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승사자와 삼시세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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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꽃
작품등록일 :
2024.08.12 22:53
최근연재일 :
2024.09.09 10:20
연재수 :
1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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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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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6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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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쪽

닭곰탕과 악귀

DUMMY

***




냄비에서 삶아진 닭을 꺼냈다. 삶아진 닭은 뜨거울때 뜯어야 부드럽게 잘 발라진다. 라텍스장갑을 끼고 닭을 발라냈다.


" 앗뜨뜨뜨뜨뜨..."


닭다리를 잡아뜯자 부드럽게 뽑혔다. 발라진 뽀얀 살들에서 김이 모락모락 났다.


" 좋아. 잘 삶아졌네. "


잘 발라진 살들을 다시 닭육수에 넣고 끓이다 마늘과 대파를 잔뜩 넣었다.


똑똑똑 -

노크소리가 울렸다. 신수아가 때마침 온 모양이었다.


" 네에- 잠시만요! "


문을 열자 신수아가 나타났다. 아까와는 다르게 뽀송해진 모습이었다. 머리를 하나로 높게 묶어 올리고 반팔 반바지차림이었다. 이렇게보니 꽤 귀여워보였다.


" 아... 이걸... "


신수아의 손에는 과일모양 아크릴수세미 세개가 들려있었다. 딸기, 오렌지, 사과모양인듯 했다. 사실 색깔때문에 대충 때려맞춘거지 어마무시하게 못만들었다.


" 삯일거리로 조금씩 만들어서 팔고있거든요.. "

" 어..엌..오와.. 굉장하네요..!"


예상치못한 물건에..예상치못한 손재주에.. 놀란 내 입에서 이상한추임새와 감탄사가 튀어나왔다. 삯일거리? 요즘에도 그런말을 쓰나?


" 필요하시다면 더 만들어드릴게요! 다른 과일모양들도 있긴해요! "


신수아는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저 눈빛을 보아하니 지금 가져온 딸기,오렌지,사과가 꽤나 자신작인듯했다.


" 하하하.. 지금 가져오신걸로도 한참 쓸것같은데요. 필요하면 말씀드릴게요. 여러가지 종류가 있는것 보면 꽤 잘팔리나봐요? "

" 네! 감사하게도 퇴근시간에 역앞에서 아저씨들이 몇개씩 사가주세요! "

"아... 그렇군요..."


아저씨들이라... 뻔하지 뭐... 예쁘장한 젊은여자가 수세미를 팔고있으니 말한번 걸어보려고 사주는거지...


" 정말 좋으신 분들이에요! 단골도 생겼어요! "


신수아는 웃으며 말했다. 방금 신수아의 손님들을 수상하게 생각한게 미안해졌다. 뭐... 딸같아서 고생하는것같아보이니 사주는분들도 계시겠지..


" 일단 들어가서 더 얘기할까요? "


신수아를 식탁앞에 앉히고 테이블 세팅을 시작했다.

독립을 시작할때 엄마가 챙겨준 김치를 자르고 그릇에 담았다. 밥을 큰 대접에 담고 아까 끓여둔 닭곰탕을 위에 끼얹었다.


" 잘 먹겠습니다. "


신수아 앞에 뜨끈한 닭곰탕을 내 주니 국물을 먼저 맛봤다.


" 맛있어요. 국물이 정말 진하네요. "

" 하핫.다행이다. 많이드세요. "


사실은 국물낼 시간이 부족해서 약간의 마법을 첨가했다. 치킨스톡이라는 마법.


" 남궁본씨는 식사를 정말 잘 챙겨드시네요. "

" 저는 먹기위해 살거든요. "


신수아가 쿡쿡거리며 웃었다.


" 먹기위해 산다니 재밌는 말이네요. 저는 챙겨줄 사람들이 없으니 저 자신도 잘 안챙겨먹게 되더라구요."


챙겨줄 사람들이 없다니 무슨말일까? 가족이 없다는 뜻일까?

왠지 더 물어보면 안될것같아 나는 화제를 돌렸다.


