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젠타 색 네온은 행복한 꿈을 꾸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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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비읍비읍
작품등록일 :
2024.08.09 23:09
최근연재일 :
2024.08.25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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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9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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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 에이터너스 보존 연구소 (2)

DUMMY

[2067년 5월 11일]


“안녕?”


E013은 새로운 실험체를 안내하는 역할을 맡았다.


눈을 칭칭 동여맨 실험체였다. 인사를 했는데 대답을 하지 않았다.


깨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에서 등급 테스트를 받은 실험체들은 대부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본인도 겪었던 과정이기 때문에 개의치 않았다.


코드가 적힌 백의를 건넸는데 제대로 입지 못할 것 같아서 도움을 줬다.


옷을 다 입히고는 방으로 이동했다.


방이라고 부르지만 실제로 방은 아니었다.


정확히 천 개의 침대가 나란히 놓인 아주 거대한 공간이었다.


침대는 가끔 다 차기도 했고 때론 남기도 했다.


최근엔 비어있는 침대가 많았다.


아주 예전엔 실험 중에 사망하는 실험체들이 유난히 많아 침대가 비었는데, 요즘은 새로 들어오는 실험체 자체가 줄어들었다.


D044라고 실험체였다가 연구원이 된 친구가 말해줬는데, 이제는 E등급과 D등급에서 가능한 연구 항목이 거의 완료되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제는 실험 받다가 죽을 일도 거의 없을 것이고, 연구소의 최종 목표인 A프로젝트도 작년쯤인가 시작되었다고 했다.


딱히 보안 사항이 있는 것은 아닌지 D044는 숙소를 찾아올 때마다 연구소에 대한 것들을 이야기해 주곤 했다.


연구소 실험체들은 전부 복합 유전자 발현 조절 이상 증후군, 시지드(CGED) 환자였다는 것도 그가 알려줬다.


누군가 프로젝트가 끝나면 연구소는 어떻게 되냐고도 물었는데 그 부분은 연구원들도 모른다고 했다.


E013은 새로운 실험체를 침대에 앉혔다. 주변에 많은 실험체들이 모여들었다.


“오늘은 쉬게 두자. 지금은 상태가 안 좋은 것 같아.”


대부분의 실험체는 제자리로 돌아갔는데 천진난만한 표정의 D664는 돌아가지 않았다.


“얘는 뭐야? 왜 이렇게 다쳐서 들어온 거야?”


“글쎄? 잘 모르겠어. 근데 그 또라이가 맡긴 거 보니깐 아마 이상한 실험이라도 당한 것 같은데.”


“또라이라니 너 선생님들한테 이른다? 근데 전부 또라이잖아. 누구?”


“그 있잖아. 완전 특급 또라이.”


“아! 그 안경 쓴 선생님?”


D664가 양 손바닥을 마주치며 크게 호응했지만, E013은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의 침대로 돌아갔다.


D664는 쫄래쫄래 그를 따라왔다.


E013이 그녀를 처음 만난 것은 두 달 전이었다.


그녀는 냉동보존 상태에서 깨어나자마자 코드명도 부여받지 않은 상태로 숙소를 안내받았다.


서서히 여러 기억을 떠올린 그녀는 유난히 밝고 호기심이 많았다.


그리고 다음 날 첫 번째 실험을 거친 그녀는 그날 밤 침대 위에 매달린 음식 보급선으로 목을 매달았다.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고 소리를 지르며 하루 내내 매달려 있었지만, 실험체들은 맨손으로 강철을 우그러뜨릴 정도로 튼튼했기 때문에 숨이 끊어지지 않았다.


주변의 실험체들도 천장에 목이 매달린 D664를 인형 쳐다보듯 힐끗거릴 뿐 평소와 다를 바 없이 행동했다.


그녀는 그렇게 하루하루 실험체로서의 나날을 보냈다.


울음이 줄어들고, 말이 줄어들었다.


밤마다 끔찍한 자해를 하고 아침이 되면 치료받았다.


나중에 실험체이자 연구원 신분인 D044를 통해 알게 된 사실인데, 본래 그들은 오랜 실험을 거쳐야 하므로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과정이 있다고 했다.


