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 길드 마스터의 천마재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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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화진명
작품등록일 :
2024.07.22 18:18
최근연재일 :
2024.08.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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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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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놈이 이(二)대 천마다!

DUMMY

벌컥, 침실 문을 열고 앞으로 쓰러질듯이 노 장로가 뛰어든다.


"천산, 허억, 천산파(天山派)의... 습격이옵니다!"


노 장로가 숨을 몰아쉬며 보고한다.


그의 기색이 요수의 습격을 경고했을때보다도 더 창백하고 불안해 보인다.


'그보다 더한 위기가 닥친건가?'


"어..."


노 장로는 숨이 차서 고개를 숙이고 숨을 몰아쉬다, 겨우 고개를 들고 나를 보더니 깜짝 놀란다.


"언제 일어나셨... 신체(神體)는 이제 강녕하시온지...?"


"그래. 이제 불편하게나마 걸을 정도는 된다."


짐짓 근엄한 톤으로 노 장로에게 대답한다.


"그래서 그, 천산파가 습격했다는 이야기는 무엇인가?"


"예! 천산파의 무력대가 교에 침입하여 교인들을 잡아들이고 있사옵니다!"


노 장로가 다급하게 외친다.


...그 와중에도 무릎 꿇으면서 천마에 대해 예를 갖추는 것은 잊지 않는다.


"천산파는 무엇인가?"


[중원백과사전]도 반응하지 않고, 요양하면서 읽었던 책들에도 천산파라는 문파가 등장한 적은 없었다.


"이곳 신강의 천산에 위치한 정파의 문파로, 현재 우리 천마신교를 추적하는 맹의 선봉대 역할을 하고 있사옵니다."


'...무림맹에서 마교의 잔당들을 잡으러 왔다 이거군.'


"그래서, 나더러 막아달라 이거냐."


"예! 참으로 황송하오나, 교의 세력이 미미하여 저희들만으로는 저들을 막아낼 수가 없기에...!"


정말로 죄송하다는 표정으로 무릎 꿇은 채로 고개를 숙이며 천산파를 막아달라는 노 장로.


그런 그의 요청에, 나는 고민에 빠질 수 밖에 없다.


'이들에게는 미안한 이야기지만 이번에는 정말로 엮이면 곤란한 처지에 빠지게 된다.'


오미호 때는 물론 이들을 구하려다 죽을 뻔하긴 했다.


하지만 이번 일과는 상황이 다르다.


오미호는 혼자였다. 따라서 그녀석과 나의 전투는 내가 죽거나 오미호가 죽거나, 두 가지 중 하나로만 귀결되는 생사결.


내가 이겼고, 놈은 죽었다. 그걸로 끝났다.


내가 오미호를 사냥했다고해서 오미호의 복수를 하겠다고 다른 요수들이 달려들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번 상대는 무림맹, 무력을 가진 개인들이 모인 집단이다.


만약 이번에 내가 저들을 막아내도 그저 다음에는 다른 무인들이 또 마교에 쳐들어올 뿐이다.


게다가 최악의 경우, 무림맹에게 내 존재가 노출되어서 내가 2대 천마라고 맹이 오해하기라도 한다면...


'그땐 진짜로 무림공적 되는거지 뭐.'


아마 죽을 때까지 맹을 포함한 모든 무림인들의 추적을 두려워하며 숨어 다녀야 할 것이다.


두 번째 인생을 산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현상수배자로 살 수는 없지 않은가?


"으음..."


고민에 빠져 신음하고 있을 때, 무릎꿇고 나를 올려다보는 노 장로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그가 내게 보내는 그 간절한 시선에는 천마라는 존재에 대한 광신과 교의 구원을 바라는 절박함이 뒤섞여 있다.


'그렇게 쳐다봐도...'


애초에 천산파의 인간들이 얼마나 강한지도 모르니 이긴다는 보장도 없다.


또, 이 세계에서 만난 무림인이래봐야 상철호나 노 장로, 혹은 마교의 흑의인들이 전부다.


