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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랑(醉郞)
작품등록일 :
2024.08.08 07:21
최근연재일 :
2024.09.15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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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2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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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7화 크랙(2)

DUMMY

17화 크랙(2)


“누구십니까?”


안에서 덩치 큰 사내가 나왔다.

떡 벌어진 어깨에 큰 키 날카로운 눈빛이 안병훈을 절로 위축시켰다.


“사, 사짜 도선생님의 소개로 왔습니다.”

“사짜 도선생?”

“예, 집주인분께 전해주시면 아실 겁니다.”


사내는 고개를 갸웃하더니 퉁명스럽게 말했다.


“잘못 찾아온 거 아니야? 그런 사람 이름 들어본 적도 없는데?”

“하지만 주소는 여기가 맞습니다.”


안병훈은 메모를 확인했다.

여기가 분명했다.


“처음 듣는 이름이니 다른 곳 찾아봐.”


콰앙-


문이 닫혔다.

커다란 대문 옆의 작은 출입문이 닫힌 것뿐이었다.

안병훈은 미래로 향하는 길이 막힌 듯한 막막함을 느꼈다.

그러나 그는 물러서지 않았다.

도선생의 말을 철석같이 믿었으니까.

그가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거나 잘못 알려주는 일은 생각하지도 못할 일이었다.


“집주인에게 말해주십시오. 분명히 알고 계실 겁니다.”


쾅쾅쾅-


안병훈이 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사방에 울려 퍼졌다.


“아니, 다른 곳을 찾아보라니까 뭔 난리야!”


성난 소리와 함께 아까 나타난 덩치가 나왔다.

인상을 잔뜩 찡그린 모습이 웬만한 사람이면 겁먹고 도망칠 듯했다.

하지만 안병훈은 도선생을 철저하게 믿었기에 도망치지도 뒤로 물러나지도 않았다.


“집주인분을 만나게 해주십쇼.”

“뭐야, 어딜 들어오려는 거야?”

“어? 지금 날 밀었어요. 이러다 사람까지 죽이겠네.”

“뭐, 이런 골통이 다 있어!”


어느새 언성이 높아졌다.

덩치가 참지 못하고 안병훈의 멱살을 잡았다.


빠앙-


날카로운 크락션 소리와 함께 고급 승용차 한 대가 미끄러지듯 다가왔다.


“아! 사장님. 어서 오십시오.”


덩치가 급히 멱살을 풀고 고급 승용차를 향해 허리를 숙였다.


덜컥-


운전기사가 열어준 문으로 한 여성이 내렸다.

때깔부터 비싸 보이는 한복을 입은 여성은 40대 초반 정도의 나이로 보였다.

그녀의 모습과 움직임에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품이 느껴졌다.


‘이 집 주인이다!’


안병훈의 촉이 속삭였다.

그는 자신의 촉을 믿고 외쳤다.


“사짜 도선생님의 소개로 왔습니다.”

“무슨 짓이야!”


방해가 없었다면 앞으로 뛰쳐나갈 뻔했다.

덩치는 안병훈의 팔을 잡고서 바닥으로 찍어 눌렀다.


“으윽!”


다행히 한복 입은 여성은 안병훈의 말을 들었다.

그녀가 손을 들자, 안병훈을 찍어 누르던 덩치가 주춤주춤 물러났다.


“누구 소개로 왔다고요?”


우아함이 절로 느껴지는 목소리였다.

안병훈은 그녀가 사짜 도선생이 만나라고 했던 사람이라고 확신했다.


“사, 사짜 도선생님의 소개로 왔습니다.”


아직도 통증이 느껴지는 어깨를 돌리며 대답했다.

여성은 눈에 이채를 띄며 물었다.


“그렇다면 당신이 안병훈인가요?”


안병훈은 그녀가 자신의 이름을 알자 놀랐다.


“예, 예. 그렇습니다.”


여성은 그에게 일어나라고 한 후 덩치들 돌아봤다.


“내가 도선생님의 소개로 온 사람은 정중히 모시라고 하지 않았나?”

“죄, 죄송합니다. 이름을 잘못 기억했습니다.”


덩치가 사색이 됐다.

그의 사과에도 여성의 표정은 싸늘해지기만 할 뿐이었다.


“김 비서.”

“예, 사장님.”


운전기사인 줄 알았던 사내가 대답했다.


“이 사람 잘라요.”


그녀의 목소리에 냉기가 풀풀 풍겼다.


“알겠습니다.”


여성은 뒤의 일은 확인하지 않은 채 안병훈을 바라봤다.


“따라오세요.”

“가, 감사합니다.”


싸늘한 그녀의 표정에 위축된 안병훈은 주춤주춤 따라 들어갔다.

여성이 기다리라고 한 방에 앉아서 그는 잠시 기다렸다.

