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젠타 색 네온은 행복한 꿈을 꾸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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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비읍비읍
작품등록일 :
2024.08.09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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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5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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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0 0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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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 에이터너스 보존 연구소 (6)

DUMMY

연구소 지상에 위치한 소장실과 연구소 외곽에서 지하 연구시설로 진입할 수 있는 출입구가 발견되었다.


최신 장비들이 동원되었지만, 특수한 재질로 만들어졌는지 개방하는 데만 하루가 꼬박 걸렸다.


일차적으로 소형 무인 장비들이 투입되었는데 내부의 전파방해로 깊이 들어가지 못하고 철수해야 했다.


정보를 얻지 못한 상태에서 만일의 인력 낭비를 위해 진입이 지연되고 있었는데 신중한 작전부와 달리 상위부서에서 압박이 들어왔다.


결국 값비싼 무장경찰의 손실을 두려워한 작전부는 비용적인 면을 고려하여 일반 경찰들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에이터너스의 사무직원들이 동행하기로 했고, 긴장한 경찰들을 위해 추가 무장을 지급했다.


“작전 목표는 지형 정찰, 경로 확보. 드론 최대 운용 범위는 수평거리 50m. 최대한 안전에 신경 쓰고! 연구소 직원분들도 자꾸 덮으려고 하지 마시고 아시는 부분 있으면 재깍재깍 말씀하세요. 걱정돼서 드리는 말씀인데 나중에 정말 불리하실 수도 있어요.”


어둡고 긴 통로를 따라 안으로 진입하자 낯선 시설물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실험실로 추정되는 커다란 공간들과 기묘한 모양의 시설들이 끊임없이 나타났다.


하지만 특유의 음습한 분위기 말고는 크게 위험해 보이는 개체들이 보이진 않았다.


경찰들은 연구소 직원들의 반응을 살폈다.


긴장하고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은 확실했지만, 그 대상이 미지에 대한 것인지 아니면 그들이 알고 있는 무언가에 대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팀장은 대략 30분간의 정찰 뒤에 여기까진 큰 위협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 정도만 해도 첫 단추는 경찰이 채웠다면서 윗놈들 위신은 세울 수 있겠지?’


팀장은 간단한 회의 뒤에 아래로 내려갈 수 있는 통로까지만 확보한 뒤 복귀하기로 했다.


“시야 확보 불가. 망할! 드론 로스트! 카메라 암전된 뒤에 신호 로스트 됐습니다. 뭔가 있습니다.”


짧은 시간 동안 경찰 병력끼리 시선 교환이 있었다. 팀장은 직원 중 한 명의 어깨를 툭툭 쳤다.


“저기요. 직원분? 드론 회수 좀 부탁드립니다.”


“네? 제가요? 아니 제가요?”


“저희가 막 움직이는 것 같아도 나름 대형을 유지하면서 이동 중입니다. 작전상의 이유 때문이니 앞으로 가서 회수 좀 부탁드려요. 어두워서 불안하시겠지만 50미터 앞입니다.”


“아니 뭐가 있다면서요?”


결국 직원은 머뭇거리면서도 경찰들의 강압을 이기지 못하고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그들은 연구원이 사라진 어둠 속을 바라보며 숨죽인 채 대기했다. 한참 동안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잠시 뒤 벌벌 떨고 있는 직원이 다시 나타났다.


“저, 저기 드론은 못 찾았는데 안쪽에 엘리베이터가 있습니다. 통로만 확보하고 돌아가신다고 하셨잖아요?”


“경위님, 저 드론 못 가져가면 징계받습니다. 고장 나는 건 괜찮은데 분실은 좀······. 확인만 하고 돌아가면 안 됩니까?”


“안돼. 불법 생체실험 관련 건으로 신고된 시설이야. 확인된 것도 없는데 뭐가 튀어나올지 몰라. 서둘러 복귀한다.”


애초에 무장경찰이나 군병력이 투입되었어야 하는 현장이다.


상부의 쓸데없는 자존심만 아니었다면 일반경찰들의 본래 역할은 인근 지역 통제였다.


