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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랑(醉郞)
작품등록일 :
2024.08.08 07:21
최근연재일 :
2024.09.15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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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1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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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6화 크랙(1)

DUMMY

16화 크랙(1)


**


백연희는 그녀의 정갈한 방 안에 앉아서 고급 도자기로 만든 찻잔을 들었다.

그녀의 앞에는 한 사내가 앉아있었다.

백연희를 아는 사람이라면 익숙한 모습이지만, 앞의 사내는 그렇지 못한 듯 살짝 안절부절못했다.

정중하게 무릎을 꿇고 앉아있는 사내는 백연희의 복심 혹은 오른팔로 불리는 박 비서가 아니었다.

사내는 반백의 머리에 약간 날카로워 보이는 눈매, 두드러진 매부리코와 얇은 입술로 결코 평범해 보이지 않았다.

그는 바싹 마르는 입술을 살짝 적시고, 백연희가 차를 모두 마시기를 기다렸다.

누구라도 분노할 만한 정보를 전했음에도 차분하게 차를 마시는 백연희를 바라보며 마음의 수양이 상당함이 느껴졌다.


“박 비서가 김복남과 빈번히 만나는 걸 확인했다는 건가요?”


온화한 표정과 달리 백연희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예, 그렇습니다. 돈이 오가는 것도 확인했습니다.”

“내가 해주는 게 어려울 정도로 박 비서의 생활이 어려운가요?”

“그건 아닌 듯합니다. 웬만한 기업 임원도 부러워할 만한 고급 주택에 외제 자동차까지 있습니다.”

“그런데 왜 그런 짓을 한 걸까요?”

“이런 말씀 드리기는 그렇지만, 여자가 있는 듯합니다.”

“박 비서는 결혼했어요.”

“예, 그러니까······ 외도를······”


여기까지 말한 사내는 그녀의 눈치를 봤다.

백연희의 눈빛은 심연을 담은 듯 깊게 가라앉았다.


“대충 알겠네요.”

“옙.”


사내는 코를 긁적였다.

오랫동안 이런 일을 해왔지만, 신뢰를 배신당한 사람을 바라보는 건 언제나 마음이 편치 않았다.


“김영현에 관해서 이야기해 보죠.”


살짝 긴장이 풀린다는 듯한 한숨과 함께 사내의 입이 열렸다.


“김영현을 조사하는 건 박 비서보다는 쉬웠습니다. 그는 건설부의 주무관이었습니다.”


건설부의 주무관?

백연희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러니까 겨우 주무관 따위가 우리 일을 사사건건 방해했다는 건가요?”

“야망이 큰 사내였습니다. 그만큼 많은 돈이 필요했을 겁니다.”

“좋아요, 내게 한 이야기를 단수철에게도 했나요?”

“물론입니다. 저는······”

“당신은 단수철 쪽 사람이었죠.”

“옙.”


그녀는 눈앞의 사내를 바라봤다.

확실히 단수철은 현금왕, 또는 사채왕이라고 부를만했다.

이렇게 남의 뒤를 빠르고 정확하게 조사해 줄 부하를 수족처럼 부리다니.


“단수철에게 전하세요. 박 비서는 제가 알아서 처리한다고.”

“김영현은 영감님이 위쪽 라인을 구워삶겠다고 하셨습니다.”

“알았어요. 필요한 자금을 보태겠다고 하세요.”

“영감님도 기뻐하실 겁니다.”

“흥, 나보다 두 살밖에 많지 않으면서 영감이려나.”


백연희와 단수철이 손을 잡기는 했지만, 확실히 사이가 좋은 건 아니었다.

사내는 자신이 끼어들 일이 아니라 생각했기에 머리를 긁적이며 물러났다.

그의 모습이 방에서 완전히 사라진 걸 확인한 후 백연희는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역시 도 선생님의 정보는 누구보다 정확해.”


그녀는 라디오를 힐끔 바라봤다.

박 비서는 부산에서 일본제 페니실린을 팔아서 돈을 만졌을 때 사촌오빠인 백정엽 장군이 경호를 위해서 붙여준 병사 중 한 명이었다.

당시 똘똘하고 야무진 일 처리를 보고 마음에 들어서, 그가 전역한 후 직접 고용 해서 지금까지 항상 곁에 두었다.


“심복에게 배신을 당했구나.”


만약 도 선생에게서 박성호의 이름을 듣지 못했다면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적어도 화폐개혁으로 큰 손해를 봤겠지.’


그리고 화교 상인들은 많은 자살을 바탕으로 더욱더 한국 경제계에 영향력을 넓혀갈 게 분명했다.