그동안 여성의 정체를 생각해 보았지만, 뚜렷한 결론에 이르지 못했다.

김 비서라고 불린 사내의 안내에 따라서 정갈하고 소박한 방으로 들어갔다.


“앉으세요.”


안병훈이 머뭇거리자, 여인이 빙그레 웃었다.


“만나서 반가워요. 저는 백연희라고 합니다.”


그녀의 말에 안병훈은 잠시 이름을 되뇌었다.

그리고 문득 어떤 이름이 떠올랐다.


“아앗, 설마 백 할머······ 죄, 죄송합니다.”


눈앞의 여인이 도저히 할머니로 보이지 않았기에 급히 사과했다.


“괜찮아요. 다른 사람들이 저를 백 할머니라고 부른답니다.”


안병훈은 그녀의 말에 두 번이나 놀랐다.

첫 번째는 백 할머니라는 이름과 달리 사십 대 정도로 보이는 외모에 놀랐다.

두 번째는 BN 파트너스의 투자 설명회에서 봤던 백 할머니와는 다른 사람이라는 것에 놀랐다.

도선생이 이상한 사람을 소개할 리가 없으니, 눈앞의 여성이 백 할머니가 분명했다.


‘사기꾼 놈들 속였구나.’


BN 파트너스가 백 할머니라고 소개했던 노인이 가짜였다는 걸 깨달았다.


“아, 안병훈입니다. 도선생님이 만나 뵈라고 해서 왔습니다.”

“네, 알아요.”


백연희는 안병훈의 얼굴을 찬찬히 살펴보며 물었다.


“도선생님이 뭐라고 하시며 보냈나요?”


안병훈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제가 하는 일에 도움을 주실 거라고 했습니다.”


괜히 여기서 쓸데없는 말을 해서 의심받을 필요 없었다.

도선생이 한 말을 담백하게 이야기했다.


“도선생님이 허튼소리 하실 분이 아니죠. 어디 당신이 처한 상황을 이야기해 봐요.”


백연희의 말에 안병훈은 속으로 도선생에게 감사했다.

사짜 도선생이라는 존재를 만나지 못했다면 백 할머니라는 증권가의 거물을 만날 기회를 얻지 못했을 터였다.

백 할머니는 그녀가 투자하는 곳만 따라서 투자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주식 시장에서는 전설적 존재였다.

그런 그녀에게 도움을 받을 기회가 온 걸 놓칠 수 없었다.

안병훈은 일식집을 개업할 때부터 자신이 겪은 일을 모두 설명했다.

흥분한 탓인지 살짝 상황에 안 맞게 과장된 부분도 섞여 있었으나 되도록 상세하게 자기의 처지를 밝혔다.



‘에라 모르겠다.’


심지어 도선생이 보여준 영상을 보고 감명받아 극장식당을 사업 목표로 삼았다는 이야기까지 했다.

만약 여기서 백연희의 투자를 받으면 그의 꿈은 훨씬 빨리 이루어질 수 있었다.

차분히 그의 이야기를 듣던 백연희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도 선생님을 믿지만 당신이 과연 내 투자를 받을만한 사람인지는 제가 평가하겠어요.”


너무나 당연한 소리였지만 안병훈은 이마의 땀을 닦았다.

증권가에 전해지는 백 할머니의 전설은 그녀가 결코 호락호락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려주었다.


“그러니 제 곁에서 한동안 일을 하세요. 지켜보고 투자할 만한 사람이라고 확신이 서면 투자를 하죠.”


백연희의 말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투자를 완전히 하지 않겠다는 소리는 아니었다.

사실 그녀의 입에서 지켜보겠다는 말이 나온 건 순순히 도선생 덕분이라 생각했다.


“감사합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안병훈은 깊게 머리를 숙였다.


**


“소문 들었어?”

“무슨 소문?”


민지가 혜영이의 말에 고개를 갸웃했다.

혜영이는 교실에서 혼자 하교 준비를 하는 승아를 눈빛으로 가리켰다.


“승아에 대한 소문.”

“승아?”


민지의 시선이 승아를 향했다.

또래 애들보다 키가 크고 얼굴도 예쁘장했다.

그녀가 승아에 대해서 아는 건 어머니가 편찮으셔서 야간자율학습을 빠지고 일찍 병원으로 간다는 것 정도였다.

승아는 학교 안에서 친구가 그다지 많지 않았다. 가정 형편으로 인해 일찍 하교했고 쉬는 시간에는 모자란 진도를 따라잡으려 공부했기에 말을 걸기 불편했다.

게다가 묘하게 침착하고 어른스러운 분위기가 풍겨서 섣불리 접근하지 않았다.

반에서 논다는 애들도 승아의 분위기 탓인지 시비를 걸지 않았다.


“나도 어제 들었는데 어디 재벌가의 숨겨진 딸이라고 하더라.”