팀장은 목숨을 소중히 여기는 타입이었고, 그것은 자신과 팀원 모두에게 해당 되었다.


팀장의 결정에 드론 담당 인원이 투덜거렸으나 다른 인원들은 내심 안심하고 복귀를 서둘렀다.


하지만 그들이 들어온 진입로 방향에서 커다란 충격음이 들려왔다.


“전방! 천장! 뭐든 튀어나올 만한 구멍 전부 확인해!”


경찰들은 재빠른 속도로 사방을 둘러보았지만, 위험해 보이는 것들을 찾을 수 없었다.


다시 한번 커다란 소리가 들려왔다. 바닥이었다. 바닥의 충격음은 계속해서 들려왔고, 금이 가기 시작하며 무언가 솟아오르려 하고 있었다.


“씨발, 뭐야 이거! 공포탄 들어있는 새끼 없지? 전부 확인해! 은폐! 은폐하고!”


경찰들은 주변의 지형지물을 이용해 최대한 몸을 숨기고 땅이 솟아오르는 쪽을 조준했다.


팀장은 숨지 않고 도망치던 연구소 직원 한 명을 끌어당겨 방패로 내세웠다.


직원은 도망가려고 했으나 전투용 인공신체로 강화된 팀장의 완력을 이겨낼 순 없었다.


“아니! 경찰이 일반시민을! 아니 살려주세요! 팀장님! 경위님!”


팀장은 대꾸도 하지 않고 솟아오르는 땅을 노려보았다.


만약 시설 내의 무언가가 직원들과 연관이 있다면 훌륭한 방패가 될 것이고, 그게 아니더라도 평범한 인간 방패 역할은 할 수 있을 것이다.


팀장은 교차사격이 가능하도록 지시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바닥이 솟아오르며 기다랗고 시뻘건 촉수가 튀어나왔다.


촉수는 가장 가까이에 있던 연구소 직원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팀장은 70kg이 넘는 직원의 몸을 공중으로 던져버리고 뒤쪽으로 몸을 뺐다.


촉수가 순식간에 직원의 몸을 휘감으며 머리를 씹어버렸다.


“쏴!”


십여 명의 경찰들이 가진 자동화기가 일제사격을 시작했다.


하지만 괴물은 쓰러지지 않았고, 기이하게 생긴 다리와 팔이 달린 몸통까지 구멍 밖으로 기어 나왔다.


“후퇴! 후퇴! 사격하며 후퇴한다!”


팀장은 뒤늦게 지시했지만, 첫 번째 탄창이 바닥나며 사격의 공백이 생긴 것은 순식간이었다.


경찰 한 명이 촉수에 휘말렸다. 발버둥을 치며 저항했지만, 곧 머리를 씹어 먹혔다.


경찰들은 드론이 사라졌던 어두운 공간 쪽으로 후퇴하기 시작했다.


팀장은 가장 먼저 재장전을 완료했고, 한발씩 천천히 쏘며 뒤로 후퇴했다.


“한 번에 쏘지 마! 교차사격! 교차사격! 왼쪽 오른쪽으로 나눠서 교차 사격한다!”


경찰 대부분은 패닉 상태나 다름없었지만 다행히 팀장만큼은 침착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괴물이 워낙 빠르고 크게 움직이며 날뛰었기 때문에 경찰들의 왼쪽 오른쪽은 구분되지 않았다.


촉수에 씹어 먹혔고 벽과 괴물과 충돌하며 경찰들의 몸이 부서졌다. 뼈와 살점이 사방으로 뿌려지며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순식간에 경찰 병력이 반으로 줄어들었다.


팀장은 차분하게 머리로 추정되는 촉수의 각 부분과 몸통까지 조준 사격하며 괴물의 반응을 확인했다.


몸통 중앙 부분에 총알이 적중하자 괴물은 크게 날뛰었다.


“몸통! 몸통을 쏜다! 집중사격!”


팀장은 필사적으로 지시를 내렸다. 조금씩 몸통에 총알이 박히기 시작하자 괴물 역시 움직임이 눈에 띄게 줄어들며 한쪽으로 몰리기 시작했다.


