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승사자와 삼시세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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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꽃
작품등록일 :
2024.08.12 22:53
최근연재일 :
2024.09.09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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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8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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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이야기

DUMMY

여사장은 이마를 짚고 바들바들떨며 일어났다.

주방을 둘러보는 여사장의 눈에는 눈물이 고여있었다. 빙의됐을때의 기억이 난 듯 괴롭고 슬픈 표정이었다.

나는 경계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여사장을 노려봤다.


" 아이고오....이게 다 무슨일이야...내가 무슨짓을 한거야..."

" 괜찮아. 삼촌. 악귀의 기운은 없어. "


동이는 몸을 일으켜 여사장에게로 걸어가 여사장의 머리에 손을 댔다. 그러자 여사장의 떨림이 멈추고 슬픈표정이 온화해졌다. 뭘 하는거지?


" 어이구..두야..미안해요. 내가 기립성저혈압이 있어서 종종이래.. "


여사장은 다시 난장판이 된 주방을 보며 잠시 말이 없다가 퍼뜩 무언가 떠오른듯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 많이 놀랐죠????"

" 예...?"

" 아니... 내가 아주 화려하게 쓰러진 모양이여...괜찮아요. 괜찮아! 구급차는 안불러도 돼요! 종종 있는일이야! "

" 괜찮으신거죠? "


아까랑은 다르게 조금 전 일들을 하나도 기억하지 못하는것 같았다. 다행이라고 해야할지.. 동이를 쳐다보자 동이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 내가 기억을 지웠어. 빙의자들한테 흔히 하는일이야. 고통스럽잖아. "


여사장은 아직 후유증이 있는듯 머리를 짚고 한숨을 쉬었다.


" 음....남궁본씨.. 다음주부터 나올 수 있다고했죠? "

" 예? 예..."

" 오늘 좀 도와주면 안될까? 오늘 일당 따로쳐줄게요 "

" 하하하... "


나는 난감하게 웃었다. 사실 일은 생각도 못했다. 그런일을 겪고 여기서 일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여사장은 난감하게 웃는 나를 바라보다 입을 뗏다.


" 10만원. "

" 뭐부터 할까요? "


나는 재빨리 넘어져있는 보조조리대를 일으켜세우며 말했다.




***




" 에고고고고고...에고고 ..삭신이야...."

" 삼촌 괜찮아? "


집 현관에 들어오자마자 바닥에 쓰러진 나를보며 동이가 걱정스레 말했다.

젠장, 그 사장... 그냥 널부러져있는 식기들만 치워주면 되는줄알았더니...


" 기름이 그렇게 닦기가 힘들줄이야..."


청소는 장장 5시간정도 걸렸다. 악귀와의 전투가 있을때 주방한켠에 있던 업소용식용유통이 터진 듯했다.

식용유는 구석구석 골고루 흩뿌려졌는지 온 사방에 튀어있었다. 미끌거리는 바닥과 식기, 조리도구들을 전부 손으로 닦아냈다.

게다가 여사장의 가장 아끼는 프랑스장인이 6개월 밤낮으로 갈았다는 식칼이 없어졌다며 찾아야한다고 한바탕 난리가 났었다.

결국 그 식칼은 못찾았지만... 왜냐하면 그 칼은.. 내 몸 속에 있으니까...


" 삼촌, 나 기운이 없어. 배고파. "


동이는 쓰러진 내 옆에서 칭얼댔다.

그래.. 저녁은 먹어야지...

나는 몸을 일으켜 주방으로 가 간단히 만둣국을 끓였다.


" x비고야?"

" 엉. "


둘 다 말할기운도 없이 만둣국을 먹었다. 달그락달그락 숟가락과 접시가 부딪히는 소리만 났다.

동이가 내 눈치를 보다 입을 열었다.


" 삼촌 있잖아... 나 정신 잃었을때 무슨 일이 있던거야? "

" 너 강림이 누군지 알아? "


동이는 숟가락을 들다말고 그대로 굳었다. 긴장하고있는게 옆에 있는 내게까지 느껴졌다.


" 그 남자가 도와줬어. 누구야? 널 아는것같더라. "


동이는 나를 보며 손을 덜덜덜 떨었다.


" 강림이 왔다고...? 그럴리가 없는데..."

" 와서 나한테 내가 자기 환생이라고 하더라고. "

" 그럴리가 없어....."

" 아는사람이야? "

" 어떻게 나왔지? "

" 너랑 관계있는 사람이야? "


동이를 힐끗보니 멍하니 중얼거리고 있었다. 내 얘기를 안듣고 있구만. 나는 동이를 불렀다.


