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 길드 마스터의 천마재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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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화진명
작품등록일 :
2024.07.22 18:18
최근연재일 :
2024.08.26 00:0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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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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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7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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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마존강림

DUMMY

나는 눈을 떴다.


정확히는, 앞에서 쏟아지는 강렬한 빛에 겨우 실눈을 간신히 떴다.


그렇게 가늘게 뜬 눈으로, 눈 앞에 서 있는 희미한 사람의 형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거기, 누구요!"


나는 너무나도 밝은 빛에 눈 앞을 손으로 가리려 애쓰며, 그 사람에게 말을 걸었다.


-왠지 모르게, 설령 이 빛이 사라진다 해도 나는 저자를 볼 수 없을 것 같다는,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시간이 없단다."


저자는 내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고 뜬금없는 소리를 했다.


"무슨 시간? 여긴 어디고? 검은 드래곤은, 토벌대는?"


나는 답답한 마음에 질문을 연달아 던졌다.


"그러니까 당신 누구냐니까!"


저 빛줄기 사이로, 사람의 형상이 내게로 다가오는 것이 느껴진다.


"거기 멈춰!"


나는 저자에게 경고하며 발을 뒤로 옮기려 했다. 그러나 발은 땅에 접착제를 발라 붙여놓기라도 한듯 꼼짝도 하지 않았다.


"미안하구나."


의문의 인물은 내게 사과했다.


"곧 있으면 전이문이 닫힐 터이니, 내 너에게 아무런 언질도 주지 못하고 급하게 저곳으로 내려보내야 함을 먼저 사과하마."


"전이문? 뭐라는거야! 날 어디로 보내겠다는 건데?"


이자는 역시 대답하지 않고, 양손을 뻗어 내 머리를 잡았다.


"우선 중원의 언어를 넣어주마."


갑자기 머리 속으로, 난생 처음 들어보는 언어의 지식들이 쏟아졌다.


"이...거...뭐야아악!"


머리가 타들어가는 것 같다.


"두뇌가 작열하는 것 같겠지. 그래도 견디거라. 저기서 살아가는 데 있어서 필요한 것들을 직접 전수해주는 것이니."


이자는 안타깝다는 듯이 말하면서도 내 머리를 잡은 양손을 놓지 않았다.


"그리고 이쪽 세계의 기본적인 상식도 필요하겠구나. 역사, 예법, 화폐와 도량형... 시간이 없으니 가장 기본적인 것들만 알려주겠다."


머리속에 낯선 이가 말하는 정보들이 쏟아져들어온다. 모두가 처음보는 것들 뿐이었다.


"무학(武學)도 넣어주겠다. 무공이 무엇이며, 내력은 무엇인지. 그 외에 기본적인 내공심법과 검법과 보법도."


그러나 머리가 타다 못해 재가 되어버릴 것 같이 뜨거운 상황에, 이자가 뭐라 지껄이는 지는 더 이상 중요한게 아니었다.


마침내 그가 머리에서 손을 뗴었고 지옥과도 같은 작열통이 잦아들었다.


"그리고..."


"또, 무슨 짓을...!"


내가 뭐라 하기도 전에, 이번에는 그자가 오른손을 뻗어 내 아랫배에 갖다댔다.


"크헉! 뭐야 이 느낌은...!"


갑자기 아랫배에 텅 빈 구멍이 생긴듯한 감각이 느껴졌다.


"단전에 내공을 쌓을 수 있게 했다. 일단 네 나이에 맞는 내력도 주었다."


그가 손을 뗴며 말했다.


"이제 진짜로 시간이 없구나."


그는 품 안에서 책을 한권 꺼내 내 품안에 넣어주었다.


"내 절기를 담은 책이다.


지금 당장 배우는 것은 무리일 것이니, 네 경지가 오른다면 반드시 익히거라."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없었다.


아직도 머리 속에는 열기가 남아있었고 아랫배에선 기묘한 기운이 꿈틀대는 것이 느껴졌다.


"...이제 정말로 가야하는 시간이구나."


그가 미안한듯 말했다.


"나중에 꿈에라도 찾아가서 사죄하도록 하마."


그는 그렇게 말하며 내게 한 걸음 다가왔다.


"가거라. 가서 중원을 구하거라."


그 말을 마지막으로, 그는 양손으로 나를 툭 밀었다.


나는 그저 절벽에서 밀려 떨어지는 듯 그대로 끝없이 아래로 곤두박질 치는 수 밖에 없었다-.



----------------------



눈을 뜨자 낯선 천장...


아니, 낯선 동굴이었다.


'...동굴?'


누운 채로 천장을 올려다보며 등에 느껴지는 딱딱하고 넓은 바닥을 느꼈다.


상반신을 일으켜 세우자, 갑자기 두통이 엄습해왔다.


"악...!"


꽤나 심한 두통이었다.


그렇게 1분여 간을 머리를 쥐어싸매고 끙끙대다, 겨우 통증이 잦아들기 시작했다.


