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젠타 색 네온은 행복한 꿈을 꾸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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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비읍비읍
작품등록일 :
2024.08.09 23:09
최근연재일 :
2024.08.25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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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2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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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화 - 본 SIBLINGS (8)

DUMMY

경비원들이 시선이 갑작스럽기는 했지만, 공장 단지를 지켜본 것 외엔 특별한 잘못을 저지르진 않았기에 하루와 도윤은 머쓱해하면서도 조용히 자리를 벗어났다.


하지만 언덕을 내려와 자전거를 타고 떠나려고 하니 경비원 몇이 접근했다.


“너네 뭐야, 왜 공장을 감시하고 있어?”


도윤이 솔직하게 얘기를 해야 하나 아니면 모른 척하면서 자리를 벗어나야 하나 고민하는 사이 경비원 한 명이 가까이 다가왔다.


“왜 대답을 못해?”


경비원이 하루의 목덜미를 잡아채려 하자, 놀란 그녀는 본능적으로 몸을 움츠리며 경비원의 손을 붙잡았다.


“허, 이게 지금······.”


경비원은 하루의 저항을 우습게 여기며 우악스러운 손길로 그녀를 제압하려 했지만, 작은 소녀의 손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경비원 역시 배양 근육과 사이버네틱스 융합 이식 수술을 받은 강화 인간이었기에 직감적으로 하루의 정체에 의심을 품고 황급히 뒤로 물러섰다.


“이 새끼들 뭐야! 꼼짝 마!”


당황한 표정의 경비원이 하루에게 총을 겨누자 다른 경비원들 역시 영문도 모른 채 덩달아 총을 겨눴다.


“보통 놈들이 아냐!”


하루와 도윤 모두 손을 번쩍 들었지만, 경비원들은 굳은 얼굴은 풀어지지 않았다. 경비원 중 하나가 헬멧을 건드리더니 어딘가로 통신을 보냈다.


“정문 인근에서 수상한 자들을 발견했습니다.”


-수상한 자? 잠깐만. 음···. 일단 데리고 와.


“알겠습니다. 손 똑바로 들어! 얘들아 포박해.”


“잠깐만요! 저희는······.”


결국 난감한 상황이 되어버렸지만 총 앞에서 저항할 수 없었던 두 사람은 경비원들에 손에 이끌려 공장 안으로 끌려가야 했다.


그들이 끌려간 곳은 작은 창고였다. 임시로 만들어진 취조실 안에서 경비원들은 위압적인 자세로 질문을 퍼부었지만, 애초에 아무런 잘못이 없었던 하루와 도윤에게서 특별한 대답을 듣지 못하고 있었다.


“솔직하게 말해. 말로 하는 건 여기까지다?”


“진짜라니까요. 그냥 애들하고 같이 어른들 찾으러 온 거에요.”


도윤이 열을 내며 대답하고 있었지만 경비원들은 한숨을 내쉬며 철제 톤파를 꺼내 들었다.


그때 여러 사람들이 창고로 들어왔다.


그 중에는 오프로드 차량에서 내렸던 사람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경비원 중 한 명이 먼저 다가왔다.


“낮에 아이들과 인근을 떠도는 모습 확인했습니다.”


“거봐요. 진짜라니까요.”


경비원들이 자기들끼리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고 화려한 복장의 남자가 앞으로 나섰다. 그는 의자 하나를 가져와 등받이에 손을 기대고 앉아 하루와 도윤을 빤히 쳐다보았다.


“그것만으론 설명이 안 되지.”


“저희 진짜 평범한 사람들이라니까요. 왜 안 믿어요? 저희 같은 애들이 이런 공장에서 훔칠 게 뭐가 있다고 그러는 거에요.”


“평범? 그런 말을 하려면 적당히 설득력 있는 변명을 하던가, 정체를 잘 숨기던가. 이렇게 성의 없이 평범을 주장하니까 너무 화나는데?”


대화를 따라가지 못한 도윤이 미간을 찌푸렸다.


화려한 복장의 남자, 주태룡은 엄지손가락으로 뒤편의 경비원들을 가리켰다.


“너희 저 사람들이랑 힘싸움 했다며? 저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알아? 티어를 부여받은 강화 인간이야. 할 말 없게 더 뻔한 소리를 해볼까? 사람의 한계를 뛰어 넘은 애들이라고. 그런데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몰골을 하고 있는 애들이랑 드잡이질을 했대. 어떻게 정체를 안 물어볼 수가 있겠니? 그리고 여기에서 훔쳐갈 게 없다? 동네 꼬마애들도 여기서 오닉시움을 취급하는 걸 알고 있는데 그게 정말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해?”


