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경
아.. 그런거구만 결국 나한테 뭔가 부탁하기위한 밑밥이었군.
" 제가 무슨도움을... "
" 내 힘을 빌려줄테니 꼬마녀석에게 바람넣은 놈을 찾게나. "
아니 방금 그 놈이 악귀일수도 있다고하지 않았나?
" 저는 평범하게 살고싶은데요. 악귀도 무섭구요. 더 이상엮이기 싫어요. "
" 어차피 악귀들은 널 찾을거야. 이미 내가 너의 안에 있으니까."
" 지금까지는 안찾다가 갑자기요? "
" 오늘 식당에서 자네가 내 힘을 썼잖아. 아마 기척들을 느꼈을거야."
나는 어이가 없어서 강림을 노려봤다. 저승사자들은 원래 저렇게들 뻔뻔한가?
" 내 하나 약조하지. "
" 뭔데요. "
" 내가 나중에 자네가 죽어 저승에 왔을때 남부럽지않게 살 수 있도록 약조하겠다. 또 자네의 부모와 조부모까지도.... "
" 아 됐어요! 필요없어요! 그런거! "
" 아이고 이런.. 꼬마녀석이 돌아오는것같다. 오늘은 여기까지 얘기하겠네. "
" 아!저기요! "
강림은 검은연기처럼 흩어져 사라졌다.
이거 거절할 겨를도 없이 휘말리게 생겼는데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할 것 같다.
그 때 동이가 창문으로 스윽하고 들어왔다.
얼굴이 많이 주눅들어보였다.
" 삼촌.. 아직 화 많이 났어? "
주눅들은 동이의 얼굴을 보니 아까 과거의 동이가 생각났다. 자기 누나이던 신수아를 졸졸 따라다니며 여느 아이와 다름없던 천진난만했던 아이.
이 아이에게 무슨 일이 있었길래 저승사자가 되어버린걸까..
' 내가 지금 무슨생각을... '
안돼. 안돼. 이런생각에 사로잡히다 바로 휘말려버리는거야.
" 밤이 늦었는데 어딜 그렇게 쏘다니다 와. "
" .....원래 우리는 밤에 주로 일해..."
" 으이그...잘났다, 잘났어..늦었다. 난 잔다. "
나는 침대아래에 이불을 펴고 잘 준비를 했다.
동이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쭈뼛쭈뼛 서 있었다.
" 뭐해. 퍼뜩 침대로 가서 자라. "
동이는 조금은 밝아진 얼굴로 침대로 가서 누웠다. 쓰고있던 갓은 침대 옆에 가지런히 뒀다.
' 어... 저 분홍색끈... '
동이의 허리춤에 분홍색허리장식에 시선이 갔다.
아까 과거에서 본 끈이었다. 신수아가 머리를 묶고신던 장식이었다. 저거 수아꺼였구나.
고개를 살짝 들어 동이를 보니 새근새근 소리가 났다. 손에는 분홍허리장식을 꼭쥐고 아기처럼 옆으로 누워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마음이 짠해졌다.
어떤녀석이 이런 아이에게 장난질을 쳐서 이 사달을 만든걸까.
동이도 수아도 몇백년을 참 외롭게도 살아왔겠구나...
' 내가 도와준다면.. '
내가 도와준다면 이 남매가 행복한 결말을 맺을수있을까? 강림도 내 안에서 해방될 수 있는거고.
천장을 멍하게 바라보니 오늘 피곤했는지 눈꺼풀이 무거웠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나는 눈이 스르르 감겼다.
***
" 여긴 또 어디야. "
또 꿈속인듯 했다. 주변을 둘러보니 으리으리한 기와집들과 각종 향기로운 꽃나무, 춥지도 덥지도 않은 기분좋은 온도. 하늘에는 별을 뿌린듯 아름답게 은하수가 수 놓아져있었다.
아름다운곳이었다. 넋을 놓고 바라보고 있던 그때.
" 아이고오오오오 본아아아!!!!!!!!!!"
누군가 바람처럼 날아와 나를 꼭 끌어안았다.
나는 기겁하며 떨어뜨렸다.
" 누구세요!!!!!!!"
" 본아.... 나다....."