어려진 나의 신체가 어느 정도의 능력을 지니고 있는지도 아직 전부 파악 못했고,


그런 나의 강함이 이 강호에서는 어느정도 통하는지 전혀 짐작도 못하는 상태다.


'불지피불지기(不知彼不知己), 인가.'


이곳의 교양서를 읽다가 배운, 지피지기라는 사자성어의 정반대 상황이다.


적절한 거절의 말이 무엇일지, 고민하며 고르던 찰나...


벌컥.


이번엔 상철호가 문을 열고 들어온다.


마찬가지로 심각한 표정이다.


"자ㄴ..."


평소대로 나를 부르려다, 내 앞에 무릎 꿇고 있는 노 장로를 보고 황급히 말을 멈춘다.


"먼저 와 계셨군요, 장로님."


"그래, 교의 위기이니 당연하지 않은가."


이내 그도 장로를 따라 한쪽 무릎을 꿇고 내게 보고한다.


"천마님, 이미 장로님께 들으셨겠지만 지금 교는 천산파의 습격으로 혼란에 빠져있습니다."


말하는 와중에, 상철호가 노 장로를 슬쩍 본다.


"...제가 천마님을 기지 근처의 산길로 안내하겠습니다. 먼저 피신하십시오."


"그게 무슨 소리인가, 우호법?"


노 장로가 깜짝 놀라 되묻는다.


"천마님께서 나서지 않는다면, 천산파를 어찌 막아낸단 말인가?"


"제가 무력대 중 소수를 이끌고 천산파 인원에게 기습을 가하는 척 하면서, 실제로는 후퇴하는 식으로 시선을 돌려 시간을 끌겠습니다.


장로님께서 그 사이에 나머지 무사들로 천산파에게 붙잡혀 있는 일반 교인들을 해방해 주십시오."


"그게 현실적으로 가능하겠는가?


천마님이 없으시다면, 지금 교의 전력으로는 지금 습격해온 천산파의 무인들조차 상대하는 것이 불가능할진대!"


"그러니까 더욱 안된다는 겁니다."


격앙되어가는 노 장로의 질타와 냉정한 우호법의 반론이 맞부딪친다.


"지금의 천마님은 오미호 상대로도 고전하실 정도입니다.


아직 전성기 시절의 강대함의 일할조차 되찾지 못하셨는데, 만약 섣부르게 얼마 안되는 교인들을 살리겠답시고 천마님께서 나서셨다가 만에 하나 저들에게 변을 당하기라도 하신다면, 교의 미래는 어찌 되는겁니까?"


당장이라도 폭발할듯 하던 노 장로의 기세가, 상철호의 반론에 그대로 꺾여버렸다.


"장로님께 감히 묻겠습니다. 천마님과, 저와 장로님을 비롯한 약 200여 명의 교인들. 마교에 있어서 어느 쪽이 더 중합니까?"


"...당연히 천마님이지. 그래. 천마님이 있기에 천마신교인게지."


그러니까 나 천마 아니라고.


"그래, 노부가 길을 잘못들어도 우호법이 늘 바로잡아 주는군."


노 장로의 표정이 부드러워졌다.


"...과찬이십니다."


"알겠네, 자네의 뜻을 따르겠네."


노 장로는 상철호와의 대화를 마치고, 다시 나를 향해 말한다.


"노부의 생각이 짧았사옵니다. 용서해주시옵소서.


노부는 지금부터 교의 남은 무사들을 모아 우호법의 의견대로 둘로 편성해놓고 작전을 하달하겠사옵니다.


천마님께서는 상철호의 호위를 받아 피신하시옵소서."


노 장로가 패배가 확실한 전장에 나가는 장군이 망국의 왕에게 인사를 올리듯, 아주 비장하게 한번 큰절을 올리고,


"신체를 보존하시옵소서."


뒷걸음질치며 침실에서 나갔다.


문이 탁하고 닫히고, 침실에는 나와 상철호 둘만이 남았다.


"...정말로 괜찮겠습니까?"


"무엇이 말인가?"


상철호가 일어나서 무릎을 꿇었던 왼무릎을 탁탁 털면서, 내 질문에 태연히 답한다.


