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승사자와 삼시세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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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꽃
작품등록일 :
2024.08.12 22:53
최근연재일 :
2024.09.09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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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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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3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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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동이의 기억

DUMMY

" 이건... "

" 꼬맹이놈 인간시절의 기억이지. "

" 동이는 어디있어요? "

" 시끄러울까봐 안 데려왔어. 아마 우리를 지켜보고는 있을거다. "


남매는 추운 겨울바람을 뚫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고립된듯했다. 둘 다 낡디 낡은 겨울옷차림으로 꽁꽁 싸매고 있었다. 그 중 어린 동이는 손이며 발이며 따듯하게 빈틈없는 겨울복장이고 신수아는 맨손이었다.


" 하아...하아..."

" 누이... 저 졸려요..."


신수아는 꽤나 수척한 모습이었다. 얼굴은 창백하고 뺨은 푹 패여있었다. 하얗고 가느다란 손은 추위에 빨갛게 부르텄다. 가끔 한번씩 몸이 안좋은지 심한 기침을 해대었다.


" 호동아... 여기서 조금 쉬었다가자. "

" 네. 누이."


남매는 매서운 칼바람을 피할만한 동굴을 찾았다. 신수아는 동굴 벽면에 몸을 털썩 기대었다. 기력이 없는듯 했다.

어린 동이도 신수아의 옆에 쪼그려앉아 기대었다. 신수아도 온기가 느껴지는지 눈을 감고 동생의 작은 머리에 자신의 머리를 기댔다.

철없는 어린 동생은 누나에게 재잘거리기 시작했다.


" 오늘 캐 온것들을 잘 말려서 장에다 팔면 쌀도 살 수 있겠지요?.."

" ...으응...."

" 둥글레엿이나 보리떡도 살 수 있을까요? "

" ......."

" 누이? "

" ......."



신수아는 긴장이 풀렸는지 잠이 들어버린듯 했다.

어린 동이는 고개를 들어 누나의 얼굴을 살폈다. 가쁜숨소리, 추운날씨임에도 이마에 젖어있는 땀방울..

누나를 살피는 동이의 표정에는 근심이 가득했다.


" 왔군. "


남매를 지켜보던 강림이 동굴 안쪽을 보며 낮게 말했다.


" 아무것도 없는데요? "


나 또한 동굴 안쪽을 보고있었지만 보여지는것은 없었다. 시커멓고 깊은 동굴 안쪽은 남매를 삼켜버릴것같았다.

어린 동이도 같은 감정을 느낀듯 두려움서린 눈으로 동굴안쪽의 어둠을 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


" ...누이..누이..조금 무서워요..."

" ......"


동이는 두려움에 신수아를 불러보았지만 신수아는 고단함에 푹 잠들었는지 대답이 없었다.

동이는 고개를 제 무릎에 파묻고 두려움을 떨치려 애썼다.


" 무슨...열기가..."


동굴 안쪽에서부터 열기가 뿜어져 나왔다. 찜질방 불가마처럼 뜨겁고 더운 열기였다.

어린 동이도 열기를 느낀듯 두 눈을 끔뻑이며 동굴 안 쪽을 바라봤다.

어두운 동굴안쪽에서 촛불같은 불이 일렁이더니 이내 사람의 형상이 되었다.

잘 생긴 외모에 붉은 화장을 한 미청년이었다.


" 얘. "


미청년은 동이를 따듯한 목소리로 불렀다.


" 누구세요? "

" 이리 와보렴. 여기 따듯한 음식이 있어. "


동이는 자신에게 기대어있는 누나를 힐끗 쳐다봤다.


" 빨리. "


동이는 자신이 입고있던 옷을 벗어 누나의 머리에 잘 받쳐주고는 배가 고픈탓인지 미청년을 졸졸 따라갔다.


" 우리도 따라가보지. "


나와 강림도 뒤를 따랐다.


" 아는 사람이에요? "

" 지귀(志鬼). 악귀도 요괴도 아닌 신에 가까워. 불의 신이라고도 하지.... "

" 왜 동이를 데려갈까요? "

" 왜긴 왜야. 어린애가 맛있으니 홀려서 잡아먹으려는거지. "

" 히익..."


동굴안은 생각보다 깊었다. 지귀가 내뿜는 열기와 빛덕에 춥거나 어둡지는 않았다. 어린 동이는 두려움에 찬 눈으로 연신 두리번거렸다.


" 나으리. 너무멀리 온 것 같아요. 누이가 걱정되요. "

" 걱정말렴. 거의 다 왔단다. "


한참 더 동굴밑으로 내려가니 동굴벽에 화려한 탱화가 그려진 대문이 나왔다.