D664는 그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고 했다.


최근엔 E와 D등급 실험체의 중요도가 떨어져서 이런 일이 가능해졌다고 했다.


아마 담당 연구원의 장난이었을 거라고 했다.


얼마 뒤 그녀와 관련한 새로운 연구프로젝트가 계획되었고, D044가 그녀를 데리고 갔다.


그리고 며칠 전, D664는 밝은 모습으로 복귀했고, 현재의 모습이 되었다.


“근데 너 왜 누나라고 안 불러? 내가 누나잖아. 15년생이라며, 나 13년생인데! 한 살도 아니고 두 살이나 어린 게.”


밝아진 그녀는 냉동인간이 되기 전 나이를 가지고 서열을 따지는 것을 좋아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원래 나이 14살에 연구소 생활 19년이야. 33살인데 어떻게 16살짜리한테 누나라고 부르냐.”


“잠 좀 더 잔다고 위아래가 바뀌어? 내가 죽어있었니?”


“그런 식으로 따지면 나이가 어떻게 되는 줄 알아? 니가 그럼 54살이야?”


“······아니! 16살인데!?”


“어휴, 테스트받는 거 보다 너랑 얘기하는 게 더 힘들어. 저리 좀 가.”


“누나라고 부르면 갈게.”


E013이 시선을 회피하자 D664는 싱글벙글 웃으며 그를 바라봤다.


“십삼이 까와이.”


E013은 14살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



“D664라는 사람 너무 불쌍해요······. 아니 그 사람뿐만 아니라 오빠랑 거기에 있던 모두요. 도대체 왜 그런 일을 겪어야 했던 거예요? 뭘 잘못한 거예요?


차분히 가라앉은 하루는 도윤에게 물었다.


”왜 그런 실험을 하는 건지는 아무도 몰랐어.“


도윤도 그저 연구소의 수많은 실험체 중 하나였을 뿐이다. 2년간의 연구소 생활과 탈출 과정에서 몇몇 이야기를 듣긴 했지만, 그가 알고 있는 것 역시 극히 일부였을 뿐이다.


”그리고 오빠도 그 사람들도 끔찍한 일을 겪은 사람치고는 너무 차분해요. 그 과정 중에 하나라는 거. 그거 세뇌 같지 않아요?“


“간단한 카운슬링이라고나 할까나.”


도윤이 아무렇지도 않게 대꾸하자 하루는 그에게 잔인한 실험을 한 연구소의 사람들에게 점점 화가 나기 시작했다.


“그런 끔찍한 일을 당하고 갑자기 밝아질 리가 없잖아요! 오빠도 그렇고 다른 사람들도 그렇고. 그 사람들 정체가 뭘까요? 어떻게 그렇게 잔인한 짓을 할 수가 있지?”


“그 사람들도 나름 사정이 있어.”


“무슨 사정이요?”


도윤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그건 잘 몰라.”


하루는 입을 꾹 다물더니 다시 한번 물었다.


“그 카운슬링이라는게 과정이 어떤데요? 말해줘요!”


도윤은 턱을 들고 미간을 찌푸리며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일단 알약 몇 개 먹고 주사를 맞고 시작하는데.”


“······백퍼 세뇌! 그냥 대충 들어도!”


도윤은 잠시 턱을 괴고 하루를 빤히 쳐다보다가 무덤덤하게 대꾸했다.


“알았어. 알았어. 나 세뇌당했어.”


하루는 무덤덤한 그의 시선을 느끼고 도윤의 기분이 상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나 말투가 좀 날카로웠나? 이 사람 입장에서는 내가 따지는 것처럼 느껴졌을지도 몰라!’


“죄송해요. 저 말투가 좀 날카로웠죠?”


“엥? 웬 사과?”


도윤은 뜬금없는 사과에 어리둥절했지만, 하루는 그에게 다가가 양손으로 손을 붙잡았다.