" .......할매....?"
얼굴을 자세히보니 10년전에 돌아가신 친할머니였다. 뒤에는 그 전에 친할아버지도 보였다.
투병생활을 길게하고 돌아가셔서 여윈모습만 봤는데 여기서는 건강한 모습이였다.
" 할매.. 여기 뭐야...?"
" 저승이지. 우리 강아지 많이 컸네.."
할머니는 내 얼굴을 어루만졌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할머니 손길이 나쁘지않았다.
" 자.자. 여기 서 있지말고 우리 들어가서 얘기하자. "
" 잠깐, 이거 할머니 집이야? "
할머니는 으리으리한 기와집에 나를 데리고 들어갔다.
" 요전에 차사들이와서 후손인 우리 강아지가 덕을 많이 쌓았다고 이런 집을 주지 뭐냐. "
" 풀옵션이여. 안에 안마기도 있어. 홀홀홀 "
" 우리 강아지덕에 죽어서 이런집도 살아보고...다시살고 볼일이여..."
" 이사람아 죽고볼일이지. "
할머니는 눈물을 훔치며 장하다고 내 궁둥이를 두드렸다.
" 장하다. 장해. 우리 강아지. "
" 우리 남궁씨 가문에 크으으으으은 인물이 났어! 우리 가문의 영광이다! 영광!"
나를 둘러싸고 기뻐하는 할머니 할아버지를 보며 난감해하고 있던차에 기와집마당 나무 뒤에 익숙한 실루엣이 보였다.
' 저 인간... 아니... 저 저승노무시키가... '
강림이었다. 강림은 나를 보고 웃으며 입모양으로 말했다.
' 거.절.하.면...'
강림은 기와집을 가르키며 손으로 엑스표시를 그렸다. 나는 당장 쫒아가려고 했지만 뒤에 할머니가 붙잡았다.
" 아가, 어딜가니? 밥이라도 먹고가야지. 우리 강아지가 좋아하는 갈비해주마. "
***
우물우물우물우물우물-
밥을 배불리먹고 마루에서 할아버지가 가져온 온갖과일들을 할머니 무릎을 베고 먹고있다.
할머니는 자신의 무릎을 베고있는 내 머리를 연신 쓰다듬었다.
" 하이고.. 우리 강아지덕에 이런 호사도 누리고..."
x바... x친놈...절대로 거절 못하게 만들었네.. 그 저승노무시키.. 치사하게 이러기냐 진짜..
" 할매. "
" 오냐, 우리 강아지. "
" 정말정말정말로 하기싫은 일이 있는데.. 내가 안하면 다른사람이 위험해져. 어떡해야할까? "
할머니는 내 입에 계속 귤을 까서 넣어줬다.
" 으음....어렵구먼..."
" 우물우물...그냥 하지 말까? "
" 글씨... 근데 우리 강아지가 안하면 당장은 편하겠지만.. 나중가서도 후회 안할까? "
" 후회하지. 암만. "
할아버지가 내 옆에 귤을 한바구니 더 내려놓고는 맞장구를 쳤다.
" 아가, 우리가 살아보니까 인생은 맘편한게 최고여. "
" 휘둘리지말되 우리 강아지 마음가는대로 하거라. 우리는 늘 네 편이야. "
마음가는대로라...
나는 베고있던 할머니 무릎에서 일어났다.
" 할매, 할배 나 갈게. "
" 잉? 벌써? 더 먹지않고. "
" 임자, 야도 바뻐. 그래. 아가 어여 가 보거라. "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내 손을 꼭 잡고는 작별인사를 했다.
" 아가, 기억하거라. 마음 내키지 않으면 언제든지 그만 둘수도 있는거야. "
" 또 놀러오거라. 우리 강아지. "
손을 흔드는 두 분이 점점 멀어지고 대문이 쾅 하고 닫혔다.
' 내 마음 내키는대로....'
***
" .....할매... "
눈을 뜨니 내 방 천장이 보였다. 몸을 일으켜 냉장고로 가 찬물을 벌컥벌컥 마셨다.
꿈속에서 할머니가 주신 밥과 과일을 잔뜩 먹어서 그런가 괜스레 속이 든든한 기분이었다.
