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메이저리그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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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1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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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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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격이 +10 상승했습니다

DUMMY

슬기로운 메이저리그 생활 48화












“이런. 무거운 배트밖에 없네.”


보관함을 살펴보니 무거운 배트밖에 없었다.

손잡이도 두껍고 수분을 먹었는지 상태가 안 좋았다.


“루키. 이걸 써라.”

“예?”


돌아보니 톰 글래빈이 자신의 나무 배트를 뽑아서 내밀었다.


“정말요? 제가 이걸 써도 돼요?”

“가져. 선물이야.”

“고맙습니다! 미스터 글래빈.”

“훗. 그냥 톰이라고 불러.”


톰 글래빈이 내게 배트를 건네고는 돌아가서 자리에 앉았다.

그야말로 쿨내 진동하는 남자였다.

본인 선발 날에는 예민해서 말도 못 걸었는데 나 같은 루키에게 이런 선물을 챙겨주다니.


[톰 글래빈의 배트를 입수했습니다. 타격이 +10 상승했습니다.]


게임에서 꿀탬을 먹은 것처럼 기뻤다.

톰 글래빈이 누구인가.

타격이 뛰어난 투수의 대명사로 실버 슬러거 상을 여러 번 수상했고 홈런도 많이 때렸다.

그런 남자의 배트를 입수하다니.


“경기 끝나고 사인도 받아야지.”


같은 선수끼리 좀 모양 빠지지만 나중에 식당에 전시할 수도 있으니 꼭 사인을 받기로 했다.

내 자서전에 들어갈 에피소드 추가다.


“건우! 뭐해? 네 차례잖아!”

“아. 네네.”


나는 글래빈의 배트를 소중하게 두 손으로 꼭 쥐고 타석에 들어갔다.

2사 주자 없는 상황.

나는 연습 스윙도 제대로 못 했다.


“꼬마야. 너 재밌는 공을 던지더라. 한국인이라며? 박찬오와 아는 사이냐?”

“나는 그를 알지만 그는 나를 모르죠.”

“흐흐. 웃기는 녀석이군.”


포수 피아자가 계속 말을 걸었다.


“당신이 다저스를 나가고 박찬오의 성적이 급상승한 건 어떻게 생각해요?”

“뭐야!? 이 자식이.”

“타자. 포수. 조용히 하세요.”


타석에 있는데 피아자가 씩씩대는 게 느껴졌다.

포수 리드가 약하다는 세간의 평가를 마음에 두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렇다면.


[요시이 초구 던집니다! 아!]

뻐어어엉- !

“볼!”


예상대로 직구 대신 낮은 포크볼이 들어왔다.

애틀랜타 팬들이 야유를 쏟아냈다.

[투수가 타석에 들어오면 초구는 직구를 던진다.]가 내셔널리그의 불문율이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은 투수는 졸장부 취급을 받았다.


뻐어어엉- !

“투 볼!”


연속해서 포크볼이 들어왔다.

요시이는 일본산 투수답게 쿠세가 없었다.

1회부터 열심히 찾았지만 똑같은 동작으로 직구, 슬라이더, 포크볼을 던졌다.

그렇다면.


따아아아악- !

[백건우가 3구를 쳤습니다! 밀어친 타구~~~ 3루수를 넘깁니다! 안타!]


배터리의 심리를 역이용해서 게스 히팅을 하는 수밖에 없었다.

예상대로 쉬운 코스로 패스트볼이 들어왔고 나는 주저 없이 배트를 휘둘렀다.

톰 글래빈이 하사한 단풍나무 배트는 반발력이 좋았다.


“다치면 안 되니까 절대 무리하지 마. 알겠지?”

“네. 네.”


1루 주루 코치가 나에게 점퍼를 입혀주며 말했다.

타순이 한 바퀴 돌아서 윌리엄스가 타석에 들어섰다.

내가 리드를 넓히자 요시이가 무시하며 타자에게 공을 던졌다.


“어쭈! 나를 무시해?”

[주자 뜁니다! 피아자가 잡아서 2루로 송구~~~ 백건우 슬라이딩~~ 세이프!]

“우와아아아!”


투수가 도루를 성공하는 진기명기가 나오자 애틀랜타 팬들이 열광했다.

나는 1루 코치의 시선을 피하며 또 리드 폭을 넓혔다.

2루에 있으니까 포수 피아자가 열 받은 표정이 잘 보였다.


[건~ 우~ 팩! 재밌는 선수네요. 오랜만에 브레이브스에 활기 넘치는 루키가 등장했어요.]


내가 계속 리드 폭을 넓히자 요시이가 견제를 3번이나 했다.

그럴 때마다 야유가 나오며 시범 경기인데도 열기가 올랐다.


“자. 언제 포크볼을 던질까... 어라.”

[요시이가 3구를 던집니다! 아! 백건우가 3루로 뜁니다!]

[저건 무리에요~~~]

파앗!


나는 여유 있게 3루 도루에 성공했다.

