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젠타 색 네온은 행복한 꿈을 꾸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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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비읍비읍
작품등록일 :
2024.08.09 23:09
최근연재일 :
2024.08.25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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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5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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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화 - 본 SIBLINGS (11) - END

DUMMY

하루는 따뜻한 물로 샤워를 마친 뒤 침대 위로 날아들었다. 그녀의 몸이 퉁하고 튕겨올랐다가 가라앉았다.


그녀는 한 번으로 만족하지 않고 가재처럼 몸을 튕기며 침대의 탄력을 즐겼다.


그리고 잠시 후 도윤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단 것을 깨달았는지 다소곳한 자세로 침대 위에 걸터앉았다.


도윤은 고칼로리 보충제를 하루에게 던져주었다. 하루는 가볍게 낚아챈 뒤 포장지를 천천히 살펴보았다.


“이거 진짜 신기하지 않아? 이 작은 게 만 칼로리라니!”

“우리 같은 사람들이 많나 봐. 우리 그냥 대충 실험체라고 떠들고 다녀도 아무도 관심 없겠던데?”

“그러니까!”


도윤은 먼저 씻은 뒤에 가운으로 갈아입고 음식을 펼쳐놓고 있었다.


“그건 후식! 이거 먼저 먹자! 국밥! 돼지국밥!”

“돼지! 돼지 돼자!”


신이 난 두 사람은 후루룩 쩝쩝 소리를 내며 순식간에 음식을 해치우고 후식으로 보충제를 씹어먹었다.


“헤헤, 진짜 행복하다. 여기 천국이야?”

“그거 리모컨이야? 줘봐.”

“모니터가 말려있었어? 와아아아!”


선반 아래에 돌돌 말려있던 모니터가 천천히 올라오기 시작하자 두 사람은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쳐다보았다. 곧 성인용 영상이 재생되었다.


“앗.”


도윤은 짧은 감탄사를 내뱉고 곧바로 채널을 돌렸다. 잠시 머쓱한 상황이 되자, 도윤은 곧바로 말을 돌렸다.


“어떡할래?”

“으응? 뭐, 뭐를 어떡해?”


얼굴이 빨개진 하루가 당황하며 되묻자, 도윤이 담담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같이 일하자고 한 거.”

“아아, 사람은 좋아 보이는데, 마약조직이라며. 우리 같이 일하면 조폭 되는 거잖아.”

“그치? 넌 싫어할 것 같았어.”

“넌 아냐?”


도윤은 잠시 뜸을 들이다 대답했다.


“난 괜찮은 것 같아.”


침대 위에서 아빠다리를 하고 앉아있던 하루는 대답하지 않고 조용히 TV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꽤 시간이 지난 뒤에 다시 입을 열었다.


“네 생각이 현실적인 것 같아. 여기서 며칠 동안 일어난 일 생각하면 평범하게 사는 건 확실히 무리야.”

“맞아, 근데 나는 네 생각을 무시하고 싶진 않아.”

“아냐, 내 생각이 짧았어. 그냥 받아들이자. 거지처럼 사는 것보단 낫지.”


두 사람은 각자의 침대 위에서 조용히 TV를 바라보았다.


“흠. 그럼 일단 솔직하게 한번 말해볼까?”

“솔직하게?”

“받아들이는 게 현실적이긴 한데 사실 조금 꺼려진다. 다른 방법은 없겠냐고.”

“그럼 그쪽에서 기분 나쁘지 않을까? 너무 튕기는 것 같지 않아?”

“아냐, 그 형도 순수하게 도와주는 건 아니잖아. 우리 능력이 쓸만하니까 데려가고 싶어 하는 건데.”


하루는 의외라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와, 너 은근 계산이 확실하네? 난 좀 더 순수하게 받아들이는 느낌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진 않지. 그리고 그 형 너무 바보는 안 좋아할 것 같은 느낌이던데.”

“어? 너도 그 생각했어? 나도! 같이 일하다가 답답하게 굴면 바로!”


하루는 바로라는 말을 하며 엄지 손가락으로 자신의 목을 휙 그었다. 도윤은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맞아맞아.”


하루는 소소한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 기쁜지 까르르 웃으며 두 손으로 침대를 두들겼다.


“그러면 일단 내일 이야기해 보자. 분위기 안 좋아지는 것 같으면 그냥 곧바로 받아들이고. 어때?”

