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 길드 마스터의 천마재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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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화진명
작품등록일 :
2024.07.22 18:18
최근연재일 :
2024.08.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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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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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전보, 그 후에.

DUMMY

"허억, 허억..."


"후, 후우... 괜찮으십니까, 장로님."


우호법 상철호와 장로 노찬이 전력으로 숲속을 달리고 있다.


상철호도 숨이 꽤 가쁜 모양이지만, 노 장로의 상태는 더 심각해 그의 호흡소리는 마치 곧 운명을 달리하는 노인의 숨소리 같다.


"난... 허억... 괜찮... 어서... 천마님..."


"이제, 마을입니다. 조금만 더 기운을 내십시오."


한다경(15분) 전에, 그 사내가 절벽에서 뛰어내려 혼자 달려가버리는 것을 두 사람은 위에서 그저 멍하니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정신을 차린 상철호가 얼른 그를 따라 내려가려고 하자, 노 장로도 그를 따라 마을로 향하게 된 것이다.


상철호는 이미 한번 마을까지 왕복해서 달려온 데다가 외상까지 입은 노 장로의 상태를 걱정해 그를 만류했으나,


"천마님께서 전장으로 향하셨는데 어찌 교인된 자로서 가만히 있겠는가!"


라고 고집을 부려서 억지로 따라온 것이다.


다만, 그런 그 두 사람의 모습을 누군가 지켜보는 이가 있다면,


그리고 두 사람이 마교의 우호법과 장로라는 것도 알고 있다면, 그 관찰자는 당연한 의문을 품을 것이다.


어째서 무공을 쓰지 않는 것인가?


맹에게 패퇴하였다 해도 마교는 마교였다.


5년전까지만 해도 중원 무림을 공포로 물들였던 그들이다.


그런데 그 마교에서도 우호법과 장로라면 고위직에 있는 자들이며 무공도 그에 맞게 고강할진대,


그들이 숨을 헉헉대며 뛰어가는 모습은 영락없이 무공을 모르는 보통 사람의 달리기였다.


상철호는 속으로 자신의 신세를 한탄했다.


'단전이 상하여 제대로 무공을 펼칠 수 없는 것이 한이로다.'


그렇게 전력을 다해 달리는 두 사람의 앞에, 드디어 교인들의 마을이 나타났다.


"다, 왔습니다!"


"허억... 허어억..."


노 장로는 이제 대꾸조차 할 수가 없었다.


두 사람은 마을의 정문으로 뛰어들어, 주위를 살펴보았다.


마을의 상황은 상철호가 예상한 것보다 더 심각했다.


대부분이 푸른 화염에 타고 있어, 멀쩡한 집이 몇 없었다.


길거리에는 불에 타죽거나, 가슴팍에 짐승의 발톱자국이 나있거나, 심지어 신체 일부가 물어 뜯긴 시체들이 널부러져있었다.


"이런...!"


상철호는 이 참상을 목도하고 정신이 아득해지려했지만, 곧 다시 냉정을 되찾았다.


'일단, 그 젊은이부터 찾아야한다.'


부활 의식 도중 갑자기 제단 위에 나타난 갈색 머리에 녹안(綠眼)의, 나이는 이제 지학(志學, 15세)을 좀 넘었을 듯한 아직은 소년 티가 남아있는 청년.


그는 이 이국의 젊은이가 천마의 환생이라는 노 장로의 주장도,


젊은이 스스로가 기억을 잃었다고 주장하는 것도 믿지 않았다. 그렇지만...


'교를 위해 나서준 이를 모른 척 할 수는 없다.'


생각보다 요수가 강대하여 마을의 피해가 크니, 그 젊은이도 위험에 처했을 가능성이 크다.


아까 절벽에서 뛰어내리면서 보여준 경공술의 수준으로 보아 어느정도 경지에 오른듯 했으나 혹시 모르는 일이다.


상철호는 재빠르게 시선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마을 내에 젊은이나 요수의 흔적을 탐색했다.


그때,


쿠우웅!


묵직한 타격음과 함께 지면이 크게 흔들렸다.


"이건 또 무슨 일인가!"


허리를 숙이고 숨을 고르던 노 장로가 그 소리에 깜짝 놀라 외쳤다.


그러나 상철호는 되려 그 소리의 진원지를 파악하고, 장로에게 말하지도 않고 마을의 중앙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같이 가시게!"


노 장로도 헐레벌떡 그 뒤를 쫓았다.



마을 중앙의 광장에 도착한 그 둘이 목격한 것은, 하늘마저 태울듯이 높게 솟은 푸른 화염의 장벽.


그리고 그 옆에 검을 쥐고 가만히 서있는 그 사내와, 그의 코앞에서 그를 집어 삼키려 아가리를 쩌억 벌린 오미호의 모습이었다.


사내의 가슴팍에는 오미호가 할퀸 듯한 커다란 상흔에서 피가 쏟아지고 있었다.