" 야. "

" 강림차사는 저승차사들의 왕이야. "

" 아, 어쩐지 아우라가 다르더라. 근데 저승사자가 왜 환생을 해? 저승사자도 죽어? "

" 나 때문에. "

" 왜, 뭔짓을 했길래. "


동이는 입을 꾹 다물었다.


" 동이야? 말좀 해봐. "


동이는 계속 입을 꾹 다물고있었다.

솔직히 아까부터 티는 안냈지만 나는 조금 짜증이 나 있는 상태였다. 이 말도 안되는 상황들을 설명해주는 사람이 하나도 없는지. 내가 왜 이런 상황을 겪어야 하는지.


" 동이야. "


나는 어른이다... 어른답게 말해야한다...


" 음... 나는 동이 네가 갑작스레 찾아와 같이살아야한다고 말했을때도 딱히 이유를 묻지 않고 받아들여줬어. "


동이의 입은 여전히 닫혀있다.


" 그리고 오늘.. 나한테는 꽤 큰 일이 있었는데 그 현장에 있던 강림이란 저승사자와 너는 나한테 아무 설명도 안해줬어. 내 몸에 칼까지 넣어놓고. "

" 강림에게 검을 받았어? "

" 응. 받았어. 아무튼 나는 이 상황에 대한 설명들을..."

" 강림이 별말없이 검을 줬어?"


나는 갑자기 끓어오르는 분노를 느꼈다.


" 야. "


동이는 내 표정을 보고 멈칫했다.


" 너 내 얘기는 하나도 듣지않고 계속 네 얘기만 하는데... 나는 너랑 같이 살 이유도 없고 너희 저승사자 트러블에 휘말리고 싶지도 않아.. 적어도 너희들 일에 휘말리게 했으면 제대로 설명이라도 해줘야 하는거 아니야? "

" 아니 .. 나는..."

" 나는 오늘 생사를 오갔다고!!!!"


어른스럽지 못하게 소리를 질러버렸다. 감정조절이 안됐다. 오늘 낮에 있던 일이 나도 모르게 극심한 스트레스가 된 듯했다.

동이는 놀란듯 눈을 끔뻑이며 나를 쳐다봤다.


" 미...미안...동이야.. 내가 피곤한가봐. "

" 미안해.. 삼촌.. 삼촌도 많이 혼란스러웠을텐데.."


동이는 많이 위축되어있었다.


" 강림차사는....나 때문에 300년동안 형벌을 받고있어. 아직도 받고있고."

" 무슨 형벌?"

" 인간으로 살아가는 형벌. "

" 내가 강림의 환생이라는게 형벌이라는 얘기야?"


동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 기분은 안좋네. 언제까지 인간으로 살아야한대?"

" 자신이 저지른 실수를 만회할때까지. "

" 뭔 실수를 했길래. "

" ......그건....."


동이는 다시 입을 꾹 닫았다. 하아..됐다. 됐어.


" 뭔가 삶의 의욕이 사라지는 얘기를 들은것같네.. "


아까는 답답함에 대한 분노라면 지금은 허무했다. 그럼 내가 태어난 이유가 한 저승사자의 실수로 인해 형벌을 주기 위해서 태어났다는거야?

기분 더럽네. 내가 살아있는 지옥이네.


" 삼촌.. 무슨생각을 하는지는 알겠는데 그런거 아냐.."


내 팔을 붙잡는 동이를 밀어냈다.


" ...잠깐 혼자있게 해줄래..."


나는 동이를 뒤로하고 침대로 가서 누웠다. 동이는 어쩔줄 몰라하다가 시무룩해져서는


".....알겠어..미안해..."


하고는 사라졌다.

나는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봤다. 동이녀석이 없으니 집안이 고요했다. 요 며칠 말도안되는 일들을 겪어서 그런지 급 피로감이 몰려왔다.

머리도 복잡하고 이대로 자버릴까 하는 생각으로 눈을 감았다.


" 그래서, 저 어린애를 이 밤에 내 쫒아버린거야? "


낯선 목소리가 들려 눈을 뜨니 식탁에 누가 앉아있었다.

검은 도포에 검은갓. 강림이었다. 강림은 턱을 괴고 앉아 나를 웃으며 바라보고 있었다.

몸을 움직이려해도 가위에 눌린것처럼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 못움직여. 내가 니 몸에서 나오려면 기력이 많이 필요하거든. "

" 정말로... 제가 당신의 환생이에요...?"


