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젠타 색 네온은 행복한 꿈을 꾸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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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비읍비읍
작품등록일 :
2024.08.09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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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5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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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0 0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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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 에이터너스 보존 연구소 (7)

DUMMY

[2069년 10월 23일]



숙소의 실험체들 상당수가 백의가 아닌 전투복을 입고 있었다.


원래부터 덩치가 컸던 인원들은 노획한 전투복과 장비들을 그대로 입기도 했고, 몸이 작은 인원들은 수선 작업을 거쳐 전투복과 장비를 착용했다.


아직 전투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인원들이 수선 작업을 도맡았다.


소재는 천차만별이었지만 총알에도 뚫리지 않는 전투복도 있었다.


검은색 전투복을 입은 D664는 검은 해골이 그려진 헬멧을 끼고 등장했다.


"짜잔! 이거 어때? 멋지지?“


백의를 입고 있던 소년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우와! 진짜 멋있다! 해골이야, 해골! 나도 나가서 싸우고 싶다.“


그녀는 헬멧을 벗어 번쩍 들어 올리며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씨익 웃었다.


"후후, 이번엔 정말 죽을 뻔했다구.“


그녀는 당당하게 걸어가 E013에게 헬멧을 건넸다.


”일삼아, 선물.“


E013의 주변에는 이미 여러 개의 헬멧이 놓여있었다.


모두 D664가 선물한 헬멧이었다. 그녀는 마치 고양이라도 되는 양 자신의 사냥감을 계속해서 선물해 왔다.


E013은 이제껏 대수롭지 않게 선물을 받아 왔지만 해골만큼은 참을 수 없었다.


그는 크게 내색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헬멧을 써보았다.


본래는 전용 슈트와 연결되어 다양한 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첨단 장비였지만 현재는 얼굴 가리개 정도의 기능밖에 할 수 없었다.


D664는 E013의 옆에 다리를 꼬고 앉아 몸을 찰싹 붙였다.


그리고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E013은 자연스럽게 베개 아래를 뒤지더니 날렵하게 생긴 군용 검을 꺼내 들어 그녀에게 넘겼다.


D664와 함께 복귀했지만, 눈에 띄지 않던 D665가 그것을 보며 실눈을 떴다.


”저건 선물이 아니라 그냥 거래 아냐? 한 번을 그냥 주는 법이 없네.“


심지어 E013은 전투 때마다 물품을 집어 오지 못하는 상황이 많았기 때문에 가끔 물품을 갖추기 위해 목숨을 걸어야 했다.


실험체들의 신체 능력은 바깥 세계에서 볼 수 있는 것이 분명 아니었지만, 일부 침입자들은 E등급 실험체에 근접할 만한 신체 능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물론 그들 또한 평범한 인간은 아니었다.


그들은 전신이 임플란트라고 불리는 인공신체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들의 몸이 부서질 때 붉은 액체가 튀었지만 그건 피가 아니었다.


때론 아예 다른 색 액체들이 튀어나올 때도 있었다.


그들이 가진 무기 역시 쉽게 견뎌낼 수 있는 것들이 아니었다.


일반 총알들은 어떻게든 견뎌낼 수 있었지만 가끔씩 쏟아지는 각양각색의 특수탄환들은 적중하는 순간 폭발하며 살점을 날려버리거나 엄청난 관통력으로 실험체들의 몸을 뚫어버리기도 했다.


그 때문에 실험체들도 침입자들의 장비로 무장하여 몸을 보호해야 했다.


침입자들의 전투기술 또한 압도적이었다.


신체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병력들이 오로지 격투 기술만으로 실험체를 능가하는 경우도 있었다.


때문에 고작 3개월 만에 실험체들 사이에서도 수십 명의 사망자가 나왔고, 일부 E등급 실험체들은 생포 당하기도 했다.


바로 몇 시간 전 방어전에서도 E등급 실험체가 생포 당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상상을 초월했던 것들은 그들의 정보 수집 능력이었다.


첫 조우에서 몰살시키지 않는다면 모든 것이 기록되었다.


전투복을 갈아입고 나가도 패턴 자체를 기록하는 것인지 정확하게 실험체 특징에 맞춰 대응했다.


하지만 실험체들에게 격렬한 전투는 새로운 이벤트 정도로 여겨졌다.