" 아, 사실 저 어제 낮에 수아씨 봤었는데.. 요 앞 강가에 계시던데 뭐 하고 계셨어요? "

".....친구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신수아가 머뭇거리며 대답했다. 대답이 곤란한 모양이었다. 나는 화제를 돌렸다.


" 오늘 이력서를 돌렸는데.. 연락이 왔음 좋겠네요. 수아씨는 무슨알바하세요? "

" 그냥...이것저것 소일거리 하고있어요. 오늘은 인형탈... 포장일이나... 배달도 하고... 개산책도 시키고! 일거리는 계속 찾는중이에요. "

" 아..하하..할 줄아는게 되게 많으신가봐요."

" 요즘은 세상이 좋아져서 옛날보다는 할 수 있는일이 많아졌거든요! "

" 옛날이요? "

" 아....그러니까..예전보다는...일 구하기가 더 쉽다는...거죠..계속 일거리는 찾아야 하니까요?....하하하.."


신수아의 숟가락이 멈췄다. 얼굴을 보니 귀까지 새빨갰다.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 뭐.. 수아씨나 저나 구직중인거네요. 우리 먼저 취직하는 사람이 한 턱 쏘기할까요? "


신수아가 놀란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놀란와중에 입은 오물오물거리는게 영락없는 토끼같았다.


" ...쏴요..?"


신수아가 떨리는 목소리로 되물었다.


" 네! 음.... 저는 취직하면... 치킨쏠게요! "

" ...아...난 또..... 치킨..네..."

" 우리 친구할래요? "

" 예?????쿨럭! 쿨럭! "


친구하자는 말에 그녀는 놀란듯 기침했다.


" 저....저는.... "

" 아이고..실례였다면 죄송해요! ..."

" 저는... 어....그러니까... "


신수아는 모기만한 소리로 대답했다.


" 조....좋아요..."

" 저는 스물여섯살이에요. 수아씨는요?"

" ..........저도...스물여섯살... "

" 와! 동갑이네요. 우리 말 놓을까요?"


말 놓자는 말에 신수아는 어색하게 웃었다. 긍정적인 대답인가?


" 어....그래... 잘 먹었어... 밥... "


신수아는 숟가락을 달그락 내려놓으며 어색하게 말했다. 밥과 국물을 싹 비웠다. 양이 꽤 됐을텐데 다시봐도 잘 먹는 그녀였다. 손님이 이렇게 밥을 싹 비우면 기분이 좋다.


" 그래, 또 밥 먹으러 와. "

" 으.....응..."


신수아는 뭔가 어색한지 삐그덕대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말을 놓는다는게 아직 어색한것같았다.


" 오늘 고마웠어. 가..볼..게...? "

" 그래그래. 수세미 잘 쓸게! "


신수아가 나가고 옆집문이 열리는소리가 났다. 옆집사니까 무사히 귀가하는것도 알 수 있으니 좋네.

그 때 휴대폰에서 문자메시지 진동이 울렸다.


' oo한식주점입니다. 보내주신 이력서보고 연락드립니다. 혹시 내일 면접이 가능하실까요? '

' 네. 내일 시간 상관없이 가능합니다. '


이력서를 보낸곳에서 연락이왔다. 이렇게 당일에 바로 오다니.. 싱글벙글하며 답장을 하고있을 때였다.


" 삼촌. 취직했어? "


창백하고 무서운 얼굴이 내 옆에서 쑤욱 튀어나왔다.


" 우와아아아앙아아악!!!!!!"


봐도봐도 적응안되는 얼굴이었다. 저 얼굴로 저승가자고하면 누구라도 따라가겠다. 아니 내가 먼저 저승가겠다.


퍼-엉!


동이는 변장을 풀고 다시 꼬마모습으로 돌아왔다. 내 반응이 재미있었는지 키득키득거렸다.


" 너 임마... 그러다 내가 저승가겠어... 취직은 아니고 내일 면접. "

" 와! 재밌겠다. 내일 나 쉬는데. 나도 따라가도 돼? "

" 노는곳 아냐. 안돼. 오지마. "

" 왜애~ 혹시 몰라. 내가 관상같은거 봐 줄지도.."

