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승사자와 삼시세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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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꽃
작품등록일 :
2024.08.12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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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9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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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0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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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못할 하루

DUMMY

" 돌아왔다...! "


하늘을 보니 어느덧 해가 지고 있었다. 선착장쪽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 돌아보니 사람들이 우리를 보며 몰려있었고 경찰도 온 듯 했으며 그 중 한 명이 우리를 보며 거세게 외쳤다.


" 뭐하는겁니까!!! 빨리 돌아오세요!!!! "


오리배 직원이었다. 화가 잔뜩 난 듯한 목소리였다. 잠깐, 지금 시간이 얼마나 지난거지?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하니 오후 5시였다. 우리가 11시쯤 오리배를 탔으니까... 어...6시간정도 지났네...?


" 정말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


신수아와 나는 선착장에 도착해 연신 굽신거렸다.


" 저 선 너머로 나가지 말라고 분명히 말씀드렸을텐데. 도대체 어디까지 다녀오신겁니까? 다 큰 어른들이.. "


오리배 직원은 많이 놀라고 화가 났는지 언성이 점점 높아졌다.


" 정말 죄송합니다... 깜빡 잠든 바람에... 요금은 전부 계산하겠습니다. "

" 당신들 때문에 몇명이 고생하는겁니까 ! 그렇게 살지 마세요! 나 참 살다살다 진짜.. "

" 자자, 진정하세요 .. 두 분 별 문제 없으신거죠? "


흥분한 오리배직원을 경찰들이 달래며 우리에게 다가왔다. 경찰은 내 손에 들린 신수아의 코피가 묻은 남방을 의심스럽게 바라봤다.


" 네, 괜찮습니다. 어... 이건 이 친구가 코피 난 거 닦아준겁니다. "

" 신분증 확인좀 할게요. "


신분증 확인이라는 말에 신수아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300년이라는 시간을 별다른 신분없이 요리조리 피하며 살아온 신수아에게 신분증이 있을리가 없었다.


" 아, 일단 저부터... "


나는 지갑에서 신분증을 꺼내 경찰에게 보여줬다.


" 여성분은.... "


신수아는 손을 덜덜 떨면서 아무말도 하지않았다.


" 여성분? 괜찮으신가요? "

" 하하하... 이 친구가 아까 오리배에서 지갑과 휴대폰을 강에 빠뜨렸거든요... "

" 그럼 여성분,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라도 불러주시겠어요? 두 분 관계가 어떻게 되세요? "


나는 신수아의 손을 꽉 잡았다. 신수아는 화들짝 놀라 나를 바라봤다.


" 제 여자친구인데 외국인이라 아직 한국말이 서툴러요. "

" 국적과 성함이? "

"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에서 온 floccinaucinihilipilification 에요. 그치? "


언젠가 인터넷에 '세계에서 가장 긴 영어단어

들' 게시글에서 본 단어를 발음을 굴려 뱉어냈다. 그 때 쓸데없이 외워놔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보스니아...뭐요...? 이름 좀 다시 말씀해주시겠어요? "

" 어....floccinaucinihilipilification. "


경찰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신수아를 바라봤다. 신수아는 긴장한 표정으로 침을 꿀꺽 삼켰다. 경찰은 이번에 신수아를 보며 콩글리쉬로 물었다.


" What is your name? "


신수아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 어...음...저눈 외쿡인 입니다? 이름운... "


라고 말하며 내 눈치를 한 번 슥 보더니


" 저눈...보수니아헤르췌꼬뷔나에서 온... 플럭시..너시나이힐..리필리피..케이셔언... 입뉘다. 코퓌..빵 해써요... "


신수아는 코에서 피가 팡 터지지는 손짓을 하며 경찰들에게 설득하려 노력했다. 경찰들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 ....어...네... "


신수아의 입에서 저런 연기가 나오다니 방심했다면 웃음이 터질뻔했다. 경찰들은 생각보다 긴 국적과 이름에 당황했는지 자기들끼리 그냥 보내자 라는 눈짓을 하기 시작했다. 나는 틈을 놓치지 않고 말했다.