피아자가 홈 베이스로 떨어진 포크볼을 제대로 포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2루에서도 요시이의 쿠세는 잡아내지 못했다.

대신 피아자가 포크볼 사인을 내고 무릎을 들썩이는 버릇을 잡아냈다.


따아아악- !

[윌리엄스가 요시이의 6구를 때립니다! 중견수 앞에 안타! 3루 주자 여유 있게 홈으로~~ 홈인!]

[투수 백건우의 멋진 주루 플레이가 만들어낸 득점입니다.]

[메츠 2 대 4 브레이브스]


“헉. 헉. 헉.”

“잘했어! 루키!”

“저 녀석 완전 돌아이잖아? 하하하.”


빅리그 고참들이 내 등을 두드리며 웃었다.

바비 콕스 감독은 심기가 불편해 보였는데 뭐라고 말은 하지 않았다.


따아아악- !

[브렛 분이 초구를 건드립니다! 포수 플라이 아웃! 공수교대!]

“헉. 헉. 벌써?”


나는 숨을 헐떡이며 글러브를 챙겨 마운드로 올라갔다.

그러자 포수 페레즈가 일부러 포수 장비를 꾸물럭거리며 착용했다.

심판이 여러 번 재촉하자 그때 서야 마지못해 천천히 걸어 나왔다.


“저런 게 노련함이구나. 역시 매덕스가 페레즈만 찾는 이유가 있었어.”


오늘 나의 파트너가 마이크 피아자였다면 어땠을까?

생각하기도 싫었다.


“후우우우우~ 또 가볼까.”

[공격에서 맹활약한 투수 백건우가 이번에는 마운드에 오릅니다. 메츠는 요시이를 빼고 대타 로빈 벤추라가 나옵니다.]


벤추라는 컨디션이 안 좋은지 오늘 선발 명단에서 빠져 있었다.

그렇다면.


[백건우. 초구 던집니다! 아! 몸쪽에 위험해요!]

뻐어어엉- !

“볼!”

째릿-


나는 벤추라의 턱 높이로 하드 슬라이더를 던졌다.

벤추라가 나를 노려보았다.

이 남자는 빈볼을 맞으면 즉시 마운드로 돌진하는 것으로 악명이 높았다.


[루키 백건우가 싸움꾼 벤추라에게 시비를 겁니다. 배짱이 대단한데요?]


나는 벤추라가 굼뜨게 피하는 몸짓을 보고 오늘 컨디션이 나쁘다고 확신했다.

저런 반응이면 바깥쪽 낮은 코스에 대응이 늦을 거다.


뻐어어엉- !

[헛스윙! 삼진 아웃! 초구 이후 바깥쪽을 집요하게 공략하며 타자를 잡아냅니다!]


1아웃에서 타순이 한 바퀴 돌아 문제의 남자가 타석에 등장했다.

도루의 신 리키 헨더슨.

그가 특유의 누운 자세로 우타석에 섰다.

마운드에서 직접 상대해보니까 정말 스트라이크 존이 좁아 보였다.

스윽-


[백건우가 초구를 던집니다! 아! 너클볼이에요!]

파아아앙- !

씨익-


너클볼 제구가 빗나가서 등 뒤로 날아갔고 포수가 놓칠 뻔했다.

우타자 상대로 너클볼은 아직인가.

헨더슨이 나를 보며 웃었다.

‘너도 나 같은 괴짜구나?’

이런 표정.


[백건우! 또 너클볼! 헨더슨! 스윙합니다!]

따아아악- !


빗맞은 타구가 유격수에게 굴러갔다.

그런데 땅볼 속도가 지나치게 느렸다.


[유격수가 잡아서 1루로 송구~~~ 세이프! 리키 헨더슨이 진루에 성공합니다!]

[골치 아픈 주자가 나갔어요. 이제부터 백건우의 주자 견제 능력이 평가를 받게 될 겁니다.]


판정은 내야 안타.

나는 1루에 있는 헨더슨을 무시하고 다음 타자 알폰소에 집중했다.


[리키가 2루로 뜁니다! 여유 있게 세이프~! 도루 성공! 오늘 시범 경기인데 왜 이렇게 다들 과열되었죠?]


2루에서도 리키가 계속 나를 긁었다.

애써 무시하며 알폰소와 바깥쪽 승부를 벌이는데.


[볼! 포볼을 내줍니다! 1사 1, 2루. 어. 기록을 보니까 백건우가 경기에서 포볼을 내준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럴 수가 있나요!? 마이너에서 제법 많은 이닝을 던졌을 텐데요.]

[중요한 건 지금 백건우가 빅리그 주자들에게 흔들린다는 겁니다.]


존 올러루드가 좌타석에 들어섰다.

타격왕 출신의 강타자다.

나의 선택은.


파아아앙- !

[백건우가 초구부터 너클볼을 던집니다! 2루 주자는 여유 있게 3루까지 서서 들어갑니다. 저건 뛰라는 거나 마찬가지죠! 1사 1, 3루.]

씨익-


3루에서 리키 헨더슨이 나와 눈을 맞추며 웃었다.

