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위 기사가 너무 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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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에
작품등록일 :
2024.07.28 17:50
최근연재일 :
2024.08.16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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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1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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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DUMMY


제국 동쪽의 한 작은 영지령


아직 해가 뜨지도 않은 아침. 조용한 새벽공기가 차가운 이슬을 만나 땅에 떨어진다.


부스럭부스럭


아침이 밝아왔다는 닭이 울기도 전에 이데른이 눈을 떴다.


늘 남들보다 이른 아침을 맞이하는 건 이미 몇십 년이 되어도 변하지 않는 습관이었지만 최근에는 여러 가지 일로 인해 깊은 잠에 빠지지 못했다.


그의 퀭한 눈 밑이 상황을 알려 준다. 옆에 있는 자신의 부인인 이넬리아가 혹여나 깰까 봐 조심스럽게 침대에서 일어난 뒤 방을 나갔다.


“날씨가 쌀쌀하군.”


가벼운 가운을 걸치고 이데른은 아무도 없는 텅 빈 복도를 나와 저택 밖으로 나왔다.


차가운 공기가 맞닿아 산책하면서 오늘도 썩은 이처럼 앓는 상황에 대해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이데른이 이렇게 남몰래 혼자 끙끙거리는 사건이 일어난 건 몇 달 전


가문 회에서 열린 상위 귀족 루니트가와의 작은 마찰로 인해 세헤른가는 그날 이후로 피해가 지속되었고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귀족들로부터 궁지에 몰려만 갔다.


“하압!!! 흡!!!”


간단한 산책을 마친 뒤 저택으로 돌아가려는 이데른은 발걸음을 멈춰 세웠다. 저택 뒤편에서 익숙한 소리가 들려왔다.


자연스레 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걷다 보니 병사들이 훈련하는 작은 연무장이었다.


이른 아침이라 병사들이 나타나지 않은 연무장 가운데 그곳에는 머리에 붕대를 감싼 리아스가 목검을 내리치고 있었다.


“녀석···.”


그녀의 이름은 리아스 세르헨


자신의 딸이자 점차 세헤른가를 이끌어갈 후계자.


리아스는 며칠 전 열린 가문 회에서 루니트가의 5남과 마찰로 인해 대련을 펼치다 굴욕적인 패배를 당했다.


동시에 루니트가 5남의 대련 중 검의 머리를 잘못 맞아 약간 후유증으로 과거의 기억 손상. 옛 추억을 잘 기억 못 하는 리아스의 모습은 이데른의 가슴을 아프게 만들었다.


그나마 다행이라 할 수 있는 건 아주 옛 과거 기억 중 일부분만이 지워져서 그런지 일상생활의 불편함은 보이지 않았다.


“후우 한 번 더···.”


아무도 없는 연무장 한가운데서 잠시 휴식을 갖는지 목검을 내려놓은 뒤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자신도 자신을 몰아붙였는걸 아는지 얼굴에 지친 기색이 가득했다.


아버지인 이데른은 안쓰러운 눈빛으로 숨어서 리아스가 쉬는 걸 잠시 지켜보다 조심스럽게 그녀에게 다가갔다.


“아침부터 열심히 하는구나.”


“아, 아버지?!!”


마치 귀신이라도 본 듯 리아스는 화들짝 놀랐다.


몸도 성치 않은 와중에 쉬기는커녕 이른 아침에 훈련하는 걸 걸렸으니 잔소리를 들을 게 분명했다.


“아, 아버지 그게 아니라···.”


리아스는 재빨리 목검을 뒤로 숨겼다.


자신이 아는 리아스와 정반대인 어색한 태도에 이데른은 안타까운 표정을 간신히 숨겼다.


리아스는 아버지를 대면하니 막상 변명거리가 떠오르지 않았다.


괜히 움츠러든다.


“몸은 괜찮니?”


“네? 아···. 네 괜찮아요.”


“그럼 됐다.”


이데른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꽃다운 나이인데도 잦은 검술 훈련으로 물집으로 가득한 손 그리고 머리에 붕대를 감은 채 검을 휘두르는 게 썩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었다.


차라리 4년 전처럼 어리광을 부리며 철이 덜든 리아스가 돌아왔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하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그저 짧은 한마디만 내뱉었다.