" 여자친구가 외국에서 와서 경찰을 보면 긴장합니다. 오늘 일은 정말 죄송합니다 ! 다시는 이런 일 없도록 하겠습니다! "

" ...흐음.. 알겠습니다. "


경찰들은 자기들끼리 의논하는듯 하더니 더 이상 신수아의 이름을 묻지 않았다.


" 사장님, 저 분들이 해결 할 의사가 있으신데 좋게 합의 보시죠. "


경찰은 오리배직원을 잘 달래고는 철수했다. 나는 오리배측에 15만원을 이체하고는 잘 해결했다. 주변에 웅성거리며 몰려있던 사람들도 경찰이 철수하자 하나 둘 떠나 갔다.


" 후아... 잘 해결되서 다행이다. 그치 수아야? "

" ......놔줄래... "

" 응? 뭐라고? "

" ....손... 놔줄래... "


나는 물끄러미 내 손을 바라봤다. 여전히 신수아의 손을 잡은 채 였다. 신수아는 고개를 돌리고 얼굴이 붉어져있었다.


" 으아아아앙아아아! 미안해! 수아야! "


나는 깜짝 놀라 손을 놓아주고는 땀을 옷에 슥슥 닦았다. 신수아의 손은 그대로 굳어있었다.


" 미안... 내가 손에 땀이 많아서... 여기에 닦아 수아야! "


나는 한 손에 들고 있던 남방을 신수아에게 건네줬다. 신수아는 긴장이 풀렸는지 한숨을 한 번 크게 쉬더니 이내 뭐가 그리 웃긴지 쿡쿡거리며 웃기 시작했다.


" 아하하하..하하하.. 하아... 다행이다. "

" 하하하하...? "


신수아가 뭐가 그렇게 웃겨서 웃는지 어리둥절했다.


" 신수인이야. "

" 응? 뭐가? "

" 내 진짜 이름.. 신.수.인. "


신수아는 자기 이름 석자를 또박또박 말하고는 선착장 밖으로 나갔다. 저녁 노을 햇살이 신수아, 아니 신수인을 따듯하게 비췄다. 신수인은 나를 빙글 돌아봤다. 나는 멍하니 그녀를 바라봤다.


" 삼촌, 뭐해. "


옆을 보니 동이가 탐탁치않은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나는 별일 아니라는듯 어깨를 으쓱하고는 신수인을 따라갔다.


" 배고프다. 본아, 저녁 먹을래? "


신수인은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그녀의 얼굴에서 뭔가 홀가분함이 느껴졌다. 우리는 이제 꼼짝없이 지옥으로 걸어들어가야 할텐데도 그 동안 그녀 자신을 짓누르던 운명을 벗어던진것같았다.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아는듯이 걸음 또한 가벼웠다.

나는 신수인의 뒤에서 조용히 대답했다.


" 그래.. 수인아. "



***



" 한강에 왔으면 라면을 먹어줘야지. "


공원에 있는 편의점에 들어와 신수인과 라면을 고르던 참이었다. 신수인은 갸우뚱한 표정으로 매운라면을 하나 골라들었다.


" 이건 평소에도 많이 먹는거 아냐? "

" 아냐, 한강라면은 달라. "


신수인과 각각 봉지라면 하나씩을 고르고는 계산하러 가는 순간 동이가 내 뒤에서 애처로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 삼촌, 나는...? "

" 어...? "


나는 편의점 한 구석에 있는 뽀x로 짜장면을 집으며 동이의 눈치를 살폈다. 동이는 만족스러운지 고개를 끄덕거렸다. 신수아는 어리둥절한 눈으로 뽀x로 짜장면을 쳐다봤다.


" 그건 왜...? 네가 먹게...? "

" 아니...음... 네 동생꺼. "

" 호동이꺼? "

" 응.. 내가 네 동생 밥을 좀... 챙겨주고 있거든. 지금도 먹고싶다고... "

" 호동이가 또 뭐가 먹고싶대? "


신수인은 놀란 토끼눈을 하더니 편의점에서 이것저것 과자며 음료수들을 분주하게 고르기 시작했다. 모두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간식이었다. 동이는 신나서 누나의 뒤를 졸졸 따라다녔다.