주태룡의 입장에서는 기본 상식 같은 뻔한 이야기 였지만, 얼마 전에 바닷가에서 떠내려온 하루와 도윤의 입장에서는 처음 듣는 이야기였기에 답답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진짜 저희는 아무것도 몰라요. 말씀하신 대로 저희가 조금 다른 건 맞는데요······.”


도윤이 다시 한 번 며칠 간 겪었던 일들을 이야기하고, 연구소의 정체는 알 수 없지만 탈출한 실험체가 맞다는 것까지 밝혔다.


전체적으로 담담하게 이야기를 듣던 주태룡은 연구소에서 탈출했다는 이야기에 유독 눈빛을 빛냈다.


“흠, 알게 모르게 많이 일어나는 일들이긴 하지.”


주태룡은 턱을 괴고 생각에 잠겼다가 잠시 후 입을 열었다.


“좋아. 내일 마을로 가서 확인해 보자. 너희들 거짓말한 거면 혓바닥 뽑아버릴 거야. 알았지?”


주태룡은 끔찍한 이야기를 담담하게 전하자 하루와 도윤은 인상을 찌푸렸다. 주태룡은 씨익 웃더니 더이상 질문하지 않고 부하들과 창고를 나섰다.


“대주, 저런 놈들한테 시간 낭비하실 필요가 있습니까?”


창고의 복도를 따라 걷고 있던 주태룡의 뒤에서 부하 중 한 명이 질문을 던졌다. 그는 여유롭게 웃으며 대답했다.


“출처도 모르는 실험체라잖아. 안 불쌍해?”


“...딱히 동정심이 느껴지진 않습니다.”


“야, 인간미 좀 가져라.”


“알겠습니다.”


주태룡은 걸음을 늦춰 부하의 옆에서 서더니 그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부하는 익숙한 듯 그의 팔을 내치지 않고 정면을 응시하며 걸음을 옮겼다.


“우리 편으로 만들자. 눈빛 보면 딱 몰라? 애들이 진솔하잖아. 그리고 저 몰골로 경비원들하고 대등할 정도면 다 회복했을 때 어떻겠어? 쓸만할 것 같지 않아?”


“그렇게 아무나 끌어들이시다 나중에 뒤통수 맞습니다.”


주태룡은 호탕하게 웃어 재꼈다.


“푸하하, 왜? 니가 뒤통수 때리게?”


“대주가 뒤통수 맞으시면 제가 목숨 걸고 지켜야 하지 않습니까? 피곤할까봐 그렇습니다.”


“으하하하, 넌 진짜 무뚝뚝한 얼굴로 그런 소리를 잘도 한다. 가호야, 너도 하경이한테 좀 배워라.”


“전 하경이가 입 놀리고 있을 때 행동으로 보이겠습니다.”


“하핫, 좋아! 가호는 왼쪽 팔 좀 바쳐봐.”


“예, 대주.”


주태경은 양팔로 부하들을 감싼 채 껄렁거리는 자세로 복도를 나아갔다.



* * *



다음 날 오후, 주태룡은 다시 공장을 방문해 하루와 도윤을 데리고 나섰다. 공장의 담당자는 외부인인 주태룡에게 큰 불만을 표시하지 않고 그들을 내줬다.


그들은 곧장 향한 곳은 마을이 아니라 도심가의 식료품점이었다. 식료품점의 간판에는 HIGH CALORIE 라는 글자가 대문짝만하게 적혀 있었다.


하루와 도윤이 멀뚱히 서 있는 동안 주태룡 일행은 장바구니에 이런저런 제품들을 담고 있었다.


곧 주태룡이 멀뚱히 서 있던 하루에게 말을 건넸다.


“골라, 사줄게.”


“아하하.”


하루가 어찌할 바를 모르고 머쓱해하며 웃자, 주태룡은 무표정한 얼굴로 휙 돌아섰다. 잠시 후 작은 바구니를 가득 채운 그들은 계산대 앞에 섰다. 결제금액은 138만원이었다.


놀란 도윤이 하루에게 귓속말을 했다.


“저게 도대체 뭔데 저런 금액이 나오는 거야?”


“모, 몰라. 과자같이 생겼는데 그게 아닌가 봐.”


그들은 다시 차에 올라타고 마을로 출발했다. 주태룡은 방금 구매한 제품을 꺼내 하루와 도윤에게 건넸다.


“이게 뭐에요?”


“에너지바.”


짧게 대답하고 에너지를 바를 건넨 주태룡은 뒷좌석에 앉은 하루와 도윤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두 사람은 강화 인간과 신체 개조자들을 위해 만들어진 고칼로리 보충제를 원숭이처럼 만지작거리며 수군거리고 있었다.


