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 길드 마스터의 천마재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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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화진명
작품등록일 :
2024.07.22 18:18
최근연재일 :
2024.08.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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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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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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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5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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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끝에서, 끝나지 않다.

DUMMY

중원에 퍼지는 악의에 맞서고자


두 번의 인생을 살며


네 명의 제자를 모아


하나로 강호를 모으고자 하네



품은 그 뜻이 원대할진대


그자가 초록 눈에 갈색 머리칼이라는 것도


그자가 마를 이끄는 천마라는 것도


사소한 흠결조차 되지 못한다네





헌터 길드의 마스터인 카일리스는 전장의 한 가운데에서 눈을 떴다.


흰색이 희끗희끗 보이는 갈색 짧은 머리에 초록 눈, 은색 갑옷을 입은 60세의 노장은 자신의 몸을 가누는 것 조차 힘들어 보였다.


그는 몇번 손을 바닥에 짚어 일어나려다 다시 넘어지기를 반복하더니, 바닥에 비스듬히 꽂혀있던 그의 브로드소드를 붙잡아 간신히 두 발로 서는 데에 성공했다.


몬스터의 피로 뒤덮인 구겨진 갑옷, 주름진 얼굴의 오른 반쪽을 뒤덮은 화상.


그리고 눈에 보이진 않았지만 그는 이미 온몸에 타박상을 입었으며 그의 왼쪽 옆구리와 오른 어깨는 뼈까지 으스려졌다.


그러나 그의 몰골은 그가 놓인 지옥도에 비하면 그나마 나은 편이었다.


왼편을 둘러봐도, 오른편을 둘러봐도, 시체와 불길이 시야를 가로막았다.


그 시체들 중 대부분은 드래곤의 수하인 몬스터들이었으며, 일부는 그의 동료이자 전우들이었다.


병기나 마법에 죽은 시체들은 비교적 형태가 온전했으나, 검은 화염에 닿은 시체들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이 녹아내려 그 살덩이들이 서로 뒤엉켰다.


드래곤이 내뿜은 검은 화염은 시체들이 쓰러진 대지를 불태우고 있었다.


살갗과 피가 타는 죽음의 냄새가 이제는 폐허가 되어버린 드넓은 평원을 빈틈없이 채웠다.


카일리스는 그 가운데서, 대지에 꽂힌 거대한 브로드소드를 왼손으로 붙잡은 채, 당장이라도 쓰러질것 같은 몸뚱아리를 간신히 지탱하고 있었다.



"그아아아-!"


그때 저 멀리서, 드래곤의 포효가 울려퍼졌다.


그러자 시들어가던 카일리스의 눈동자에, 투지가 다시 타오르기 시작했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만 같았던 그는, 어느새 땅에 꽂은 브로드소드를 다시 뽑아 들고는 포효가 들린 방향으로 비틀거리며 뛰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시체와 검은 화염 사이로 크기가 50m는 족히 되는, 검은 비늘로 뒤덮인 드래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와 대치하고 있는 한 무리의 인간들도.


그는 달리기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드래곤의 얼굴로 단번에 뛰어올라 정권을 날리는것은 길드의 S급 헌터인 몽크 리아르.


드래곤의 다리를 노리고 낮은 자세로 검을 들고 뛰어드는 것은 왕국 제 1군의 장군 드니스트.


그들 바로 뒤에서 방패와 검을 들고 진형을 짜 돌진하는 다섯의 무리는 철익 기사단의 잔당.


그 뒤에 서서 주문을 외우며 지원 마법과 공격 마법을 시전하는 프리스트와 매지션은 리아르와 같은 파티의 헌터인 라이라와 케샤.


모두가 카일리스와 오랜 기간 등을 맞대어 함께 싸웠던 전우이자 동료들이었다.


생존자들과 드래곤의 싸움터는 카일리스와는 아직 거리가 좀 있었다.