**


“박성호가 비서였습니까?”

「백연희: 예, 제가 사람 보는 눈이 없었나 봐요. 제 등을 찌를 사람을 심복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니.」


그녀의 착잡한 채팅에 고개를 끄덕였다.

최측근에게 배반당하면 누구나 그녀와 같은 반응을 보였으리라.


“너무 자책하지 마십시오. 나쁜 건 박성호니까요?”

「백연희: 그 멍청한 녀석이 여자에 빠져서 엄청난 빚을 지는 바람에 김복남에게 약점이 잡혔더군요. 그대로 뒀으면 저를 거덜 낼 뻔했어요.」


백연희의 말에 살짝 소름이 돋았다.

김복남은 그녀의 최측근에게 약점을 만들어서 그걸로 정보를 빼냈다.

강도질이나 하던 시절보다 얼마나 레벨업을 한 걸까?

그때는 방송용 효과음과 TTS만으로 쫓아낼 수 있을 만큼 어수룩했다.

그러나 10년 정도 지난 60년대의 김복남은 백연희조차 내 정보가 없었으면 뒤통수를 맞았을 정도로 음모를 꾸밀 줄 알았다.


‘그리고 70년대 김복남은 대형 투자 사기꾼이 된 건가?’


어이없지만 앞으로 재벌이 될 사람들을 도와주는 게 아니라, 김복남의 일대기를 보는 듯한 느낌까지 들었다.


“그래도 배신자와 건설부의 방해꾼을 알아낸 게 다행입니다. 앞으로 큰 문제가 없을 겁니다.”


김복남이 어떤 수단을 쓸지 알 수 없지만, 박성호와 김영현이 날아간 순간 손쓸 수단이 없어질 터였다.


‘시간이 좀 더 있으면 모르겠지만······’


화폐개혁까지는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


「백연희: 귀중한 정보를 주신 덕분에 살았어요. 어떤 보답을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그녀의 말에 문득 안병훈이 떠올랐다.

그가 없었다면 이런 유용한 정보를 전해주지 못했을 테지.


“이 정보는 제가 알아낸 게 아닙니다.”

「백연희: 예, 그러면 누가?」

“10년 정도 뒤에 안병훈이라는 청년이 제 이름을 대고 찾아갈 겁니다. 그때 그 청년에게 작은 도움을 주시면 됩니다.”

「백연희: 10년 뒤라니······ 한참 후의 일이군요.」

“예, 하지만 그리 오랜 시간도 아닐 겁니다.”

「백연희: 제 주소를 알려드리죠. 적어도 10년 안에는 이사 갈 일이 없을 거예요.」


솔직히 그녀가 의아해할 줄 알았다.

그러나 아무렇지 않게 반응했다.

마치 내가 미래에 있는 걸 안다는 것처럼.


‘하긴······ 그렇게 많은 대화를 했는데 모를 수가 없겠지.’


물론 백연희는 그걸 노골적으로 티 내지 않았다.

마치 자신이 노골적으로 티를 내는 순간 나와 인연이 끝난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백연희: 도 선생님의 말씀 잘 기억하고 있을게요.」

“그리고······”


잠시 목을 가다듬었다.


“암치료 연구를 위해서 백도 연구 재단을 세워주셔서 고맙습니다.”


지금까지와 달리 상당히 진중한 목소리로 감사를 전했다.


「백연희: 도움이 되셨나요?」

“예, 무척 큰 도움이 됐습니다.”

「백연희: 제가 받은 보답을 그동안 후원으로 전해드릴 수밖에 없었는데. 직접적으로 도움을 드릴 수 있었다니 다행이네요. 앞으로도 재단에 더 많은 신경을 쓸게요.」

“그래 주시면 고맙죠.”


어머니뿐 아니라 많은 암 환자에게 도움을 될 수 있다면 그보다 좋은 일은 없을 테니까.

그녀와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던 중 질문이 올라왔다.


「백연희: 제가 이번에 미제 텔레비전을 구매했어요. 앞으로 그걸로 소통할 수 있을까요?」

“가능할 겁니다.”


매니저 슬라임에게 확인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당장 안병훈이 나와 TV로 소통을 하니까.


「백연희: 다음에는 도 선생님의 얼굴을 보면서 이야기하고 싶네요.」


작은 바람을 이야기한 후 접속을 끊었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 안병훈이 접속하더니 채팅이 올라왔다.


「안병훈: 아이고- 이렇게 접속되다니 요즘 제가 운이 좋은 가 봅니다. 도 선생님의 얼굴을 보니 앓던 속병이 다 나은 것 같습니다.」


그의 호들갑스러운 채팅을 읽으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꽤 굵직한 발자취를 남긴 기업가였기에 뭔가 진중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가벼웠다.

