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 길드 마스터의 천마재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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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화진명
작품등록일 :
2024.07.22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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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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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0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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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응변

DUMMY

나는 앞서가는 노인과 중년의 남성을 따라 공동의 더 깊숙한 곳으로 나아갔다.


5분정도 걸었을 떄 동굴의 벽에 도착했다.


벽에는 두 사람이 나란히 걸어갈 정도의 통로가 대 여섯개 뚫려있었다.


노인과 사내는 그 중 맨 오른쪽의 통로로 들어갔다.


일단 나도 그들을 따라 들어간다.


통로 안은 공동과 마찬가지로 음습했으며, 벽에 걸린 횃불들이 가끔 어디선가 불어오는 바람에 일렁이면 그림자들은 그에 맞추어 기괴하게 일그러졌다.


앞서가는 두 사람을 따라 걸으며 나는 생각을 정리했다.


'천마, 장로, 우호법, 교(敎), 교인, 교의 부흥...'


일단 교나 교인이야 종교를 말하는 것일테고.


장로도 대충 나이 많은 원로들을 지칭하는 단어일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알고 있을 리가 없는, 한번도 들어본적 없던 마교와 천마라는 단어가 무슨 뜻인지 갑자기 생각났다는 것이다.


마교. 본래 이름은 현백교.


신강 땅에 자리하던 종교로, 여러 이유로 중원을 떠난 이들을 받아들여 세를 불리던 종교였다.


인접한 청해의 곤륜파와 가끔 충돌하기는 했으나, 큰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았다.


그러나 어느날 천마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현백교는 완전히 변모하게 된다.


천마. 마교의 절대자.


현백교의 교주를 죽이고 자기 수하를 그 자리에 앉혀, 교를 완전히 장악한다.


최근 몇 년간 마교를 이끌고 전쟁을 일으켜 중원에 피바람을 불러일으킨, 천살성의 마인.


...분명 내가 배웠던 적 없는 지식들이 막힘없이 떠오른다.


'그자가 머리속에 집어넣었다는 지식이, 이런 정보를 뜻하는건가?'


...좋아. 내가 여기서 깨어나기 전에 만났던 미지의 인물과 그에게 겪었던 기이한 일들에 대해 고민하는 것은, 일단 나중으로 미뤄야겠다.


지금 중요한 것은 이곳이 어디며 눈 앞의 이들은 누구고 내가 어떤 상황인지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다.


마침 천마와 마교에 대해 알게 되었으니, 이걸 바탕으로 차분하게 내가 겪은 일들을 되짚어보자.


나는 무슨 의식같은 것을 치루는 제단 위에서 눈을 떴다.


주위를 둘러싼 피의 마법진을 고려해보면, 아마 그리 긍정적인 의식은 아닐 것이다.


내가 일어나서 눈을 뜨자, 저들은 마존강림을 외치며 연신 머리를 박았고,


곧이어 나와 마주친 저 우호법이라 불린 남성과 장로가 나를 두고 천마라 칭했다.


정확히는, 노인이 말하기는 내가 하늘에서 새로운 육신으로 부활한 천마라 했다.


'어, 그러니까...'


이 사실들로부터 유추해보자면...


저들은 마교이며, 천마를 부활시키는 의식을 행하고 있었을 것이다.


아마 천마가 죽었건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건 해서 그를 대체할 인물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 의식의 도중에, 내가 제단에서 나타났고,


'저들은 내가 지금 자기들 의식에 소환된 천마라고 착각하게 됐지.'


그러니까 내가, 전쟁을 일으키며 수많은 사람을 죽이고 다닌 사이비교의 수장으로 오해받고 있다는 거 아닌가.


'...엿된거 같은데.'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는 좁은 동굴을 따라 10분 정도 걸었다.


그렇게 걷다가 통로의 끝에 도달해, 작은 나무 문을 열고 넓은 방 안으로 들어섰다.


동굴의 다른 곳과는 다르게, 바닥, 천장, 벽면이 제대로 마감이 되어 있는 그런대로 멀쩡한 침실이었다.


침대나 의자 등의 가구는 나름 신경을 쓴 것인지 화려한 장식이 새겨져 있었으나, 동굴의 습기를 머금은 탓인지 목재가 조금씩 휘어있거나 칠이 벗겨져 있는 등 전반적으로 관리가 되지 않아 보는이에게 그리 호화로운 느낌을 주지는 못했다.


"이곳이 천마님께서 지내실 침실입니다.


누추한 곳에 모시게 되어 송구할 따름이옵니다."


노찬 장로는 죄송해 어쩔 줄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반면 상철호란 자는 처음 만난 순간부터 지금까지 무표정을 유지하여 감정을 읽어내기 어려웠다.


"여기, 앉으시길."


상철호는 의자를 앉기 좋게 탁자에서 뒤로 빼 내 쪽으로 가져왔다.


일단 나는 순순히 의자에 앉았다.


내가 앉자, 노찬은 얼른 뒤로 몇 발자국 물러나 오른 무릎을 바닥에 대고 앉아 고개를 숙였다.