“저기 다시 한번 진짜 고마워요. 정말 무서운 곳에서 끔찍한 실험을 당했던 것도 위로해 주고 싶은데 무슨 말을 어떻게 해줘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리고 그런 곳에서도 저까지 탈출시켜 줘서 진짜 진짜 고마워요.”


하루가 자신의 손을 꼼지락거리며 만지는 사이 도윤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말을 꺼냈다.


“실험들은 무섭긴 했는데, 너 혹시 시지드 걸렸을 때 생각은 안 나? 무슨 병인지도 기억 안 나는 거야?”


“시지드? 아, 그 전염병! 무슨 병인지는 알겠는데 막 투병하고 그랬던 기억은 안 나요.”


하루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대답했다.


“혹시 다른 거 궁금한 건 없어?”


하루는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가 한 가지를 떠올렸다.


“혹시 나 몇 년생인지도 알아요? 그리고 지금이 몇 년도에요?”


도윤은 무덤덤한 목소리로 대꾸했다.


“너 2008년생. 내가 깨어난 게 2067년이고, 지금은 2069년. 지금 연도는 나도 연구소에서 듣기만 한 거라 정확한 건지는 모르겠어.”


하루는 눈을 부릅뜨며 놀라고 잠시 후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고개를 푹 숙여버렸다.


“숫자가 크네요. 잠깐! 저 그럼 61살이에요······?”


“그렇네. 4살 더 먹으면 지하철 공짜. 법적 나이 65세 이상 어르신 지하철 돈 안 내고 탈 수 있는 거 알아?”


도윤이 장난스러운 말투로 이야기하자 하루가 도윤을 쏘아보았다.


“그런 건 어떻게 아는 거예요? 그리고 놀리지 마세요. 2살 많은 오빠가 먼저거든요?”


“아 그렇게 따지면 나도 4년이야.”


하루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2살 많다면서요?”


“나도 2008년생이야. 근데 너보다 2년 먼저 깨어나서 더 살았으니까.”


“아니 그게 무슨! 동갑이잖아!”


하루가 버럭 소리를 지르자, 도윤은 팔짱을 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어휴, 연구소 생활할 때도 이거 논란 많았는데 나와서도 이럴 줄은 몰랐네. D664랑 말하는 게 똑같잖아.”


‘······완전 초딩 논리!’


도윤이 한 치의 흔들림 없는 신념 어린 모습으로 대꾸하자 하루는 오히려 선뜻 대꾸하기 힘들었다.


하루는 미간을 찌푸리며 도윤을 쳐다보다 한숨을 쉬었다.


“하아, 그럼 내가 16살이랬으니까 우리 둘 다 2024년에 냉동인간이 된 거야? 고등학교 1학년 때?”


“맞아. 근데 너 왜 갑자기 반말이야.”


“동갑이라며······. 난 정말 오빤 줄 알았잖아.”


“아오, 너 이따 이거 확실히 하자.”


‘가만 보니 생긴 거랑 다르게 말투는 완전 잼민이잖아. 완전 깨네.’


하루는 왠지 기운이 쭉 빠지는 것 같았다. 마치 어린아이들과 이야기하고 기가 빨린 듯한 느낌이었다.


어렴풋한 기억이었지만, 예전에도 자기보다 어리거나 동갑인 친구들과 이야기하면 비슷한 느낌을 받았던 것 같았다.


‘역시 연상이!’


“그리고 끔찍한 실험만 있었던 건 아니야. 나름 재밌는 기억도 있고 훈련 같은 것도 하고 그랬어.”


“아 정말?”


하루는 다시 도윤의 이야기에 집중했다.



***



[2067년 7월 27일]


D665의 얼굴 옆으로 작은 주먹이 파공음을 내며 스쳐 지나갔다.


고막이 울리는 것 같았지만 처음 잡은 반격 기회를 놓치지 않고 주먹을 휘두르려 했다.


하지만 D664의 몸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빨랐다.


마치 그녀 홀로 시간이 흐르는 듯 주변의 공격이 닿기도 전에 주먹을 내지르던 힘을 이용해 그대로 몸을 회전시켰다.


강력한 회전차기가 주변을 할퀴었다.