“너무 무리하지 말거라.”


“네에···.”


이데른은 리아스의 어깨를 토닥거린 뒤 발걸음을 옮겼다.


한 소리 들을 줄 알았던 리아스는 속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아버지가 돌아가는 뒷모습을 확인하고 다시 일어나 검을 들었다.


몸도 마음도 지쳐 있었지만, 며칠 전 치욕을 생각한다면 쉬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자신이 무너지면 세르헨가도 무너지기에 한 번이라도 더 검을 휘두르면서 세르헨가의 아침이 밝아왔다.



********


엘릭이 기사단에서 나와 이데른에게 가는 여정이 며칠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아무래도 자신이 소속되어 있던 기사단의 본부가 외지에 있다 보니 주위에 이동 수단이 없었다.


방법은 오직 걸음뿐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은 생각보다 다소 시간이 걸리는 고된 길이었다.


“갈 길이 머네. 아직 들를 곳도 있는데.”


이마에서 땀이 흐르면서 땅바닥에 뚝뚝 떨어졌다.


자기 몸만 한 배낭을 메고 산을 넘는 일은 상당히 고된 일이었다.


그것도 오늘을 기준으로 벌써 7번째 산이었기에 체력은 점점 떨어지면서 피로감이 몰려들었다.


“후우 조금만 쉬어야겠어.”


평소 같았으면 적당히 쉬어가면서 이동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되도록 빨리 세르헨가의 사람들을 만나고 싶은 마음에 무리하게 이동한 편이었다.


엘릭은 배낭에서 간단한 요깃거리를 꺼내어 배를 채웠다.


육포는 질기고 곡식은 목이 텁텁 막히지만, 평소와 다르게 잘 넘어간 편이었다.


간단히 배를 채운 엘릭은 짧은 휴식을 마친 뒤 다시 일어나 걷기 시작했다.


오늘 벌써 7번째 산이지만 아직 갈 길이 멀었다.


적어도 오늘 안의 6개의 산을 더 넘어야 했기에 아직 반 정도밖에 안 온 상황이었다.


엘릭은 걸었다.


한 걸음 두 걸음 세 걸음 그저 묵묵히 걸었다.


하염없이 걷다 보니 마음속에서는 혹여나 마차 한 대 안 지나갈까? 하고 누누이 생각했다.

의미 없는 생각이긴 했다.


이런 험한 산길에 마차가 다닐 이유는 없었기에 그저 지친 몸에 행복한 망상만이 유일한 위안이 되었다.


이이이잉


덜그럭덜그럭


이제는 너무 생각하다 보니 생생하게 말이 우는 소리와 마차 바퀴가 맞물리는 소리가 머리에 울려 퍼진다.


“정신 차리자! 이런 곳에 마차가 있을 리가···.”


어처구니없는 생각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 순간


이이이잉


또다시 말소리가 들려왔다.


엘릭은 무언가의 홀린 듯 말 울음소리가 난 곳을 향해 등을 돌렸다.


이이이잉


마차였다.


엘릭은 꿈인가 싶어 눈을 다시 비벼보고 다시 봤지만, 마차가 맞았다.


침을 꼴깍 한번 삼킨 뒤 엘릭은 주저 없이 마차가 오는 방향의 앞길을 막았다.


이이이잉


“으아 아아!!! 당신 뭐야?!!! 왜 길 한복판을 막고 서 있어?!!”


엘릭이 앞에서 길을 막고 있자 마부로 보이던 남자가 급하게 마차를 세웠다.


하마터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기에 마부는 잔뜩 화가나 붉은 얼굴로 소리를 고래고래 질렀다.


“죄송하지만 저 좀 태워주세요!!”


엘릭은 거두절미하고 바로 본론을 요구했다.


“이 사람이 어디 미쳤나? 자리 없어!!! 그러니 빨리 비켜!!!”


“부탁입니다. 저는 어렸을 적 부모님을 잃고는···.”


엘릭의 끈질긴 부탁에도 마부는 단칼에 거절했다. 그러나 엘릭은 이 기회를 놓친다면 왠지 마차가 영양 안 올 것 같아 마부의 다리를 붙잡았다.


“소원입니다.”


