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 길드 마스터의 천마재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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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화진명
작품등록일 :
2024.07.22 18:18
최근연재일 :
2024.08.26 00:00
연재수 :
1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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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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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6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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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요수사냥

DUMMY

나무 꼭대기들을 밟아 달려나가며, 마을과의 거리를 순식간에 좁혀나간다.


마을과의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그 참상이 더욱 또렷하게 보인다.


동시에 흥분했던 마음도 차분하다 못해 냉철하게 가라앉는다.


주민이 200여 명은 넘을까 싶은 작고 평범한 시골 마을.


가난한 사람들이 사는 모양새는 다 비슷한 것인지 나무와 짚으로 지은, 내 어렸을 적 고향을 떠오르게 하는 집들이었다.


그 중 3분의 1은 되는 민가가, 불에 타고 있다.


"불꽃이 파랗다고...?"


일반적인 화재와 다른 것은 나무벽과 지푸라기 지붕들을 태우고 있는 것이, 푸른 화염이라는 점이다.


푸른 화염은 모든 것을 태울 듯한 기세로, 일반적인 화염보다도 빠르게 또 더 격렬하게 집에서 집으로 번져가고 있었다.


그렇게 마을을 청염(靑炎)이 유린하는 현장의 한 가운데에, 주변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집채만한 바위가 마을 한가운데에 박혀있었다.


거석은 이제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만큼 뭉게진 건물들을 짓밟고 마을의 중심에 우뚝 서서 그 존재감을 발산하고 있었다.


'부자연스럽군.'


바위를 보고 그런 의문을 품을 무렵, 짐승의 포효소리가 고막을 강타했다.


"키야아악!"


소리가 난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여우계 몬스터인가!'


사람 키보다 두배는 되는 덩치, 붉은 빛이 감도는 노란 털, 여우의 얼굴에서 주둥이를 앞으로 늘리고 눈매를 옆으로 잡아 찢어 몇 배는 흉포해진 생김새,


그리고 무엇보다 시선을 끄는 살랑이는 다섯 개의 거대한 꼬리.


'오(五)미호다.'


역시 전혀 본적 없는 몬스터임에도 머리 속에서 몬스터의 이름이 바로 튀어나온다.


이쯤되니,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자동적으로 의미를 알려주는 사전을 머리 속에 넣고 다니는 느낌이다.


'여우에게 영기가 깃들면 호리정(狐狸精)이 되고,


사람을 죽여 그 정기를 흡수하면 요력이 강해지면서 꼬리가 점점 늘어가고,


완전히 자라 9개의 꼬리를 다는 데 성공한 구(九)미호는, 절세 고수가 아니면 감히 접근할 수조차 없는 전설 속의 영물로 진화하게 된다, 라.'


마치 사전을 읽는 듯 갑자기 떠오른 눈 앞의 몬스터에 대한 지식을 정리한다.


'꼬리가 다섯 개면 딱 절반 정도 자란 건가.'


오미호는 눈 앞의 인간들을 노려보며 몸을 한껏 낮춰 언제든 이들을 덮칠 듯 으르렁거렸다.


여우가 눈 앞의 먹잇감에게 살기를 뿜어내니 그 기세는 어떤 사나운 맹수라도 놀라 달아나게 할 것이다.


오미호의 희생양이 될 자들은, 검을 들고 벌벌 떨며 구미호와 대치하고 있는 5명의 사람이다.


상의, 하의, 아대, 신발등 몸에 걸친 의복은 모두 검은 색이었으며, 심지어 얼굴마저도 눈을 제외한 나머지를 검은 마스크로 가리고 있었다.


"저들이 장로가 말한 무력대인가."


아까 의식에 참여하던 교인들의 옷도 그렇고, 마교는 검은색을 좋아하나보다.


어쨌건, 검을 쥐고 구미호와 맞서는 5명의 뒤에는, 그 세 배나 되는 검은 옷의 사람들이 무릎 꿇고 있거나, 의식을 잃고 중태에 빠졌거나, 생명을 잃고 바닥에 쓰러져있었다.


아직 쓰러지지 않은 5명도 겁에 질려 손을 벌벌 떨거나 주춤주춤 뒷걸음질 치는 실정이었다.


'생각보다 위급한 상황이군.'


원래 계획은 적당히 거리를 두고 몬스터에게 들키지 않게 관찰하면서 부상자들이나 구하는 것이었는데...