그녀에게 달려들던 E등급 실험체 3명과 D665가 멀리 날아가 처박혔다.


그녀는 바닥에 착지하며 한쪽 무릎을 굽히고 손바닥을 바닥에 댔다.


“아이 엠! 아이언······!”


-테스트 종료, D664를 제외한 모든 실험체는 퇴장한다-


D664의 말이 끝나기 전에 안내방송이 나왔다.


그녀는 아쉽다는 듯 양손으로 허리에 짚은 채 흥하고 콧소리를 냈다.


다른 소년들은 팔이나 다리를 붙잡고 인상을 쓰고 있었다.


그들은 서로를 부축해서 천천히 전투 필드에서 벗어났다.


“어흑, 너무 아픈데 뼈 부러졌을 거야. 회복 주사 주겠지?”


“많이 아파? 요즘은 잘 안 준다며? 내가 물어보고 올게.”


상대적으로 멀쩡한 D665는 테스트를 지켜보던 연구원 한 명에게 질문을 하러 갔다. 그는 뺨을 얻어맞고 돌아왔다.


“안 줄 건가 봐. 씨발, 기분 나뻐.”


“됐어. 며칠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그들은 투덜대며 출입문 앞에서 대기했다.


문이 열리자, 금발 머리의 중년 연구원과 금발 머리의 소녀가 앞에 서 있었다. 그녀의 옷엔 C77로 시작하는 코드가 적혀있었다.


소년들은 서둘러 문 앞에서 비켜섰다.


무뚝뚝한 표정의 연구원과 소녀가 안으로 들어서자, 나머지 소년들은 도망치듯 전투분석실 밖으로 나왔다.


“나 C등급은 처음 본다.”


D665가 놀란 표정으로 다른 소년들을 돌아보자, 연구소 생활이 꽤 오래된 소년이 으스댔다.


“야, 너 괴물들도 못 봤지? 장난 아냐. 머리만 길쭉해서 클론들 잡아먹는 놈들도 있어.”


“뭐? 여긴 진짜 없는 게 없네. 귀신은 없어?”


“아아 귀신 있지. 있어.”


E등급 소년은 얼굴을 얻어맞아 크게 부어있었는데도 입을 멈추지 않았다.


“이건 너희들은 깨어나지도 않은 먼 옛날에 있었던 일이야. 예전엔 말이지 실험체들이 하루에 몇 명씩 죽어 나갔어. 아침에 세 명, 점심에 두 명, 저녁에 한 명, 그냥 뭐 실험실이 아니라 전쟁터였지. 그리고 실험의 종류도 지금하곤 비교도 안 돼. 지금은 뭐 자르고 붙이고 약 먹이고 주사 놓는 정도잖아? 나 때는 진짜 와 너무 끔찍하고 민망해서 말도 못 할 실험들이 어마어마했거든. 특히 여자애들은······.”


“여자애들은?”


“아 그건 너무 끔찍해서 언급하지 않도록 할께. 아무튼 한번은 말이야. 정말 억울하게 죽은 실험체가 하나 있었어.”


“억울하게 죽어? 우리가 여기 사는 것 자체가 억울한 거 아냐?”


“말 끊지 마. 아무튼 억울하게 죽었어. 얘가 무슨 정체불명의 실험을 받고 와서는 너무 힘들었는지 그날 밤에 시름시름 앓다가 못 견디고 연구원들을 찾아 나선 거야. 진통제 좀 달라고. 근데 연구원들이 어디서 지내는지 어떻게 알아? 그러니까 얘가 사방팔방 뛰어다니면서 쌩 난리를 친 거지. 다 부수고, 아프니깐 소리 지르고 그냥 뭐 아주 괴물이 따로 없었어. 근데 소란이 커지니깐 연구원들하고 뭐 이런저런 괴물들하고 다 출동한 거야.”


“그때 따라다닌 사람처럼 이야기하네? 그걸 어떻게 다 알아?”


“야, 옛날엔! 아니, 근데 이게······. 얘기 안해. 안해! 아내아내안해!”


“아냐 나는 듣고 싶어. 계속해.”