카일리스가 생존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다리에 더욱 힘을 실어 달려가려던 찰나-



"카아아아앗!!"


이전의 포효와는 명백히 다른, 살의를 담은 포효.


마나를 실은 드래곤의 울부짖음이, 생존자들과 카일리스를 일순간 기절시켰다.


"...스턴 ...크라이인가...!"


카일리스가 고개를 흔들어 간신히 정신을 되찾았다.


그가 말했던 것처럼, 방금 그 드래곤의 포효는 주위의 생명체들을 일순간 스턴 상태에 빠지게하는 드래곤 고유의 스킬이었다.


카일리스가 다시 고개를 들자, 생존자들의 움직임이 그대로 멈춘 것을 볼 수 있었다.


몇몇은 그대로 기절하여 땅바닥에 쓰러졌고, 몇몇은 버텨서 기절까지는 하지 않았으나 몸을 가누지 못하고 그대로 무릎 꿇거나 무기에 기대어 간신히 서있을 뿐이었다.


멀리서 스턴 크라이를 들은 카일리스는 벌써 그럭저럭 회복했으나, 가까이서 정통으로 노출된 생존자들은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리고 카일리스가 다시 드래곤으로 시선을 돌린 찰나, 그는 드래곤의 입 안 깊숙한 곳에 검은 화염이 모이는 것을 보았다.



"제기랄!"


그는 얼마 남지 않은 마나를 쥐어짜 그의 다리에 강화 마법을 걸고, 미친듯이 뛰기 시작했다.


왼손에 잡은 브로드 소드가 땅에 끌리며 카각카각하는 마찰음을 내었다.


전장을 뒤덮은 이 검은 화염은 모두 저 가증스러운 드래곤이 뿜어댄 것이었다.


생존자들이 아무런 행동도 하지 못하는 지금, 만약 그들이 드래곤이 내뿜는 브레스에 맞으면 전장의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흔적도 없이 녹아내릴 것이다.


'구해야 한다, 늦기 전에...!'


카일리스가 드래곤을 향해 달려가면서, 그의 머리 속에는 지금 상황을 파훼할 방법이 딱 한가지 떠올랐다.


급하게 떠올린 것 치고는 꽤 괜찮은 방법이었다. 잘하면 드래곤도 처치할 수 있을 것이다.



단지, 카일리스 자신이 확실하게 죽는다는 사소한 단점이 있었다.



그 '사소한 단점'에 대해 생각할 틈도 없이, 카일리스는 드래곤의 바로 아래 도착해서 위를 올려다 보았다.


드래곤은 카일리스가 그의 바로 아래 서있는 지금도 그의 존재를 알아채지 못했다.


그 이유는 첫째가 눈 앞의 생존자들과의 전투에 정신이 팔려서, 둘째로 왼쪽 눈에 화살이 박혀 마침 그쪽으로 뛰어든 카일리스를 볼 수 없었기 때문에.


올려다보는 카일리스의 위에, 브레스를 모으는 용의 입과 그 아래의 턱이 훤히 보였다.


카일리스는 다시 한번 마나 하트를 쥐어 짜내어 다리에 마지막으로 강화마법을 걸었다.


그리고 전력으로 두 발로 대지를 박차 드래곤의 턱을 향해 뛰어올랐다.


검은 화염은 드래곤의 목구멍에서 마치 태양과도 같이 붉게, 그러나 불길하게 검은색으로 타오르기 시작했다.


곧이어 드래곤이 입을 활짝 벌렸고, 검은 화염이 곧 내뿜어질 찰나였다.


'늦지 않기를!'


바로 그때, 용의 턱까지 도약한 카일리스는 박살난 오른팔까지 억지로 들어 브로드 소드를 양손으로 잡고는, 그걸 수직으로 세워서 그대로 드래곤의 턱에 찔러넣었다.



카일리스가 잡은 검에 박히는 느낌이 두번 왔다.


