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위 기사가 너무 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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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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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8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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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5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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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화

DUMMY

세헤른 가문의 저택 복도에 잠입한 미역 머리 사내와 검은 복면을 쓴 2명의 암살 길드원.


때마침 암살 길드원이 있는 복도 맨 끝에서 하녀 한 명이 하품하며 지나가자 자연스레 기척을 지웠다. 정신만 차리면 거의 코앞인 거리임에도 하녀는 아무런 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는지 졸린 눈만 비벼대었다.


사람을 죽이는 암살이 직업인 만큼 기척을 지우는 건 간단했다.


하녀가 결국 자신들이 머무는 숙소인 지하로 내려가자 암살 길드원들은 기척이 드러났다.


하녀 따위 암살하는 건 손쉬운 일이지만 잘못해서 비명이라도 질러서 난장판이 벌어지면 일이 귀찮아졌기에 순순히 놓아주었다.


굳이 지금이 아니더라고 한꺼번에 일을 처리하는 게 간단하고 편하다. 그리고 아직 이들은 세헤른가의 저택을 전부 파악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미역 머리 사내와 검은 복면으로 눈을 제외한 이목구비를 전부 가린 암살 길드원들은 혹여나 소리라도 새어 나갈까 봐 신중하게 손짓으로 신호를 주고받고 있었다.


불 꺼진 저택에서 어두운 시야임에도 암살자는 오히려 어둠의 익숙한지 원활하게 소통이 되었다.


‘세헤른가의 저택은 총 3개의 층으로 나누어져 있다. 지하층, 1층, 2층. 우선 난 이데른 남작이 머무는 2층으로 향하겠으니 너희들은 알아서 지하로 갈지 1층으로 갈지 선택해라.’


미역 머리 사내의 손짓을 알아들은 암살 길드원들은 각자 자신들의 무기인 검과 나이프를 꺼내 들었다.


‘그럼, 각자 맡은 임무가 끝나면 중앙계단으로 모인다.’


‘임무가 끝나고 시간이 남으면 재미 좀 봐도 됩니까?’


‘마음대로’


미역 머리 사내의 수신호의 암살 길드원들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모습이 사라졌다.


“그럼 시작해볼까?”


미역 머리의 사내도 자신의 주무기인 약간 녹슨 검을 꺼내었다. 그의 검이 녹슨 이유는 검으로 사람을 죽이고 나서 그 피를 닦지 않는 게 습관이다 보니 검이 안 닦인 핏물로 인해 부식되어 녹슨 상태였다.


자신도 모르게 인기척이 느껴지는 복도의 끝으로 향했다.


방의 문을 살짝 열어보니 저택에 일하는 사람들이 3명이 늦은 저녁 식사를 하는 모습이었다. 하녀 두 명과 집사로 보이는 남성 한 명.


미역 머리의 사내는 목표물을 발견하자 뱀처럼 긴 혓바닥으로 자신의 검을 핥으며 히죽 웃었다.


미역 머리 사내에겐 사람을 죽이는 일이 늘 짜릿했고 새로웠다. 아무리 강인한 사람이라고 해도 죽음을 앞두고는 모두가 굴복해지기 마련이다.


그는 일부러 사람을 한 번에 죽이는 것보다 천천히 시간을 들이면서 그 사람에게 진정한 공포감과 내면을 보는 변태적인 취미가 있었다.


물론 지금은 사람을 죽이는 것보단 테일러 루니트가 의뢰한 무슨 상자를 찾는 게 우선이었기에 잠시 살인의 본능을 접어두었다.


프로 암살자답게 충동적인 본능과 의뢰 정도는 충분히 구분할 수 있었다.


마음만 먹으면 손쉽게 죽이겠지만 그러기엔 시간이 넉넉하지 않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우선 미역 머리 사내는 물건을 찾기 위해 이데른 남작이 머무는 2층으로 향했다.


조용하다.


역시나 다른 귀족 저택보다 사용인 수가 적다고 보고받아서 그런지 2층에는 인기척 하나가 느껴지지 않았다. 굳이 기척을 지우지 않고 행동에도 될 정도였다.


불빛 하나 없는 어두운 복도를 걸으며 가장 가까운 방부터 들어갔다.


끼익


오래된 나무 문을 열고 들어가니 딱히 보이는 건 없었다. 침대랑 벽장만 덩그러니 있었다.


꽝이다. 여긴 남작과 관련되지 않는 방이었다.


곧이어 다음 방으로 향했지만 처음 봤던 방이랑 다를 게 별거 없었다. 또 꽝이었다.


미역 머리 사내는 물건을 찾기 위해 계속해서 방을 옮겨가며 돌아다녔지만 텅 빈방에 침대만 있는 게 대부분이었다.


남작이 머무르는 방이나 서재는 아직 안 보였다.


계속해서 미역 머리의 사내는 방을 뒤졌고 끝내 마지막에 달아서야 남작의 서재에 향하는 데 성공했다.


“제길···. 헛고생만 했군.”


남작의 서재에도 별다른 건 보이지 않았다. 책들로 빼곡하게 매어진 책장이랑 서재의 책상 그리고 손님용으로 보이는 소파가 전부였다.