물병을 식탁위에 올려놓고 보니 식탁위에 글자가 적혀있었다.
' 삼촌, 급한일이 생겨서 잠깐 나갔다올게. '
" 이노무시키...식탁에 이렇게 낙서를 해놓으면 어떡하냐.."
메모에 손을 대자 푸른빛으로 화르륵 타버리고는 감쪽같이 사라졌다.
" 어우씨 깜짝이야. 이것도 뭔 저승기술인가..."
지이이이이이이잉-
핸드폰에 진동이 울려 확인해보니 류희성이었다.
' 준호가 연락이 안된다고 준호네 부모님한테 연락왔어. 지금 준호네로 갈건데 같이 갈 수 있어? '
' 어디야? 준비하고 갈게. '
' 준호네 집쪽 oo카페에서 기다릴게. '
외출준비를하고 문을 열고 나가니 복도에 신수아가 창밖을 보고 있었다.
" 남궁본씨 안녕하세요! "
신수아가 웃으며 인사했다. 햇빛을 받으며 웃는 신수아가 예뻐보였다.
' 뭔가 기분이 이상해...'
과거에 달빛에 비친 신수아의 얼굴이 자꾸 떠올랐다. 심장이 저릿한 기분이었다.
' 정신차려. 이건 과거의 강림의 감정이야. 내가 강림의 환생이라 그래.'
" 우리 말 놓기로 했었는데. "
" 아... 맞다... 안녕..."
신수아는 쭈뼛거리며 어색하게 다시 내게 인사했다.
" 아, 나 취직했어! "
" 응.. ? 어...축하해...? "
" 다음주 월요일부터 출근해. 치킨내기 했으니까... 첫 출근전에 치킨 먹자. 오늘은 약속있고...내일 토요일 어때? "
" ..그래...좋아.."
" 알았어. 지금 내가 급하게 약속 있어서.. 연락할게 수아야! "
나는 수아에게 급하게 인사하고 달려갔다.
등 뒤에 신수아는 놀란표정으로 멍하니 나를 보며 희미하게 중얼거렸다.
" ....수아야..."
***
" 어어-...왔냐. "
카페에 도착하니 류희성이 자리를 잡고 기다리고있었다. 굉장히 더운날씨 탓인지 카페 안의 에어컨이 구세주처럼 느껴졌다.
" 숨 좀 돌리고 가자. 왜이렇게 덥냐.. 일단 주문하고올게. "
류희성은 말없이 나를 보며 아이스커피를 빨았다.
" 아이스 아메리카노 하나 주세요. "
주문하고 자리에 앉으니 류희성은 커피 하나를 다 비웠다.
" 와.. 여기 시원하다. 하나 더 시킬래? "
" 됐어. "
" 오창빈은? "
" 오늘 금요일이니까 출근했지. 우리랑은 다른 대기업 직장인이잖냐. ...혹시 너 말이야..."
지이이이이이이이잉-
카페진동벨이 울렸다.
" 잠깐만 나 커피좀 가져올게. "
나는 후다닥 커피를 가져왔다. 무더위에 아이스커피 한 모금이 간절했다. 자리에 앉자마자 커피를 한모금 들이켰다.
" 살것같네. 준호 걔 여자친구한테 차여서 충격으로 잠수타고 있는거 아냐? 예전에도 그런적 있잖아. "
" 그때는 그래도 회사 출근은 했잖아. "
" 허...회사 출근도 안한다고? "
" 걔네 부모님 지방에 계시잖아. 나한테 연락왔더라고. "
나는 차가운 커피를 단숨에 들이켰다. 머리가 띵해질 정도로 차가워지니 이제 좀 숨통이 틔였다.
" 야. 남궁본. "
" 응? 왜? "
" 너 내가 준 부적 잘 가지고 있지? "
동이한테 부적을 던져버린게 생각났다. 그 뒤에 어쨌더라...
" 으..응.. 잘 가지고있지. "
" 잘 지니고 있어라. 너한테 안좋은 기운이 느껴지는것같다고 신령님이 말씀하시네. "
내 안에 들어온 그 식칼때문인가.. 나는 커피잔에 남은 얼음들을 와작와작 씹었다.