"노 장로가 말한대로, 이번에도 제가 나서야 습격한 자들을 막아낼 가능성이라도 생기는 것 아닙니까?"


"그렇지."


"그런데도 저를 그냥 보내주시는 겁니까?"


"약조했잖나."


상철호가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


"자네는 전혀 상관없는 교의 의식에 휘말렸음에도, 오미호에게 목숨을 걸고 맞서 싸워 이미 교를 한번 구해줬다네."


그는 담담하게 말하며, 나를 향해 똑바로 서서 바라보았다.


"이미 거기까지만 해도 충분히 우리 교는 자네에게 은(恩)을 입었다고 할 수 있지.


그걸 미처 갚지도 못했는데, 이번엔 자네를 오미호때 보다도 더 위험할지 모르는 전장으로 보낼 수는 없지 않나?"


처음으로, 그의 날카로운 인상의 얼굴에 희미한 미소가 보였다.


그 미소는 감사의 미소일까, 체념의 미소일까.


"우호법으로서 자네가 무사히 떠날 수 있게 도와주겠다고 약조했으니, 그거는 지킬걸세.


다만 오미호 건으로 우리 교가 자네에게 입은 은혜는 아마 갚을 수 없게 될 지도 모르니... 그 점에 대해서는 내 미리 양해를 구하겠네."


그의 어조는 여지껏 들어본적 없이 부드러웠지만...


'결국 교는 멸망을 피할 수 없다는 이야기 아닌가.'




그 후로 나는 상철호와 함께 동굴 밖으로 빠져나왔다.


내가 알던 출구가 아니라 산의 다른 곳으로 빠져나오는 출구로, 상철호의 설명에 따르면 노 장로와 상철호만 알고 있는 비밀통로라고 했다.


야밤의 산은, 귀를 막고 눈으로만 그 풍광을 감상하자면 그저 특별할 것 없이 어둡고 고요한, 동물들은 물론이고 나무들마저 잠들어 버린듯한 평범한 숲이었다.


그러나 내 뒤편 저 멀리서 들려오는 투쟁의 불협화음은 그 고요함을 산산히 흐트러놓는다.


병장기가 부딪치는 소리, 누군가의 고함소리, 애원하는 소리, 비명 소리...


심지어 또 마을에 화재라도 난 것일까.


등에 묘하게 열기가 느껴지며, 주위가 조금 밝은 것 같기도하다.


나는 애써 뒤돌아보지 않는다.


'결심만 흐트러진다.'


"사람이 자주 드나드는 길은 아니기에 찾기 어려울 수 있으나, 바닥을 잘 살피면 희미하게 길이 나있을 걸세."


상철호가 바닥에 희미하게 풀숲이 갈라진 자리를 가리키며 말한다.


"이 길을 따라가게. 밤새 걸으면 교와 관계 없는, 신강인들이 모여사는 마을에 다다를걸세.


일단 거기서 몸을 피하고 상황을 살피다가, 사태가 진정되었다 싶으면 신강을 빠져나가게나.


급하게 나온 나머지 자네에게 식량이라도 좀 챙겨주지 못하게 되어 미안하군."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그럼 나는 가보겠네. 몸조심하게나."


"무운을 빌겠습니다."


서로 짧은 인사를 나누고, 중년의 남자는 뒤로 돌아 달려나간다.


젊은 청년은, 떠나기를 망설이다가 억지로 다리를 움직여 숲속으로 들어간다.


그가 한 걸음 더 걸으면, 전장의 소음은 딱 그만큼만 멀어진다.


'지금 내 행동에 무슨 문제라도 있는걸까.'


없다. 하나도 없다.


낯선 세계, 혹은 낯선 차원으로 누군가가 나를 멋대로 보냈다.


거기서 눈을 떴더니 검은 로브를 입은 삐쩍 마른 노인네가 나더러 왠 사이비 종교의 살인마 리더가 환생한 거라며 밑도 끝도 없이 찬양하고,


중년의 사내는 수상한 놈 아니냐며 의심부터 하고 봤다.


그러더니 몬스터가 나타났다고 도와달라고 해서, 죽음의 위기를 넘기고 겨우 토벌해줬다.