“오, 좋아 좋아. 너 그렇게 강단 있게 이야기하니깐 진짜 오빠 같아.”

“야, 그러고 보니까 이 씨로 하면 오빠라고 한다며! 왜 자꾸 야. 너. 라고 불러?”

“아, 몰라 몰라. 아직 그 사람들하고 통성명도 안 했잖아.”


하루는 이불 속으로 파고들며 둘러댔다.


“내일부턴 오빠라고 해라!”


도윤이 슬쩍 목소리를 내며 말했지만, 하루는 대답하지 않고 세상 편한 자세로 가만히 TV를 바라보았다.


“채널 좀 바꿔봐. 미래시대의 나는 싱글 좀 보자.”


도윤은 한쪽 입술을 꾹 다물며 못마땅한 표정으로 채널을 돌렸다.



* * *



다음 날 오후, 천하경이 그들의 숙소를 찾아왔다. 커다란 벨소리에 헐레벌떡 일어난 하루가 문을 열었다.


하루는 전날 2만 킬로칼로리를 섭취하고 밥까지 배부르게 먹어 살이 슬쩍 오른 상태였다. 천하경은 그녀를 보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너 하룻밤 만에 얼굴 좋아졌다?”


볼살이 차오르자 본래의 미모가 드러나기 시작한 하루를 보며 칭찬으로 한 말이었지만, 하루는 본능적으로 양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창피해했다.


“아, 어제 많이 먹었···. 아니지 좀 쪄도 되잖아.”


혼자 중얼거리던 하루를 바라보며 천하경이 슬쩍 미소를 지었다.


“얼른 준비하고 나와. 그리고 이거 너희 꺼 맞지?”


천하경은 총과 전기충격 장갑이 들어있던 검은 비닐 봉투를 건넸다.


“아, 이거···.”

“비닐 봉투에 총 넣고 다니는 건 처음 본다.”

“하.하.하.”


하루와 도윤은 대충 세수만 한 뒤에 빠르게 옷을 갈아입고 밖으로 나섰다. 모텔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던 천하경은 곧바로 이들을 태우고 흰바다 마을로 향했다.


“이야 너희들 며칠 만에 얼굴 좋아졌다!”

“헤헤, 아저씨 덕분이에요.”

“나도 너희들 덕분에 살았다. 영문은 모르겠지만 정말 고맙다!”


타이의 가족과 만났던 시간은 잠깐이었지만, 며칠 사이에 큰 사건을 겪고 다시 만나니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이들의 이야기가 끝날 것 같지 않자 천하경이 끼어들었다.


“얘들아, 이제 이동하자.”

“넵! 그럼 나중에 또 인사하러 올게요!”

“또 보자! 참, 그 음료수 잘 마셨다. 내가 좋아하는 건데 어떻게 알고, 하하하.”

“아, 그거···. 하하. 다음엔 좋은 거 사서 올게요.”


하루가 괜히 머쓱해하면서 말하자 타이가 손사래를 치며 대답했다.


“무슨 말을! 오히려 너희가 은인인데 다음에 오면 우리가 대접하마. 연락도 필요 없으니 그냥 아무 때나 와라.”

“그래요 그럼. 저희도 맛있는 거 사 오고, 아저씨도 맛있는 거 사 주시면 되겠다.”


도윤의 이야기에 타이 역시 웃음을 터트렸다. 그들은 인사를 나누고, 천하경을 따라 주태룡이 기다리고 있다는 곳으로 향했다.


어제 사건이 있었던 창고였다.


갑자기 으슥한 곳으로 향하자 하루와 도윤 모두 조금 긴장했지만, 창고에 도착하자 해맑게 웃는 얼굴로 반기는 주태룡을 보며 마음을 놓았다.


“여어, 왔구나. 제안은 생각 해봤어?”

“넵, 형 저희도 생각 해봤는데요.”


도윤이 어젯밤 하루와 나눴던 이야기를 간단하게 전달하자 주태룡은 예상과 달리 순순히 받아들였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고 예상은 했다.”

“죄송해요. 그런데 만약 형만 보고 결정했다면 아무런 고민도 하지 않았을 거에요.”

“하하, 그런데 나도 우리 조직으로 들어오라는 뜻은 아니었어.”

“아? 그럼요?”

“나도 나름의 계획이 있어서 말이야. 우선 부탁할 게 한 가지 있는데 그것부터 말할게.”