" 오, 그런것도 볼 줄알아? "

" 아~니~"


나는 인상을 구기고 얄밉다는듯 동이를 쳐다봤다. 이걸 한대 쥐어 박을수도 없고...

동이는 식탁위에 빈그릇 두개를 보며 얘기했다.


" 누가 왔었어? "

" 아... 옆집 사는 여자분.. 같이 저녁먹었거든. 친구하기로했어. "


동이는 옆집사는여자라는 얘기를 듣자 얼굴에서 장난끼가 사라졌다. 그리고 빈그릇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 잘 먹었어?"


동이가 무표정한 얼굴로 물었다.

얘가 왜이러지.. 자기만 쏙 빼놓고 먹어서 삐진건가.. 풀어줘야하나...?


" 으응...먹기는했는데 동이가 없어서 하나도 맛 없었어!"

" 아니.. 그 옆집여자가 잘 먹었냐구..."

" 어....응.. 잘 드시더라. 많이 드시고 가셨어. "

" 다행이다...고마워.. 삼촌.. "

" 어...어... 너도 밥 먹어야지?"


나는 국을 데우고 동이의 식사를 차려줬다. 동이는 어딘가 슬퍼보였다. 나는 동이앞에 닭곰탕을 놔주며 달래주려 노력했다.


" 이거..삼촌이 동이주려고 만든거야~"

" 응... "

" 김치 물에 헹궈줄까? "

" 삼촌 미안한데 잠깐 저리 가줄래? "

" 어?어어... "


귀이이이이이여운놈... 고맙다했다가 가라고했다가 아아아아주 상전이 따로 없구만.

애초에 여기 집주인은 난데 왜 내가 눈치를 봐야하지?

나는 닭곰탕을 챱챱챱 먹는 동이의 뒷모습을 노려봤다. 입 안 한가득 밥을 넣었는지 뒤에서도 동이의 씰룩대는 뽀얀 볼이 보였다.


" 켁...삼촌, 나 물좀. "

" 알았다~ 천천히 먹어라 ~"


나는 동이에게 물을 떠다줬다. 닭곰탕은 금새 바닥을 보였다.

에휴...뭐 밖에서 안좋은 일이라도 있었나보지.. 내가 참는다..


" 한 그릇 더 줄까? "




***



신수아의 집.


" 하아..."


신수아는 현관문에 기대어 서 있었다. 방금 옆집남자 남궁본의 집에서 닭곰탕을 얻어먹고 난 참이었다.

그녀는 신발을 벗고 방에 들어와 바닥에 널부러진 아크릴 수세미들을 발로 슥슥 밀었다,


" 미쳤어...미쳤어... "


신수아는 오랜만에 뭔가 생각난듯 방에들어가 옷장 깊숙한곳에서 보따리하나를 꺼냈다.

잠시 생각에 잠긴듯 하더니 보따리를 하나, 둘 풀었다.

그 안에는 색이 바래다못해 곧 바스러질것같은 남자아이 한복이 곱게 접혀있고 여러 오래된 잡동사니들과 여러 사진들이 있었다.


한복입은 아이들 사이에 서 있는 흑백사진 속 신수아.

옆에는 <배화학당> 이라고 쓰여 있다.

다른 동료기녀들과 함께 찍은듯한 기녀차림의 신수아.

오래된 역사앞에서 개량한복차림으로 있는 신수아.

사진옆에는 1960년이라고 쓰여있다.


신수아는 여러 사진들을 한 장 한 장 넘겨봤다.

사진마다 여러사람들과 함께했던 신수아가 있었다. 그중 같은사람들과 찍은 사진은 없었다.

뒤로 갈수록 사진속에는 신수아 혼자만 남겨져 있었다.

신수아는 사진들을 내려놓고 낡은 헝겊주머니를 꺼냈다. 주머니 안에는 천으로된 이름표부터 최근까지 쓰였던 명찰들까지 여러 이름표들이 들어있었다.

신수정, 신수민, 신수빈, 신수연.....


신수아는 마지막남은 빛바랜 천 조각하나를 꺼냈다.