“너희 한국에서 왔다고 했지? 혹시 연구소에만 갇혀 있었냐?”


도윤이 에너지바 포장지를 유심히 살펴보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네.”


“나도 너희처럼 실험체였어. 연구소가 망하면서 하수도에 버려졌었거든.”


“네?”


뜬금없는 소리에 하루와 도윤 모두 놀라자. 주태룡은 다시 앞을 바라보며 의자를 뒤로 눕히고 뒤통수에 양손을 얹었다. 뒤에 앉아있던 하루는 몸이 눌리며 불편한 자세가 되었지만, 불만 어린 표정과 달리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은근히 많아. 실험쥐 마냥 사람 잡아다가 연구하고 버리는 일 말이야. 물론 살아남는 경우는 거의 없지.”


하루와 도윤은 뭐라 대답하지 못하고 가만히 있었다.


“그래서 너희 같은 애들 보면 정이 가더라. 형이 좋은 마음으로 도와주는거니까. 그런 거 주면 감사합니다 하고 잘 받아먹으라고.”


“아! 넵. 감사합니다.”


하루가 쥐고 있는 포장지에는 커다랗게 10,000이라는 숫자가 적혀 있었다. 그녀는 조용히 포장을 뜯고 두툼한 크기의 에너지바를 씹어먹었다. 조금 단단한 느낌이 들긴 했지만 생각보다 맛도 괜찮았고, 섭취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온몸에서 힘이 넘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들떠 보이는 하루와 도윤을 바라보며 씨익 웃던 주태룡은 잠시 후 코를 벌름거렸다.


그리고 뒷좌석에서 슬금슬금 냄새가 나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그는 좌석을 원래대로 되돌리고 창문을 열었다.


“너희 언제 씻었냐?”


주태룡의 물음에 얼굴이 화끈 달아오른 하루는 먼 곳을 바라보며 도윤의 옆구리를 슬쩍 찔렀다. 니가 대답하라는 뜻이었다.


“한 4일?”


“하경아, 대질조사 끝나면 애들 좀 데려다 씻겨라.”


“예, 대주.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이었습니다.”


뒷좌석에서 도윤 옆에 앉아있던 천하경이 대뜸 대답했다. 하루는 창피함에 얼굴을 감쌌다.


잠시 정적이 흐르고 쏟아져 들어오는 바닷바람에 차 내부가 환기 되자 하루가 처음으로 그들에게 질문했다.


“저기 근데 아저씨들은 뭐하는 분들이세요?”


“아저씨?”


“오, 오빠?”


“그렇지. 우리 갱단이야.”


“...갱단이요? 그... 조폭? 아니, 그러니까 조직이요?”


하루는 몸을 슬쩍 떨며 입을 꾹 다물고 말았다.


‘우리 또 납치당하는거 아니야? 아니 이미 납치당한 거잖아.’


“...저기, 그럼 오닉시움이라는건 뭐에요? 저희가 오닉시움 훔치러 왔다고···.”


“마약. 정확히는 원재료인데 가공하고 나서도 오닉시움이라고 불러.”


“마, 마약이요!?”


주태룡은 조용히 창밖을 바라보다 대답하기 귀찮았는지 뒷좌석을 향해 손짓했다.


“하경아 니가 설명해.”


그들이 감시하던 생선가공 공장은 인근에서 포획하는 비취흑돔을 주로 다루고 있었다. 비취흑돔은 몇십 년 전 한 연구소의 실패로 탄생한 돔의 한 종류인데, 해당 연구소가 불법 방류한 개체들이 대량으로 번식하며 문제가 된 어류다.


이 어류는 식량으로서의 가치가 없었고, 무분별한 포식을 즐기는 습성 때문에 생태교란종으로 지정되었는데, 연방정부에서는 비취흑돔을 사료와 비료로 활용하는 쪽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비취흑돔의 일부 개체에서 발견되는 특별한 이석에서 진통 효과와 환각 증세를 일으키는 현상이 밝혀진 것이다. 오닉시움이라고 불리는 이 작은 조각은 연방 정부의 관리를 받게 되었지만, 공장 관리직들에겐 더할 나위 없는 부수입 품목이었다.


그리고 주태룡이 소속된 헤이보라는 갱단이 이 공작 관리직들과의 거래를 독점하고 있었다.


“그러면···그 오닉시움을 거래하려고 공장에 오신거에요?”