“콜록- 콜록-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사과주스를 마시다가 사레에 들릴 뻔한 민지가 황당한 얼굴로 물었다.


아니 재벌가의 숨겨진 딸이 이런 공립학교에 다닐 리 없잖은가?

게다가······


“승아가 지금은 나아진 것 같지만, 1년 전까지만 해도 찢어지게 가난했다고?”

“나도 그렇게 알았는데, 얼마 전 벤츠를 탄 오빠가 데리러 왔다더라.”

“그게 정말이야. 오빠라는 건 어떻게 아는데?”

“뭐, 얼굴이 똑같았고, 승아가 오빠라고 하면서 차에 올라탔다더라.”

“와······ 믿을 수 없는걸?”

“옆 반의 채린이가 봤다니까.”

“하지만 그 전의 모습은 뭐야?”


1년 전에 추레했던 모습을 떠올렸다.

도저히 재벌의 숨겨둔 딸이라고 믿을 수 없는 모습이었다.


“그건 일부러 그러는 거라더라. 솔직히 그렇게 가난한 것도 말이 안 되잖아? 자기가 연기를 과하게 한 걸 깨닫고 최근에는 조금 생활이 나아진 것처럼 하고 다니는 거래.”

“와······ 재벌의 숨겨진 딸······ 정말 부럽다.”

“사실이라면 집에 돌아가서는 얼마나 멋진 삶을 살까?”


자신들의 착각에 빠져서 몽롱해진 눈빛의 소녀들을 뒤로하고 승아는 교실을 나섰다.

교문을 벗어나서 조금 걸어가자 버스 정류장이 보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여기서 버스를 타고 병원까지 가야 했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잠깐 걸어가자, 벤츠 마이바흐가 승아를 기다렸다.

그녀가 앞에 서자 운전석 쪽 차창이 열리고 오빠인 경훈이 보였다.


“어서 타라.”

“응.”


**


승아가 고개를 끄덕인 후 조수석에 앉았다.


“어머니가 퇴원하시니까 병원에 가는 것도 마지막일 거야. 그동안 힘들었지?”


어머니가 입원한 동안 승아가 야간자율학습을 빠지고 꾸준히 병원에 들렀다.

가난할 때는 승아가 아니면 어머니를 간병할 사람이 없었고, 여유가 생긴 이후에도 불안해하는 어머니 곁에 누군가 있어야 했다.


“아니야, 엄마를 위한 일인데 하나도 안 힘들었어.”

“그래, 수고했어. 어머니를 집에 모시면 너도 정상적으로 학교 생활을 할 수 있을 거야.”


개인화 암 백신 플랫폼 치료는 중요 고비를 넘겼다.

앞으로는 정해진 날에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으면 될 뿐이었다.


부으응-


벤츠 마이바흐가 부드럽게 앞으로 나아갔다.


“이 차는 정말 승차감이 좋아. 이거 비싼 차 아니야?”


차에 대해서 잘 모르는 승아였기에 벤츠 마이바흐라는 건 모르는 듯했다.

하지만 이게 평범한 승용차가 아니라는 건 알았다.


“그런 소리를 들을 정도는 될 거야.”

“역시 오빠는 능력자야. 방송을 다시 시작하자마자 이런 차를 몰다니.”


여동생은 좌석의 편안함을 즐기면서 재잘거렸다.

승아의 수다를 들으며 조심스레 차를 몰아서 병원에 들어섰다.

어머니의 퇴원 절차는 빠르게 이뤄졌다.

워낙 큰돈을 쓴 환자여서 그런지 다들 알아서 챙겨주는 분위기였다.

그런 와중에 어머니의 퇴원을 가장 아쉬워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동안 수고 많으셨어요.”


바로 간병인 아주머니였다.

그녀에게 수고비를 따로 챙겨서 건넸다.


“아이고, 사장님. 저야말로 감사했어요. 어머니가 너무 친절하셔서 지금까지 간병한 분 중에서 가장 편했답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어머니의 말동무가 되어준 것만으로도 컸다.

어머니는 수술과 개인화 암 백신 치료를 받으면서 매우 불안했을 것이다.

나와 승아가 매일 왔지만, 우리에게 하지 못할말이 많았을 터였다.

그렇기에 비슷한 나이 또래인 간병인 아주머니와 속 이야기를 자주 나누셨다.


“어머니, 가시죠.”


어머니는 오랫동안 병원 생활을 한 탓에 퇴원의 감회가 남달라 보였다.

앞으로 좋은 곳에 자주 모시고 다니면서 맘 편히 지내게 할 생각이었다.

병원 주차장에 세워둔 벤츠 마이바흐를 끌고 왔다.

면회를 위해 오가던 사람들이나 치료를 위해 들렀던 사람들이 힐끔힐끔 내 차를 바라봤다.


“어머- 이게 뭐니?”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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