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1)
49화 중국(1)
조금 전.
하준이 아틀란티스에게 집어삼켜졌을 때.
“아···!”
이주원은 충격을 받은 표정으로 몸을 잘게 떨었다.
이 무슨?
잘 진행되다가 갑자기 왜 이렇게 된 거지?
상황을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단 한 가지는 확실했다.
‘이번에도··· 실패인가.’
언노운이 없는 이 공략팀은 앙꼬 없는 찐빵일 뿐이다.
도저히 아틀란티스를 상대로 이길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아, 망했네.”
“아틀란티스에게 집어삼켜진 등선자는 언노운이 최초 아닌가.”
“난 아틀란티스가 뭘 집어삼킨다는 것도 지금 처음 알았다.”
다들 허망한 목소리를 낸다.
모두가 어 공략이 실패했음을 직감한 것이다.
“아···이번엔 성공할 줄 알았-. 어?”
허탈감에 찬 표정으로 중얼거리던 등선자들이 아틀란티스를 올려다본다.
아틀란티스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어어어어어어!
이건 분명 괴로움에 가득 찬 비명이었다.
‘뭐지?’
이주원의 머리가 팽팽 돌아가기 시작했다.
‘아!’
그리고 이윽고 발견한다.
아직 언노운의 사역마인 <드라이어스>와 <스니클>이 역 소환되지 않았음을.
이게 의미하는 것은 한가지.
언노운은 아직 살아 있다!
‘이 바보 같은!’
시야가 좁았던 자신의 어리석음을 질책하며, 서서히 다시 피어나는 기대감의 불씨와 함께 아틀란티스를 계속 바라본다.
@그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그어, 그어어어! 그어어어어어억!
점점 더 심하게 몸부림치는 아틀란티스.
그와 함께 고통에 찬 비명도 점점 커진다.
그리고 마침내.
@그, 그어어어어어억!
녀석이 고개를 하늘 위로 빳빳이 치솟은 채 그대로 돌처럼 굳어버린다.
그리고 나서 종국에는.
쩌적, 쩌저저저저저저적!
녀석의 온몸에서 무수히 많은 실금이 그어졌고.
쩌정, 쩌어어어어어엉!!
도자기가 박살 나듯, 녀석의 몸이 산산조각이 되어 사방으로 퍼져나간다.
콰아아아아아아아!!!
아틀란티스가 폭사한 그 자리에서 오색 빛의 영롱한 빛무리가 분수처럼 샘솟는다.
그러면서 떠오르는 시스템 메시지.
[경세적인 업적이 <하늘탑>에 기록됩니다.]
[4층 아틀란티스의 스페셜 보스, <아틀란티스>가 최초로 사냥되었습니다!]
“아···!”
이주원은 두 주먹을 꽉 쥔 채 전율에 휩싸였다. 몸을 잘게 떨려온다.
믿을 수가 없었다. 그 아틀란티스를 살해하다니.
다시 생각해봐도 말이 되질 않았다.
정말 언노운은 30레벨의 등선자가 맞는 건가?
언노운의 상태창을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하고 싶다는 생각마저 샘솟을 정도였다.
“우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
“뚫었다! 아니, 그대로 찢어버렸다!!!”
“갓노운, 저는 믿고 있었습니다. 으아아아!”
“드, 드디어 나도 4층에···. 끄윽. 큭. 끄윽.”
분수처럼 치솟는 오색의 빛무리를 지켜보며, 현장은 광란의 도가니에 빠졌다.
누군가는 언노운의 이름을 종교마냥 외쳐대고 있었으며, 누군가는 무릎을 꿇고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결국 이주원도 정신을 놔버리고 그 대열에 합류했다.
“으아아아아아! 갓노우!!!! 마이 로드! 마이 선샤인! 마이 갓!!!”
4층 승탑 시험에서 퇴장할 때까지, 이주원의 목소리는 광란의 목소리에 뒤섞여서 대기를 뜨겁게 달구었다.
***
[경세적인 업적이 <하늘탑>에 기록됩니다.]
[4층 아틀란티스의 스페셜 보스, <아틀란티스>가 최초로 사냥되었습니다!]
4층 승탑 시험장의 등선자들에게 시스템 메시지가 떠오르는 순간.
“뭐냐?”
“뭐야?”
“???”
그들이 상황을 이해하는 건 얼마 걸리지 않았다.
“미, 미친 언노운이··· 4층 승탑 시험장을 공략한 거야?”
“말도 안 돼! 시험 시작한 지 얼마나 됐다고!”
이 충격적인 상황은 등선자 커뮤니티에 실시간으로 전달되었다.
제목: ★대박 속보★ 언노운 좌 4층 승탑 시험 돌파!!!
내용: 캬- 개미쳤다. 방금 언노운 4층 승탑 시험 돌파함 ㅋㅋㅋㅋㅋ 그것도 최초로 <아틀란티스> 살해 업적 세움 ㅋㅋㅋㅋㅋㅋㅋ 명예의 전당 1위도 지금 바로 <Unknown>으로 바뀜 ㅋㅋㅋㅋ
ㄴ ???? 진짜임?