'마치 왕을 알현하기라도 한 것처럼 구는군.'


반면 상철호는 뒤로 물러나기만 할뿐 더 이상 예를 차리지 않았다.


"우호법."


그를 보고 장로가 엄한 표정으로 꾸짖자, 상철호는 눈을 감고 노찬을 따라 오른 무릎을 바닥에 대었다.


"다시 한번, 이곳에 다시 강림하신 마존을 교의 사(四)장로 노찬이 뵙사옵니다."


"우호법 상철호가 뵙습니다."


두 사람이 다시 인사를 한 뒤, 노찬 장로가 말을 이었다.


"지체할 필요없이 바로 지금부터 천마님과 교의 미래를 논하는 것이 마땅할 것이옵니다만,


아직 천마님께서 부활하신지 얼마 되지 않아 이곳에 익숙지 않으실지 우려되오니,


이에 노부가 감히 천하의 불충을 무릅쓰고 감히 천마님께 한가지 여쭙고자 하오니, 부디 용서해 주시옵소서."


노 장로는 잠깐 뜸을 들였다.


"혹시, 천마님의 오체, 정신... 어딘가 불편하다 느끼시는 점은 없사옵니까? 의식을 통해 천마님을 부활시키는 것은 전례가 없었기에, 혹여 그 과정에서 천마님께 해를 끼치지 않았을까 걱정되옵니다."


'올 것이 왔군.'


이제 이들에게 나를 어떻게 소개할지, 어떻게 행동할지 결정해야 할 때였다.


일단...


정말로, 정말로 믿기 힘든, 그리고 믿기 싫은 이야기지만,


저들이 정말로 마교도라면 이곳은 아마 중원이라는 곳이 맞을 것이다.


정확히는 중원에 붙어있는 신강이라는 지역.


그리고 중원이니 신강이니 하는 이름을 내가 알고 있는 이유는 그 이상한 자가 내 머리속에 이 땅에 관한 온갖 지식들을 우겨넣었기 때문이다.


그 전까지는 60년을 살면서 중원이고 신강이고 가본적은 물론, 듣거나 읽어본 적도 없는 완전히 낯선 지명이다.


아마 그자가 나를 전이시켜서, 나는 원래 살던 세상과는 완전히 단절된 세계, 혹은 차원같은 데에 떨어진 것이겠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어이가 없는 상황이네.'


비현실적인 추론이지만 그 외에는 달리 이 상황을 설명할 방법이 없다.


'좋아, 일단 이 건은 그렇게 결론짓고 나중에 다시 생각해보던지 하자고.'


그렇게 결론을 내린 나는 눈 앞에 무릎꿇고 있는 장로와 우호법을 보았다.


그들은 한쪽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인채, 내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제 내가 처한 상황을 이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할까?'


[저는 이곳과 전혀 다른 차원에서 온 사람이며, 정체 모를 존재가 제 머리 속에 이 세계와 관련된 온갖 지식을 강제로 주입시키고는 여기다 던져놨습니다.


마교 여러분의 천마 부활 의식에 제가 나타난 것은 순전히 우연입니다.


그러니 저는 그만 가보겠습니다. 마교 여러분 안녕히 계세요.]


'...좀 아닌 거 같지?'


솔직하게 말해봐야 미친놈 취급당할 거 같다.


그냥 미친놈 취급만 당하고 쫓겨나기만 하면 다행인데, 의식이 실패한걸 다른 교인들에게 숨기기 위해 나를 살인멸구(殺人滅口)하려 들 수도 있겠다.


...나는 살인멸구라는 표현은 또 어떻게 알고 있는거지?


하여튼 연달아 겪는 비현실적인 상황, 자꾸 머리 한구석에서 갑자기 튀어 나오는 내 것이 아닌 이계의 지식들.


사고 능력의 한계에 달했다. 이래서는 제대로 생각할 수도 없다.


내가 이 세계에 대해서 알고 있는 건 단편적인 지식들 뿐이니 그럴듯한 이야기를 지어내서 둘러댈 수도 없고...


모르겠다. 방법이 없다. 임기응변으로 가는 수 밖에.


"그, 정말로 죄송한 말씀입니다만,"


노 장로와 상철호가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았다.


"제가 누구고, 여기가 어디인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최대한 침착하게, 거짓말을 하는 티를 내서는 안된다.


"아무래도 저는 기억을 잃은 것 같습니다. 혹시 도와주실 수 있으신가요?"




내 대답을 들은 노 장로와 상철호는 입을 헤 벌린 채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그... 그렇사옵니까."


간신히 정신을 되찾은 노 장로가 반문했다.


"그럴 수 있겠지요, 충분히 가능한 일이옵니다.


인외천의 존재가 지상에 강림하는 것 자체가 대사(大事)일진대 그 과정에서 약간의 사고가 있을 수 있겠지요.


마존께서는 걱정하실 필요 없사옵니다."


노 장로는 그렇게 말한 후에 상철호에게 손짓해 그를 나와 떨어진 방 한구석으로 불렀다.