한번은 드래곤의 턱을 꿰뚫고 나서, 한번은 드래곤의 입천장에 브로드소드가 꽂히고 나서.


곧이어 출구가 막혀 갈곳을 잃은 화염이, 드래곤의 입 안에서 폭발했다.


거센 염풍(炎風)이 카일리스의 전신을 삼켰다.


아마 그의 시체는 바닥에 닿기도 전에 재가 되어 사라지리라.


그 짧은 찰나, 카일리스는 짧게 중얼거리며 실소했다.


"여기까지인가."



-----------------



그렇게 내 육체는 타버려 재가 되었으며, 나는 지금 끝없는 어둠 속으로 가라앉고 있다.


희미해져가는 의식 속에서 내 삶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그래, 죽기 전에 한번 내가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어디보자...




내 이름은 카일리스.


왕국 변방의 작은 마을에서 지주에게 밭을 빌려 경작을 하며 근근히 살아가는, 그런 평범한 소작농 집안의 세 번째 자식.


한번이라도 식사 때 배불리 먹어본 기억이 없었으며, 그래서 늘 형제들과 마을 주변을 쏘다니며 먹을만한 풀과 버섯을 찾아 헤맸다.


그래도 가난하지만 좋은 부모님, 활기찬 형제들, 서로 어려운 것을 알았기에 늘 돕고 살았던 이웃들.


굳이 따지자면, 내 유년기의 삶은 행복한 편이었다.


그러나 내가 12살이 되던 해, 왕국 전체에 심각한 가뭄이 덮쳤다.


우리 마을, 우리 집도 예외는 아니었으며, 하루 두 끼는 커녕 한 끼조차 제대로 먹지 못하는 나날이 계속되었다.


그때 마침 마을 게시판에 왕국의 공고문이 하나 새로 붙었다.


11살부터 40세까지 남성들 중에서 왕국군에 입대할 병사를 모집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입을 하나라도 줄이기 위해, 조금이라도 가족들이 덜 굶게 하기 위해 부모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군에 지원했다.


그렇게 12살의 겨울, 나는 왕국군에 입대하여 말단에서부터 군생활을 시작했다.


아무것도 없는 12살 꼬마가 군에 들어갔으니 그 생활이 평탄할리 없었다.


그럼에도 나는 이악물고 훈련을, 선임들의 가혹행위를, 고된 잡무를 버티고 버텼다.


그렇게 버틴지 3년이 되었을 때, 나는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빠르게 강해지고 있는 것을 눈치챘다.


입대 동기들은 물론, 선임들 중에서도 나를 이길 수 있는 사람이 부대 내에 없었다.


내 성장을 눈여겨본 부대장의 눈에 들어 나는 어린 나이에 전장에 나서게 되었다.


살아남기 위해 무거운 검을 움켜잡고 베고, 베고, 또 베면서 진급을 거듭했다.


그렇게 삼십 후반이 되었을 때, 사람들은 나를 두고 말했다.


어쩌면 왕국군에 최연소 장군이 탄생할지도 모른다고.


그러다가 우연찮게 어떤 공작가의 자제에게 검술을 가르칠 기회가 생겼다.


그리고 난 거기서 깨닫고 말았다. 내 재능의 한계를.


세상에는 그를 비롯한 수많은 천재가 있었지만, 나는 천재가 아니었다.


그대로 나는 군을 은퇴했다.


물론,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한 가지 재주로 벽을 넘을 수 없다면 수십 수백 가지의 재주를 익히리라.


그렇게 다짐하고 나는 40의 나이에 헌터의 길에 들어섰다.


길드의 의뢰는 종류가 다양했다. 다양해도 너무 다양했다.


나무를 해와달라는 마을 심부름꾼한테나 할법한 사소한 의뢰부터


도시로 진군하는 몬스터의 대군을 막아달라는, 수많은 이의 생명이 달린 의뢰까지.


나는 그 모든 의뢰들을 수락하고 해냈으며, 그 와중에 시간이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 가능한 모든 기술과 학문을 익혔다.


