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 길드 마스터의 천마재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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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화진명
작품등록일 :
2024.07.22 18:18
최근연재일 :
2024.08.26 00:00
연재수 :
1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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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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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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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광소(狂笑)와 천마대행

DUMMY

상철호의 안색을 살펴본다.


내 기억 속 그의 인상보다, 확실히 표정이 많이 누그러졌다.


전에 이 침실에서 내게 경고할 때에 비해, 나에 대한 그의 경계심이 옅어진듯 하다.


"뭘 그리 살피는건가?"


"아, 아닙니다."


...눈치는 빠르군.


무공은 형편없는데 어떻게 우호법 자리에 올랐는지 궁금했는데, 이제보니 주위 눈치를 잘 봐서 승진한 것 같다.


"알겠습니다. 같이 이야기를 좀 해보죠."


"그래. 우선 내가 자네에게 해야할 말이 있네."


"말씀하시죠."


크흠, 본론을 꺼내기 전에 상철호가 목을 가다듬었다.


"우선, 자네가 저 요수를 퇴치하였으니, 교를 위기로부터 구원해준 것에 대해 교의 우호법으로서 감사를 표하겠네."


그렇게 말하고 그는 오른손 주먹을 쥐고 그 위에 쫙 편 왼손바닥을 가져다 댔다.


'이게 중원식 인사법인 포권(包拳)이군.'


간만에 이쪽 세계의 지식이 머리속에 떠오른다.


이런 것까지 알려주는 걸 보니, 그자가 정말 얕디 얕은 오만가지 잡학들을 머리 속에 전부 쑤셔 넣긴 한 모양이다.


그런 의미에서 머리 속에 들어온 이 지식들을 앞으로는 [중원백과사전]이라고 불러야지.


"아닙니다. 그저 해야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만약에 내가 헌터로서 의뢰를 받아 강한 몬스터를 토벌했다면,


그 길로 길드 문을 박차고 들어가 공적을 떠벌리면서 안에 있는 사람들을 전부 술집으로 끌고가 의뢰의 보수로 골든벨을 울렸겠지만...


중원에서는 그게 예의가 아닌 것 같다... 머리 속의 이 [중원백과사전]에 따르면.


칭찬을 받으면 겸손을 떨어야 하며 공을 주위 사람이나 상급자에게 돌리는 것이 미덕이라나.


'귀찮구만.'


"비록 지금 교의 상황이 여의치 않으나, 교는 은인을 잊지 않는다네.


이번 일에 대해서는 어떤 식으로든 내 반드시 보답하겠네."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 감사히 받겠습니다."


나도 정중하게 이 포권이란걸 따라해본다.


"..."


갑자기 말이 없길래 고개를 들어 상철호를 슬쩍 보니, 이쪽을 또 응시하고 있다.


"왜 그러십니까?"


"기억을 잃은 것 치고는 예를 차리는 법을 그럭저럭 잘 알고 있는 것 같아서 말일세.


심지어 생김새를 보아하니 중원이나 이곳 신강인도 아닌 것 같은데 말이야."


"아."


아, 이번엔 또 너무 잘 알아서 문제란다.


"그러게 말입니다... 정말 이상한 일입니다."


"...자기가 누군지도 모르고 어쩌다 이곳에 왔는지도 기억 안나지만,


다른 땅에서 온 젊은이가 교가 뭐하는 곳인지, 천마가 무엇인지는 알고, 심지어 이쪽의 방식으로 예를 차릴 줄 안다,라..."


또 상철호가 예의 그 날카로운 눈빛을 이쪽으로 향한다.


...아직도 의심하고 있나.


"하."


그러더니 그가 갑자기 한숨을 내쉰다.


"됐네. 여기까지 와서 의심하는 것도 꼴이 우습겠지.


자네는 교의 은인이기도 하고 말이야.


자네에게 무슨 사정이 있는 지는 모르겠으나, 일단 불문에 부치고 기억 상실이라는 자네의 말을 믿도록 하겠네."


'휴.'