비록 폭력적인 방법이었지만 외부와의 교류였고, 그들의 강력한 신체와 지독한 세뇌 작업이 피 튀기는 전투를 게임처럼 즐길 수 있도록 만들었다.


매일매일 의미 없이 갈려 나가던 과거에 비하면 그들에겐 즐거운 놀이 시간이었다.


D664는 흐뭇하게 웃으며, 침대 아래에 가지런히 놓인 총검들 사이에, 새로 받은 군용 검을 끼워 넣었다.



***



[2069년 10월 24일] - 에이터너스 지하 연구소 브리핑룸



100여 명에 달하는 에이터너스의 모든 연구원은 거대한 브리핑룸에 모여 있었다.


A프로젝트를 담당하는 주요 연구원들도 처음 와보는 장소였다.


곧 유진 그레이 소장이 연구원들의 앞으로 나섰다. 그는 인사조차 하지 않았다.


“간단하게 브리핑합니다. 오늘 20시 정각에 전원 타 연구소로 발령 이동 시작하겠습니다. 기존 상층부 출입구를 제외하고 발각당해 폐쇄했던 14개 통로와 2개의 교란용 통로, 발각되지 않은 14개 통로 모두 이용할 예정이고 지금부터 인원별로 연구물 배정하고 이동 경로 통보하겠습니다. 정해진 장소에서 만날 인원들은 신망 있는 협조자분들이니 그들의 명령을 따라주시면 됩니다. 우선······.”


소장은 간결하고 빠른 어조로 연구원들에게 팀별 임무와 개별 임무를 모두 전달했다.


최종적으로, 상층부에 집결한 침입자들의 주력을 묶어둘 연구물들이 배정되었고, 자폭시스템은 소장이 직접 작동시키기로 했다.



***



[2069년 10월 24일] - GRC 임시 본부


세계 자원 협회(Global Resource Consortium), GRC는 전 세계의 자원을 공정하게 관리하기 위해 탄생한 연합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원이라는 단어에서 에너지원이나 광물 자원을 떠올렸지만, GRC 운영위원회 내부에서 통용되는 자원의 의미는 사전적 정의 그대로였다.


인간, 에너지, 광물, 자연, 기술, 금융, 문화, 정보를 비롯한 이용할 수 있는 모든 것.


GRC는 국가 이상의 힘을 가진 메가코프들이 만들어낸, 새로운 세계 연합이라고 할 수 있었다.


GRC의 의장은 이른 아침부터 에이터너스 연구소 현장에 방문했다.


현재는 작전본부로 사용되고 있는 최상층에서, 4시간에 걸친 회의가 진행되었다.


1인 최소 단가가 전차 값을 넘어서는 전투 병력들이 수도 없이 갈려 나가고 있었지만, 아직까지 지하 시설의 규모조차 파악하지 못했다.


전일 진행된 작전에서는 지난 10년간 세계 최고의 평가를 받아온 팀 블랙스컬이 궤멸적인 피해를 입었으며, 리더였던 비토르 페레이라가 전사하였다.


세계 8대 기업 중 하나인 베르지에서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자하여 개발한 현존 최고 수준의 인간형 전투 병기가 상반신이 박살 난 채 복귀한 것이다.


메가코프가 벌어들이는 막대한 수입에 비하면 충분히 만회할 수 있는 손실이었지만, 더 큰 손실이 예상되는 지점이라면 변환점이 필요했다.


이에 비토르의 사망을 계기로 각 메가코프의 분석팀은 단일 세력만으로는 공략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GRC의 세력을 삼분하고 있는 각 세력의 대표들이 합의하였고, 의장의 주도 하에 명령 하달에 가까운 회의가 진행된 것이다.


회의가 끝난 오후 12시, 각 메가코프는 1시간의 점심 시간을 가진 뒤에, 3차 대전 이후 최대 규모의 공조를 펼치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선수를 친 것은 지하 시설의 괴물들이었다.


74층 모든 출입구에 펼쳐져 있던 방어선은 순식간에 박살 났고, 공조가 시작된 메가코프들의 재빠른 대응에도 불구하고 1시간여 만에 64층까지 밀려났다.


급격한 전황 변화에 세계 각지에 위치한 기업들의 거점에서 추가적인 병력 지원이 시작되었다.



***



E013은 특수부대원들의 총구와 손가락을 유심히 들여다봤다.


그는 총알을 피해 보기 위해서 여러 가지를 시도해 보았다.