몬스터학, 약학, 생태학, 궁술, 기마술, 마도학, 치유마법, 연금술, 대장술, 격투기...


양손으로 다 셀 수 없을만큼 다양한 분야를 배우고 또 수련했다.


그렇게 헌터 일과 수행을 반복하던 16년.


나는 헌터 길드에서도 내 가치를 인정받아, 차기 길드장을 정하는 길드원들의 투표에서 과반수의 지지로 헌터 길드의 마스터가 되었다.


그렇게 4년 간 나는 헌터 길드를 별탈 없이 관리해왔다.


현장에서도 멀어졌고, 몸도 나이가 들어서인지 예전 같지 않았다.


1년만 더 하면 길드 마스터의 임기가 끝날 것이니, 연임은 거절하고 은퇴해서 고향 땅으로 내려가리라.


부모님의 묘에도 다녀오고, 일가를 이루어 살고 있는 형제들의 옆에 집을 짓고 살며 가끔 그들의 일이나 도와주며, 은퇴 생활을 즐길 것이다.


그런 내 평화로운 노후 계획은, 왕국에 검은 재앙이 강림하면서 모두 헛된 꿈이 되어버렸다.


검은 드래곤. 이전까지 한번도 발견되지 않았던 색의 개체.


그 드래곤은 검은 화염을 내뿜어 자신이 가는 모든 길에 있는 생명체를 태웠으며, 미처 다 타지 않은 것들은 언데드로 되살려 자신의 수하로 부렸다.


그렇게 드래곤이 이끄는 죽음의 행진은 정확하게 왕국의 수도를 향하고 있었다.


이를 막아서기 위해 헌터 길드와 왕국군의 연합 토벌대가 편성되었고, 이 평원에서 드래곤의 군세와 맞닥뜨려 최후의 전투를 벌였다.


그리고 그 전투에서, 나 전직 군인이자 헌터 길드의 마스터 카일리스는, 방금 검은 드래곤과 같이 동귀어진하며, 굴곡 많았던 60년 간의 인생을 끝마치게 된것이다-.


...


......


뭐야.


왜 아직도 안끝나 이거?


죽기 직전에 스쳐가는 주마등치고는 너무 긴데.


천사들이 게으름을 피우느라 내 영혼을 거두어가는 게 늦어지는 건가?


이상한걸, 분명 나는 죽었는데.


지금도 내 온몸을 삼켰던 검은 화염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으며, 육체에선 어떠한 감각도 느껴지지 않는다.


아니, 애초에 육체가 있긴 한가?


하지만 이 의식만은, 오히려 죽기 직전보다 더 또렷해지며 지금 내가 처한 이 상황을 이해하려고 애쓰고 있었다.


'이런 상황은 처음인데.'


당황스럽기 짝이 없는 상황이었다.


'죽은 거 아닌가?'


"그래."


갑자기, 내 사고 속으로 누군가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아직 죽지는 않았단다 아해야.


기다리거라, 금방 새 육신에 네 혼을 넣어줄 것이니."


맑고 단아하면서도 진중한 목소리.


그 목소리가 끝나자마자, 갑자기 어둠이 걷히며 시야가 빛으로 가득찬다-


작가의말

첫화이니만큼 뭐라도 적고 싶은데, 마땅히 떠오르는 말이 없네요.


그저 잘 부탁드릴 뿐입니다.


-----------------------------------


해당 회차는 8/19일 자로 리뉴얼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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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승전보, 그 후에. 24.08.22 36 0 12쪽
6 화작참연검(花斬斫連劍) 24.08.21 39 1 14쪽
5 요수사냥 24.08.16 57 0 10쪽
4 마법 혹은 무공 24.08.14 67 0 12쪽
3 임기응변 24.08.10 77 1 13쪽
2 마존강림 24.08.07 85 1 12쪽
» 끝에서, 끝나지 않다. 24.08.05 149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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