또한 드러난 피부의 곳곳에 화상을 입었으며, 의복의 군데군데 푸른 화염이 묻어 타오르고 있었다.


의식을 잃은것일까.


생사를 헤매는 그 사내는 여우의 모습을 한 죽음 코앞까지 다가왔는데도 그걸 눈치채지 못한듯, 미동조차 하지 않고 있다.


"이런!"


"천마님!"


상철호가 먼저 그를 구하러 달려나갔으며, 노 장로가 절규하며 그 뒤를 따라 나섰다.


사내에게 가는 찰나, 상철호는 고민에 잠겼다.


'오미호라니...'


오체가 온전하더라도 혼자서 오미호를 상대한다면 상당히 성가신 요수일텐데, 지금 그의 몸 상태로는 전력을 다한다 해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다른 방도가 없다!'


결국 상철호가 상한 단전을 억지로 운용시켜 내력을 뽑아낼 결단을 하고, 허리춤에 찬 칼집에서 검을 뽑아든 그때-


한줄기 빛이 오미호의 머리를 꿰뚫었다.


아래에서 위로 쏘아올려진 그 섬광은 바람을 가르는 소리도, 요란한 검기도 뿜어내지 않았다.


그저 당연히 벨 수 있기에 베었을 뿐이라는 듯, 무정한 검로.


그러나 그 검로를 따라 퍼지는, 이름 모를 꽃의 은은한 검향.


상철호와 노 장로 모두 그 자리에 멈춰서서 방금 일어난 일을 채 이해하지 못한 채 넋을 잃고 멍하니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케엑?


오미호도 두 명과 마찬가지로 영문을 모른채 입을 쩍 벌린 그대로, 멍청히 서있을 뿐이었다.


그때,


촤아악-


길쭉한 오미호의 주둥이가 반으로 갈라지며 피가 뿜어져 나온다.


아래에서 위로, 오미호의 얼굴이 마치 자로 잰듯, 정확히 양단된 것이다.


...!......!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요수는 그대로 왼쪽으로 고꾸라지고 말았다.




'저 오미호가 일격에 반응조차 못하고 죽었다.


단 한번의 검격으로, 저 길다란 입을 가르고 두개골까지 갈랐단 말인가?'


우호법이 알고 있는 교의 검수들, 아니 저 정파와 사파의 검잡이들까지 통틀어도 저런 검술을 보여주는 이는 없었다.


검강을 내뿜으며 맹렬한 기세로 베는 이도, 미처 눈으로 쫓지 못할만큼 빠르게 베는 이도 있었지만...


'저렇게 단순의 묘리를 극한으로 펼치는 검초를 구사하는 자는... 없었다. 단 한번도.'


노 장로도 저자의 검술에 놀란듯, 입을 떡 벌린 채로 그 자리에 굳어있다.


그렇게 수 초가 지났을까,


"아차, 천마님!"


노 장로가 퍼뜩 정신을 차리며 먼저 그에게 달려갔다.


"천마님! 천마님! 무사하시옵니까!"


"장로님, 진정하십시오. 중상자를 그렇게 잡고 흔드시면 안됩니다."


"아, 아아. 그, 그렇지."


노 장로는 무안한듯 양손을 사내의 어깨에서 뗐다.


상철호가 장로를 말리고 뒤를 돌아보자,


"...오셨...군요."


사내가 의식을 되찾고 그에게 말을 건넸다.


"오오, 천마님, 금방 의술원으로 모시고 가겠사옵니다.


우호법! 어서 모시게!"


상철호가 노 장로의 명에 따라 사내에게 다가가려는데, 그가 힘겹게 왼손을 들어 상철호를 막았다.


상철호가 사내를 의아한 눈으로 바라보자,


"아직... 마무리를."


힘겹게 입을 뗀 그는, 오른쪽 다리를 질질 끌며, 오미호의 사체에게 다가갔다.


...정확히는, 사체가 아니었다.


그 비련한 짐승은, 얼굴이 반으로 갈라지고 그 상처에서는 강처럼 흐르는 피를 쏟아내고 있었지만, 죽지는 않았던 것이다.


자세히 관찰하지 않으면 눈치채지 못할만큼, 오미호의 몸은 호흡에 따라 아주 미세하게 들썩였으며, 입가에서는 식식대는 미약한 숨소리가 새어나오고 있었다.


사내는 비틀비틀 걸어가 마침내 오미호의 앞에 섰다.


그대로 검을 역수로 쥐고, 양손으로 높이 들어-


푸욱.


오미호의 목에 내리꽂았다.


"이제 끝났습니다."


상철호가 다시 사내를 바라보니, 그가 후련하다는 듯 씨익 웃고 있었다.


그러더니, 촛불이 꺼지듯, 그 자리에서 픽 쓰러지고 말았다.





...


번뜩.


눈을 떴다.


또 낯선 동굴이다.


또 누워있었다.


다행히, 이번엔 왠 으스스한 의식의 한 가운데에 놓인 돌로 된 딱딱한 제단이 아니라, 부드러운 이불이 깔린 제대로 된 침대인듯 하다.