머리가 겨우 맑아지자, 방금 있었던 일이 다시 떠올랐다.


나를 집어삼킬 듯 했던 강렬한 빛, 의문의 인물, 머리 속에 쏟아부어진 이(異)세계의 지식들, 아랫배의 기묘한 감각...


"대체 그건 누구였지...?"


내가 기억하는 마지막 장면은, 그에게 밀려 높은 곳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것이었다.


"돌겠네, 이번엔 또 어디 절벽 아래로 떨어지기라도 한건가?"


주위를 둘러볼 생각으로 먼저 고개를 왼쪽으로 돌렸다.


"...응?"


나를 바라보던 사람과 눈이 딱 마주쳤다.


아니, 사람들과.


"오, 오오...!"


그들 사이에서 탄성이 터져나왔다.


어림잡아 30명 정도 될까.


하나같이 검은 로브를 뒤집어 써 얼굴 외의 신체를 가린 채, 동굴 바닥에 무릎을 꿇고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 면면들을 살펴보니, 분포는 남녀노소 다양하였고 대부분 행색이 비루하고 초췌하였지만... 그 눈들만은 섬뜩하게 번뜩였다.


"거, 실례지만... 당신들이 나를 구해준..."


조심스럽게, 일단 저들과 대화를 해볼 생각으로 입을 열려던 찰나...


"드디어... 드디어!"


맨 앞에 무릎 꿇고 있던, 나와 가장 가까이 있던 비쩍 마른 초로의 남성이 먼저 소리쳤다.


"강림하셨도다, 강림하셨도다!"


노인의 환희에 찬 선언에, 검은 로브를 뒤집어 쓴 자들이 일제히 머리를 바닥에 쳐박으며 절하기 시작했다.


""""마존강림! 마존강림! 마존강림!"""


그들의 광기서린 목소리가 동굴 벽에 부딪쳐 메아리치며 이 공동을 가득 메웠다.


"어... 어어?"


60살 넘게 살아오며 산전수전 다 겪어본 나지만 이런 광경을 마주하면 사고가 멈출 수 밖에 없었다.


"""""마존강림! 마존강림! 마존강림! 마존강림!"""""


검은 로브를 입은 자들의 구호가 고막을 울리고 그들이 바닥을 머리로 쿵쿵 찍어대는 소리가 심장을 때린다.





멍하니 이 기괴한 광경을 바라보다 얼른 고개를 가로저었다.


'안돼, 정신차려야 해.'


직감이 내게 경고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침착하게 판단하고 행동해야 한다.


먼저 주변을 살펴보았다.


빛이 전혀 들지 않고, 천장까지의 높이가 10m는 넘었으며 생명이라고는 바닥과 벽에 낀 이끼 정도가 전부인 지하.


이 거대한 공동(空洞)안에는 불규칙하게 천장과 바닥에 종유석과 석순이 자라났으며, 군데 군데 웅덩이에는 지하수가 고여있었다.


동굴의 나머지 부분은 사람의 손을 타지 않은 본연의 모습을 거의 유지하고 있었지만,


횃대와 횃불들이 빙 둘러싸 비추고 있는, 나와 저 수상한 무리가 있는 가운데 공터만은 이 공동에서 이질적인 분위기를 풍겼다.


문득 바닥을 짚고 있는 손에 느껴지는 서늘한 감촉에 아래를 보았다.


나는 아마 돌로 만들어진, 사람이 딱 눕기 좋은 크기의 기다란 직육면체 모양의 평상 위에 누워있던 모양이었다.


그런데,


'피로 그려진 진?'


주위를 둘러보니, 의미를 알 수 없는 괴상한 문양과 글자들이 피로 적혀 내가 누워있던 곳을 둘러싸고 있었다.


"하."


작은 소리로 탄식했다.


'침대가 아니라 제단이었나...'


나는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불길함을 애써 무시하며 다시 저 정체불명의 광신도들에게로 눈을 돌렸다.


그들은 아직도 바닥에 머리를 박으며 연신 '마존강림'만을 울부짖을 따름이었다.


생김새는 알 수 없으나, 얼굴까지 덮은 후드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는 면면들은 하나같이 어딘가 초췌하고 빈궁해보이는 구석이 있었다.


그렇게 저들을 관찰하다가, 맨 뒷줄의 한 사내와 눈이 마주쳤다.


'음?'


역시 로브에 가려 정확히는 볼 수 없었으나,


짧게 자른 수염과 멀리서도 볼 수 있는 얼굴의 주름에서 추정해보자면 40대 중반에서 50대 초반 정도 되보이는 남자였다.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행색이 초라했으나, 그 눈빛만은 예기가 서린 날카로운 안광을 쏘아냈다.


그 사내는 다른 이들과 다르게 구호를 외치지도, 자해를 하지도 않고 무릎을 꿇은 채 관찰하는 눈빛으로 가만히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자와 눈이 마주쳤으나, 그는 전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나도 굳이 눈을 피하지 않고 그의 두 눈을 쳐다보았따.