“아니. 요즘에 우리 말고 오닉시움을 유통한다는 놈들이 있어서 말이야. 소량이긴 한데 이런 놈들은 미리미리 싹을 잘라놔야 하거든.”


“아···.”


범죄자들의 사정에 대답할 만한 말이 없는 하루는 형식적으로 감탄사를 작게 내뱉었다. 그들의 차는 해안도로를 빠르게 달려 금세 흰바다 마을에 도착했다.


대질조사라고 할 것도 없이 주태룡의 일행들은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하루와 도윤을 보고 간단하게 의심을 거둔 것 같았다.


그리고 득이는 결국 자전거를 가져오지 않은 도윤에게 크게 실망했다. 도윤이 득이를 달래는 사이 하루는 어젯밤에 목격한 수상쩍은 화물차를 떠올렸다.


“참, 어제 수상한 차 한대 발견했었거든요!”


“...빨리도 말하네. 얘기해봐.”


하루의 이야기가 끝나자 주태룡은 천하경을 남겨두고 공장으로 곧장 떠났다.


“너희는 나랑 목욕탕 갔다가 화물차 찾으러 갈꺼야.”


“넵. 아 어제 그 화물차 번호가 HS-C-20876인가 그랬는데. 혹시 하루가 말했어요?”


하루는 어떻게 그런 것까지 기억하느냐며 놀란 표정으로 도윤을 바라보았다.


“아니, 추가 사항 더 없어? 한번에 전달하게.”


도윤은 짧게 고민하고 바로 대답했다.


“네, 없어요.”


천하경은 잠시 후 아무도 없는 허공에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차량 번호가 HS-C-20876 이라고 합니다. 네, 다른 사항은 더 없습니다. 네. 네. 천천히 움직이겠습니다.”


도윤은 그런 천하경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왜?”


“방금 뭐하신 거에요?”


“통화했잖아.”


“아무것도 없이 그냥 말만 하시던데!”


천하경은 슬쩍 미소짓더니 자신의 귀 뒤쪽을 톡톡 두드렸다.


“여기에 달았어. 너희들 정말 연구소에만 박혀있었구나. 연구소 이전 기억은 있어?”


“그, 있긴 있는데 좀 옛날 기억이에요. 2024년···?”


감정을 크게 드러나지 않던 천하경이 미간을 슬쩍 찌푸리며 대답했다.


“24년? 연구원들이 다 늙은이들이었냐? 자기들 어린 시절 얘기만 해 준거야?”


하루와 도윤은 내심 가슴 아파하며 쓸쓸히 대답했다.


“늙은이요? 네··· 뭐 그런 것 같아요.”


“기초 상식 같은건 지내다 보면 천천히 알게 될거다. 좀 기다려. 차량 한 대 지원 나올테니까.”


세 사람이 마을 어귀의 평상에 앉아 잠시 시간을 보내고 있으니 차량 한대가 도착했다. 차에서 내린 헤이보의 조직원은 천하경에게 깍듯하게 인사했다.


“추월호라고 합니다.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천하경이다.”


천하경은 자신의 이름만 슬쩍 말하곤 조직원의 어깨를 툭 두드려줬다. 상체를 일으킨 조직원의 얼굴이 상기되어 있었다.


자동차에 올라타고 출발하기 전 천하경이 창문을 내리고 추월호를 불렀다.


“월호라고 했지? 목욕탕 괜찮은 곳 좀 추천해 줄래?”


“모, 목욕탕 말씀이십니까? 목욕탕이면! 그! 아 제가! 그 어디더라!”


천하경은 당황하여 말을 더듬거리는 추월호의 말을 끝까지 기다려주었다.


“그래, 고맙다. 다음에 기회되면 같이 가자.”


“네! 감사합니다!”


목청이 찢어져라 대답하는 추월호를 뒤에 남기고 자동차가 출발했다.


“아저, 아니 형 되게 높은 사람인가봐요.”


“높은 사람은 아닌데 싸움을 잘해.”


“아, 오... 아, 싸움... 그렇구나. 아 하긴 조직이라고 하셨죠...?”



* * *



도윤은 뜨끈한 온탕에 몸을 담그자 나른해지는 기분에 눈이 슬슬 감기는 것 같았다. 천하경은 도윤의 옆자리에서 잠에 든 사람처럼 욕조에 머리를 기대고 있었다.


“둘이 친구냐?”


천하경이 눈을 감은 채로 도윤에게 물었다.


“네? 음, 남매?”


도윤은 일부러 어중되게 대답했지만 천하경은 수긍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아, 그럴 것 같더라. 내 동생도 오빠라는 말을 못 했는데.”


“여동생이 있어요?”


“있었는데 몇 년 전에 죽었어.”