아직 젊어서 그런가보다 이해하기로 했다.


“오랜만입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시나요?”

「안병훈: 일주일 동안 하루가 일 년 같았습니다.」


너무 심한데?


“또 무슨 안 좋은 일이라도 있었습니까?”

「안병훈: 아무 일 없습니다.」

“그런 것치고는 너무 반가워하는데요?”

「안병훈: 도 선생님 말씀대로 확실하게 BN 파트너스와 손을 끊었다는 걸 알려드리고 싶어서요.」


확실히 그는 결단력이 있었다.

화재로 모든 걸 잃었을 때도 극장식당이라는 목표가 생기자 바로 일자리를 찾아서 돈을 모으기 시작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내 말이라고 해도 프라임 은행 사기라는 걸 의심할 수 있었다.


‘큰돈에 눈이 어두워지면 십중팔구 사기라는 걸 믿고 싶지 않아지니까.’


하지만 그는 내가 사기라는 걸 알려주자마자 바로 BN 파트너스를 손절했다.

그 말은 김복남과도 인연을 끊었다는 소리였다.


“아주 잘하셨어요. 그런 결단력이 안병훈 님의 앞날에 큰 도움이 될 테니까요.”


그의 삶을 보면 굵직굵직한 선택의 기로가 많았다.

그때마다 남들이 하기 힘든 결단을 내려서 큰 사업을 일궈냈다.

그런 한 단면을 보는 것 같았다.


「안병훈: 헤헤헤, 칭찬 감사합니다.」


나중에 큰 기업가가 된다고 해도 그는 아직은 청년이었다.

그래서인지 내 가벼운 칭찬에도 기뻐했다.


“앞으로 어떻게 하실 생각인가요?”


그의 계획을 막아놓고 이런 질문을 하는 게 우습긴 했다.


「안병훈: 욕심이 커서 사기를 당할 뻔하지 않았습니까? 앞으로는 착실하게 돈을 모아가겠습니다.」

“그 마음가짐 마음에 듭니다.”

「안병훈: 감사합니다. 헤헤헤」


이번 일로 느낀 게 많은 듯했다.


“그런 안병훈 님을 위해서 기회를 하나 드리죠.”

「안병훈: 기, 기회라니요?」

“지금처럼 돈을 모아서는 10년이 지나도 극장식당을 여는 꿈을 이루지 못할 거 아닙니까?”

「안병훈: 그렇습니다······ 사실 그래서 초조했던 것도 있었습니다.」

“본인이 하기에 따라서 꿈을 이룰 기간을 줄여줄 수 있을 겁니다.”

「안병훈: 저, 정말입니까? 기간을 줄여줄 수 있다는 말입니까?」

“제가 거짓말 한 적이 없다는 건 잘 아시잖습니까?”

「안병훈: 예, 맞습니다. 저는 도 선생님 말씀에 무조건 따르겠습니다.」


그에게 백연희가 준 주소를 보냈다.


“이리로 찾아가십시오.”

「안병훈: 알겠습니다.」

“어디인지 안 물어보나요?”

「안병훈: 방금 도 선생님 말씀은 무조건 따르겠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곳에 찾아가서 제 이름을 말하면 될 겁니다.”

「안병훈: 감사합니다!!」


안병훈이 자기 방의 TV를 향해서 허리를 숙이는 모습이 눈에 선했다.


**


“후우······ 분명히 여기인데?”


안병훈은 도 선생이 보내준 주소를 찾아왔다.

그가 손에 든 메모지는 얼마나 만지작거렸는지 모퉁이가 너덜너덜해졌을 정도였다.


“이, 이렇게 큰 건물에 사는 분이 나를 만나줄까?”


연희동이라는 주소를 들었을 때 어느 정도 마음의 각오를 했다.

막상 도착해서 본 집은 거의 대궐을 보는 듯한 저택이었다.


“후아······”


그는 심호흡한 후 문 앞에 다가갔다.


‘도 선생님의 흰소리를 하실 리 없잖아.’


너무 긴장한 나머지 대문에 걸린 ‘백연희’라는 문패도 읽지 못했다.

안병훈은 떨리는 손으로 초인종을 눌렀다.


띵동-


청량한 소리가 몇 번 울렸다.

그는 자신이 혹시 잘 못 들은 게 아닌가 하고 몇 번이고 확인했는데 분명히 초인종이 울렸다.


“?”


그러나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다시 초인종을 눌렀을 때였다.


덜컹-


심장을 덜컥하게 만드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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