'어쩔 수 없지.'


내가 직접 개입해야 저들이 살 수 있을 것 같다.


팍, 후웅!


두 다리로 땅을 힘껏 박차고 하늘로 도약하여,


탁.


오미호와 5명의 마교인이 대치하는 한 가운데에, 사뿐히 내려앉았다.


"캥?"


"엇...?"


오미호도, 검을 든 5명도, 갑자기 하늘에서 내려온 나를 보고 적잖이 당황한 눈치였다.


그대로 몸을 돌려 오미호와 마주선다.


"요수는 내가 맡겠다. 어서 생존자를 챙겨 마을 밖으로 빠져나가."


"그, 누구, 신지...?"


"조력자. 얼른!"


그들은 나의 외침에 움찔하더니 그대로 칼을 집어넣고 뒤에 쓰러져있는 동료들을 향해 달려갔다.


"아."


생각해보니, 지금 무기로 쓸만한 게 아무것도 없다.


"그렇다면..."


쓰러진 교인들의 시체들 사이에서 그들이 썼던 검 한 자루를 줍는다.


주운 검을 살펴본다. 철의 질이 살짝 떨어지는 그다지 좋지 않은 검이다.


다행인 것은 부러지거나 이가 나가거나 한 흔적은 없다.


"어쩔 수 없지."


그대로 몸을 돌려 검을 양손으로 잡고 자세를 취한다.


오미호는 낮게 그르렁 거리며 아직도 낮은 자세를 유지하며 이쪽을 경계하고 있다.


관찰하는 듯 나를 이리저리 살피는 눈동자를 보아하니, 당분간은 덤비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 여우 수인들도 그렇고 몬스터들도 그렇고 여우 닮은 것들은 하나같이 의심이 많아 늘 신중했지.'


여우를 닮은 울음소리, 의심많은 성격.


오미호는 생각보다 여우의 습성을 많이 가지고 있는 듯 하다.


'으음... 이대로 계속 대치 상태를 유지하는 것도 괜찮지 않나?'


지금 두 명이 나를 뒤쫓아오고 있을테니, 시간만 좀 벌다보면 둘이 합류할 것이고


그때 그들과 힘을 합쳐 오미호를 처리하면 되긴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 상태가 영 별로라서 말이야.'


여기까지 달려오면서 내 몸이 어떤지 대충 확인해 보았는데, 생각보다 상태가 좋지 않았다.


마나 하트가 작아진 것은 물론이고, 근력, 지구력 등 전투에 필요한 신체능력 전반이 정상일 때보다 한참 저하되어 있다.


'그런데 또 묘하게 에너지가 넘치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이상하네.'


하여튼, 대충 오미호를 관찰해본 결과,


몸이 만전의 상태였다면 혼자서 사냥하고도 남을 정도의 몬스터지만,


지금으로서는 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저 녀석이 나를 계속 경계해준다면 좋을텐데...'


그렇게 생각하며 검을 더 꽉 움켜쥔다.


그때, 오미호가 슬금 슬금 뒤로 물러서기 시작한다.


'오?'


설마 이대로 겁먹고 후퇴하는 건가?


'그럼 더 좋지. 나중에 도망간 놈을 다시 찾는 것은 좀 귀찮은 일이 되겠지만,


지금 여기서 리스크를 감수하고 싸울 필요는 없지.'


구미호의 뒷걸음질이 빨라짐에 따라 저녀석과 나의 거리도 점점 벌어진다.


"그래... 그대로 가라고..."


대충 그 거리가 30m가 넘었을까.


나는 안심하고 자세를 풀려고 했다.


그때, 먼 거리지만 나는 분명 똑똑히 보았다.


마치 사람처럼, 음흉한 미소를 짓는 녀석의 찢어진 입을.


"!"


녀석이 입을 벌리고 갑자기 방향을 왼쪽으로 꺾는다.


그쪽에 있는 것은 다 타서 무너지기 직전인 초가집 한 채.


그 집의 마당에 깊은 상처를 입어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여인과 그 여인을 작은 몸으로 어떻게든 부축하려고 애쓰는 아이가 서있었다.


"헤이스트!"


앞뒤 잴 거 없이 닥치는대로 다리에 마나를 쏟아붓는다.


쉬이익!


그대로 땅을 박차 질풍과 같이 오미호를 향해 질주한다.


과도하게 마나를 주입한 탓에, 다리의 마나 회로를 타고 작열통이 엄습한다.