ㄴ 아니, 미친. 아틀란티스를 잡았다고???? 그걸????? 말이 돼?????
ㄴ 키아~~~~ 또 당신입니까! 갓.노.운!!!
ㄴ 아니 50레벨 스페셜 보스를 어떻게 잡았다는 거야? 데미지 전혀 안 박힐 텐데?
ㄴ 시간도 레전든데? 뭔 씹; 1시간도 안 걸려서 처치했다는 게 말이 되냐?
ㄴ 아니 이건;; 진심 버그잖아. 말이 돼??????
등선자 커뮤니티도 역대급 트래핑의 기록을 세웠다.
언노운에 관련된 글이 초 단위로 수십 개씩 쏟아지는 중이었다.
그 정도로 언노운은 상리를 아득히 벗어나는 사상 초유의 기록을 세운 것이다.
제목: 캬ㅑㅑㅑㅑㅑ 포인트 개대박남
내용: ㅋㅋㅋㅋㅋㅋㅋㅋㅋ 1만 포인트 1,067만 포인트 됨 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ㄴ 와; 1,000배 실화임?
ㄴ 그렇게 겪어보고도 아직도 갓노운을 못 믿은 흑우들 없제? ㅋㅋㅋㅋㅋㅋㅋ
제목: (인증) 신의 은총.
내용: 100만 포인트 -> 10억 포인트. 감사합니다 갓노운이시여. 신의 은총 덕분에 오늘 성불할 수 있게 됐습니다.
ㄴ ;;;;;;
ㄴ 10억 미친;;;;
ㄴ 와 얼마나 ‘못 한다’에 쳐 걸었으면 뭔 배당이 1,000배가 뛰냐 ㅋㅋㅋㅋㅋ
ㄴ 아 신을 못 믿었다. 으아아아아! 아!! 나 새끼, 왜 신을 못 믿은 거야!!!!
언노운이 성공한다는 것에 걸었던 이들은 역대급으로 포인트가 대박이 나버렸다.
언노운 추종자들의 규모가 다시금 급격히 불어나기 시작했다.
오늘 하루, 등선자 커뮤니티는 하루종일 언노운의 이름으로 불타올랐다.
이건 등선자 커뮤니티뿐 아니었다.
“뭐? 언노운이 4층 승탑 시험에서 우리 기록을 넘어섰다고?”
제임스가 눈을 깜빡이며 소피에게 되물었다.
“예. 그렇다고 하네요. 아틀란티스를 잡았다는데요?”
“뭔···.”
제임스는 순간 말문이 턱 막혔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아틀란티스, 그 괴물을 30레벨에서 잡아버려?
“조앙까지 격퇴했던 친구잖아요. 그에 비하면 아틀란티스는 덩치가 좀 큰 거북이나 다름없을 뿐이죠.”
“아, 하긴. 그렇게 생각하니 또 그렇긴 하네.”
제임스는 불가해(不可解)하였던 언노운의 능력들을 떠올리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순간 상상도 해본 적이 없던 일이라 말문이 막혔을 뿐.
언노운과 연관 지으면 신기하게도 불가능해 보였던 일이 금세 가능해 보이는 일로 뒤바뀐다.
이게 언노운 매직이라는 건가?
‘아무튼 대단해. 정말로.’
제임스의 입꼬리가 한층 더 올라갔다.
자신들의 기록?
오히려 깨주어서 고맙다.
대적 불가능한 적을 마주해 절망의 늪에 빠져버렸던 자신의 마음속에 언노운은 희망의 씨앗이 되었다.
언노운이라면 그 녀석을 정말 상대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더, 더 무럭무럭 성장해다오.
‘그럼 4층을 위한 지원을 더 빨리 준비해야겠군.’
생각보다 더 빠른 언노운의 탑 등반 속도에 혀를 내두르며, 곧장 4층에서 언노운을 지원하기 위한 준비를 서두려는 찰나.
“아니, 제임스. 이것 좀 봐요.”
소피가 자신의 핸드폰을 건네주었다.
화면 위로 보이는 수많은 기사들.
“이건···.”
제임스의 눈이 가늘어졌다.
중국.
그곳에서 말도 안 되는 기사를 쏟아내는 중이었다.
***
제목: 아니, 언노운이 중국에서 차진풍한테 <최우수 등선자 표창>을 받았다는데?
차진풍.
현 중국의 국가주석이었다.
중국에서 쏟아내는 언론 기사에는 하회탈을 쓴 등선자가 차진풍한테 표창을 받고 있는 사진이 실려 있었다.
- 뭐냐?; 중궈 놈들 또 헛소리하는 줄 알았더니 사진까지 있는데?
ㄴ ㅁㅊ. 진짜 언노운이 중국 사람이었어?