책상의 서랍을 열어보고 책들도 꺼내어 봤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애초에 의뢰받을 때만 해도 물건이 어디 어디에 정확히 있다고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나온 결론은 간단했다.


못 찾았다고 보고를 하고 자신의 주목적을 실행하면 되는 거였다. 안 찾은 것도 아니고 열심히 찾지 않은 것도 아니다. 애초에 물건이 저택에 없을 수도 있고, 아닌 밑에 있는 녀석들이 찾았을 수도 있다. 여러 가지 가설을 세우며 자기합리화에 들어갔다.


애초에 암살이 특기인 미역 머리 사내는 물건을 찾는 것 따윈 큰 관심이 없었다. 그래도 의뢰 명목상 돈을 받았기에 최소한의 성의를 보인 거지 그는 오직 살인과 자신의 취미를 만족한 게 우선이었다.


“없으니깐 할 수 없고 슬슬 시작해볼까? 벌써 녀석들이 다 해치운 건 아니겠지? 혹시 몰라서 몇 명은 남겨두라고 말할 걸 그랬나? ”


녹슨검끝을 마치 뱀의 혀처럼 날름거리며 입맛을 다셨다. 내려가서 자신의 취미생활을 할 생각에 심장이 두근두근했다.


여전히 살인은 그에게 끊을 수 없는 욕망과도 같았다.


감출 수 없는 흥분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꺄아악!!!”


때마침 저택 아래층에서 여성의 비명이 들려왔다. 미역 머리 남성은 비명을 듣고 혹여나 자신의 먹잇감을 남기지 않을까 봐 비명이 들리는 곳으로 급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녀석들 신나서 다 죽이는 거 아니겠지? 그럼 가만 안 두겠어.”


의뢰는 끝났다. 지금 그에게는 자신의 녹슨 칼에 피를 맛보는 게 우선이었다. 미역 머리 남성은 1층 복도로 내려오자 확실히 조금 전과 다르게 피 냄새가 진득하게 났다.


아까 2층에 올라가기 전 저택의 사용인들이 있던 맨 끝방의 문이 열려있고 피 냄새의 출처가 확실했다. 마치 사냥감을 노리는 상위 포식자처럼 단숨에 뛰어갔다.


반쯤 열린 문을 벌컥 열었다.


“갈롄, 부 여기 있느···?”


비릿한 피 냄새와 한눈에 보이는 피로 물든 방바닥. 그러나 저택의 사용인들은 멀쩡했고 모르는 남자가 양손의 검은색 보자기를 쥐고 있었다.


“많이 늦었네? 자! 받아”






처음 보는 남성은 미역 머리 사내에게 양손에 들고 있던 검은 보자기를 던졌다. 발밑에 무언가 데구루루 굴러옴과 동시의 바닥에 핏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미역 머리 사내는 보자기에서 나오는 핏방울들을 보고 망설임 없이 보자기를 풀어보더니 내용물을 보고 이를 빠득 갈았다.


“이거 다 네가 그랬냐?”


“어.”


검은 보자기 속에 있던 건 다름 아닌 자신의 동료인 부와 갈롄이었다. 녀석들은 암살 길드에서도 나름 베테랑에 속하는 경험과 실력을 갖춘 녀석들이었다. 쉽게 당할 놈들이 아니었다. 무언가 계략을 쓴 것이 분명했다.


너무나도 허무한 최후의 미역 머리 사내는 분노했지만 그건 잠시일 뿐이었다. 암살자로서 이성을 조절할 줄 알아야 했다. 아무리 화나도 감정을 조절하는 게 암살 길드에서 처음으로 배운 기술이었다.


미역 머리 사내는 망설임 없이 자신이 애용하는 녹슨 검을 쥐고 곧바로 전투태세를 잡았다.


“칼. 티나와 제이미를 데리고 최대한 저한테서 떨어지세요.”


“아, 알겠습니다. 엘릭.”


세헤른가의 사용인들은 엘릭의 말을 듣고 재빠르게 거리를 벌렸다.


엘릭은 눈앞의 미역 머리 사내를 보고 생각했다.


역시나 정보 길드의 정보는 수준급이란걸.


시간은 며칠 전으로 돌아간다.


엘릭은 며칠 전 저택을 급하게 떠났다. 그 이유는 본격적으로 세헤른 가문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파월 기사단 시절 마지막 전투 이후로 부서져 있던 자신의 검을 대륙 최고 대장장이에게 수리를 맡겼었다. 원래는 수리를 맡겼던 검을 다시 찾을 생각은 없었다.


엘릭은 파월 기사단에서 마지막 임무를 수행하고 다시는 자신이 사용했던 검을 쓰지 않겠노라고 생각했지만, 저택으로 돌아와 보니 아직은 아니었다.


엘릭에게 해야 할 게 남아있었다.


돌아온 고향에 아직 엘릭에게 지킬 것 또한 많았다. 여러 이유로 또다시 검을 잡아야 했기에 엘릭은 그날의 사건 이후 망설임이 사라지고 대장간에 맡겼던 검을 되찾아오기 위해 저택을 나선 것이었다.