의사 불러다 치료해주고 간병한거? 그정도는 도움을 받은쪽이 당연히 해줘야하는거다. 사실 그래도 수지타산이 맞지를 않는다.


자, 따져보면 나는 이 마교와 엮여서 손해만 보는 입장이었다.


'그러니까 이번에는 저들을 돕지 않는다고 해서 죄책감을 느낄 이유가 전혀 없다 이거지.'


만약 내가 저들을 돕겠다고 천산파인지 뭔지하는 놈들과 칼을 맞대게 되면,


최악의 경우 내 두 번째 사인(死因)은 칼에 맞아 즉사, 혹은 출혈사로 기록될 것이며,


설령 저들을 무찌른다 해도 아마 높은 확률로 무림맹을 비롯한 정파의 무인들에게 공적으로 몰릴 것이다.


'그런 이득은 하나도 없는 손해만 보는 일을 나더러 하라고?'


안될 말이지.


2대 천마라고 해봐야 마교에서 지낸 시간은 5일 정도 밖에 안된다.


만나본 사람은 상철호와 노 장로, 의원과 가끔 청소하러 들어온 시비들 말고는 없다.


그 외에는 오미호 사냥에서 구한 마교의 무사들, 구출 과정에서 본 마을 사람 몇몇 정도며, 심지어 이들의 생김새는 기억도 안난다.


'그런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목숨을 걸라고?'


말도 안된다. 그걸 나는 알고 있다. 너무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아까부터 가슴 한 구석을 찌르는 느낌은 대체 뭐지?'


군인으로서 거의 30년, 헌터로서 20년.


사람에게 칼맞아 죽던지, 몬스터에게 씹어먹혀 죽던지.


내 인생의 50년은 그렇게 죽음과 벗삼아 흘러갔다.


내가 죽지 않기 위해선, 내 동료들이 죽지 않기 위해선, 모두 구할 수 없다면, 하다 못해 한 명이라도 더 죽지 않게 하기 위해선,


의사결정에 감정이 개입할 여지를 주어서는 안됐다. 항상 냉철하게 상황을 관조하며 결정에 따르는 결과들을 논리적으로 비교 해야했다.


그렇게 행동했기에, 나는 내 동료들 중 얼마 되지 않는 살아남은 자가 될 수 있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사실은 내가 착하고 정 많은 놈이라도 된다는 건가?'


어려지면서 오래 전에 버린 젊은 날의 치기도 같이 되돌아온 것인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의문은 의문을 낳으면서 짜증이 나기 시작한다.


결국, 더 걷기에는 머리가 무거워서 멈출 수 밖에 없었다.


'나는, 저들을 구하고 싶은 것인가? 일면식도 없는 저들을...?'


이해할 수가 없다. 평생 한번도 느껴본적 없는 감정이다.


머리를 거세게 좌우로 흔들어, 잡념들을 떨쳐내려 한다.


다시 발걸음을 내딛으려는 그때-


"정말이군."


명백한 적의를 담은 목소리가 날카롭게 내 고막을 찌른다.


"마교 놈들이 왠 외지인을 천마의 환생이라고 주장하며 모신다던데."


휘익-!


나무 위에서 검은 인영(人影)들이 뛰어 내린다.


이들은 나를 둘러싸 포위하고는, 약속이라도 한듯 일제히 검을 뽑아든다.


"갈색 머리에 녹안. 그게 바로 네놈이었군."


말하던 자가 한걸음 앞으로 나온다. 아무래도 저자가 대장격인 듯하다.


'...일곱 정도인가.'


소리로 자객의 수를 대략 파악한다.


"천산파의 제자들은 들어라!"


사내의 외침이 숲의 어둠을 타고 멀리 퍼진다.


"저놈이 이(二)대 천마다! 저놈을 죽여 천산파의 복수를 끝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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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화작참연검(花斬斫連劍) 24.08.21 38 1 14쪽
5 요수사냥 24.08.16 57 0 10쪽
4 마법 혹은 무공 24.08.14 67 0 12쪽
3 임기응변 24.08.10 76 1 13쪽
2 마존강림 24.08.07 84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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