" 이제 어떡해? 어떻게 먹일 수 있는거야? "

" 일단 진정하고.. 라면 끓여서 갈테니까 저기에 자리 맡아놓고있어. "


신수인은 간식들을 모두 결제한 후 테라스에 자리 잡았다. 동이도 그 옆에 제 자리인양 날름 올라 앉았다.

먹음직스럽게 라면 세개를 모두 끓여 신수인에게 가니 과자봉지와 음료수들이 모두 뜯어져 가지런히 놓여져 있었다.


" 이건 수아...아니 수인이 네꺼. "


나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라면을 각자 앞에 하나씩 놓아줬다.


" 이건 동이꺼. "

" 삼촌, 내 이름도 호동이야. 호동. "

" 그래 알았다. 이건 내 꺼. "


어느덧 해가 지고 건물들과 가로등에 불빛들이 켜졌다. 뜨거웠던 해가 들어가고나니 밤공기가 선선해서 뜨끈한 라면한그릇하기 좋은 날씨가 됐다.


" 어때? 본아, 우리 호동이 잘 먹고 있어? "


신수인이 보고있는 호동이의 자리는 비워져있겠지만 내 눈에는 보였다. 행복하게 짜장라면을 먹는 아이의 모습이. 호동이는 환하게 웃으며 짜장라면과 음료수를 야무지게 먹었다.


" 응, 엄청 잘먹고있어. 먹깨비가 따로 없다 아주. "

" 다행이네. 직접 보고싶다. 우리 호동이 먹을때 정말 귀여운데. "


내 말에 신수인도 환하게 웃었다. 누나가 웃으니 호동이도 인간일때로 돌아간듯 제 누나를 보며 밝게 웃었다. 아마 우리의 모습이 꽤 단란한 가족같은 느낌일듯 했다. 신수인은 라면을 한입 후루룩 먹더니 나를 보며 말했다.


" 정말로 한강에서 먹는 라면이 훨씬 맛있네. "

" 그치? "

" 응. 정말로. "

" 다행이네. "


나도 웃으며 화답했다. 선선한 밤공기. 따끈한 라면. 남매의 활기찬 웃음소리. 잊지 못할 하루. 이 정도면 꽤 완벽한 저녁식사가 아닐까.



***



" 잘가, 수인아. '

" 응, 너도. "


신수인과 함께 한강에서 돌아와 인사한 후 각자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도착하니 어제 먹다남은 배달음식이며 식기들이 난장판이었다.


" 아... 아까 안치우고 급하게 나갔었지.. "


신발을 벗자마자 바로 집청소를 시작했다. 쓰레기들을 모아두고 설거지거리를 싱크대에 옮긴 뒤 설거지를 시작했다.


" 후아~ 오늘 그래도 좀 즐거웠지 삼촌. "


동이가 신수인의 집쪽에서 벽을 통과해 우리집으로 넘어왔다.


" 동이 너는 이제 누나랑 살아도 되지 않아? "

" 아니. 나는 삼촌이 더 편해. 맛있는것도 많이 주고. .말도 통하고! "

" 에휴... 내가 어쩌다가... "


동이는 찬장에서 초코과자 한 봉지를 꺼냈다.


" 그리고 동이 아니고 호동이야! "

" 나는 동이가 더 편해. 호동이는...뭔가.. 아는형님에 나올것같단 말이지... "

" 치, 그럼 삼촌 편한대로 해. "


동이는 과자를 바삭바삭 먹었다. 이제 아주 자기집인듯양 행동하는구만. 나는 문득 시계를 올려다봤다. 벌써 오후 9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오늘 하루도 다 갔네.. 내일은...


" 내일은...? "


아, 맞다. 나 내일부터 첫 출근이다. 이 망할 저승사자놈들때문에 출근직전까지 맘 편히 쉬어본적이 없다.


" 아오... 내일부터 출근이네. "

" 삼촌 내일부터 그 식당에서 일해? "

" 엉. 출근직전까지 쉬지도 못했네. "

" 맛있는거 많이 가져와. "


동이는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 아마 동이 네가 저승사자중에서는 먹을꺼를 제일 많이 밝히는 저승사자일거다. "

" 헤헤. "


동이는 배시시 웃었다. 동이가 이렇게 웃을때는 신수인과 꼭 닮았다. 누가봐도 남매인것처럼.