강림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제가 당신의 형벌이라는 말도 맞겠네요. 그럼. "

" 정확히는 네가 내 감옥이고 내가 너에게 갇혀있는거지. "

" 그럼 나가실수도 있어요? "

" 왜, 네가 태어날때부터 네 안에 있었는데. 갑자기 불편해지니까 방 빼라구? 서운하네. "


강림은 장난스럽게 킥킥거리며 웃었다.


" 저는 평범하게 살고싶거든요. 이런일들에 엮이고싶지 않아요. "

" 어떻게 살고싶은데. "

" 그냥... 한적한 동네에 내 식당차리고...결혼해서...아이도 한 둘 낳고... 아, 아무튼 나가실수 있냐구요."

" 재미없네. "


강림은 자리에서 일어나 누워있는 내게 다가왔다.

새삼 멀리서 볼때도 느꼈지만 가까이에서 보니 더 잘생겼네. 외모는 환생적용 안되는건가?


" 나도 얼굴은 나를 닮아 환생할줄 알았는데 너도 그렇고 전전생도 전전전생도 이 얼굴보다 못하더군. 이것 또한 형벌이라면 형벌이겠지. "

" 아...예.... "


은근 사람 열받게하네...? 그래 당신외모보다 못한 환생인이라 죄애송합니다.


" 보여줄게 있다. "


강림의 손이 내 얼굴로 다가왔다.


" 아, 왜! 왜요! 말로하세요! "

" 쯧, 가만히좀 있어라. 이번 환생인은 왜 이렇게 경박한지..."


강림의 손이 내 눈을 가렸다. 피하려고 발버둥쳐도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 으아아아아악!!!!우아아악!!!!"

" ....하....x노므시키...."


예....? 방금 경박한 욕이 들린것 같은......어....?

캄캄했던 눈앞에 익숙한 풍경이 펼쳐졌다.

요즘 며칠동안 꿈속에서 보았던 그 장면이었다.


***


저승사자 앞에 놓여진 어린 남매가 눈앞에 있었다.

누나로 보이는 여자는 쓰러져있었고 어린 남동생이 저승사자의 앞에 엎드려 울고있었다.

저승사자의 얼굴을 보니 강림이었다.


" 어? "


강림의 발밑에서 울고있던 아이가 고개를 들었다. 눈물콧물 범벅이 되어있지만 한눈에 알 수 있었다.

동이였다.


" 엉엉엉...사자님.. 우리 누이 데려가지 마세요.. 이렇게 빌게요!!!!!!! "


동이는 손이 발이되도록 무릎꿇고 빌고있었다.

강림은 고개를 저었다.

동이는 갑자기 뭔가 생각난듯 벌떡 일어나더니 눈물을 닦고 작은 교자상을 들고왔다.


" 히끅...끅..그...그럼 사자님... 히끅... 먼 길 오셨는데 밥이라도..밥이라도 드시고 ..가세요..끅.."


동이는 울음도 채 그치지 못한채로 갑자기 분주하게 밥을 차리기 시작했다.

상에 밥과 나물한가지와 간장이 차려졌다.

특이한점은 나물과 간장에 정체모를 빨간가루가 뿌려져있다는것 정도.

강림은 밥상을 지그시 바라보다 나물과 간장과 밥을 잘 비벼 먹기 시작했다.

옆에는 동이가 퉁퉁부은 눈으로 쓰러진 제 누나의 손을 연신 쓰다듬고 있었다. 안쓰러운 광경이었다.

그때 내 옆에 또 다른 강림이 나타났다.


" 엥? "


나는 나물밥을 먹는 강림과 내 옆에 강림을 번갈아 바라봤다.


" 저거 내가 속아준거야. "


나물밥을 먹던 과거의 강림이 쓰러졌다.


" 상사화가루. 저승사자를 잠시 잠들 수 있게 만드는 꽃이지. "


동이는 강림이 잠든것을 확인하고 떨리는 손으로 허리춤에 저승명부를 가져갔다.


" 여기부터는 내가 예상 못했던부분. "


명부를 가져간 동이는 누나의 이름을 찾는듯했다. 콧물을 훌쩍거리며 손으로 더듬더듬 이름을 찾던 동이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한자로 일십팔( 一十八) 이라고 적혀있던 수명란 뒤에 고민하다가 천(千)이라고 적었다.

수명을 고쳐 적자마자 누나쪽에서 희미한 신음소리가 났다.


" 으음.... "

" 누이!!"


동이는 누나에게로 달려가 상태를 살폈다.

누나로 보이는 여자는 몸을 일으켜 고개를 들었다.


" 헉... "


나는 누나의 얼굴을 보자마자 충격을 받았다. 누나의 정체는 신수아였다.

