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승사자와 삼시세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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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꽃
작품등록일 :
2024.08.12 22:53
최근연재일 :
2024.09.09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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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4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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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공짜밥은 없다

DUMMY

“ 누...누구세요...?”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무서워서 눈을 감고싶어도 눈이 감아지지도 않았다. 검은 옷을 입은 남자는 내 이름을 부른 후 말없이 서서 나를 내려다 보았다. 큰 키에 허연 얼굴, 매서운 눈매... 그리고 머리에 쓴 검은 갓. 누가봐도 이건 저승사자였다.


‘ 그냥 귀신도 아니야. 차사야 차사. 저승차사. ’


류희성의 말이 귀에서 맴돌았다. 나를 데리러 온건가..? 나는 아직 하고싶은것도 많고 아직 취직도 못했는데...


” 저...저를 데리러 오신건가요...? “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저승사자는 여전히 말이 없었다. 매서운 두 눈으로 나를 원망스럽게 쳐다보는듯 했다.


“ 저 아직 26살이에요.. 이렇게 갈 수는 없다구요.. 아직 결혼도 못했어요...”

“.........”

“ 저 아직 건강하고 지병도 없거든요..? 아직. 백수라서 사고같은것도 안 당할거고... ”

“........”


나는 대꾸 없는 저승사자가 답답해지기 시작했다. 지금 사람 앞에두고 뭐하는 짓인지 모를 일이었다.


” 아니, 사람이 말하는데 뭐라고 대꾸라도 좀 하시던지. 그렇게 보기만하면 뭐 어쩔거에요?“

”.......“


저승사자가 내 말에 미간을 약간 찌푸린게 느껴졌다. 반응이 있다.


” 데려가실거면 빨리 데려가시던지.. 예? 아님 뭐 할말 있어요? 서운한거라도 있어요? 들어드릴게 ! “

” 건드리지마......“


저승사자가 입을떼자 굳어있던 몸이 풀렸다. 나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베개속에 있던 류희성의 부적을 꺼내 저승사자에게 던졌다. 저승사자는 놀란 눈으로 나를 보며 소리를 질렀다.


“ 으아아앙아아아아아!! ”


응. 좋아. 부적이 효과가 있네. 근데 저승사자가 생긴것답지 않게 비명소리가 어린애같네... 어린애.. ?


퍼 엉 -


갑자기 저승사자 몸에서 검은 연기들이 일더니 터졌다. 그리고 내 눈앞에 어린남자아이 하나가 눈만 끔뻑거리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까 그 커다랗고 매서운 저승사자는 온데간데 없었다.


“ 어....안녕....? 너는 누구... ? ”

“ 이.....이...이런.... “


눈 앞에 어린아이는 많아봤자 일곱살정도 먹어보였고 검은도포와 갓을 쓰고 있었다. 특이한점은 허리춤에 분홍색장식끈을 차고있는 정도. 약간 창백하긴 했으나 어린아이답게 포동포동한 볼과 작은 손발이 귀여웠다.

근데 아까 그 무서운 저승사자는 어디있지?


” 꼬마야, 혹시 아까 그..분은 아빠시니 .. ? “

” 아빠아니거든. 그거 나야. ”


아이는 또박또박 말했다.


“ 일을 할때 이 모습이면 사람들이 우습게 보거든. ”

“ 그럼 너 나 데리러 온거야? 나 죽어 ? ”

“ 아니야. 나는 삼촌한테 부탁을 하러 왔어. ”

“ 삼촌? ”


아이는 나를 가르켰다.


“ 응. 삼촌한테 해야만 하는 부탁이 있어. ”

“ 삼촌아니고 형 아닐까? “

” 군대갔다왔음 다 삼촌이지 뭘. “


아이는 이죽거리며 말했다. 요녀석 아주 말을 따박따박 잘하는게 귀여운걸.


“ 그래...그래.. 알았다. 부탁이 뭔데? ”

“ 나랑 같이 살아. ”


귀를 의심했다. 뭘 같이 살자고? 혼자산지 일주일도 안됐는데? 아니 그것보다 저승사자잖아. 그리고 애잖아...?


“ 너 저승사자 아니야?”

“ 응. 맞아. ”

“ 그럼 나랑 어떻게 같이살아.”