" 어디 이상한거 주워오지말고.. 터 안좋은데 가지 말고.."
" 요즘 더워서 더위먹었나보지.. 일어나자! 여기서 준호네 가깝지? "
류희성의 말을 끊고 일어났다. 이녀석한테 죄지은것도 아닌데 뭔가 잘못한것처럼 눈치보게 되는것 같단 말이지...
.
.
***
.
.
쾅쾅쾅쾅!!!!!!!
" 야!!!!! 이준호!!!! 문좀 열어봐!!!!"
류희성이 거칠게 현관문을 두드렸다. 이렇게 두드린지 십분정도 된 것 같은데 문은 열리지 않았다.
" 집에 없나...? "
" 뭔가 이상한데... "
류희성은 문에 귀를 댔다.
" 없는거 같애. 어디갔나?"
" 쉿.... "
류희성은 내게 조용히하라는 제스처를 취한뒤 눈을 감고 가만히 집안소리를 들었다.
" 야...뭐해..."
" 좀 닥쳐보라....니.."
류희성은 속삭이듯 중얼거렸다. 그러다 무언가 느껴진듯 눈을 번쩍 떴다. 그리고는 문을 더듬으며 다급히 외쳤다.
" 야. x발 우리 이 문 열어야해. "
문고리를 잡고 거세게 흔드는 류희성의 팔을 붙잡았다.
" 그만해. 문을 뭘로 열어. 어디갔나보지.. 애도 아니고."
류희성은 내가 잡은 팔을 신경질적으로 뿌리쳤다.
" 아!!!!진짜!!!!!열어야한다고!!!!!!"
갑자기 이렇게 급발진을 한다고? 나는 다급하게 문을 두드리며 소리치는 류희성을 멍하니 바라봤다.
그 때 머리에서 강림의 목소리가 울렸다.
" 악귀로군. "
악귀? 이준호의 집에 악귀가 있다는건가? 나는 흥분한 류희성을 달래려 어깨를 잡았다.
" 희성아, 일단 진정하고 경찰에 신고부터하자. "
" 경찰이 문제가! 아니라고오..."
끼이이이이이이익-
그때 이준호의 집 문이 천천히 열렸다.
문이 열리자 창백한 얼굴의 이준호가 멀뚱히 서 있었다.
원래 이준호의 얼굴이 하얬나...?
" 들어와. "
이준호는 건조하게 말했다.
집 안에서는 썩은 냄새가 진동하고 이 더위에 에어컨을 틀지도 않았는지 불쾌한 기운이 뿜어져나왔다.
이준호도 며칠을 안씻었는지 옷에도 오물자국이 가득했고 머리도 땀에 절여졌는지 잔뜩 떡져있었다.
원래 우리 무리중에 가장 말이많고 쾌활한녀석이었다.
영업직답게 늘 옷도 머리도 깔끔한 스타일을 고수했었다.
직장에서도 성격도 좋고 싹싹해서 초고속 승진을 하고 있다며 늘 자랑했었다.
여자친구한테 차일때마다 늘 상처받고 꽁꽁 잠수타던게 흠이었지만...
" 야, 본아. 넌 밖에있어..."
류희성은 잔뜩 긴장한듯 보였다.
" 야... 그래도... "
쾅-!
문이 닫혔다.
류희성은 내 말은 듣지 않은 채 이준호를 따라 집 안으로 들어갔다.
" 삼촌? "
" 어? 동이야? "
류희성이 집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내 옆에 동이가 나타났다.
" 삼촌이 여기 왜 있어? "
" 여기 내 친구네 집이야. "
" 위험해. 집으로 가. 여기 강한 악귀가 느껴져서 왔어. "
" ........!!!"
갑자기 집 안에서부터 소름끼치는 기운이 내뿜어져 나왔다. 서늘한 기운이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내 몸을 훑고 지나갔다.
" 안에 다른 친구가 있어. "
" 삼촌....!"
나는 이준호의 집 문 손잡이를 벌컥 열었다. 다행이라 해야할지 잠겨있지는 않았다.
집 문을 열자 문 앞에 이준호가 서 있고 이준호의 손은 류희성의 목을 움켜쥐고있었다.