“뭐, 뭐야? 이 사람 이거 안 놓아!!!”


“진정하시고 제 말 한 번만 들어 보세요. 슬픈 이야기입니다.”


“이 사람이 미쳤나!!! 당신 뭐야?!!”


엘릭과 마부가 투덕거리는 소란이 일어나자 마차 안에서 검을 든 한 사내가 밖으로 나왔다.


마부는 남자가 밖으로 나오자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연신 숙이며 굽실거렸다.


“티젠. 도대체 이게 무슨 상황이지?”


노란색의 넘긴 머리에 눈가가 날카로운 인상이었다.


남자의 차가운 어조의 마부는 식은땀을 뻘뻘 흘렸다.


“체,체이서님 소란을 피워서 죄송합니다. 다름이 아니라 이 남자가 길 한복판을 막고 있는 바람에.”


티젠에게 자초지종을 들은 체이서는 곧바로 엘릭에게 다가왔다.


곧이어 인상과 다르게 정중한 말투로 거절의 표시를 내비쳤다.


“상황을 들어 보니 안타깝지만 내가 해 줄 수 있는 게 없다네. 그러니···.”


“체이서!! 잠깐만!!”


소리가 들린 마차 안에서 귀족처럼 정갈한 옷을 입은 여린 남자아이가 내렸다.


남자아이는 허겁지겁 내리려다가 발을 헛디뎌 넘어질 뻔한 걸 간신히 체이서가 낚아채 품에 안겼다.


늘 있는 상황인지 체이서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


“도련님 왜 그러신가요?”


“저 사람 사연 들어 보니 안타깝잖아. 그러니 같이 가자고”


“상황은 이해합니다만. 혹여나 수상한 사람일 수도 있으니···.”


“만약 허튼짓하면 체이서가 지켜 주면 되잖아? 응??!”


“하아 도련님. 딱 보아하니 저 사람이 칼을 가지고 다녀서 그런가요?”


“아, 아니야!!”


당황한 듯한 음정이 엇박자다.


소년은 처음 보는 엘릭이 봐도 어색한 변명으로 보였다.


엘릭은 저 둘이 속닥거리기에 무슨 이야기하는지는 모르나 점점 체이서라는 남자가 무표정에서 난처한 표정으로 바뀌고 있음이 눈에 보였다.


이야기가 마무리되었는지 체이서가 엘릭에게 다가왔다.


체이서의 뒤에 도련님이라는 남자아이는 해맑게 웃고 있었다.


“흠흠. 아까 한 말은 정정하지. 마차를 태워주겠네.”


“감사합니다!”


“감사는 내가 아닌 도련님에게 하시게. 다 저분 덕에 하는 거니”


체이서의 어색한 미소와 다르게 남자아이는 두 눈이 반짝반짝했다.


마치 무언가 재밌는 장난감을 얻은 것처럼


엘릭의 처지에선 뭐가 어떻게 되었든 일단 마차를 타고 갈 수 있기에 좋은 기회였기에 마다할 게 없었기에 냅다 올라탔다.


“그럼 어서 타시게. 티젠 넌 이분이 타면 마차를 곧바로 출발하게.”


“네, 네 알겠습니다.”


이이이잉


“이럇”


마부 티젠의 채찍질 소리와 함께 마차가 출발하였다.


조금 전에는 마차를 탈 수 있어서 마냥 좋았지만, 막상 마차를 타니 어색한 공기를 감출 수 없었다.


체이서라는 기사는 대놓고는 아니지만 엘릭을 힐끔 보며 간혹 주시하는 게 느껴졌다.


반대로 도련님이라고 불린 남자아이는 싱글벙글한 얼굴로 엘릭을 뚫어지게 부담스러운 시선의 애써 창문의 눈이 갈 수밖에 없었다.


“여기 옆에 있는 기사는 체이서라고 하고 내 이름은 데니스. 반가워! 넌 이름이 뭐야?”


“엘릭입니다.”


“반가워 엘릭!!”


데니스는 뭐가 그렇게 즐거운지 시종 내내 웃는 얼굴이었다.


엘릭은 이때까지 알지 못했다.