아이는 씨익 웃더니 나한테 성큼성큼 걸어와 귀를 대보라했다. 무슨 꿍꿍이인지는 모르겠지만 들어나보자. 몸을 숙여주니 아이는 나에게 속삭였다.


” 삼촌, 그거알아? 나는 삼촌이 태어날때부터 지금까지 쭉 함께했어...그동안에는 기척을 숨겼을 뿐이야...“


내가 놀란눈으로 쳐다보자 아이는 한술 더 떠 말했다.


” 삼촌이 태어났을때....삼촌이 처음으로 고래잡을때... 삼촌이 전여자친구랑 처음 만날 때..차일 때....찔찔 울때... “

” 아 그만그만그만!! “

“ .....밤에 막 울면서 자냐고 전화도 하고...... ”

“ 아, 알겠으니까 그만!! ”

” 늘 함께 있었다는 얘기야. “


아까 저승사자를 처음봤을때보다 더 소름이 돋는다. 완전 무서운놈이네 이거. 그래도 안돼. 내 첫 독립을 일주일만에 저런 어린애한테 넘겨줄수는 없지.


“ 나는 애 키워본적도 없고. 너같이 어린애랑 사는 법도 몰라. ”

“ 나 307살인데? ”

“ 예? ”


아이는 큼큼 헛기침을 하며 뒷짐을 지고 의기양양하게 섰다.


“ 그럼 문제 없는거지? 삼촌 앞으로 잘 부탁해. ”




***




치이이이이이이이-


프라이팬에 기름을 넉넉히 두르고 인절미를 올린 뒤 앞뒤로 뒤지개로 꾹꾹 눌러 노릇하게 잘 구워준다. 다 구워지면 꿀을 앞 뒤로 한바퀴씩 둘러주고 인절미 부침개 완성!

온 집안에 기름냄새가 가득하다..... 이짓 을 왜 이 야밤에 하고있는가... 꼬마 저승사자가 자신이 동거인이 된 기념떡을 달라기에 이 밤에 떡을 굽고 있는것이다. 다행이도 냉동실에 얼려둔 인절미가 있었다. 먹을걸 주지 않으면 악몽을 꾸게해줄테다라고 얼마나 협박을 하던지.. 얄미운 꼬마 저승사자는 식탁에 앉아 우유와 인절미구이를 게걸스럽게 먹었다.


“ 야야. 여기 더 있어. 천천히 먹어라. 체할라. ”

“ 요즘시대 사람들은 사자밥까지 잘 챙겨주지않아서 늘 배가 고프거든. 너무 맛있다.”

” 나는 저승사자가 밥을 먹을 수 있다는건 처음 알았네. “

” 우리도 먹고는 살아야지.. 이 인절미지짐 정말 오랜만에 먹네.. “


아이는 우유를 벌컥벌컥 마시더니 캬 하고 만족스러운듯 숨을 뱉었다. 이런모습을 보면 영락없는 어린애다.


” 옛날에는 우리 누이가 종종해줬는데.. “

” 누이 ? 누나가 있어? 누나도 저승사자니 .. ? “

“ 아니. 누이는 사람. ”


아이는 갑자기 추억에 잠긴듯한 얼굴을 했다. 옛날생각이 나는듯 했다. 그러고보니 요녀석 이름도 아직 모르네.


“ 너는 내 이름을 아는듯하고 .. 너는 이름이 뭐니 ? ”

“ 음 ..... 동이라고 불러줘. ”

“ 그래서 나는 너랑 언제까지 같이 살아주면 되는거야? ”


동이는 남은 우유를 숨도 안쉬고 마시더니 컵을 쾅하고 내려놓았다. 그러더니 벌떡 일어나 침대로 가서 털썩누웠다.


" 아아 잘먹었어 삼촌. 이제 잘래. "


요 녀석보게? 대답을 피하네? 설마 계속 눌러앉을 생각은 아니겠지?

나는 침대에 누워 눈을 감고있는 동이의 볼을 콕콕찔렀다. 찹쌀떡같았다.


" 에잇! 뭐하는짓이야! "

" 언제까지 있을거냐고. 그리고 이거 내 침대거든. "


동이는 몸을 빙글돌려 나를 등지고 누웠다.


" 몰라. 그리고 어린애를 바닥에서 재울셈이야? 삼촌이 바닥에서 자! "

" 허어....."