" 오늘은 일찍 자자. 피곤하네. "

" 삼촌 먼저 자. 나는 나갔다 올게. "

" 응? 어디가는데? "

" 본업. 오늘은 데려가야할 사람이 많네. "


동이는 스르르 사라졌다. 사라진 자리에는 과자봉지가 덩그러니 남아있었다.


" 그래, 너도 일해야지. "


나는 허리를 숙여 뜯어지지 않은 과자봉지를 집어들고는 다시 찬장에 넣었다.

일전에 동이에게 음식을 어떻게 먹는건지 물어본적이 있었다.

저승사자들이 음식을 먹는건 실제로 먹는게 아니라 음식의 기운을 먹는다고 한다. 맛과 향도 느껴진다고.

그러다보니 동이가 먹은 사잣밥은 실제로 양도 전혀 줄지 않고 사라지지도 않는다.


" 과자하나 사서 계속 먹일 수 있으니까 가성비는 좋네. "


테이블 위 또한 손대지 않은 듯 어제 동이가 먹은 치킨들이 그대로 있었다.


" 요것도 일주일 내내 좋은 안주가 되겠구만 "


지퍼백에 남은 치킨들을 소분하며 생각했다. 꼭 제사지내는것 같네. 우리 조상님들도 제삿상에서 저렇걱 드셨을까?

대충 집정돈을 끝내고 잠자리에 들 준비를 했다. 샤워를 끝내고 침대에 누우니 오늘 하루가 고단했던지 그대로 잠이 들어버렸다. 내일은 평온한 하루가 되기를 바라며.



***



우물우물우물...

느즈막히 일어나 아점으로 어제 남은 치킨과 밥으로 간단히 한끼를 해결했다. 간밤에 동이는 돌아오지 않았다.


" 어딜 쏘댕기는겨... "


동이도 없고 가끔 나오는 강림아저씨도 없으니 집 안이 적막했다. 아니 평화롭다고 해야하나?

간단히 끼니를 해결하고 설거지를 했다.

집 안에 먹깨비가 없으니 뭐 굳이 요리를 할 필요도 없고 간단히 해결하게 되네.


" 벌써 열시 반이네. "


시계를 보며 혼자 중얼거렸다. 네 시까지 출근이니 5시간정도 시간이 남았다. 오늘은 아침부터 깨우는 사람...아니 저승사자도 없고 밥차려내라는 저승사자도 없다.


" .....조용하네. "


잠시 눈을 감고 이 평화아닌 평화를 잠시 즐기기로 했다. 혼자만의 시간이라니 얼마나 오랜만인가. 이게 바로 자취생활이지.


" ........ "


그래 이게 바로 도시남자의 생활이지. 출근까지 뭘 하면서 시간을 보내볼까. 넷x릭스 라도... 아니야 오랜만에 게임이나 해볼까.


" ........ "


나는 잠시 멍하니 생각에 잠겼다가 머리를 벅벅 긁으며 일어났다.


".. 아, 더럽게 심심하네. "


저승사자놈들한테 그동안 조련을 당한걸까. 나 이제 혼자서는 생활하지 못하는 몸이 되어버린거야?


- 똑똑똑.


그 때 현관문에서 노크소리가 들렸다.


" 누구세요? "

" 나야. "


신수인의 목소리였다. 현관문을 여니 신수인이 맛있어보이는 케이크를 나에게 내밀었다.


" 길 가다 맛있어 보여서 샀어. 이거 우리 호동이랑 같이 먹어. "

" 어...응... 이따 같이 먹을게. "

" 지금 없어? "

" 아, 응. 어젯밤에 일하러간다고 나갔어. "

" ....일? "


신수인은 걱정스러운 표정이 되었다. 그도 그럴게 저승사자의 일이라고 하면..좀 .. 그런거니까..


" 알았어. 나는 들어가볼게..! "

" 응. 케이크 잘 먹을...아니 잘 먹일게. 고마워! "


신수인은 제 집으로 인사를 하고 쏙 들어가버렸다. 나 또한 받은 케이크를 들고 내 방으로 들어왔다. 케이크를 테이블 위에 두고 열어본 나는 절로 미소가 났다.