"크윽!"


이를 악물고 스킬을 유지하며, 검을 높게 치켜들어-


키익!


오미호가 부상입은 모자(母子)를 덮치기 직전, 간신히 검을 휘둘러 쫓아낸다.


모자를 감싸며 다시 검을 쥐고 구미호와 대치한다.


"하. 그래, 영악한 놈이구만 이거."


오미호는 내 말을 알아듣기라도 하는 듯 예의 그 흉흉한 미소를 다시 면상에 띄웠다.


다시 주변을 살펴보니, 타는 마을을 태우는 불과 거기에 스러지는 건물들.


그 사이로 미처 대피하지 못한 사람들이 꽤 많은 것을 알아챘다.


"..."


녀석이 전략을 바꾼듯하다.


아마 이런 식으로 계속 마을 사람들을 인질 삼아 나를 꾀어낼 생각이다.


'나는 마을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서는,


별 수 없이 녀석이 다른 짓을 못하게 강제적으로 공세를 유지할 수 밖에 없고,


내 공세를 저 녀석은 유리한 위치에서 받아내겠다 이건가.'


오미호와 내가 조우지 5분은 지났을까.


그 사이에 녀석은 내가 굳이 먼저 덤비지 않고 대치만 하는 것을 보고, 아마 내가 도움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라 판단했다.


그리고 내가 마교도들을 구하려고 뛰어든 것을 보고, 마을 사람들을 위협하면 어쩔 수 없이 내가 덤벼들 것이란 걸 예측하여 전략을 바꾼 것이다.


"하..."


한숨을 쉬고 고개를 한번 크게 돌린다.


"생각보다 빡센 녀석이었네 이거."


재수없는 저 꼬리 다섯 달린 여우놈은 여전히 이쪽을 향해 기분나쁜 미소를 지으며 도발하고 있었다.


"그래, 알았다, 알았다고..."


다시 한번 마나 하트를 가동한다.


어느새 남은 마나가 3분의 1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이정도 양이면 하급 강화마법 한두 번에, 하급 공격마법 한 번...인가.'


마을 사람들도 지키면서, 맛이 간 몸뚱아리로 몬스터도 사냥해야한다.


불리한 조건이 걸린 전투였지만, 그런 전투를 몇 십번이고 헤쳐나와 살아남은게 바로 나, 카일리스다.


"스트렝쓰(Strength)."


얼마 남지 않은 마나 중 일부를 덜어 내어 근력 강화 마법을 시전한다.


원래 상태와 비교하자면 여전히 한참 모자라지만, 그래도 근육들에 그럭저럭 힘이 돌아오는게 느껴졌다.


'싸우다가 아까처럼 무공 같은 게 또 떠오르면 좋겠는데.'


그런 약간의 기대를 품으며,


"네가 원하는 대로,"


땅을 밟고 있는 다리에, 검을 잡고 있는 손에 힘을 싣는다.


"이쪽에서 먼저 가주면 될거 아냐!"


다시 반원을 그리는 스텝을 밟으며, 오미호의 오른편으로 파고든다.


그대로 녀석의 목 오른쪽에 검을 찔러넣을 생각이다.


...그럴 생각이었다.


검이 녀석에게 닿기 직전, 오미호의 꼬리쪽에서 느껴지는 열기에 운영보를 밟던 발걸음을 반사적으로 뒤로 돌렸다.


화악!


그러자 내가 서있던 자리에, 푸른 화염이 창처럼 길게 뻗은 줄기로 날아와 그 자리에 꽂힌다.


"하."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나왔다.


"임마. 몬스터한테도 상식이란게 있는건데."


녀석의 다섯 꼬리의 끝이 석궁이라도 되는 것 마냥 모두 나를 향하고 있다.


차이점이라면, 쏘는 것이 화살이 아닌 푸른 화염이라는 것 정도?


"불은 입에서 쏘는거라고. 어?"


갈수록 태산이란게, 이럴 때 쓰는 말이겠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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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화작참연검(花斬斫連劍) 24.08.21 38 1 14쪽
» 요수사냥 24.08.16 57 0 10쪽
4 마법 혹은 무공 24.08.14 67 0 12쪽
3 임기응변 24.08.10 76 1 13쪽
2 마존강림 24.08.07 84 1 12쪽
1 끝에서, 끝나지 않다. 24.08.05 147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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