‘헤이~ 루키. 또 너클볼을 던져봐. 홈스틸을 해줄 테니까.’

이런 눈빛이었다.

나는 대기 타석에 있는 피아자를 슬쩍 보고는 갑자기 1루를 돌아보았다.


[백건우가 1루로 견제! 아니고 3루로 견제합니다! 아! 헨더슨이 런 다운에 걸렸어요! 태그 아웃!]

[메이저리그 도루왕을 3루에서 견제로 잡아내는 백건우! 대단합니다.]


이걸 노리고 지금까지 1번도 견제를 하지 않은 것이다.

횡사한 리키는 싱글벙글 웃으며 들어갔다.

역시 범상치 않은 남자.


[이제 2사 1루에서 올러루드를 상대합니다. 백건우! 2구! 바깥쪽!]

따아아아악- !


총알 같은 타구가 3루 간을 꿰뚫었다.

안타.

1루 주자는 3루까지.

바깥쪽에 제구가 완벽했는데도 이렇게 때려내는 게 빅리그 중심타자였다.


[2사 1, 3루에서 4번 타자 마이크 피아자가 등장합니다.]

[홈런 한 방이면 역전이에요. 이번 승부로 백건우의 빅리그 25인 로스터 진입 여부가 결정될 겁니다.]


바비 콕스 감독을 슬쩍 돌아보았다.

여전히 무표정했다.

내가 팀의 기존 분위기를 흔들어놓는 게 마음에 걸리는 모양이다.


“영감님. 이대로 가면 우리 팀은 정규시즌 100승 이상 달성하고도 월드시리즈에서 양키스에게 4연패로 개망신을 당한다구요. 저 같은 루키가 팀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야 합니다.”


따아아아아악- !

[피아자가 백건우의 초구를 때립니다! 우측에 큽니다!]

텅- !


초구는 파울 홈런.

직접 상대해보니 피아자의 배트 스피드는 경이로웠다.

그를 상대로 바깥쪽 공략은 필패다.

배트 스피드가 빨라서 끝까지 보고 때리기 때문이다.

사자를 잡으려면 아가리로 들어가야 했다.


[백건우가 2구를 던집니다! 이번에는 몸쪽!]

따아아악- ! 피잉!


총알 같은 타구가 3루를 살짝 벗어났다.

2스트라이크.

모두가 유인구를 던질 타이밍이라고 생각할 때 나는 빠른 템포로 3구를 던졌다.


[백건우의 3구! 아! 한가운데에요!]

“이 자식이!”

따아아아아아악- !


피아자가 투심 패스트볼을 잡아당겼다.

총알 같은 타구를 3루수 치퍼 존스가 다이빙 캐치로 잡아냈다.


[아웃! 여기서 존스의 멋진 수비가 나옵니다!]

[안타성 타구였어요. 백건우 선수. 결과는 좋지만 승부를 너무 서둘지 않았나 반성해야 합니다.]

“나이스 캐치!”

툭-

나는 더그아웃으로 들어오며 존스에게 감사를 전했다.


“수고했다. 건우. 여기까지다.”

“알겠습니다.”


마조니 코치가 내 등을 두드렸다.

표정은 묘하게 좋지 않았는데 내가 피아자를 상대한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다.

어쨌든.


[9회 경기 끝났습니다! 브레이브스가 메츠를 최종 스코어 6대4로 꺾고 승리를 거둡니다.]


나의 마지막 빅리그 시범 경기가 승리로 끝났다.

그리고 나는 짐을 쌌다.


[백건우 선수는 오늘로 1군 등판 일정이 종료되었습니다. 내일부터는 마이너 캠프로 출근하세요.]


경기를 끝내고 클럽하우스로 돌아오니까 게시판에 이런 안내장이 붙어 있었다.

씁쓸한 마음으로 짐을 싸고 있는데 투수 선배들이 와서 나의 등을 토닥였다.


“또 보자. 루키.”

“너는 금방 올라올 거야. 용사의 심장을 가졌으니까.”

“암. 투 낫싱에서 피아자한테 그런 공을 던지는 투수는 빅리그에도 많지 않아.”

“이거 받아라. 거의 새거니까 가져가.”

“오! 고맙습니다! 선배님!”


그들이 나에게 연습용 셔츠와 스파이크, 글러브 등 야구용품을 잔뜩 챙겨줬다.

이렇게 나는 톰 글래빈이 하사한 배트와 용품들을 바리바리 싸 들고 메이저리그 캠프를 나왔다.


“오히려 좋아. 덕분에 선물을 잔뜩 챙겼잖아.”


내일은 오랜만에 더블A 녀석들을 보겠구나.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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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여기는 너의 놀이터가 아니야 +18 24.09.14 7,781 22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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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왜 이름이 낯익지? +12 24.09.08 10,269 27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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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종이 한 장의 공포 +9 24.09.02 10,820 276 12쪽
33 플로리다의 3월 하늘 +9 24.09.01 11,064 28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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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마이너리그의 법칙 #2 +5 24.08.30 11,086 28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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