대문을 여니 고급스러운 기와집과 화려한 기녀들이 동이와 미청년을 맞이했다.


" 이 아이에게 음식을 내어주게. "


화려한 기녀들은 웃으며 동이를 데리고 한 건물로 들어갔다. 동이는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문이 열리니 작은 방에 따듯한 밥과 고기반찬, 갖가지 떡과 과일들이 한 상에 차려져있었다.


" 제가 이 음식들을 먹어도 되나요? "


동이는 눈이 휘둥그레져 미청년에게 물었다. 미청년은 말없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주변에 화려한 기녀들은 요사스런 웃음을 지었다.

동이는 앉아 허겁지겁 음식들을 집어먹기 시작했다. 미청년은 흐뭇하게 앉아 동이가 음식을 먹는것을 바라보았다.


" 이건 다 환상이야. "

" 예? "


강림이 어이없다는 투로 말했다. 강림이 손짓을하니 화려한집과 기녀들은 사라지고 캄캄한 동굴만이 남았다.

동이는 바위위에 앉아 말라비트러진 나무뿌리와 흙탕물을 허겁지겁 먹고있었다.


" 나으리, 감사합니다! 존함이라도 알려주실수 있을까요? "

" 나는 지신(地神). 불의 신이란다. "

" 신령님이셨군요! 저도 올봄에 신령님을 만난적이 있어요. "


강림은 그 모습을 보고 쯧 혀를찼다.


" 자기입으로 신이라니. 인간에게 해를 끼치다 쫒겨난 주제에. "


환상에 빠진 어린동이는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손에 잡아쥐며 음식을 먹는 모습을 취했다. 보고있기 애처롭기가 짝이없었다. 지귀는 그 모습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


" 우리 동자님께서는 어떤 신령님을 만났을까?"

" 숲속에 누이와 약초를 캐다가 다친 검은늑대신령님을 만났어요! 저희가 돌봐드렸거든요. "


순간 지귀의 눈이 어둠속 야수의 눈처럼 붉게 빛났다.


" 오호라.. 내가 그 자를 잘알지.. "

" 늑대신령님을 아세요? "

" 그럼. 아주 친하단다. 너와 너의 누이를 구한 이야기도 하던걸. "

" 늑대신령님이 저희를 구한적이 있어요? "

" 그럼.. 늑대신령이 한 인간여자를 구한 이야기는 유명하단다. "


동이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나는 강림을 보며 물었다.


" 친하다는데요? "

" 저승의 명을 받고 천년동안 몇 번 잡으려다 실패했다. 명계에서는 아주 골칫거리인 놈이거든. "


강림은 자신의 배의 상처가 욱씬거리듯 감싸쥐었다.


" 그 때 상처도 저놈이 낸거지. "


지귀는 동이의 얼굴을 가만히 보다 말했다.


" 동자님의 누이가 몸이 많이 안좋아보이던데... "


동이는 허공에 있는 음식을 허겁지겁먹다 흠칫 놀라고는 시무룩해졌다.


" 예... 맞습니다.. 저의 누이는 부모님이 앓던 병을 앓고 있어요. "

" 내가 동자님의 고민을 해결해줄 수 있을것 같은데? "

" 어떻게요? "


동이는 놀란토끼눈을 하고 지귀를 바라봤다. 이렇게 보니 영락없이 신수아랑 꼭 닮았다.

지귀는 작은 주머니를 꺼내어 동이의 손에 쥐어주었다. 동이는 주머니 안을 확인하고는 말했다.


" 이건....본적있어요..상사화가루 아니에요? 불면증을 완화시켜준다는... "

" 맞아. "


지귀는 야수같은 붉은 눈으로 동이에게 바짝다가가 속삭였다.


" 이건 저승사자를 잠재울수도 있어..."

" 저승사자요? "

" 그래. 곧 너의 누이는 죽어. "


누이가 죽는다는 말을 들은 동이는 눈물을 글썽였다.


" 제가 어쩌면 좋을까요? "


지귀는 눈물을 글썽거리는 동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 사자가 찾아오면.. 정성스레 사잣밥을 차려주고 이걸 밥에 잘 섞으렴. "

" 밥을 안먹으면요? "

" 거절할 수 없을거야. 너희라면.. 사자가 상사화가루때문에 잠들면 사자의 명부에서 너의 누이를 찾아. 그리고 수명을 고치면 누이는 살 수 있어. "


동이는 지귀의 말을 듣고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 저...나으리...저는 글을 모릅니다.. 제 이름 석 자와 누이의 이름 밖에 모릅니다.. "

" 걱정 마. 내가 알려주마. "


지귀는 동이의 작은손바닥에 글자를 새겨주었다.