그렇게 눈싸움을 한지 1분이 넘어갈 무렵, 그 사내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서 무리의 앞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노찬 장로님."


그는 그대로 맨 앞의 노인의 옆으로 가서 말을 걸었다.


노인이 울부짖으며 머리를 박는 짓을 멈추고 사내 쪽으로 몸을 돌렸다.


"무슨 일이오, 우호법(右護法)? 이 기쁜 순간에 말이오!


인고의 시간 끝에 천신(天神)께서 다시 천마님을 내려주시었으니 고개를 조아려 하늘과 하늘에서 다시 강림하신 마존께 예를 갖추어야 마땅할진데!"


'천마.'


처음 듣는 단어다, 분명 그랬어야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나는 천마라는 단어가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지요, 지당한 말씀입니다."


나는 우호법이라 불린 사내가 입으로는 맞장구를 치지만, 그 얼굴에 언뜻 답답해하는 기색이 스쳐지나가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허나 존귀하신 분을 모셔놓고 계속 이러는 것도 도리에 맞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천마께서 새로운 육체로 강림하셨다고 한들, 전생의 기억을 모두 가지고 계신건지는 확실하지 않은 것 아닙니까."


사내는 말을 끊고 다시 내 쪽을 바라보았다.


"제가 감히 저 분의 기색을 살펴보건데, 오히려 지금 당신께서 처한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이기도 했습니다.


만일 정말로 기억에 이상이 있으시다면, 그래서 저희들을 기억 못하신다면,


낯선 이들이 당신을 둘러싸고 찬양하는 이 상황에 혼란스러워 하실 수 있지 않습니까."


사내의 말에 노인도 이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렇군, 그러실 수도 있겠어."


노인은 길게 기른 수염을 쓰다듬으며 수긍했다.


"네. 그러니 의식은 이쯤에서 중단하고 천마를 따로 모시어 저희가 교의 상황과 천마를 부르게 된 경위를 설명드리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래, 그래, 이 늙은이가 생각이 짧았어."


노인은 천천히 몸을 일으켜 세워 몸을 뒤로 돌렸다.


노인이 일어나자 다른 이들도 하던 짓을 멈추고 일제히 노인을 바라보았다.


"교인들은 들으시오!"


비쩍 마른 노인의 입에서 나왔다고는 믿기지 않는 쩌렁쩌렁한 외침이, 잠깐의 고요함을 깨뜨리고 공동 안에 울려 퍼졌다.


"오늘은 2대 천마님께서 교에 강림하신 날이니, 다시 없을 교의 경축일이라 할 수 있겠소!"


노인은 잠깐 말을 멈추고 좌중을 둘러보았다.


"나 노찬 장로와 우호법은 부활하신 천마님을 보좌하여 지금부터 교의 부흥을 논하고자 먼저 천마님을 모시고 가겠소.


교인들은 천마님께서 돌아오셨다는 기쁜 소식을 다른 교인들에게 알리시오!"


"존명!"


좌중은 짧게 외치고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나와 반대편으로 모두 걸어가, 시야가 닿지 않는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신도들이 해산한 뒤, 자신을 노찬 장로라 칭한 노인은 내가 앉아있는 제단에 가까이 다가오더니 다시 무릎을 꿇었다.


"만세,"


쿵,


"만세,"


쿵,


"만만세!"


쿵, 하고 노인은 세번 머리를 박고 일어나더니 머리를 조아린 채로 내게 조심스럽게 다가와, 양손을 올린 다음 손바닥이 안쪽을 향하게 하여 인사를 올렸다.


"새로운 육신으로 다시 강림하신 천마님을 뵙사옵니다."


나는 대꾸할 말을 찾지 못해, 그저 가만히 앉아있을 뿐이었다.


"앞으로 천마님을 보필하게 될 장로원의 장로 노찬이라 합니다.


뒤에 있는 자는 호법원의 우호법으로 이름은 상철호라 하옵니다."


"천마를 뵙습니다."


노인의 뒤에 서있는 사내가 마찬가지로 고개를 숙이고 같은 방식의 인사를 올렸다.


"아직 돌아오신지 얼마되지 않아 혼란스러우신 것 같사옵니다.


우선 저희가 천마님을 위해 마련한 거처로 모시는 것을 허락해주시옵소서."


작가의말

해당 회차는 8/19에 리뉴얼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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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그걸 누가 합니까? 24.08.24 22 0 11쪽
8 광소(狂笑)와 천마대행 24.08.23 26 0 9쪽
7 승전보, 그 후에. 24.08.22 36 0 12쪽
6 화작참연검(花斬斫連劍) 24.08.21 39 1 14쪽
5 요수사냥 24.08.16 57 0 10쪽
4 마법 혹은 무공 24.08.14 67 0 12쪽
3 임기응변 24.08.10 77 1 13쪽
» 마존강림 24.08.07 85 1 12쪽
1 끝에서, 끝나지 않다. 24.08.05 148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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