신수아는 두리번거리다 쓰러져있는 저승사자를 발견했다.


" 호동아... 너 무슨짓을 한거야....? "

" 누이, 시간이 없어요...! 얼른 여기서 떠나야해요...!"


어린 남매는 서둘러 단촐하게 짐가방을 싸고 외투를 단단히 걸친 뒤 한밤 중 눈보라속으로 사라졌다.

한참 뒤 동이 트고 과거의 강림이 잠에서 깻다.

강림은 늘어지게 기지개를 켜고 남매가 떠난것을 확인했다.

그러다 저승명부가 펼쳐져있는것을 보고 크게 당황했다.


" 왜 속아준거에요? "

" 원래 밥 얻어먹으면 수명을 조금 연장시켜주기도 하거든. "

" 누가봐도 수상한 밥이었는데? "

" 어린애가 내가 무서운 맘에 그랬구나 했지. 뭐 몸에 해가되는 약초도 아니고 수면제니까. "


과거의 강림은 남매의 집에 앉아 머리를 벅벅 긁으며 나직히 말했다.


" 하...x발..조졌네..."


나는 강림에게 웃으며 말했다.


" 그쪽도 한 경박하는데요...?"

" ....저 일때문에 저승에서 난리가 났으니까..."

" 그러게 왜 바로 안데려가고 그러셨대. 공짜밥이라 탈난거에요. "

" 빨리 데려가고싶지가 않았어. "


갑자기 눈앞에 풍경이 매서운 겨울에서 따듯한 봄날의 숲으로 바뀌었다. 지금보다 더 과거시점인것같았다.

신수아가 숲에서 동생과 약초를 캐고 있는듯했다.

따듯한 날씨와 새 지저귀는소리, 향긋한 풀냄새와 꽃향기.

그리고 재잘거리는 동이와 그런 동생을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신수아.

마음이 따듯해지는 그림같은 풍경이었다.

그때 동이가 누나랑 떨어져 숲속을 돌아다니다 급하게 누이를 불렀다.


" 누이!!!!! 누이!!!!여기요!!!!!"


신수아가 약초를 캐다 급하게 가보니 커다란 검은 늑대가 상처를 입고 쓰러져있었다.

늑대의 복부에서 피가 배어나와 털이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 커다란 늑대가 다쳤어요."

" 호동아, 급하게 다가가지마. "


신수아는 동이를 자신의 뒤로 오게하고 천천히 다가갔다. 늑대는 남매를 바라보기만할뿐 경계하지는 않았다.


" 이 늑대, 팔면 얼마나 나올까요? "


동이가 누나의 뒤에 바짝붙어가며 말했다.

동이의 말에 신수아가 귀엽다는듯 쿡쿡 웃었다.


" 그러면 안돼. 이 산의 산신령님일지도 몰라. "


신수아는 조심히 늑대에게 다가가 상처주변을 봤다. 배에 손을 올려도 늑대는 가만히 있어줬다.


" 아이고...심하네...어쩌다가 이렇게 다쳤니. "

" 산신령님, 아프지 마! "


강림은 남매를 지켜보다 말했다.


" 저때 진짜 뒤지게 아팠지.. 죽는줄 알았어."

" 에...? 저 늑대 아저씨에요? "

" 고위급악귀랑 한 판 붙었었거든. 못잡았지만. "


남매가 늑대를 치료하는 장면이 빨리감기처럼 지나갔다. 남매는 다음날도 다다음날도 정성껏 늑대를 돌봤다. 깨끗한 물로 닦아주고 먹을것도 주고 강아지 다루듯 쓰다듬어줬다.


" 즐기셨구만."

" 나쁘진 않았지."


그리고 보름정도 지난 어느날 늑대는 사라졌다.


" 누이...산신령님이 없어졌어요. "

" 숲을 돌보러 돌아가셨을거야. 다 나으셨나보다. "


풍경은 또 한번 바뀌어 더운날의 여름밤으로 바뀌었다. 캄캄한 산길에 신수아가 바구니를 이고 올라가고 있었다. 등에는 동이가 업혀 새근새근 자고있었다.


" 허억...허억... "


바구니에.. 아이에.. 오르막길에.. 더운 여름밤에..신수아 혼자서는 버거워보였다.


" 이 고개만 넘으면 집이다... "


약초를 팔고 집으로 돌아가는길인듯 했다. 하필 구름이 잔뜩 낀 밤이라 산길은 더욱 으스스했다.

언덕을 오르다보니 앞에 누군가 있는듯했다.


토옹- 토옹-


누군가 캄캄한 길 위에서 제자리뛰기를 하고 있었다.


