.07.31 10 0 9쪽
42 교종과 대상 24.07.30 12 0 11쪽
41 교종과 대상 24.07.30 11 0 13쪽
40 교종과 대상 24.07.30 15 0 9쪽
39 교종과 대상 24.07.30 15 0 10쪽
38 로젠테미온 참사 24.07.29 21 0 12쪽
37 로젠테미온 참사 24.07.28 14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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