“몰았다! 막 쏘지 마! 노리고 쏴! 조준하고 쏴!”


팀장은 목이 터져라 외쳤다. 하지만 사방에서 들려오는 총성이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다.


추가로 탄창을 지급 받긴 했지만, 애초에 한계가 있었다.


괴물은 아직 움직이고 있었고, 총알은 바닥나기 시작했다.


또 다른 부하의 몸통이 촉수에 휘말렸다.


팀장은 모든 소리가 점점 작아지는 것 같았다. 그리고 어느 순간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목숨이 경각에 달린 순간, 아드레날린이 솟구치고 있었다.


팀장은 삼단봉을 꺼내 들었다. 충격에 줄어들지 않도록 양손으로 회전시키고 길이를 고정시켰다.


그리고 달려들었다. 그는 절체절명의 순간 특수소재로 만들어졌다던 싸제 삼단봉과 자신의 몸에 달린 값비싼 인공신체, 임플란트의 가격을 떠올렸다.


‘씨발, 호봉 더 쳐준다길래 할부로 지른건데! 성능 발휘 좀 해라. 난 안 죽는다!’


삼단봉이 괴물의 몸통을 꿰뚫었다. 괴물의 몸통이 바닥으로 쓰러지고 촉수로 잡고 있던 경찰의 시체를 떨어뜨렸다.


괴물이 발버둥치며 팀장을 공격하는 짧은 사이, 그는 양손으로 삼단봉을 머리끝까지 들어 올렸다.


복잡한 기계와 배양근육으로 이루어진 팔이 극한의 성능을 내기 위해 부풀어 오르며 옷이 찢어졌다.


그는 있는 힘껏 내리찍었다. 큰 소리가 울려 퍼지고 괴물이 몸부림쳤지만 팀장은 어떻게든 버텨내며 쉬지 않고 계속해서 내리찍었다.


팔의 한계가 느껴지며 더 이상 움직일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할 때쯤, 그는 마지막으로 괴성을 지르며 있는 힘껏 괴물을 내리쳤다.


“으아아아아악!”


괴물은 이미 축 늘어져 있었다.


정신을 차린 팀장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자기 말고도 2명은 살아있었다. 부하 중 하나가 씨익 웃으며 팀장에게 엄지를 치켜세웠다.


팀장 역시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그에게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 순간 아무것도 없었던 공간에서 커다란 입이 나타나 부하의 상반신을 씹었다.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팀장은 커다란 입 여기저기에 흩어진 기계 조각들을 발견했다.


바닥 여기저기에서 쿵쿵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그들이 도망쳐 왔던 진입로 부근에서도 괴이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고, 누군가 떨어뜨린 손전등 조명이 끔찍한 형태의 그림자들을 만들어 냈다.


띵, 그 순간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


서서히 문이 열리고 수많은 괴물들이 쏟아져나오기 시작했다.



***



최초의 정찰대가 진입한 후, 얼마 뒤 괴생명체들이 연구소에서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대규모의 무장경찰과 경찰특공대가 투입되며 괴생명체들을 저지했지만,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한 정부가 본격적인 군사작전을 시작하였다.


3차 세계대전이 종식된 지 29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군수뇌부는 실전경험을 거친 베테랑 전략가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고 작전은 철저하게 계획되었다.


대한민국 최고 수준의 무력 단체이며, 대외적으로 활동하는 부대 중에서는 전 세계 최고 중 하나로 평가받는 국군특수임무단이 투입되었다.


국가정보국과 육군특수기동사령부가 그 뒤를 받쳐주며 작전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지하 10층 깊이까지 이형의 괴물들을 돌파하면서도 큰 피해를 입지 않았고, 그와 동시에 시설에 대한 정보 수집도 이루어졌다.


투박하고 기괴한 생김새와 달리 현대의 과학 수준으로는 기능을 파악할 수조차 없는 수 많은 장비들이 존재했으며, 이형의 생물들을 생산하는 시설까지 발견되었다.