" 이 밤에 누구지... ? 사람인가..? "


신수아는 캄캄한 밤길에 조금 무섭기도 했지만 그래도 사람이 있다니 조금 안심되는 듯했다. 그리고 조금 더 다가갔을때 신수아의 표정이 공포로 바뀌었다.

제자리에서 뛰는 사람의 점프력이 일반사람의것이 아니었다.

눈은 시커멓게 뚫려있고 입은 찢어져라 웃고있었다.

뛰고 있는 맨발에는 피가 잔뜩 묻어있었다.

악귀였다.


" 히이이익... "

" 아무도 안와서 심심했는데! 나랑 놀자!"


악귀는 통통거리며 신수아에게 뛰어왔다.

신수아는 등에 업은 동생탓에 도망칠 수도 없었다. 다리가 풀려 털썩 주저앉았다.

그 때 누군가가 신수아의 앞을 가로 막았다.

과거의 강림이었다. 그는 푸르게 빛나는 검을 들어 악귀에게 무어라 말했다. 과거의강림의 말을 들은 악귀는 비명을 질러댔다. 비명을 지르는 악귀를 강림은 가차없이 베어버렸다.

과거의 강림이 뒤를 돌아보니 신수아가 다리가 풀린 채 강림을 바라보고 있었다. 신수아는 손을 뻗어 강림의 손을 잡았다.


" 나...나으리 감사합니다...."


과거의 강림의 뒤에 구름의 가려진 달이 모습을 드러냈다. 달빛은 신수아의 얼굴을 비췄다.

땀에 젖은 머리칼.. 눈물맺힌 송아지같은 큰 눈은 자신을 구한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

물을 가득 머금은 한 떨기의 유약한 꽃을 보고있는것 같았다.

과거의 강림은 신수아의 얼굴에 손을 뻗었다.


' 어... 뭐지 이 기분...'


나는 이 장면에서 이상한 감정을 느꼈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간질거렸다.


' 설마...'


나는 내 옆의 강림을 쳐다봤다. 강림은 과거의 자신과 신수아를 고요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과거의 강림이 신수아의 머리에 손을 얹고는 사라졌다.

기억을 지우는 작업을 한것같았다.


" 잠깐 눈 붙힌다는게 잠이 푹 들어버렸네..."


신수아는 두리번거리더니 잠든 동생과 약초바구니를 챙겼다.


" 설렜네. 설렜어. 맞죠? "

" 스치면 우연이지만 붙잡으면 필연이지. "


강림은 웃으며 말했다. 신수아를 바라보는 강림의 눈은 따듯했다.

주변의 풍경이 또 순식간에 바뀌어 내 방으로 돌아왔다. 강림은 식탁에 앉아 나를 보고있었다.


" 어떤가? 과거로의 시간여행. "

" 너무 신기...가 아니라.. 왜 보여준거에요?"

" 찾고싶은게 있어서. "


강림은 한쪽 벽을 가만히 바라봤다. 신수아의 집이 있는 방향이었다.


" 꼬마 저승사자녀석... 제 누이를 구하려고 명부를 조작했어. "

" 동이가 수아씨 동생이라니... "

" 저승의 명부를 조작할 생각을 하다니...어린아이는 생각할 수 없는 일이지. "

" 그럼..."

" 누군가 꼬마에게 입김을 넣은거다. 그게 악귀던 무엇이던. "

" 왜 그런짓을...."

" 나는 차사들의 왕이야. 내가 부재중이면 누가 가장 이득일까? "


강림은 조금 화가난 듯 보였다.


" 내가 사사롭게 인간에게 감정을 가져버려서 일이 많이 꼬여버렸어. "


그렇다. 강림이 신수아에게 마음을 품어버린것을 눈치챈 누군가가 동이를 조종했겠지.

그로 인해 신수아는 몇백년의 시간을 인간으로 살고있고.. 동이는 저승사자가 되고... 그럼 동이는 죽은걸까?


" 아저씨가 내 몸에서 풀려나려면 어떻게 해야해요?"

" 신수인, 지금 네 옆집에 사는 신수아를 저승에 데려가면된다. 꼬마저승사자녀석이 숨긴다고 숨긴것같지만... "

" 그럼...."

" 신수인은 명부를 거스른 죄로 지옥에서 몇백년동안 영혼이 찢기겠지."

" 허...."

" 그러니까 꼬마녀석이 기를 쓰고 숨기려는거다. "

" 방법이 없을까요? "


강림은 손끝을 식탁에 두드렸다. 생각을 하고있는것같았다.


" 자네가 나를 좀 도와주면 되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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