지귀가 알려준 글자는 천(千) 이었다.


" 꼭 이름과 수명옆에 이 글자를 써 넣거라. "

" 예! 나으리 감사합니다! "

" 그래야 너의 누이가 오래오래 살 수 있거든. "


지귀는 기뻐하는 동이를 보며 입이 찢어져라 음흉하게 웃었다. 백지같은 아름다운 얼굴에 찢어진 긴 입은 보는사람으로 하여금 기괴함을 자아내었다.


" 지귀..저 녀석짓이였군.. 마지막에 마주쳤을때 지옥에 잡아 쳐 넣어야했는데...."


강림은 이를 갈며 말했다. 꽤나 열이 받은듯 했다.


" 불의 신령님! 혹시 이 음식들 가져가서 누이에게 나눠드려도 될까요? "

" 그래, 그래. 원하는만큼 가져가렴. "


동이는 허공에서 없는 음식들을 집어 자신의 작은 가방에 넣었다.

가방을 어느정도 채웠다고 생각한 동이는 지귀에게 꾸벅 인사했다.


" 감사합니다. 신령님! 이제 돌아가볼게요! "

" 그래..그래..천천히.. 조심히...돌아가렴..."


동이는 신이 나 동굴밖으로 나갔다. 뒤에서는 지귀가 세상 온화한 얼굴로 손을 흔들고 있었다.


" ..기다려라...강림..너의 약한 감정이 너의 발목을 잡는구나.. "



***



신수아가 있는 동굴입구까지 거의 다다른 동이의 표정은 기뻐보였다.


" 호동아! 어딜갔었니. 걱정했잖아! "


동굴입구에 도착하니 신수아가 하얗게 질린 얼굴로 동이를 질책했다.


" 누나는 심장이 떨어지는줄 알았는데 뭐가 그렇게 즐거워! "


야단맞는 동이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아마도 자기 누나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을 알게된것이 기쁜듯 보였다.


" 아! 누이! 여기 신령님이 음식을 주셨어요! 어...? "


동이의 가방에는 몇줌의 흙만있고 텅텅 비어있었다.


" 어? 어디갔지? 지신님이 음식을 나눠주셨는데 ... "

" 으이그, 간 밤중 꿈을 꿨나보구나. 어서 서둘러가자. 곧 동이 틀거야. "


동이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자신의 가방을 뒤졌다. 신수아는 그런 동이를 보고 웃으며 옷매무새를 다듬어줬다.


" 나를 이렇게 만든건 지귀놈짓이고..."

" 이제 다 알아낸건가요? "

" 이제 꼬맹이가 어떻게 죽었는지를 봐야지. "


화목하게 서로를 보며 웃고있는 겨울밤의 남매의 모습은 사라지고 한 여름의 장대비가 내리는 강가로 풍경이 바뀌었다.


" ...흑...흑...."


울음소리가 들려 돌아보니 신수아가 비를 맞으며 아이를 안고 흐느끼고 있었다.

신수아가 안고 있는 아이는 동이였다.


" 호동아아... 네가 이렇게 가면 누이는 어찌 살으라고... "


안겨있는 동이는 이미 가망이 없는듯 했다. 천연두같았다. 찹쌀떡같던 얼굴은 농포와 발진으로 끔찍하게 뒤덮혔다. 이미 두 눈은 초점이 없고 입에는 거품을 물고있었다. 의식을 잃어가는듯 했다.


" .....아아아아아아....안돼...."


신수아는 끔찍히 아끼던 동생의 죽음을 직감한듯 땅을치고 가슴을치며 울었다.

그 때 신수아의 옆에 있던 강에서 한 수려한차림의 여인이 올라왔다.


" 너 이러고 있으면 안돼. "


여인은 신수아의 옆에 가서 속삭였다. 신수아는 아랑곳하지않고 동생을 끌어안고 울었다.


" 이 아이 곧 죽어. 얼마 안남았어. 곧 객사차사가 올거야. "


신수아는 고개를 들어 여인을 쳐다봤다.

여인은 물처럼 깨끗한 피부에 단아한 외모였다. 의복도 서민의 것이 높은사람이 입는 옷인듯 했다. 윤기가 흐르는 비단에 진주장식이 달린 허리끈을 묶고있었다.

나는 넋을 놓고 여인을 바라봤다.