그리고 이 정보는 대한민국의 실질적인 지배자라 할 수 있는 두 메가코프, 주진그룹과 이엔그룹으로 보고되었다.


곧 모든 정보는 통제되었다.


에이터너스 보존 연구소 사건은 코제드 환자와 가족들의 비극을 이용한 역사상 최대규모의 사기극으로 남게 되었다.


연구소의 모든 시설은 냉동보존 시설이 아닌 일반 냉동시설이었으며, 불법 생화학무기 연구와 생체실험으로 주변 환경까지 오염시켰다는 기사가 쏟아졌다.


인터넷을 통해 퍼진 괴생명체에 대한 정보는 모두 삭제되었다.


최초 고발자였던 니톨바이오텍의 대표 에이든 무어는 에이터너스의 동업자로 시작하여 이권 다툼 끝에 분열한 내부 고발자로 발표되었다.


그리고 얼마 뒤 실종되었다.


그렇게 주변의 모든 환경과 시설, 정보까지 통제되었고 모든 계획은 비밀리에 진행되었다.


하지만 연구소 내부에서 인간형 병기가 등장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최고 수준의 전투용 임플란트와 유전자 개조로 강화된 특수임무단의 전투 병력들이 박살나기 시작했다.


결국 15층 단계에서 국군특수임무단은 규모가 반으로 줄어들었고, 메가코프의 정예 병력들도 큰 피해를 입고 물러나게 되었다.


그리고 이 정보는 전 세계의 메가코프들에 노출되었다.


세계 자원 협회, GRC를 구성하는 세계 최대의 메가코프들은 한국 정부의 허락도 받지 않은 채로 병력을 파견했지만, 아무도 그들을 통제할 수 없었다.


각 메가코프의 분석팀은 지하 시설의 경제적 가치를 천문학적인 규모로 책정하였고, 온전한 상태의 연구소 확보를 목표로 삼았다.


때문에 지나치게 강력한 화력을 가진 무기가 제한되었고, 최정예의 전투원과 첨단 군사 장비들이 갈려나가기 시작했다.


새로운 구역과 층을 점령할 때마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했고, 지하 시설의 가치는 점점 올라갔다.


그렇게 최초 진입 이후 3개월이 지나고, 지하 74층 지점에 최전선이 형성되었다.


방어선을 구축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보름째 층을 점령하지 못하는 상태였다.


74층은 미로 같은 구조를 가진 데다 유난히 거대했다.


심지어 75층으로부터 공격받을 수 있는 루트가 42개에 달했다.


소규모 특수부대를 중심으로 공략조를 운영 중인 데다 각 세력 간에 점령지역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상황에서는 나아가기도 방어하기도 어려운 지점이었다.


심지어 통신이 원활하지 못한 지하 시설의 특성 덕에 기업 간의 전투가 일어나기도 했다.


결국 각자의 이권을 좇는 집단들이다 보니 부대 간 일정과 작전지역이 공유되는 것만 해도 다행인 상황이었고, 지하 74층의 최전선은 점점 고착화되었다.


문제는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지하 시설의 괴물들 역시 기업과의 전투에 점점 적응하고 있었다.


작전이 진행될수록 다양한 형태의 괴물들이 쏟아져나왔다.


결국 GRC 운영위원회 직속의 통합분석팀이 신설되었고, 괴물들에 대한 정보만큼은 모든 기업이 공유하기로 했다.


괴물들은 B부터 F까지 카테고리가 분류되고, 인간 형태의 병기들은 카테고리 A로 분류되었다.


A형이라 불리는 인간형 병기들은 괴물들을 방패 삼아 그들 사이로 뛰어들었다.


그들은 특수부대원들을 맨손으로 찢어발기고, 심지어 그들의 무기를 빼앗아 무장했다.


손실되는 병력이 많아질수록 적들의 무장이 강해지고 있었다.


”막아! 왼쪽 막아!“


브라질계 메가코프 휘하의 PMC, 블랙스컬의 용병들은 괴물들을 막아내며 후퇴하고 있었다.