엘릭이 검을 맡긴 곳은 챈들러의 대장간이었다.


대륙의 최고 대장장이이자 첸들러의 대장간은 엘릭의 고향의 정반대 방향에 자리 잡고 있었고 위치 또한 설산 최정상에 자리 잡고 있었다. 여러모로 가는 길이 쉽지는 않았지만, 엘릭은 최대한 빠르게 첸들러의 대장간으로 향했다.


저택에서 나온 이후 쉬지 않고 달려온 결과 엘릭은 5일 만에 첸들러 대장간의 도착했고 그곳에서 마지막 임무 이후 부서져 있던 자신의 검을 오랜만에 다시 만났다.


대륙 최고의 대장장이답게 챈들러의 솜씨는 매우 완벽했다. 엘릭의 두 동강 나 있었던 검은 완벽하게 복원되어 있었고 날카로움도 전보다 더욱더 배가되었다.


물론 검을 맡기고 너무나도 늦게 온 결과 챈들러 영감에게 폭풍 잔소리를 듣긴 했지만,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이놈아! 내가 말했지. 넌 검을 들어야 하는 놈이라고. 유일하게 잘하는 게 그거밖에 없는 놈이. 쯧쯧.”


한 손으로는 엉덩이를 벅벅 긁으며 또 다른 손으로는 엘릭의 등짝을 마구 치면서 첸들러의 잔소리는 끊이지 않았다.


사람들의 입에서 오가는 명성과 달리 실상은 동네 배불뚝이 아저씨였다.


“그것보다 이제는 기사단도 아닌 놈이 다시 검을 든 이유는 뭐 때문이냐? 검을 별로 들고 싶지 않아서 기사단을 나간 거 아니었느냐?”


“파월 기사단의 파놀드가 아닌 원래 이름이 엘릭으로써는 아직 지켜야 할 게 있더군요.”


“쯧! 싱거운 놈. 어서 내려가 인마!”


“감사합니다. 보수는 여기 두고 가겠습니다.”


엘릭은 여러 감사함의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일없다. 이놈아! 먹지도 못하는 광석 따윈 가지고 올 생각 말고 다음번에 술이나 가져와!”


챈들러 영감은 돈 따윈 필요 없다며 엘릭이 가져온 배낭을 발로 차버렸다.


“네. 다음번에는 최고로 맛있는 술을 가져다드리죠.”


엘릭은 피식 미소를 지으며 유유히 설산을 내려왔다.


설산 밑의 마을에 도착한 엘릭이 가장 먼저 한 것은 저택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었다. 자신이 자리를 비운 5일 동안 무언가 특별한 일이 생겼을지 모르기에 엘릭은 산 하나 넘어있는 마을의 유명 정보 길드로 향했다.


정보 길드는 한마디로 정보를 사고파는 길드다.


길드에 따라서 정보의 양도 질도 달랐다. 예시로 한 정보 길드는 국가의 기밀정보도 소유하고 있었다.


물론 그런 정보 길드의 힘은 매우 막강했고 위험한 편이었다.


대륙에 여러 가지 정보 길드가 있지만 엘릭이 향하는 곳은 매우 극소수만이 아는 최상위 정보 길드였다.


정보 길드가 있는 마을에 도착한 엘릭은 여러 건물을 놔두고 사람이 한적한 골목길로 향했다. 마치 미로를 하는 것처럼 골목길을 이리저리 다니다가 도착한 곳은 하수구였다.


악취가 나고 쥐들이 곳곳에 보이는 하수구로 온 엘릭의 앞에 안경 쓴 여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푸른빛.”


“낯에 우는 새.”


“들어오시죠.”


정보 길드로 들어가기 위한 간단한 암구호였다.


안경 쓴 여성을 따라 하수구 통로를 지나니 문이 보였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술집 바를 연상케 하는 장소가 나왔다.


엘릭은 익숙한 듯 컵을 닦고 있는 사내에게 다가가 간단한 음료를 시키고 세헤른가문의 정보와 곧 루니트 가문에서 열리는 가문회의 대한 정보를 얻기 시작했다.


정보 길드에서 꽤 많은 돈을 주고 얻은 그 결과가 눈앞의 보이는 미역 사내였다.


정보 길드에는 없는 정보가 없었다. 돈만 제대로 지불 한다면 어떤 사소한 것이라도 정확하게 정보를 넘겼고 오차도 없었다. 무슨 수를 썼는지 모르겠지만 정보 길드는 암살 길드의 대한 것과 테일러의 작전에 대한 정보를 먼저 알고 있었고 엘릭은 돈을 지급함으로써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었다.


“분명 이곳에는 별 볼 일 없는 사용인만 있을 거라고 들었다. 도대체 넌 누구냐?”


미역 머리 사내의 방안의 흐르는 살기는 죽음과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았다. 그러나 상대는 엘릭이었다.


“이 저택의 호위 기사다.”


그 누구보다 당당한 어투로 말하면서 엘릭도 자신이 쓰던 검을 오랜만에 꺼내 들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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