" 동이가 엄청 좋아하겠네. "


케이크는 뽀x로 모양의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초콜릿 케이크였다.

동생의 존재를 안게 그래도 꽤 기쁜모양이네.. 이런 케이크도 사오고.. 자기 밥은 먹었으려나.. 혼자 있으면 잘 안챙겨먹게 될텐데..


" 에이, 쓸데없는 걱정이야. 수인이도 어른인데.. "


별 생각없이 말을 중얼거리고는 잠시 멈칫했다.

아 맞지. 신수인은 300살이 넘었지. 어른중에 어른이지...

시계를 보니 시간이 고작 20분 지났다. 시간이 더럽게 안가네.


" 에잇, 잠이나 자자. 모처럼 혼자인데 늘어지게 자야지. "


나는 침대에 풀썩 누워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



" 오늘은 간단히 배우러 온거고... 앞으로는 화,수,목,금,토 출근하면 될거고. "

" 넵. "

" 4시부터 12시까지 시급 만이천원. 맞지? "

" 넵. "


오늘부터 주방보조로 출근하기로 한 한식주점. 여사장은 분주히 주방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월요일은 원래 휴무지만 오늘은 가볍게 배울겸 테스트겸 출근하라해서 왔다. 시급도 다 쳐준다고 하니까.


" 여기는 고기 냉장고, 여기는 채소들 보관하고... "


나는 꼼꼼히 주방들을 살폈다. 다시봐도 깔끔하게 관리된 주방이었다.


" 솔직하게 말하는건데... 우리 가게에 주방보조로 온 사람들 다 도망갔어. "

" 네...? 왜요...? "

" 내가 너무 FM이라...호호호.. "


여사장은 본인이 말해놓고도 머쓱한지 민망한 웃음을 지었다. 잠시 정적이 흐른 후 여사장은 내 등짝을 찰싹 치며 말했다.


" 어디, 칼솜씨 한번 볼까? "

" 예? 지금요? "


여사장은 버섯과 당근, 오이등 채소들을 냉장고에서 꺼내오더니 깨끗하게 관리된 도마위에 올려놨다.


" 한번 보여줘봐. "

" 예.. "


나는 두리번거리다가 칼집에 있는 칼하나를 뽑아 채소들을 손질했다. 그래도 주방경력이 있는편이고 대학도 관련학과를 나와 꽤 능숙하게 손질들을 해냈다.


" 흐음.. 아직 어설프긴한데 기본은 됐네. 좋네! "

" 헤헤헤.. 감사합니다.. "


여사장은 내 손에 쥐어진 식칼을 가만히 보다 아쉬운듯 입을 뗏다.


" 요전에 나 기립성저혈압으로 쓰러졌을때 잃어버린 칼 있지? 그거 아직도 못찾았다. 어딜갔는지 몰라. "

" 아하하하.. 하하하.. "


그저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차마 그 식칼 지금 제 몸속에 있습니다. 라고 말을할수는 없으니까.


" 이봐, 남궁본. "


그때 등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강림이었다.


" 꼬맹이의 기운이 느껴지지가 않는다. "


여사장이 옆에 있어 대답을 할 수 없으니 고개만 살짝돌려 듣고 있다는 제스쳐를 취했다.


" 아마 꼬맹이에게 무슨 일이 있는것 같다. "

" 오늘은 이정도면 될 것같네 남궁본씨. 오늘은 오픈도 안하니까 들어가서 쉬고 내일 늦지않게 출근해요. "


때마침 여사장이 썰어놓은 채소들을 정리하고는 마무리했다. 나도 들고 있던 칼을 내려놓고 여사장에게 인사했다.


" 네, 내일 뵙겠습니다! 안녕히계세요! "


나는 가게를 후다닥 나와 주변에 아무도 없는것을 확인하고 강림에게 물었다.


" 뭐 어디서 딴짓하고 있는거 아니구요? "

" 그래도 희미하게나마 늘 기운이 느껴졌는데 오늘은 꼬맹이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아. "

" 그럼 어쩌죠? "

" 찾아봐야지. 일단 수인낭자에게 먼저 가보게나. "

" 알겠어요. "


나는 서둘러 신수인의 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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