녀석의 뻔뻔함에 어이가 없었다. 방금전까지 300살이라고 떠들어놓고..

동이는 금새 새근새근 잠든 숨소리를 냈다. 꼴에 이불까지 꼬옥 덮고 자는 모양새가 저승사자라고 말하지않으면 그냥 어린애였다.

나는 여분이불을 가져와 침대옆에 펼쳤다.


" 내가 왜....이런고생을...."


시계를 보니 벌써 새벽 두 시였다.

오늘 뭔가 많은 일이 있었네. 준호는 괜찮나? 내일 전화를 해봐야겠다. 내일 이력서도 써야하고.. 옆집 수아씨는 내일도 에어컨이 고장났으려나?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다보니 스르르 잠이들었다.



***




" 어......? "


주변을 보니 온통 까만 어둠이었다. 바닥도, 천장도 모두 새카만 어둠뿐이었다. 검은 어둠속에 몸이 둥둥 떠있는 느낌이었다.


" 꿈인가보네...신기하다..."


그때 저 끝에서 누군가가 걸어왔다. 검은도포, 검은갓.. 창백한얼굴. 저승사자였다. 동이가 변장한 모습이랑은 다른 저승사자였다.


" 누구...세요... ?"


저승사자는 내 앞까지 걸어와 멈췄다.

큰 키에 검은장발이고 꽤나 아름답게 생긴 얼굴이었다. 눈은 맹수같이 빛나고 날카로웠다. 마치 한마리의 늑대같은 느낌이었다.

그는 갑자기 내 앞에서 검을 뽑아들었다.


" 어어어... 잠시만요...!저 아직 안죽고싶은데....!"

" 내 이름은 강림. "


강림의 눈이 어둠속 맹수처럼 빛났다. 손에 검을 들더니 그대로 나를 거침없이 세로로 베었다.


" 으아아아아아!!!! 잠시만요!!!!!! "

.

.

.

" .....지켜주거라. "


나는 강림에게 그대로 베어졌다.



***



" 으아아앙아아아아!!!!!! "


나는 식은땀을 흘리며 발작하듯이 깨어버렸다. 침대위에 동이가 깜짝놀라 나를 쳐다봤다.


" 뭐야? 삼촌왜그래? "


나를 내려다보는 동이를 멍하니 바라봤다. 맞다. 저녀석도 있었지.. 나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 우리집 터가 많이 안좋은가..."




***



" 우와아! 잘 먹겠습니다! "


동이는 눈앞에 놓여진 만둣국을 보며 눈을 반짝였다. X비고 사골에 X비고만두에 X비고김치까지...

X비고 한상이지만 여기에 계란, 대파까지 추가하면 만두전문점 저리가라 할 수준의 만둣국이 된다.

만둣국 한그릇을 동이 앞에 떠준 후 남은 냄비를 들고 컴퓨터 책상에 앉았다.


" 삼촌은 왜 거기서 먹어? "

" 너까지 먹여살리려면 얼른 일자리 구해야지. 오늘 이력서 돌리려고. "


동이는 큼직한 만두를 반으로 쪼개어 크게 한입 베어물었다. 꽤나 만족스러운듯 했다.


" 나도 오늘은 출근해야해. "

" 뭐? 출근? 니가? "


나는 의자를 휙 돌려 동이를 바라봤다. 저 꼬맹이가 출근이라고?


" 이래봐도 저승 공직자인걸. 일해야지. 오늘 할당분 채우고 주변 순찰도 좀 돌고 돌아올게. "

" 아...그...그래... "



뭔가 모를 패배감같은게 올라왔다. 저런 꼬맹이도 일을 하는데... 나도 얼른 취직해야지...


" 그래서 삼촌은 뭘로 먹고 사는데? "

" 요리. "

" 삼촌정도면 훌륭한 만두집사장도 할 수있을거야. "


동이는 만두를 먹으며 씨익 웃었다. 꼬맹아 그거 X비고야 임마... 내가 아니라 x일x당에서 만들었어...

동이는 국물까지 깨끗이 비운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

.

퍼-엉 !

.

.

동이는 어제 본 덩치 큰 남자저승사자의 모습으로 바꿨다.


" 삼촌, 나 나갔다올게. "


변신한 동이는 검은연기처럼 사라졌다. 저 얼굴에 저 목소리로 삼촌이라니 적응이 안되는걸.