ㄴ 개오반데.
ㄴ 와. 어이가 없네. 진짜 한국인이 아니라 중국인이었나 보네 ㅡㅡ.
삽시간에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언노운이 사실은 중국인이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은 것이다.
그간 중국 대사관 측과 중국 본토에서 지속적인 언론플레이를 해와서 어쩌면 정말 중국인인가? 하는 마음이 무의식적으로 생긴 이들이 더러 있었다.
거기에 결정타로 오늘 하회탈을 쓴 등선자가 표창을 받는 사진이 쐐기를 박아버렸다.
- 진짜, 하회탈 맞지?
ㄴ ㅇㅇ 무늬 하나까지 완전 똑같음.
ㄴ 하 ㅅㅂ. 언노운이 기록 갈아치울 때마다 국뽕 존나 차올랐는데 중국인이었다니.
ㄴ 아. 일본 새끼들 난리 났다 ㅋㅋ 조센진들 설레발칠 때부터 알아봤다고 존나 조롱하면서 놀리고 있음.
ㄴ 아 개 같네. 씨앙.
조금 전까지 언노운을 숭배하던 분위기는 초상집으로 뒤바뀌었다.
짙은 실망과 배신감, 허탈감이 가득 차 있었다.
- 아니, 근데 말이 되냐? 지금 막 공략했는데 어떻게 주석을 만나고 있음?
ㄴ 그 전에 찍은 거겠지. 생각을 좀 해라.
ㄴ 왤케 날카로워?
예민한 사람들이 급속도로 늘어났고, 커뮤니티 곳곳에서 싸움이 벌어졌다.
분위기가 완전히 곱창 나 버린 상황.
그 상황은 한국의 정부, 청와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가, 각하. 중국에서 한국을 상대로 ICJ(국제 사법재판소)에 손해배상 청구를 제소했습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현 대한민국의 대통령, 강대로는 비서실장의 말에 미간을 크게 좁혔다.
“중국이 무슨 사유로 한국에 손해배상 청구를 제소했다는 거죠?”
“언노운, 혹은 하회탈이라 부르는 등선자는 명백히 자신들의 등선자임을 수차례 밝혀왔는데 그간 한국은 어떠한 대응도 보이지 않으며 마치 언노운이 한국의 등선자인 것처럼 방관했다는 사유입니다. 그로 인한 오해의 발생과 국격의 훼손으로 인한 큰 무형적 손실을 보았다고 합니다.”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랍니까?”
비서실장은 강대로 대통령의 말에 할 말이 없었다.
그가 봐도 이건 명백한 중국의 억지였다.
하지만 국가 간 정세는 힘의 논리로 돌아갔다.
중국이 저런 명분을 들고 밀어붙인다면 한국도 결국 어느 정도는 양보해줄 수밖에 없다.
“중국에서 요구하는 게 뭡니까?”
“제주도가 원래 자신들의 섬이었으니 반환을 하거나 1,000조를 배상금으로 지불하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미친놈들이로군요!”
물론 정말 제주도를 반환 받거나 1,000조를 뜯어갈 셈은 아닐거다. 저런 과한 요구를 하고 협상을 하는 과정에 정말 저들이 원하는 무언가를 요구하겠지.
하지만 강대로 대통령은 참지 못하고 육두문자를 날렸다.
비서실장이 침통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간 저희가 중국 대사관 측에서 입장표명을 하라는 걸 무시했던 게 큰 약점이 되었습니다.”
“어처구니가 없네요. 정말 언노운, 그 등선자가 한국인이 아닌 게 확실합니까?”
“일단 중국 언론에서 나도는 사진에는 확실히 언노운으로 보이는 자가 차진풍 주석에게 표창을 받고 있긴 합니다. 하지만 진위여부는 아직 명확하게···.”
“명백히 밝혀진 게 아니라면 아직 희망은 있습니다. 당장 5대 클랜에도 연락해서 언노운이 정말 한국인이 아닌지 파악하는데 협조해 달라고 공문을 보내도록 하지요.”
“예, 그러겠습니다.”
청와대가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언노운.
그는 정말 한국인이 아닌 중국인이란 말인가?
강대로 대통령이 답답하다는 표정으로 얼굴을 쓸어내리고 있는 그 순간.
부르르르르!
강대로 대통령실의 직속 전화기가 울음을 토해냈다.
“강대로 대통령입니다. 무슨 일입니까?”
발신처는 외교부.
갑자기 여기선 왜?
설마 또 중국이 다른 억지를 부리고 있는 걸까?
불안한 기색으로 받았던 전화는 생각지도 못했던 내용을 전해왔다.
“제임스 등선자가 저와 독대를 희망한다고 연락이 왔다는 말입니까?”
미국 정부를 대변하는 등선자.
제임스가 한국의 대통령실에 방문하고자 의지를 내비쳤다.
- 작가의말
다들 즐거운 한가위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_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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