드디어 우호법의 의심에서 벗어났다.


...응?


"저기, 방금 저를 뭐라고 부르셨습니까?"


"그게 갑자기 무슨 말인가?"


"저를 보고 '다른 땅에서 온 젊은이'라고 그러셨지 않으셨습니까?"


"...? 그래. 생김새를 보아하니 중원인도 아니고 신강에 원래 살던 민족도 아니니, 그게 다른 땅에서 온 젊은이가 아니면 무엇인가?


사내라고 부르기엔 자네의 얼굴을 살펴보니 이제 막 소년 티를 벗은듯 하네만...


물론 처음보는 인종이라 잘못 짐작했을 수도 있겠지만 말이야."


그는 얼굴을 내 쪽으로 가까이 붙이고 내가 흥미롭다는 듯이 턱을 쓰다듬으며 자세히 살펴보고 있다.


"자네, 정말 어디서 왔는지 기억나지 않는 것인가?"


상철호는 지금 '다른 땅에서 온 젊은이'에서 '다른 땅' 부분에 흥미를 가지고 있는 듯 하다.


하지만 지금 그게 중요한게 아니다.


"저기, 거울, 아무거나 얼굴을 비출만한 것 좀 가져다 주십시오."


나는 다급하게 그에게 부탁한다.


"응? 어... 알겠네."


상철호는 의자에서 일어나 방 한구석에 놓인 서랍을 뒤적인다.


"흠.. 이쯤에 있을 법 한데... 아, 찾았네."


그는 손바닥만한 거울을 들고 돌아와, 소매로 그 표면에 쌓인 먼지를 슥슥 닦고서 내게 건네준다.


"자, 여기 있네."


억지로 상반신을 세우고 얼른 거울을 받아든다.


거울을 얼굴 앞으로 가져와 내 얼굴을 살핀다.


머리에는 붕대가 칭칭 둘러져있으며, 목과 얼굴 군데 군데에 오미호의 청염에 입은 붉은 화상 자국이 눈에 띈다.


5일 동안 깨어나지 못했다는 것이 사실인지, 볼이 약간 움푹 패여 안색이 영 좋지 못하다.


하지만, 그게 중요한게 아니다.


"뭐야 이거..."


거울 속 내 모습이 믿기지 않아 손가락으로 거울 속 상을 만지려 해본다.


이건 나다.


정확히는, 내 어린 시절의 얼굴이다.


아마 17세 언저리였을까.


군에 입대하고 한창 전장에 투입됐을 때 내 얼굴이 딱 이럤다.


그제서야 그동안 내가 느꼈던 신체의 변화들이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작아진 마나하트, 전반적으로 저하된 신체 능력, 그럼에도 불구하고 몸속 어딘가에서 솟아나는 에너지, 묘하게 불안정하던 감정 상태.


모두 다, 신체가 젊었을 때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나는 아직 이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멍하니 거울을 들고 그 속을 쳐다볼 뿐이다.


"자네 왜 그러는가?"


상철호가 그런 나를 보고 의아해한다.


"얼굴에 뭐 문제라도 생긴 것인가? ...아, 화상 때문에 그러는가.


걱정 말게. 자네의 상처가 오미호의 청염으로 인한 화상이라서 무언가 특이한 점이 있지 않을까 걱정스러울 수 있겠지만,


의원이 10일 정도면 아물 것이라고 장담했으니 안심해도 좋다네.


의원이 주는 약을 환부에 잘 바르면 괜찮을..."


"흐... 흐흐..."


"...? 이보게."


"흐하, 하하하!"


"어, 어어?"


"하하하하하! 하, 하하, 하아하하하!!!!"


웃는다, 웃음이 터져 나온다.


아니, 웃을 수 밖에 없다.


"가, 갑자기 왜 그러는겐가 대체!"


나도 모른다.


"크큭... 크하, 하아, 커헉... 크하학!"


웃다가 기침을 터뜨리고, 또 웃는다.


"밖에 아무도 없는가!"


갑자기 미친 듯이 웃기 시작하는 나를 보고 당황한 상철호가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러거나 말거나.