" 와.. 아름다우시네요... "

" 내 친우야. 인간의 몸에 갇히는 형벌을 받기전에 내 불찰로 수명이 늘어난 인간을 보호해달라 했다. "

" 그런 부탁을 들어줄정도로 친해요? "

" 내가 쟤 아들 목숨을 구해준적 있거든. "

" 그렇게 안봤는데.. 유부녀셨구나... 아들이 누군데요? "

" 주몽. "


나는 어이가 없다는 듯 강림을 바라봤다. 이 인간 나이가 몇살이야?


" 나는 강의 신 하백의 딸, 유화. 친우의 청을 들어주러 왔어. "


유화는 신수아의 옆에 앉아 농포와 진물로 가득한 동이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 가엾게도.. "


신수아는 빗물과 눈물로 범벅된 얼굴이었다. 유화는 긴 옷소매로 신수아의 얼굴도 닦아주었다.


" 객사차사가 오면 너 또한 저승으로 잡혀가 심판을 받게 돼. 그리되면 너는 명계의 질서를 어지른 죄로 영혼이 찢겨 환생조차 못하게 된다. "


신수아는 멍하니 유화를 바라봤다.


" 이번생에서는 이렇게 헤어져도 이 아이의 다음생을 기대할 수 있어. 근데 너는 지금 저승에 가면 안돼. 다시는 동생을 만날수가 없어. "


하늘에서 호랑이 울음소리같은 천둥소리가 울리더니 비가 더욱 거세게 내렸다.


" 여자인간아. 시간이 없다. 내 친우가 너를 꼭 저승에 보내지 말라 간곡히 청했다. 나를 믿고 아이를 강물에 떠 내려보내라. "


신수아는 생명이 거의 다 꺼진 동이를 더욱 끌어안았다.


" 날 믿어. 지금 강물에 떠내려보내면 객사차사가 너를 찾지못하고 동생만 데려갈거야. 내 아버지인 강의 신인 하백의 이름을 걸고 이 아이가 고통스럽지 않게 죽음을 맞이할수 있게 하겠다. "


신수아는 유화를 바라보았다. 어찌나 울었는지 두 눈은 충혈되어 새빨개져있었다.


" 이 아이도 네가 영혼이 찢기기를 바라지 않을거다. 또 동생을 만나야지. "


유화는 신수아를 향해 두 팔을 내밀었다. 신수아는 고민을 하다 이내 동이를 유화의 두 팔에 안겨주었다.

동이를 받아든 유화는 긴 소매로 동이를 소중히 끌어안았다.


" 호동아... 우리 다시 태어나서 만나자. 우리가 다시 태어나면 누이가 꼭 찾아갈게... "


신수아는 농포와 발진이 가득한 동이의 작은 손을 잡고 흐느끼며 말했다.


" 나도 한 아이의 어머니였다. 이 아이는 내가 잘 이끌어주마. "

" ....우리 호동이...잘 부탁드립니다...신령님..."


신수아는 동이의 손을 놨다. 동이의 작은 손은 힘없이 축 쳐졌다.

유화는 동이를 안고 강물 속으로 들어가 이내 사라졌다.

거센 빗속의 신수아는 동이와 유화가 사라진 강물을 하염없이 바라봤다.


" 결국 누나는 살리고 본인은 한 해도 못살았네요.. 그래서 아이의 모습이였구나. "

" 아마 꼬맹이의 그 병도 지귀의 짓일거다. 역병을 퍼트리기도 하거든. "

" 와... 진짜 나쁜x끼네요...애를 건드리다니.. "

" 유화를 따라가볼까. "


풍경은 또 바뀌어 볕이 잘 드는 한 강변으로 바뀌었다. 어...근데 여기 어째 익숙한데..


" 여기 우리동네 아니에요? "

" 그런것같군. "


강물안에서 유화가 동이를 안고 걸어나왔다. 유화는 동이를 조심스럽게 강가의 자갈들 위에 동이를 내려놨다.


" 어이. "


낯선이의 부름에 유화가 뒤를 돌아보니 키가 큰 마르고 껄렁한 저승사자가 서 있었다.


" 객사차사님이시군요. "

" 너 무슨 꿍꿍이야? "

" 강물에 떠내려가는 가여운 아이를 뭍으로 옮겨준거에요. "


객사차사라고 불린 껄렁한 저승사자는 짝다리를 짚고 불량하게 유화에게 들이댔다.


" 저 저승사자는 양아치같네요. "

" 객사차사는 길에서 죽은 이들을 인도하는 차사다. 죽어서 염라대왕한테 시비걸다가 벌로 차사가 됐다고 하더군. "

" 아...저 꼴보면 그럴만도....차사들도 각자 맡은 일들이 다른가봐요."