나는 만둣국을 우걱우걱 먹으며 구인구직 사이트를 뒤졌다.


" 흐음... 다 집에서 먼 곳밖에 없네. "


어릴때부터 음식해먹고 대접해주기를 좋아하던 나는 언젠가 사람들이 편안하고 행복하게 즐길 수 있는 식당을 열겠다고 다짐했다. 내 꿈이었다.


" 여기는.. 일해보고싶긴한데.. 홀 서빙만 구하고..."


주방보조일부터 차근차근 배워서 돈을 모아 식당을 개업하는게 내 독립목표였다.

이전에 부모님 집에서는 대학을 졸업하고 동네 프랜차이즈주점이나 파스타집등에서 주방일을 한 경험이 있었다.


" 어? 여기 우리집 근처인데? "


구인구직사이트를 뒤지다보니 집근처에 한식주점이 보였다. 오며가며 몇번 봤던곳인데 동네에 조용하고 촌스럽지않은 가게였다. 주방보조일을 할 사람을 찾는다는 공고였다.


" 주방보조구함...20대 건강한 남자만... 경력무관... 와.. 이사람 유학파네... "


검색을 해보니 분위기도 괜찮고 주방장의 경력이 화려했다. 이런사람 밑에서라면 배울점이 많겠지.

월급도 나쁘지않고. 20대 건강한 남자만 뽑는게 조금 이상하긴 하지만..


" 힘 쓰는일이 많은가보지 뭐~ "


나는 그 한식주점에 이력서를 넣고 몇군데 더 돌렸다. 이제 연락오기를 기다리면된다.


" 아, 준호한테 연락해봐야지. "


나는 이준호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신호만 갈 뿐 이준호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 뭐야.. 아직 자나...연락 오겠지 뭐."


나는 기지개를 켠 후 시계를 봤다. 오후 세시였다.


" 동이녀석은 언제 들어오려나.. 저녁전에는 오겠지? 저녁은 뭘 해주지.... "




######


집 근처의 요양원.

덩치 큰 저승사자로 변신한 동이가 매서운 얼굴로 병실문을 스르륵 통과한다.

병실에는 곤히 자고있는듯한 할아버지와 그 주변으로 아내, 자식, 손주들이 흐느껴 울고있다.


" 웅이 아부지!!! 이렇게 가시면 어째요!!"

" 아부지 !!!엉엉엉..."


누워있는 할아버지 앞에 동이가 우뚝 서자 할아버지의 실낱같은 숨이 멈췄다.


" 김춘삼."

" 김춘삼."

" 김춘삼."


이름을 세번 부르자 할아버지의 몸에서 영혼이 빠져나왔다. 몸에서 빠져나온 할아버지는 물끄러미 누워있는 자신의 육신을 바라보았다.


" 데리러 왔소. "

" 잉...저승차사구먼....내가 죽은건가...?"


동이는 느리고 위엄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 아들 둘에.. 곰같은 마누라에.. 토끼같은 손주들에...참 좋은 인생이었구먼. "


할아버지는 저승사자를 웃으며 바라보았다.


" 조금만..더 있고싶은데.. 그러믄 안되겄지..? "


동이는 대답대신 고개를 가로저었다.


" 끌끌끌 ..알겠네... 임자... 천천히 오시오... "


할아버지는 동이의 안내에 따라 사라졌다.

동이는 할아버지를 끌어안으며 우는 가족들을 바라보았다. 이 일을 한지 삼백년정도 되었지만 겪을때마다 적응이 되지 않았다.


동이는 요양원에서 빠져나와 아이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가까운 나무위에 앉아 명부를 살펴봤다.


" 박대식...김순자...김춘삼.... 후아..."


동이는 한숨을 쉬며 저승명부를 탁하고 닫았다. 나무위에 앉아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쳐다봤다.


" 그래도 오늘은 다 나름 호상이네. 다들 제 명대로 살다 가셨어. "


젊거나 어린아이들을 데리러가는것만큼 마음아픈일이 없었다. 젊은이들은 억울해하며 저승가기를 거부해 악귀가 되는 경우가 있었다. 아이들은 무슨상황인지도 모른채 엄마를 찾아댔다. 드물지만 그런 상황들이 동이를 힘들게했다.


" 이제 순찰을 돌아볼까."