"영차...아으윽!"


몸을 일으켜 세우려다가, 전신을 덮친 끔찍한 통증에 비명을 내고 말았다.


"아아악... 온몸이..."


왜 이렇게 심하게 다친 거지?


가만히 기억을 되짚어본다.


검은 후드를 입은 이교도들, 의식, 제단, 마교, 천마, 노찬 장로, 우호법 상철호, 마을, 청염, 주민들, 그리고 오미호...


"아, 그랬지."


상처의 원인을 생각해내고는, 한숨을 푹 내쉰다.


"하아..."


생각해보면 무모하기 짝이 없는 짓이었다.


정확히 어딘지도 모르는 곳에서, 아무런 정보도 없는 몬스터 상대로, 그것도 생판 남들을 지켜가면서 싸우다니...


"다시는 이런 짓 안할거다."


혼잣말로 그렇게 다짐한다.


몸을 어떻게 못 움직이나 누운채 안간힘을 써서, 겨우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아, 깜짝이야."


침대 옆 의자에 누군가 앉아있었다.


잘 보니, 노 장로가 등받이에 기대어 자고 있는 것이었다.


'진짜로 죽은듯이 자네.'


지나가던 이가 죽은 걸로 착각하고 진맥을 하려들만큼, 그는 조용하게 자고 있었다.


옷은 갈아입었는지, 처음 봤을 때 입었던 기분 나쁜 검은 후드가 달린 로브가 아니라 검은 색의 헐렁한 옷을 입고 있었다.


소매와 바지 밑단이 펑퍼짐하고 벨트와 상의에 자수 비슷한 것이 새겨져 있어, 색 배합만 뺴고 보자면 성직자들의 의복과 비슷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다만 고급진 옷단과 나름대로 멋을 낸 장식에도 불구하고, 어딘가 낡고 관리가 안된 듯한 인상의 옷이었다.


'자, 옷 관찰은 그만하고.'


이제 이 노인네를 깨워야 할텐데.


"크흠, 크흠."


한번 헛기침을 해본다.


노 장로는 미동조차 하지 않는다.


"크흐흠!"


크게 해봐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천마의 부름을 무시하는 것인가, 노 장로."


"아, 아닙니다! 천마님, 노부가 어찌 감히!"


그제서야 노 장로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는 잠이 덜 깬 채로, 흐릿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더니...


"오오, 오오오오!"


대성통곡을 하며 또 무릎꿇고 땅바닥에 머리를 쳐박기 시작한다.


"그만, 그만하십시오!"


당황해서 그를 말리지만, 내 말은 들리지조차 않는 모양이다.


"제가 미천하여!"


쿵.


"노부가 부족하여!"


쿵.


"천마님을 지켜드리지 못하고!"


쿵.


"그만하시라고요!


아, 진짜. 천마의 명령을 우습게 아는것인가!"


"아, 아아... 아니옵니다. 그럴리가 있겠사옵니까."


노 장로에게 내가 말할 때는, 그 천마인지 뭐시긴지의 말투를 흉내내어 말해야 더 잘듣는 것 같다.


'...일부러 안들리는 척하는 건 아니겠지.'


"크흠."


나는 목을 가다듬고 그에게 근엄한 투로 그 천마란 양반을 연기하며 말한다.


"그... 일단 내 몸 상태가 어떠합..한가?"


"예! 천마님께서는 그 요수와의 생사결 후에 쓰러지셔서 5일 동안 의식불명이셨사옵니다.


아, 이럴때가 아닌데!"


대답을 하다말고 노 장로가 갑자기 무언가 생각났다는 듯 외쳤다.


"일단 의원, 의원을 불러와 천마님의 옥체를 살피겠사옵니다!"


그렇게 말하고는 허둥지둥 뒷걸음질치며 방에서 나간다.


"하..."


저 노인네는 참 적응 안된다.


'일단 좀 쉴까.'


다쳤으니 일단 쉬어야지 뭐. 다음 일은 한숨 자고 나서 생각할까.


그렇게 생각하고 눈을 감으려는데, 문 밖에서 누군가 노크하는 소리가 들린다.


"들어가겠네."


그러더니 그자는 대답도 않고, 문을 열고 방으로 걸어들어온다.


우호법 상철호와 눈이 마주쳤다.


"..."


"..."


"...깨어났나."


"네? 네..."


"...다행이군."


기분탓인지 모르겠으나, 나를 대하는 그의 태도에서 경계심이 사라진듯한 느낌이 든다.


그는 내 침대 옆으로 다가와, 아까 노 장로가 앉아있던 자리에 털썩 주저 앉았다.


"자네만 괜찮다면, 얘기 좀 하세.


자네도 궁금한게 많을 것 같은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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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요수사냥 24.08.16 57 0 10쪽
4 마법 혹은 무공 24.08.14 67 0 12쪽
3 임기응변 24.08.10 76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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