데니스라는 아이가 얼마나 쉬지 않고 이야기하는지에 대해


간단한 통성명을 마치자마자 데니스의 호기심을 감당할 수 없는지 폭풍 같은 질문이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옆에 있는 검을 들고 다니는 걸 보면 엘릭은 모험가야? 기사야?”


“기사였었습니다. 지금은 아니고요”


“역시 그럴 줄 알았어. 그러면 에릭은 어떤 방식으로 기사가 된 거야?”


데니스의 날카로운 질문에 엘릭은 잠시 머뭇거렸다.


대표적으로 제국에서 기사가 되는 방식은 두 가지였다.


첫 번째 방법은 기사 학교로 들어가 일정 수준의 성적을 얻으면 자연스레 졸업해 기사 작위를 받는 방법이 대다수


두 번째 방법은 엘릭처럼 기사단에 들어가 실전을 몸으로 경험하면서 기사단 내에서 추천을 통해 기사가 되는 방법이었다. 하지만 두 번째 방법은 첫 번째와 다르게 말 그대로 ‘실전경험’이었기에 목숨을 보장하기가 힘들고 난다긴다하는 사람들 속에서 살아남기가 힘들기에 두 번째 방식으로 기사가 된 사례는 매우 적은 편에 속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두 번째 방법 옛날 방식의 방법.


이제는 기사단 내에서도 웬만하면 기사 작위를 받은 사람만 모집하기에 두 번째 방법은 매우 드문 사례에 속했다.


“작은 기사단에 들어가서 운 좋게 기사 작위를 받았습니다.”


“우와!!! 대단해!!!”


데니스는 콧김을 내뿜으며 흥분된 태도로 발을 동동 굴렀다.


“호오 대단하군. 작은 기사단이라고 해도 요즘 기사단 내에서 기사 작위를 받는 경우는 매우 드물지.”


작게 들리는 감탄 소리


여태껏 조용히 있던 체이서도 호기심이 갔는지 나지막하게 말했다.


데니스는 더욱더 호기심이 생겨 질문을 가해가 시작했다.


“혹시 어느 기사단이야?”


초롱초롱한 눈빛에서 부담감이 느껴진다.


“아. 이름은 모를 겁니다. 변방에 아주 작은 기사단이라.”


머쓱한 척 연기하려고 일부러 뒷머리를 긁적였다.


“그럴 수 있지. 기사단은 워낙에 많으니까! 사실은 말이지···. 나도 기사가 되고 싶어서 지금 카이른 기사 학교에 시험을 보러 가는 중이야.”


데니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엘릭은 데니스의 수다스러움에 내색은 안 했지만, 점점 지쳐가고 있었다.


어느 정도였냐면 마차를 괜히 탔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매우 힘든 시간이었다.


제발 이 질문 속에서 벗어나고 싶은 소망이 가득했다.


엘릭의 마음이 또다시 닿았는지 다행히 데니스가 먼저 지쳐서 잠이 들었다.


“도련님은 옛날부터 검을 든 사람에 대해서 매우 호기심이 많았다네. 자네가 이해해주구려.”


“하하. 그럴 수 있지요. 그것보다 아까 이야기 중에 카이른 기사 학교라면 그 제월영토에 있는 카이른 기사 학교 맞습니까?”


“오! 자네 카이른 기사 학교를 알고 있나? 그곳은 내가 기사 작위를 받은 모교지”


카이른 기사 학교 이야기에 체이서는 자기 모교라면서 반갑게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역시 그 도련님의 그 기사답게 체이서도 말을 쉬지 않았다.


엘릭은 ‘아차’ 싶었지만 그러기엔 너무 늦은 상황이었다.


“그래서 말이지···. 도련님은 좋은 기사 학교로 가고 싶다고 해서 내가 카이른 기사 학교로 추천해드렸지. 도련님 실력이라면 충분히 붙고도 남을 거야. 워낙 실력이 뛰어난 분이라. 도련님이 어떤 분이냐면···.”


엘릭은 데니스와 이야기할 때랑 다르게 죽은 눈이었다.


이미 한차례 힘든 전투를 끝낸 그에게 두 번째 전투는 견딜 수 없었다.


심지어 저렇게 침까지 튀기면서 이야기하는 걸 막을 수 없는 나머지 그저 창문 밖만 하염없이 쳐다보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힘든 여행길이 되겠군···.’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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