“아...”


천하경의 담담한 대답에 도윤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물 속에 입을 담궜다. 천하경은 그런 도윤의 모습을 슬쩍 보더니 화제를 바꾸기 위해 다른 말을 꺼냈다.


“너희가 찾는 어른들.”


“...네.”


“공장에서 오닉시움 분류하는 일들을 했을거야.”


“그 마약을요?”


도윤이 좀 의외라는 듯한 반응을 보이자 천하경은 설명을 이어갔다.


“공장에서 인근 주민들 동원해서 하는 일이 대부분 오닉시움 분류 작업이야. 기계로 작업한 뒤에는 빼돌리기가 어렵거든. 감별제라고 우리 조직에서 만든 약이 있는데, 그걸 먹으면 오닉시움 특유의 화학 신호에 코가 알러지 반응을 일으켜. 찌릿하고 말이야. 그걸로 분류 작업을 하는 거야.”


“저한테 그런 걸 다 이야기해 줘도 되는 거예요?”


“알아둬. 여기 사람 사람들은 다들 아는 거야. 유용한 생계 수단 중 하나거든.”


그때 요란한 소리를 내며 욕탕 안으로 들어서는 사람들이 있었다.


두 명의 남자였는데, 온몸에 문신이 가득했고, 들어서자마자 신경이 거슬리는 욕설을 의미 없이 계속 지껄였다.


그들은 대충 몸을 씻더니 도윤과 천하경이 있는 온탕 쪽으로 다가와 쓸데없이 첨벙거리며 온탕 안에 몸을 담궜다.


그들에게선 생선 비린내가 물씬 풍겨왔다.


도윤은 괜히 천하경의 눈치를 보았지만, 천하경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듯 욕조에 머리를 기대고 눈을 감고 있었다.


“아, 씨바 존나 좋네. 여기서 살았으면 좋겠다.”


“그러니까, 도대체 언제까지 생선 냄새 맡고 있어야 되냐? 코가 썪는다 썩어.”


그들은 마치 두 사람만 있는 것처럼 욕탕의 물을 튀기며 세수를 하고, 계속 듣기 싫은 이야기를 주절거렸다.


“아 자꾸 아까 그년이 아른거리네. 그 새끼만 아니었으면 질펀하게 한 번 싸지르는 건데.”


“한 번?”


“열 번, 씨발아. 히히힛.”


그들의 저속한 음담패설은 계속되었다.


“근데 그 새끼도 강간범인거 아냐? 원래 지네 나라에서 연예인 경호원이었는데, 하라는 경호는 안 하고 허리 놀리다가 수배자 됐다고 들었거든? 근데 왜 그렇게 고상한 척을 하는 거지?”


“모르지. 나중에 혼자 하려는 거 아냐? 왜 여러 명이 같이 하는 거 싫어하는 새끼들도 있잖아. 야! 야! 너, 임마 너 삐쩍 꼬른 놈. 너!”


귀를 막고 자리를 옮기려던 도윤을 남자가 불러세웠다.


“저요?”


“어, 새끼야. 너. 나가서 마실 것 좀 하나 가져와.”


“저 돈이 없는데요.”


“뭐 임마? 없으면······.”


그때 천하경이 천천히 일어났다. 건장한 체격에 검은색 파도를 형상화한 문신이 서서히 드러났다.


남자들은 천하경의 튼튼한 몸과 위압적인 문신을 보곤 말을 잃었다.


“어, 뭐...뭐야?”


천하경은 그들에게 가까이 다가가 무릎을 꿇었다.


“죄송합니다. 동생이 철이 없어서요. 제가 가져다 드릴게요.”


그러곤 천하경은 재빨리 밖으로 나가 시원한 음료수 2개를 가져다 바쳤다.


“편하게 이야기 나누십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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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6화 – 본 SIBLINGS (2) 24.08.16 9 0 15쪽
15 15화 – 본 SIBLINGS (1) 24.08.15 9 0 15쪽
14 14화 - 에이터너스 보존 연구소 (13) - END 24.08.14 7 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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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11화 - 에이터너스 보존 연구소 (10) 24.08.11 11 1 17쪽
10 10화 - 에이터너스 보존 연구소 (9) 24.08.10 11 1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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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7화 - 에이터너스 보존 연구소 (6) 24.08.10 9 1 20쪽
6 6화 - 에이터너스 보존 연구소 (5) 24.08.10 12 1 12쪽
5 5화 - 에이터너스 보존 연구소 (4) 24.08.10 10 1 15쪽
4 4화 - 에이터너스 보존 연구소 (3) 24.08.10 10 1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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