이미 74층에 진입한 지 4시간이 지난 상태였고, 첫 전투에서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심지어 퇴각이 결정된 상태에서도 격렬한 전투가 이어지며 장비 대부분이 소모된 상태였다.


병력들은 망가진 통신장비 대신 목이 터져라 외치며 나아가고 있었다.


이번 작전을 위해 개발된 신형 탄환들이 계속해서 괴물들을 꿰뚫었지만, 끝도 없이 몰려오고 있었다.


탄약이 떨어진 용병 중 하나가 갑자기 쓰러졌다.


투명화된 괴물이 덤벼든 것이다.


용병은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넘어졌지만 당황하지 않고 총을 세워 지지대로 활용했다.


공간을 확보한 용병은 재빨리 괴물의 영역에서 벗어났다.


그의 헬멧 여기저기에서 붉은 광원이 빛을 내고 있었다.


헬멧 내부에서는 C2-62라고 불리는 괴물의 실루엣과 수많은 전투 정보가 나열되고 있었다.


여러 기업에서 수많은 C2-62를 원소 단위로 분해하며 연구했지만, 투명화의 원리를 밝혀내진 못했다.


아마도 시설 내부의 특수한 장비들과 반응하여 모습을 감췄을 것이라는 추측뿐이었다.


하지만 육안이 아니라면 간단한 열 감지 장비만으로도 형태를 확인할 수 있었다.


다른 괴물들에 비하면 근력이 약한 개체였다. 용병은 머뭇거림 없이 괴물에게 달려들었다.


그의 팔을 덮고 있던 검은색 전투복이 찢어지며 날카로운 칼날이 튀어나왔다.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용병의 왼손 칼날이 괴물의 머리 부분을 정확하게 꿰뚫었다.


괴물의 모습이 드러나며 끈적한 체액이 사방으로 튀었다.


그러나 용병은 멈추지 않고 힘으로 밀어붙이며 오른쪽 칼날을 반복해서 쑤셔 박았다.


벽에 가로막혀 움직임이 멈추자, 용병은 양손을 크로스로 당겼다가 엑스자로 칼날을 내리치며 괴물의 몸을 사 등분시켰다.


괴물 한 마리를 도륙 낸 용병은 괴물의 체액을 털어내며 헬멧의 정보를 따라 시선을 옮겼다.


일행을 공격 중인 다른 괴물에게 덤벼들었다.


그는 낮게 몸을 숙인 채 땅을 박차고 엄청난 속도로 도약하며 괴물의 몸통을 반으로 갈랐다. 떨어지는 체액보다 빠르게 움직인 덕에 그가 착지하고 나서야 괴물의 체액이 후두둑하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도움을 받은 일행은 크게 반응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갔다.


한쪽 어깨에는 머리부터 어깨까지 뜯겨나간 시체 하나를 짊어지고 있었고, 다른 손으로는 누군가의 머리채를 잡고 있었다.


붙잡힌 사람은 간신히 숨을 쉬고 있었지만, 몸의 일부가 뭉개지고 잘려 나간 상태인 데다, 이마와 뺨의 살점이 떨어져 나가 뼈를 드러낸 상태로 피를 쏟아내고 있었다.


남자는 괴물들 사이를 뚜벅뚜벅 걷고 있었지만 주변의 용병들이 그에겐 털끝 하나 미치지 못하도록 괴물들을 막아서고 있었다.


방어선에 가까워질수록 괴물들은 점점 줄어들었다.


하지만 괴물들을 모두 처리한 후 그들을 맞이한 것은 인도네시아 메가코프 소속의 병력들이었다.


그들의 대장이 팔짱을 끼고 앞으로 나섰다. 덩치가 매우 크고 험악한 인상의 사내였다.


그는 말없이 블랙스컬팀을 둘러보더니 그들의 부대장이 들고 있는 기계 몸에 관심을 가졌다.


”대장은 어디 갔어? 설마 지금 들고 있는 게 비토르야?“


”비켜라.“


”으하하, 아무리 부품을 갈아 끼워도 늙으면 어쩔 수 없구만. 혼자서 전차 중대를 박살 내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한데.“


덩치 큰 남자는 통쾌한 듯 껄껄 웃어 재꼈다.