'일단 넘어갔나...?'


둘은 곧 귓속말로 대화를 나누었다.


'...다 들린다, 이것들아.'


나는 최대한 순진무구한 척 연기를 하면서 그들의 대화에 귀를 기울였다.


"...아무래도 의식이 불완전한 탓에 천마님께서 기억을 잃으신것 같소..."


"...애초에 천마가 아닐 가능성이..."


"갈!"


노 장로가 화를 내다가 내 쪽을 보고 얼른 다시 목소리를 낮추었다.


"...교의 경전에 적힌대로 정확하게 행한 의식이오. 지금 교의 경전의 권위를 의심하는 것이오?..."


잠깐의 침묵.


"...아닙니다. 제가 감히 어찌 그러겠습니까..."


"...발언을 조심하시게..."


노 장로는 다시 이쪽을 슬쩍 보았다.


"...교인된 자로서 천마님께서 본분을 다시 깨달으시고 교의 정점에 서실 때까지 마땅히 보필하고 지켜드려야 할걸세..."


"...알겠습니다..."


상철호의 표정은 전혀 납득한 표정이 아니지만, 일단 대답은 그렇게 했다.


'휴...'


아까 상철호와 노 장로가 제단 앞에서 이야기할 때,


의식의 부작용으로 내가 기억을 잃었을 가능성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을 듣고 약간의 도박을 걸었다.


둘의 대화를 들어보니 고비는 넘긴 것 같다.


'상철호란 자는 아직 나를 의심하고 있지만, 적어도 노 장로는 아직 나를 천마라고 믿고 있다.'


그러니 당장 저들이 나를 공격해올 확률은 낮을 것이다.


둘은 대화를 마치고 다시 내 앞으로 와 무릎 꿇었다.


"마존이시여."


먼저 노 장로가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저희가 미력한 탓에 의식이 완전하지 못해 천마님의 정기가 상하여 잠시 스스로를 망각하신 것 같사옵니다.


허나 걱정하실 필요 없사옵니다. 교인들이 천마님을 극진히 모실 것이니, 곧 회복하시고 자아를 되찾으실 것이옵니다.


아무 걱정 마시고 노부를 믿으시옵소서."


"제가 그, 천마...? 라구요?


되게 무서운 사람 아닌가요? 그럴리가..."


"천마님."


갑자기 노 장로가 이전과 다른 낮은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예?"


"교인들에게 말을 높이시면 안됩니다."


"그래도, 저보다 연배가 한참 높으신..."


"안됩니다."


노 장로가 고개를 들고 나를 바라보았다.


"마존이시여.


천마님의 위에는 아무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는 장로의 눈동자에 광기와 광신이 이글거리기 시작했다.


"천마신교의 가장 높으신 분이며, 천하 무림에 누구도 견줄 수 없는 일존(一尊)이시며, 삼라만상의 패자(覇者)이신 천마님께서, 어찌 다른 이에게 존대를 하실 수 있겠습니까?


천마는 모든 것을 오만하게 내려보는 존재입니다."


어투가 점점 격앙되며 눈을 부릅뜨는 모양새가 정상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알겠...다."


"...노부의 실언을 천마께서는 용서해주시옵소서."


노 장로의 상태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그렇군.'


마지막 퍼즐조각이 맞춰졌다.


아무리 경전에 적힌 의식이래도, 제단에 전혀 다른 생김새의, 심지어 인종도 다른 갈색 머리에 초록색 눈동자를 가진 장년의 사내가 나타났는데,


아무 의심도 없이 나를 새 육체로 부활한 천마라고 믿어버리는 것은 이상했다.


'이 장로라는 자,제정신이 아니었군.'


천마를 향한 맹신에 눈이 멀어서든, 단순히 노망이 나서든 노찬 장로의 사고 방식은 적어도 천마에 관해서는 상당히 뒤틀려 보였다.


상철호는 감히 장로의 결정에 토를 달지 못하기에 억지로 따르는 듯 했고.


"여기서 쉬고 계시면,'


노 장로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제가 천마님을 모실 준비를 마치고 다시 배알하겠사옵니다.


우호법."


"예."


"내가 없는 동안 천마님을 잘 모시도록."


"존명."


노 장로는 그리 말하고 내게 뒤를 보이지 않은 채 뒷걸음질 치며 방에서 나갔다.


덜컥, 문이 닫히고 넓고 휑한 침실 안에, 나와 상철호 두 사람만이 남았다.


휴.


'일단 한숨 돌...'


상철호는 예의 관찰하는 눈빛으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다.


'...리진 않은 것 같군.'


이제는 마교의 우호법을 설득시킬 차례다.


작가의말

해당 회차는 8/19에 리뉴얼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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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화작참연검(花斬斫連劍) 24.08.21 39 1 14쪽
5 요수사냥 24.08.16 57 0 10쪽
4 마법 혹은 무공 24.08.14 67 0 12쪽
» 임기응변 24.08.10 77 1 13쪽
2 마존강림 24.08.07 84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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