도윤은 부탁이라는 말에 부담을 느꼈지만, 진지한 표정으로 주태룡의 말을 기다렸다.


“여기서 발견된 오닉시움은 이미 빼돌려서 못 찾았다고 보고할 거야. 전부 내 주머니로 들어가야 하거든. 그런데 너희가 그 사실을 알아버렸네?”


주태룡은 하루와 도윤은 곁으로 천천히 다가왔다. 두 사람은 갑작스런 분위기 전환에 몸이 경직되는 것 같았다.


“그럼 너희가 입을 다물어 줘야 하는데···.”


주태룡은 도윤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 대가로 천만 원. 어때?”


‘처처처처처, 천만 원!?’


하루와 도윤 모두 깜짝 놀라며 주태룡이 제시한 금액을 마음 속으로 크게 외쳤다. 그리고 조용히 한마디씩 내뱉었다.


“오빠, 사실 제가 기억상실증인데 곧 말하는 법도 잊어버릴 것 같아요.”

“형, 저는 말을.”


도윤은 말을 하다 중간부터 소리를 내지 않고 입만 벙긋거렸다.


“으하하핫, 애들은 애들이네. 너네 왜 이렇게 귀엽냐.”


주태룡은 자신의 얼굴을 감싸며 한참 동안 크게 웃었다. 잠시 후 어느 정도 진정이 됐는지 이마를 긁적거리던 그는 미소 띤 얼굴로 말을 이어 나갔다.


“아무튼 천만 원은 선물.”


주태룡은 잠시 뜸을 들이다 진지한 눈빛으로 도윤과 하루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아까 네 입으로 나만 본다면 고민조차 안 했을 거라고 했지? 이건 조직이 아닌 나 주태룡을 돕는 일이다.”

“어? 그런 거라면 얼마든지 도울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그런데 정말 확실하게 말씀드리기 전에 간단하게라도 설명은 듣고 싶어요.”


주태룡은 환하게 웃음 지었다. 하루는 코 앞에서 해맑게 미소 짓는 주태룡을 바라보며 잠시 딴 생각에 빠져들었다.


‘이 오빠 인기 많겠다.’


주태룡은 검지손가락으로 손짓하며 도윤을 향해 눈썹을 슬쩍 들어 보였다.


“훌륭한 태도야. 내가 따로 봐주는 동생들이 용병 일을 하고 있어. 전쟁 쪽은 아니고 도시 쪽에서 일하고 있는 어반. 그러니까 해결사들이지.”

“해결사!”

“그런데 갓 성인이 된 놈들이라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아. 특히 전투. 무슨 말인지 알겠지?”

“대충 알 것 같아요.”


주태룡의 부탁은 해결사 일을 직접 도우라는 것은 아니었다. 그 부분은 이미 여러 일을 경험한 그의 동생들이 훨씬 잘하기도 할 것이고.


다만 그들이 계속 성장을 하기 위해선 아슬아슬한 난이도에서 계속해서 목숨을 걸고 일을 맡아야 하는데 그런 식의 일 처리는 목숨 한 개로는 부족한 상황들을 만들기 마련이다.


때문에 그런 위험한 상황, 보통은 그들이 감당할 수 없는 강자들을 만났을 때 그들을 지켜달라는 것이었다.


“수당도 제대로 챙겨 줄거고, 너희들이 꺼려하는 부분도 생각하고 있어. 범죄자가 되고 싶진 않은 거지? 사람을 죽이거나, 마약을 취급하거나 그런 일들.”

“···맞아요, 형.”

“물론 너희들의 다짐이 언제까지 갈 진 너희도 나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먼저 그 다짐을 무너뜨리게 하진 않겠다. 일은 골라서 줄테니 상대를 죽이면서까지 내 동생들을 지켜줄 필요는 없어. 대신 때려눕히는 정도는 얼마든지 할 수 있겠지? 어제 그놈처럼.”

“그럼요. 그런데 형.”


주태룡은 이마에 슬쩍 주름살을 만들며 도윤의 질문을 기다렸다.


“저희 정도로 괜찮은 거예요? 어제 대충 보시고 판단하셨겠지만···.”

“저희 정도? 하긴 너희는 이 도시에서 대해서 잘 모르지. 그럼 내가 먼저 물어볼게. 너희 둘이 합쳐서 어제처럼 싸울 수 있다면 이 도시에서 몇 퍼센트 안에 들 것 같냐? 어제 같은 근접전투에서 말이야.”