" 아무래도 우리는 직접 발로 뛰어야하니까.. 구역들이 나뉘어져있지. "

" 저승사자도 고된 직업이네요. "


강림은 머리를 긁적였다.

객사차사는 죽은 동이의 시체를 발로 툭툭 쳤다. 유화는 그 모습을 못마땅히 쳐다봤다.


" 으으... 이거 완전 끔찍하네... "


객사차사는 못볼것을 봤다는듯 진저리를 치며 허리춤에 명부를 들었다.


" 어디보자... 신..호동..."


명부를 보던 객사차사는 깜짝 놀라더니 유화를 노려봤다.


" 이 애새x 저승에서 찾던 새x네? 수명조작한 놈. "


객사차사는 유화에게 성큼성큼 바로 코 앞까지 걸어왔다. 창백한 피부에 뱀처럼 잔뜩 찢어진 눈이나 얇은 입술에 마른얼굴이 잔인한 인상이었다.


" 야, 이 새x 누나 어딨어. 저승에서 수배중인 년. "

" 모릅니다. 예의를 갖추세요! 나는 하백의 딸.... "


객사차사는 유화의 얼굴을 큰 손으로 세게 부여잡았다. 유화는 빠져나가려 버둥거렸지만 객사차사의 큰 손은 꿈쩍도 안했다.

객사차사는 비릿하게 웃었다.


" 하백? 그 한물 간 영감말이지... 알게 뭐야.. ? "

" ~~~~!!??!! "

" 빨리 알려줘. 이 새x 누나 어딨는지 알지..? "


유화는 버둥거리다가 객사차사의 손을 콱 물어버렸다. 객사차사는 물려도 눈하나 깜짝하지않고 더 즐거워하는듯 웃었다.


" 그 년만 잡아 쳐 넣으면 나는 공을 세우고 드디어 이 지긋지긋한 차사일도 때려칠 수 있다. "


유화는 객사차사를 노려봤다. 객사차사는 자신을 노려보는 여인의 눈빛을 가만히 보더니 시시하다는듯 손을 놔버렸다.


" 쯧. 말을 하면 듣는 시늉이라도 해야지. "


객사차사는 동이의 시신앞에 서서 하기싫어 죽겠다는 표정으로 입을 뗏다.


" 신호동. "

" 신호동. "

" 신호동. "


객사차사는 동이의 시신을 발로 툭 찼다.


" 일어나, 임마. "


나는 객사차사의 무례한 행동에 분노가 치밀었다.


" 저 개x끼가.... "

" 이미 과거로 지나간 일이다. 열내지 마라. "


강림은 차분히 동이의 과거를 지켜보았다.

그래도 내게는 느껴진다. 차분해 보이지만 강림은 분노하고 있었다.


동이의 시신에서 영혼상태인 동이가 스르륵 일어났다. 시신의 상태와는 달리 우리가 알던 찹쌀떡같은 얼굴의 동이였다.

동이는 일어나자마자 울기 시작했다.


" 흐어엉...누이... 엉엉엉... "

" 시끄럽게 굴지마라. 조용히 가자. "



어린 동이는 유화를 보면서 흐느꼈다. 자신을 구해주기를 바라는것처럼.

유화는 자신을 보고 우는 아이를 애처롭게 바라보았지만 이내 체념했다.


" 망자를 건드릴 수 있는건 저승뿐이지. 유화가 마음고생이 심했겠군. "


강림은 착잡하게 유화를 바라보았다.

객사차사는 거칠게 동이를 잡아 끌었다. 동이는 서럽게 엉엉 울며 버텼으나 끌려갈 수 밖에 없었다.

객사차사는 잔인하게 웃으며 동이와 저승으로 사라져갔다.


" 지옥에서 이 놈을 심문하면 뭐라도 나오겠지. 가자. 높으신 분들이 네 놈을 기다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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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거구귀 24.09.04 9 0 12쪽
13 화덕차사&객사차사 24.09.02 9 0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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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죽지못해 사는 사람 24.08.28 16 0 17쪽
9 환장한다 진짜 24.08.26 17 0 17쪽
8 치맥 24.08.25 20 0 17쪽
» 동이의 기억 24.08.23 20 1 18쪽
6 인과율 24.08.21 22 0 17쪽
5 축경 24.08.19 24 1 17쪽
4 과거의 이야기 24.08.18 32 1 19쪽
3 닭곰탕과 악귀 +1 24.08.16 30 2 21쪽
2 공짜밥은 없다 24.08.14 34 2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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