시시껄렁한 이야기에 관심 없어 보이는 다른 소년들과 달리 D665만이 매달렸다.


“하, 진짜 너 때문에 계속 얘기한다. 아무튼 그래서 이 여자애가, 그날 머리랑 다리가 하나 잘린 상태로 죽었는데, 그날부터 우리 숙소에 이상한 일이 일어나기 시작했어.”


“이상한 일?”


“그거 알아? 예전에는 숙소에서 아무런 말도 하면 안 됐어. 무조건 침묵! 잘 때도 천장만 보고 있어야 했고, 서로 뭐 신호를 주고받거나 그런 거 하면 그날은 뭐 다산거지. 알지? 재생실험실! 태우고 때리고 자르고 찌르고. 무한 재생. 그래서 지금처럼 웅성웅성이 아니라 정말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거든? 그런데 그 여자애가 죽은 그날 밤부터 우리가 자는 시간만 되면 스윽 스윽 하고 기어다니는 소리가 나기 시작한 거야.”


“그 여자애였던 거지?”


D665가 진지한 표정으로 소년에게 물었다.


“소리의 정체는 알 수 없었어. 그런데 하루는 평소랑 다른 소리가 들렸어. 하필이면 내 옆에서 말이야. 평소에는 스으윽 스으윽 질질 끌리면서 기어다니는 소리였는데 그날은 무언가 잡고 올라가는 것처럼······. 탕! 털썩, 탕! 털썩. 마치 누군가 침대의 기둥을 잡고 일어서려다가 넘어지고 다시 일어서려다가 넘어지고 그런 소리 같았어. 결국 내가 참지 못하고 얼굴을 돌렸는데!”


소년은 잠시 말을 멈췄다. 그리고 그날의 두려운 기억을 회상하듯 고개를 숙이고 머리를 감싸 안았다. 그러다 갑작스럽게 일어나 D665의 머리채를 휘어잡고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


“머리! 내 머리 내놔!”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잠시 후 다른 E등급 소년이 D665의 머리를 잡고 있는 손을 천천히 잡아뗐다.


“와 이렇게까지 열정적으로 할 줄은 몰랐어. 평소에 연습했니?”


“야 대가리가 없는데 말을 어떻게 해.”


“목구멍으로 말하던데? 너네 이게 거짓말 같아?”


“결정적으로 니 얼굴이 갖고 싶을리가 없지. 숙소에서 제일 못생겼는데.”


“와씨, 지금은 얼굴이 부어서 그런거고.”


D665만이 생각에 잠긴 듯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D665! 너도 한마디 해라. 진짜 겁나 어이없어.”


D665는 다른 소년들을 스윽 둘러보았다. 그리고 잠시 후 아무도 없는 통로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다시 소년들을 바라보았다.


“난 믿어.”


“뭐야? 그걸 왜 믿어. 너 진짜 순진하다. 귀신이 어딨어?”


“너희들 내 눈이 조금 다른 건 알고 있지?”


다들 낄낄대며 웃었는데 D665는 손가락으로 아무도 없는 어두운 통로를 가리켰다. 음습한 푸른 등이 빛나고 있었다.


소년들은 손가락을 따라 시선을 돌렸지만,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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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15화 – 본 SIBLINGS (1) 24.08.15 9 0 15쪽
14 14화 - 에이터너스 보존 연구소 (13) - END 24.08.14 7 0 16쪽
13 13화 - 에이터너스 보존 연구소 (12) 24.08.13 9 1 14쪽
12 12화 - 에이터너스 보존 연구소 (11) 24.08.12 9 1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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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6화 - 에이터너스 보존 연구소 (5) 24.08.10 11 1 12쪽
5 5화 - 에이터너스 보존 연구소 (4) 24.08.10 10 1 15쪽
4 4화 - 에이터너스 보존 연구소 (3) 24.08.10 10 1 17쪽
» 3화 - 에이터너스 보존 연구소 (2) 24.08.09 11 1 16쪽
2 2화 - 에이터너스 보존 연구소 (1) 24.08.09 18 1 13쪽
1 1화 - 프롤로그 24.08.09 35 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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