도윤은 생각해 본 적 없는 질문에 잠시 고민하다 대답했다.


“···20%? 저희도 평범한 애들은 아니니까.”

“어제 싸움만 본다면 1%다. 그리고 너희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지? 회복한다면 나보다 강할지도 모르지. 물론 주먹싸움 말하는 거야. 이걸 잊어 선 안 되겠지.”


주태룡은 자신이 총을 꺼내 슬쩍 흔들어 보이며 말했다.


“1%요? 그런데 공장에서 경비 서던 사람들도 그 티어를 부여받은 사람들이라면서요. 생각보다 흔한 거 아니에요?”


도윤이 깜짝 놀라며 되묻자 주태룡은 어이없단 표정을 지었다.


“거기는 연방 정부에서 관리하는 곳이야. 신체 능력을 제외하고서도 무장부터가 다르잖아. 논외로 쳐야지. 이런 시골 도시 생태계에 끼어들면 안돼.”

“아···. 그런 거였어요?”

“그럼 어떻게 할래? 아직 확실한 대답을 못 들은 것 같은데?”


하루와 도윤은 눈을 마주치곤 서로 고개를 끄덕였다.


“도울게요. 형이 하는 일.”


주태룡은 가볍게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고맙다. 그런데 우리, 큰일을 겪은 것치곤 아직 통성명도 제대로 못했네. 나부터 다시 소개하마. 주가의 태룡. 헤이보 규율부의 1대주. 이 도시에서 가장 강한 남자다!”


“천가의 하경이다.”

“장가의 가호.”


“저희는···.”


잠시 뜸을 들이던 하루가 먼저 말했다.


“이하루 입니다.”

“이···도윤 입니다.”


주태룡은 주먹 쥔 양손을 하루와 도윤에게 내밀었다.


“잘 부탁한다. 이가의 뼈남매들.”


하루와 도윤 역시 각자의 주먹을 뻗어 태룡의 주먹과 부딪치며 동시에 대답했다.


“저희도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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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24화 - 본 SIBLINGS (10) 24.08.24 6 0 14쪽
23 23화 - 본 SIBLINGS (9) 24.08.23 5 0 15쪽
22 22화 - 본 SIBLINGS (8) 24.08.22 6 0 18쪽
21 21화 - 본 SIBLINGS (7) 24.08.22 5 0 13쪽
20 20화 - 본 SIBLINGS (6) 24.08.21 6 0 17쪽
19 19화 - 본 SIBLINGS (5) 24.08.20 6 0 13쪽
18 18화 – 본 SIBLINGS (4) 24.08.19 10 0 14쪽
17 17화 – 본 SIBLINGS (3) 24.08.17 9 0 16쪽
16 16화 – 본 SIBLINGS (2) 24.08.16 9 0 15쪽
15 15화 – 본 SIBLINGS (1) 24.08.15 9 0 15쪽
14 14화 - 에이터너스 보존 연구소 (13) - END 24.08.14 7 0 16쪽
13 13화 - 에이터너스 보존 연구소 (12) 24.08.13 10 1 14쪽
12 12화 - 에이터너스 보존 연구소 (11) 24.08.12 10 1 17쪽
11 11화 - 에이터너스 보존 연구소 (10) 24.08.11 11 1 17쪽
10 10화 - 에이터너스 보존 연구소 (9) 24.08.10 12 1 15쪽
9 9화 - 에이터너스 보존 연구소 (8) 24.08.10 13 1 13쪽
8 8화 - 에이터너스 보존 연구소 (7) 24.08.10 10 1 13쪽
7 7화 - 에이터너스 보존 연구소 (6) 24.08.10 9 1 20쪽
6 6화 - 에이터너스 보존 연구소 (5) 24.08.10 12 1 12쪽
5 5화 - 에이터너스 보존 연구소 (4) 24.08.10 10 1 15쪽
4 4화 - 에이터너스 보존 연구소 (3) 24.08.10 10 1 17쪽
3 3화 - 에이터너스 보존 연구소 (2) 24.08.09 11 1 16쪽
2 2화 - 에이터너스 보존 연구소 (1) 24.08.09 18 1 13쪽
1 1화 - 프롤로그 24.08.09 36 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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