어린 시절 봤던 애니메이션과 만화책을 떠올리며 눈을 감고 소리로 느껴보려 했지만, 총알이 먼저 몸을 때린 후에 소리가 들렸다.


그다음은 확실하게 총알을 의식하고 피해보기로 했다.


총알을 포착하는 것까진 성공했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


총알을 빤히 바라보다 얻어맞는 것은 또 다른 괴로움이었다. 결국 과하게 몸을 사리다 얻어맞는 일만 늘어났다.


그러다 요령이 생긴 것이, 손가락과 총구였다.


손가락의 움직임을 통해 발사 타이밍을 알 수 있었고, 총구의 위치를 확인하면 대략적인 탄도를 알 수 있었다.


해골 헬멧을 뒤집어쓴 E013이 괴물들의 뒤에 숨어 있다 튀어나왔다.


특수부대원은 재빨리 타겟을 확인하고 조준하였다.


그리고 그가 발사하는 순간 타겟이 된 E013은 벽을 타고 달리는 놀라운 기동력으로 쏟아지는 총알을 피해내며 돌진했다.


특수부대원 역시 총을 발사하면서도 계속해서 뒤로 물러났지만 거리는 금세 좁혀졌다.


그는 근접전 거리가 되자마자 개머리판을 강하게 휘둘렀지만, 가볍게 가로막혔다.


몇 번의 공격을 주고받는 사이 E013은 여유로운 움직임으로 들고 있던 전술 나이프의 스위치를 조작했다.


손잡이 내부의 1회용 배터리에서 에너지가 쏟아져 나오며 나이프의 도신에 푸른색 플라즈마가 형성되었다.


E013은 한치의 머뭇거림도 없이 특수부대원의 몸통에 나이프를 꽂았넣었다.


특수부대원은 칼날이 꽂힌 심장과 주변의 살점이 타들어가는 와중에도 움직임을 멈추지 않았다.


그는 총을 내던지고, 한 손으로 E013의 목덜미를 잡아챈 뒤에 자신의 전술나이프를 꺼내 들었다.


그의 전술나이프에도 순식간에 플라즈마가 맺혔다.


E013은 나이프를 든 상대의 손목이 부서질 정도로 세게 잡아챘다. 그리고 심장에 박혀있던 칼날을 반 바퀴 돌린 후에 거칠게 뽑아내었다.


피 같은 액체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다시 헬멧에 내리꽂았다.


플라즈마에 싸인 칼날이 첨단 소재로 제작된 헬멧을 녹이며 파고들었다.


플라스마는 금세 사라졌지만, 순식간에 헬멧을 뚫어버렸고 칼날이 특수부대원의 머리를 관통했다.


특수부대원의 몸이 축 늘어지며 바닥에 쓰러졌다.


칼날에 남은 잔열에 특수부대원의 머리가 타들어 가며 사방에 탄 냄새를 풍겼다.


총알이 날아들었다.


E013은 재빨리 피했지만 여기저기서 끊임없이 사격이 계속되었고, 몇 발은 그의 몸에 명중했다.


방탄 소재의 전투복을 뚫고 피부를 찢었지만, 다행히 몸에 박히지는 않았다.


‘으윽, 너무 아픈데.’


E013은 몸을 지키기 위해 괴물들의 틈새로 뛰어들었지만, 괴물들은 순식간에 쓰러졌다.


그는 계속해서 뛰어 통로의 코너로 돌았다.


수많은 괴물들이 달려오다 E013을 보고 멈춰 섰는데, E013의 뒤편에서 팅하며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E013은 돌아보지도 않고 괴물들의 틈새로 날아들었고, 수류탄이 폭발했다.


파편이 사방으로 튀며 벽과 괴물들을 덮쳤지만, 일반 수류탄이었는지 쓰러지는 괴물들은 없었다.


괴물들이 수류탄이 날아온 방향으로 돌진했다.


키가 작은 E013은 그 틈에 섞여 같이 나아갔고, 재빠르게 움직이며 바닥에 떨어진 총기들과 탄약을 주웠다.


그리고 육탄전과 사격으로 괴물들을 쓰러뜨리고 있는 특수부대원 한 명의 뒤를 노리고 덤벼들었다.


돌진하는 동시에 다리에 사격을 가했다.