블랙스컬의 부대장은 이를 악물고 말없이 상대방을 노려보았다.


평소 같았으면 바로 덤벼들었겠지만, 상황이 좋지 않았다.


통신이 원활하지 않은 지하 공간에서 자신들의 병력은 반이 죽어 나간 상태였고, 장비까지 열악했다.


상대는 자신들의 대장에게 원한을 품고 있었고 작전 투입 직전의 만전 상태였다.


”상대는? 누구한테 죽었어?“


”카테고리 S, 핑크하트. 하트 그려진 헬멧 쓰고 다니는 괴물. 질문 끝났으면 비켜라.“


덩치 큰 남자는 움직이지 않았다.


팔짱도 풀지 않고 계속해서 노려볼 뿐이었다. 블랙스컬의 부대장은 다른 손에 들고 있던 소년의 몸을 앞으로 툭 던졌다.


”사로잡은 A형이다. 네놈들이 잡은 걸로 해라.“


”뭐?“


순간 눈썹을 꿈틀댄 남자는 껄껄 웃기 시작했다.


”이거 웃기는 놈이네. 반병신 된 놈들이 거래를 트려면 무릎 먼저 꿇어야지. 너희들 전부 죽이고 다 가져가면 되는데 내가 왜 거래를 해? 안 그래도 윗분들이 네놈들 대장 몸뚱이에 관심이 많았는데.“


”······씨발, 피곤해 죽겠는데.“


부대장은 비토르의 시체를 조심히 내려놓고 성큼성큼 앞으로 걸어갔다.


숨이 닿을 정도로 가까이 다가가서야 멈춰서고 상대의 눈을 노려보았다.


”거래가 싫으면 빨리 덤비든가, 동남아 원숭이 새끼들아.“


양측의 요원들이 총을 겨누며 전투 준비 태세에 돌입했다.


두 대장은 말없이 서로를 노려보며 살기를 뿜어냈다.


먼저 행동에 나선 것은 덩치 큰 남자였다. 그는 자신의 얼굴로 손을 가져가 한쪽 눈을 뽑아냈다.


연결되어 있던 전선들이 투두둑 끊어졌다. 그리고 블랙스컬팀의 부대장에게 그것을 건넸다.


피를 닮은 붉은 액체가 흐르고 있었다.


”노인네 관에 넣어줘라. 놈이 죽인 내 친구 눈깔인데 비토르가 죽었으면 원한도 없어. 전리품도 도로 가져가고.“


블랙스컬의 부대장은 움직이지 않았다. 덩치 큰 남자는 피식하고 비웃음을 흘리며 크게 외쳤다.


”패배자들에게 자비를 베푸는 거다! 이제부터 우리가 최고니까 인정할 수 있다면 네발로 기어서 꺼져, 이 해골빠가지 새끼들아!“


블랙스컬의 부대장은 한참 동안 그를 노려보다 조용히 고개를 떨구고는 안구를 받아 품에 넣었다.


그리고 비토르의 부서진 시신을 짊어지고 이동했다.


나머지 부대원들도 널브러진 소년을 챙겨 뒤를 따랐다.


그들의 모습이 어둠 속으로 사라지며 어렴풋해질 때쯤 덩치 큰 남자가 다시 외쳤다.


”야! 그리고 인종 차별하지 마라! 그거 나쁜 거야!“


‘씨발, 그럼, 처음부터 협박을 하지말던가. 존나 쫄았잖아.’


블랙스컬의 부대장은 속으로 말을 삼키며 뒤쪽으로 가운뎃손가락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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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4화 - 에이터너스 보존 연구소 (3) 24.08.10 10 1 17쪽
3 3화 - 에이터너스 보존 연구소 (2) 24.08.09 11 1 16쪽
2 2화 - 에이터너스 보존 연구소 (1) 24.08.09 18 1 13쪽
1 1화 - 프롤로그 24.08.09 36 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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