검은 드래곤을 막으려다 죽고,


그런줄 알았더니 왠 미친 놈이 머리와 몸에다 수작질을 부리고,


눈을 떠보니 나더러 천마라고 하고,


여우 몬스터한테 죽을 뻔하고,


그러더니 이제는 아예 몸이 어릴 때로 돌아갔다고? 60세 노인의 기억은 그대로인채?


모르겠다. 나도 모르겠다 이제.


그냥 이 모든 상황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자니 정신이 견디지를 못할 것 같다.


그러니 웃어야지 뭐.


"하하하하!"




...잠깐의 소란이 있었다.


내가 미친 놈마냥 웃어제끼는 걸 보고 경악한 상철호가 급하게 의원과 노 장로를 데려왔고,


그 후 한참동안 의원이 내 눈을 까 뒤집어보고 이것저것 캐물어보며 진찰을 했다.


그 옆에서 안절부절하는 노 장로와 상철호는 덤이었고.


의원은 심각한 얼굴로 생각에 잠기더니, 내게 특별히 이상한 점은 없고 오미호에게 홀리거나 그런 것도 아니지만,


기억을 잃은 것과, 처절한 전투에서 죽을 뻔한 것이 겹쳐서 심신에 무리가 갔을 수도 있다는 진단을 내리고, 극구 안정을 취하라는 당부와 함께 떠났다.


침대 옆에 무릎 꿇고 있는 울 것 같은 표정의 노 장로를, 우호법과 긴히 할 이야기가 있다며 방금 겨우 쫓아낸 참이다.


"..."


"..."


나와 상철호 사이에 어색한 침묵이 흐른다.


"...그, 괜찮은가."


상철호가 조심스럽게 묻는다.


"예, 뭐."


한바탕 웃고나서 냉정을 되찾았다.


냉정을 되찾으니, 내 모습이 진짜 광인처럼 보였을 것이란걸 깨닫고, 좀 낯이 뜨거워지긴 했다.


"아무래도 쉬는 게 좋을 것 같은데, 나는 일단 가보고 다음에 이야기하는 것이 어떻겠나."


"아니, 아닙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상철호를 말렸다.


"저는 정말로 괜찮습니다."


"자네가 그렇다면야 알겠지만은..."


상철호는 내 안색을 살피며 조심스레 의자에 다시 앉는다.


"저희가 어디까지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까?"


"자네의 말을 믿어주겠단 이야기를 하고 있었지."


"아, 아아. 그렇죠. 기억났습니다.


그래서, 제게 말씀하실 것은 그게 전부입니까?"


"아닐세. 하나 제안할게 있어서 찾아왔지."


그가 다시 침착함을 되찾고 진중한 목소리로 대화를 이어나간다.


"자네는 어떻게 하고 싶은가?"


"네?"


"일단 노 장로께서는 여전히 자네를 천마라고 믿고 있다네.


사실상 지금 교에 남아있는 이들을 이끄는 분이 장로님이시니, 교인들도 자네를 천마로 대우할 것일세."


"그렇겠지요."


나를 무슨 왕, 아니 왕보다도 더 고귀한 존재처럼 모시는 노 장로를 떠올렸다.


"그래서 자네에게 묻는 것일세."


나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이 한층 더 진지해졌다.


"자네가 교에서, 비록 거짓일지라도,


천마를 대신하는 역할을 맡아도 괜찮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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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그걸 누가 합니까? 24.08.24 22 0 11쪽
» 광소(狂笑)와 천마대행 24.08.23 27 0 9쪽
7 승전보, 그 후에. 24.08.22 36 0 12쪽
6 화작참연검(花斬斫連劍) 24.08.21 39 1 14쪽
5 요수사냥 24.08.16 57 0 10쪽
4 마법 혹은 무공 24.08.14 67 0 12쪽
3 임기응변 24.08.10 77 1 13쪽
2 마존강림 24.08.07 85 1 12쪽
1 끝에서, 끝나지 않다. 24.08.05 149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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