상대의 무릎이 꿇리자, E013은 타이밍 좋게 날개뼈 사이를 걷어차며 그대로 넘어뜨린 상대의 등 뒤로 올라섰다.


그리고 헬멧의 뒤통수에 총구를 대고 그대로 연사를 날렸다.


불꽃이 튀기며 헬멧이 총알을 방어했지만 결국 구멍이 뚫리고 탄창이 비었을 땐 머리가 박살 났다.


그는 탄창을 재빨리 갈아 끼우고, 몸을 살짝 숙인 뒤에 제자리에서 몸을 회전시켜 총을 휘둘렀다.


푸르게 빛나는 전술 나이프를 들고 덤벼들던 특수부대원의 머리를 정확하게 개머리판으로 가격했다.


특수부대원의 몸이 충격으로 날아가자, 뒤편의 또 다른 병력들이 보였다.


그들은 이미 조준이 끝난 상태였고, 사격이 시작되었다. 수많은 탄환이 날아들며 전투복과 E013의 몸통이 조금씩 찢어지기 시작했다.


몸을 움츠리고 총알을 견뎌내는 사이 유난히 큰 총성이 울렸다.


E013의 허벅지에 구멍이 뚫렸다.


그의 몸이 쓰러지기 시작할 때 또 다른 실험체들과 괴물들이 사격 중이던 병력을 덮쳤다.


쓰러진 E013은 천장에서 깜빡거리는 푸른 등을 바라보았다.


괴성과 총성이 뒤섞여 지옥을 연상시키는 끔찍한 소리가 통로를 가득 채웠다.


잠시 뒤 소리가 멈췄다. 여전히 푸른 등이 깜빡이고 있었다.


이번엔 커다란 핑크색 하트가 그려진 헬멧이 쑤욱하고 모습을 드러냈다.


헬멧을 벗자, D664의 얼굴이 드러났다. 그녀는 그를 빤히 쳐다보더니 손을 내밀었다.


E013이 그녀의 손을 잡기 위해 손을 뻗었다.


“오케이, 터치!”


그리고 그의 손바닥에 하이파이브를 날렸다.


“누가 우리 십삼이 좀 데려가 줘! 많이 다쳤어!”


“네! 누나! 제가 하겠습니다!”


곧 E등급 소년 한 명이 달려와 재빨리 E013을 업고 움직였다. D664는 그 뒷모습을 보다가 다시 헬멧을 쓰고 달려 나갔다.


검은 전투복 일색의 D등급 실험체들과 수많은 괴물들이 그 뒤를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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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20화 - 본 SIBLINGS (6) 24.08.21 6 0 17쪽
19 19화 - 본 SIBLINGS (5) 24.08.20 6 0 13쪽
18 18화 – 본 SIBLINGS (4) 24.08.19 10 0 14쪽
17 17화 – 본 SIBLINGS (3) 24.08.17 9 0 16쪽
16 16화 – 본 SIBLINGS (2) 24.08.16 9 0 15쪽
15 15화 – 본 SIBLINGS (1) 24.08.15 9 0 15쪽
14 14화 - 에이터너스 보존 연구소 (13) - END 24.08.14 7 0 16쪽
13 13화 - 에이터너스 보존 연구소 (12) 24.08.13 10 1 14쪽
12 12화 - 에이터너스 보존 연구소 (11) 24.08.12 10 1 17쪽
11 11화 - 에이터너스 보존 연구소 (10) 24.08.11 11 1 17쪽
10 10화 - 에이터너스 보존 연구소 (9) 24.08.10 12 1 15쪽
9 9화 - 에이터너스 보존 연구소 (8) 24.08.10 13 1 13쪽
» 8화 - 에이터너스 보존 연구소 (7) 24.08.10 11 1 13쪽
7 7화 - 에이터너스 보존 연구소 (6) 24.08.10 10 1 20쪽
6 6화 - 에이터너스 보존 연구소 (5) 24.08.10 12 1 12쪽
5 5화 - 에이터너스 보존 연구소 (4) 24.08.10 10 1 15쪽
4 4화 - 에이터너스 보존 연구소 (3) 24.08.10 10 1 17쪽
3 3화 - 에이터너스 보존 연구소 (2) 24.08.09 11 1 16쪽
2 2화 - 에이터너스 보존 연구소 (1) 24.08.09 18 1 13쪽
1 1화 - 프롤로그 24.08.09 36 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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