저승사자들은 저마다 맡은 관할구역이 있었다. 악귀나 원령들이 나타나면 처리하고 이상현상이 있으면 저승에 보고해야했다. 간혹 명부에 적힌 수명보다 길게 살고있는 사람이 있다던지..


동이는 천천히 자신의 관할구역 하늘을 돌았다. 돌다가 어떤 인형탈을 쓴 알바생에게 시선이 꽂혔다.

토끼탈을 쓴 알바생은 아이들에게 광고문구가 적힌 풍선을 나눠주고 있었다.


동이는 천천히 내려가 풍선을 받으려는 아이들 사이에 섞였다. 동이도 풍선을 받으려 손을 뻗었지만 잡힐턱이 없었다. 가만히 자신의 손을 들여다봤다.


아이들이 모두 풍선을 나눠받은 후 흩어지고 그제야 알바생은 벤치에 앉아 한숨 돌리는듯했다.

알바생은 인형탈을 벗고 땀에 젖은 머리를 넘겨쓸며 아이들을 보고는 웃었다.

동이는 그녀의 곁에 다가가 물끄러미 바라봤다. 그리고는 자신을 보지 못한 채 웃는 인형탈 알바생을 보며 나직히 불렀다.


" ...누이..... "



***



마트에서 장을봐서 돌아가는 길이다. 저녁메뉴고민으로 오늘하루종일 고민했다.


" 내가 왜...."


평소같았으면 마트에 오후에 할인하는 재료들을 구입해서 간단히 요기했겠지만 집에 객식구가 하나 늘었기때문에 은근히 신경이 쓰였다.


" 애니까 매운거는 못먹을거 아냐. "


300살 저승사자라고해도 몸은 애니까. 맵거나 너무 자극적인 음식은 피해야할거같고.. 이 메뉴고민때문에 결혼도, 애도 없는 내 팔자에 맘카페에 가입했다.

결국 고민끝에 결정한 저녁메뉴는 닭곰탕.


" 복날이니까. "


나는 손에 들린 닭이든 봉지를보며 중얼거렸다. 그래도 집에 함께 밥을 먹을 수 있는 존재가 있다는게 싫지는 않았다.

집가는 길에 편의점에 들렀다. 맥주나 한캔 살까하는 생각이었다.


" 오, 다섯캔 만 원. "


맥주다섯캔을 신나게 담고 옆을보니 낯익은 얼굴이 있었다.


" 아.. 안녕하세요..."


신수아였다. 신수아의 손에는 삼각김밥이 들려있었다.


" 아! 수아씨구나 안녕하세요. 어디 운동다녀오시나보네. "


신수아의 머리가 땀으로 엉겨붙어있었다. 이런 더위에 운동이라니 대단하다고 느꼈다.


" 아뇨... 아르바이트를 좀... "

" 아... 그러시구나....."


무슨 아르바이트를 하길래 저렇게 땀에 쩔어있는거지.. 어디 더운데서 일하시나보다..

나는 머쓱하게 웃으며 신수아가 들고있는 삼각김밥을 바라봤다.


" 혹시 저녁안드셨음 저희집에서 드실래요? "

" ..제가 오늘 꼴이 이래서... "

" 아 오늘 저녁메뉴 닭곰탕이어서요. 어차피 삶아야하니까 씻고오시면 되지 않을까요....."


신수아의 얼굴을보니 또 당황한눈치였다. 또, 또.. 입이 방정이지...오지랖이 문제지...


" 물론... 부담되시면...거절하셔도 좋고...하하하..."

" 풉..."


신수아의 웃음이 터졌다. 웃으니 참 앳된 얼굴같았다.


" ...하하하하... 하아... 감사하네요..정말.."

" 예? 하하하하..."

" ..이렇게 챙김받는거... 정말 오랜만이거든요..."


신수아는 실컷 웃었는지 하아 하고 숨을 뱉었다.

그리고는 내가 든 맥주들을 가져가더니 계산대로 갔다.


" 이건 제가 답례로 사드릴게요. "

" 아..아뇨 제가 사도 되는데..!"

" 감사해서. "


신수아가 맥주들을 계산하고 비닐에 넣어 내 손에 쥐어줬다.


" 어제일도 감사했고.. 세상에 공짜밥이 어딨어요. 이 정도는 내게 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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