" 희성아!"
류희성은 이를 악물고 이준호를 노려보며 버둥대고 있었다. 류희성의 발은 바닥에서 떨어져있었다.
이준호의 표정은 여전히 멍한 무표정상태였다.
" 준호야! 희성이를 놔줘! 죽겠어!"
이준호는 고개를 천천히 돌려 나를 똑바로 쳐다봤다. 멍한 두 눈에는 초점이 없었다.
콰앙-!
" 커헉!!콜록!!! 콜록!!!"
이준호는 류희성을 그대로 내 앞에 던져버렸다. 인간의 힘이 아닌듯했다. 류희성은 내 앞에 널부러져 고통스러운듯 기침했다.
" 누군가 했더니... 집에서 내 모습을 봤던 삼촌이었구나. 기가 허약해보이더니 악귀한테 먹혔네. "
동이가 내 옆에서 말하자 류희성은 깜짝놀라 동이를 쳐다봤다.
" 어... 이 삼촌 내가 보이나본데.."
" ...남궁본 너 이 x끼...뭘 달고 다니는거야.... "
류희성의 말이 끝나자마자 동이에게 칼이 날아왔다. 우리는 일제히 이준호쪽을 바라봤다.
" 차사놈.... 차사놈....차사놈...."
이준호는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목이 두두둑 동이쪽으로 돌아가더니 얼굴이 마구 일그러지며 피눈물을 흘렸다.
콰앙!
등 뒤에 열려있던 문이 세게 닫혔다.
방 안은 대낮인데도 어두컴컴했다. 창마다 암막커튼이 전부 닫혀있었다.
현관옆에 싱크대나 거실 좌식테이블 위에는 배달음식을 잔뜩 시켜먹은 흔적들이 쌓여있었다.
썩어서 벌레도 생긴듯했다. 지독한 악취였다.
" 우욱... 무슨 냄새가..."
" 너 이따 나랑 얘기좀 해. "
류희성이 내 앞을 가로막더니 염주를 들고 이준호 앞에 서서 축경을 외우기 시작했다.
" 태상왈, 황천생아. 황지재아. 일월조아. 성신영아.제선거아...."
" 희성아...너어어... 뭐하냐아아아아.... "
이준호는 축경을 읇는 류희승에게 얼굴이 닿을듯 가까이 다가가 매섭게 노려봤다.
하지만 거기까지인듯 더 이상 다가가지 못하는듯 했다.
" 지호통아.. 산택용아.. 강하도아... "
류희성이 점점 힘에 부치는듯 이를 악 물었다.
이준호는 뱀처럼 머리를 흔들며 류희성을 노려보았다. 그러다 입이 헤벌쭉 찢어졌다.
목소리는 이미 우리가 아는 이준호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매캐한 연기를 가득 머금은듯한 탁한 소리가 나왔다.
" 너....바리무당 새끼구나? 그 년 유명했지..지금은 다 늙었을라나...?"
입에서 나오는 목소리는 더 이상 내가 아는 이준호가 아니었다.
할머니 얘기가 나오자 류희성의 눈빛이 매서워졌다.
" 예전에 잠깐 마주친적이 있었지.. 오십년정도 됐던가아아... 딱 네 또래였던것 같네..."
" 소향자형......소...위자합...."
" 무우우우지막지하게 강했어....."
" 종...종변..화...여도합...신..커헉....."
" 너어는 거기 발끝에도 못미치네에에에!!!!!!"
류희성이 축경을 외우다 말고 검은 액체를 토해냈다. 고통스러워보였다.
" 희성아! "
나는 류희성을 뒤에서 끌어안았다. 류희성은 정신을 잃은듯 보였다.
" ..끄르르르르르륵..."
악귀에게 빙의된 이준호의 입이 크게 벌어졌다. 입 속은 칠흑같이 검은색이었다. 눈은 검은자위가 점점 올라가 피로물든 흰자위밖에 남지 않았다.
" ..바리무당새끼에 힘없는 저승차사까지 한번에 오다니 .."
이준호는 시커먼 입을 벌린 채 좀비같이 걸어오며 말했다.
" 야아아암전히.... 이 몸에게... 먹히거라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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