거기에도 잊혀진 이름이 수 놓아져있었다.

신수아는 가만히 그 이름을 들여다보다 손끝으로 만져보고는 조용히 불러보았다.


"...신수인..."



***



" 음~ 남궁본씨 듬직해보이는데? "

" 넵! 군대도 다녀왔습니다! "


면접을 보러 왔다. 가게 한켠에 앉아 이곳의 사장겸 주방장인 여사장과 대화중이었다.

가게는 크지는 않지만 꽤 세련된 느낌이었다. 한식주점이라 일반적인 포차를 생각하고 왔었는데.. 언뜻보면 꽤 고급진 레스토랑같기도 했다.


" 가게가 참 깔끔하네요. "

" 그럼~ 나는 오래되고 지저분한건 딱 질색이거든."


한 벽면에는 맛집인걸 인증하듯 각종 연예인들의 사인들이 걸려있었다.

그 아래에는 각종요리대회 트로피나 상장이 진열되어 있었다. 상장에는 이남희라는 이름이 적혀있었다.


" 내가 이래봬도 유학파거든.. 식당차리고싶다며~여기서 일하면 배울건 많을거야~ 주방 보여줄까?"

" 넵! 너무 좋죠! "

" 우리 남궁본씨가 좋으면 나도 좋아~"


여사장은 내 손을 잡아 이끌어 주방으로 들어갔다.

주방은 크지는 않았지만 칼들이며 식기며 조리도구, 재료들이 깔끔하게 정리되어있었다.

다만 40대초반정도 되어보이는 여사장은 요리하는사람답지않게 차림이 화려했다.

그리고.. 눈빛이 묘하게 끈쩍거렸다.


" 경력도 좀 있고... 대학도 관련학과 나왔고..건강해보이고.."


여사장은 나를 위아래로 한번 훑어보더니 음흉하게 웃었다.


" 그래 다음주부터 바로 일할수있다고? "

" 네! 사장님! 열심히 배우겠습니다! "

" 그래~? 오늘부터 배워볼까~? 나 잘 가르쳐줄 수 있는데...."


여사장은 끈쩍하게 옆으로 와 달라붙었다. 나는 슬쩍 옆으로 떨어졌다.


" 하하하... 오늘은 좀.... "

" 왜~약속있어? "


그때 내 뒤에서 동이가 퐁!하고 나타나 속삭였다.


" 삼촌, 조심해. "

" 응? "


나도 모르게 동이에게 대답을하고 화들짝 놀라 여사장을 바라봤다. 내 몸에 기대있던 여사장의 시선이 나를 떠나 내 뒤를 무섭게 노려보고 있었다.

동이를 보는것같았다. 이상한데..일반사람 눈에는 동이가 보이지 않을텐데...?


" 어딜 보시는....."

" 차사가 왔구나아아아아아아...."


여사장은 입이 찢어질듯 쉰소리로 기괴하게 웃었다. 나는 여사장을 밀쳐내고 뒤로 물러났다. 동이가 여사장을 노려보며 말했다.


" 이 구역에 남자의 정기만 빼먹는 악귀가 있다더니 너구나. "


여사장은 웃으며 몸을 기괴하게 틀었다. 몸을 움직일때마다 몸에서는 뚜둑뚜둑 소리가 났다. 입에서는 이상한 쇳소리가 났다.


" 삼촌! 이 여자. 악귀한테 빙의가 된 여자야. 내 뒤로 와! "

" 어? "


동이는 내 앞을 가로막고 악귀에게 사로잡힌 여자와 대치했다.


" 흐흐흐...누군가했더니 이 구역 꼬마저승차사로구나... 나는 아직 억울해서 못간단다..."

" 아무리 억울해도 제 명대로 가야지 왜 구천에서 사람들을 괴롭히는거야! "


여사장은 동이의 말을 듣고 깔깔깔 웃었다.


" 우습네. 이 동네에 몇백년전에 저승차사를 속이고 오랫동안 살아있는 인간이 숨겨져 있다지? "


여사장의 말을 들은 동이의 표정이 굳어졌다.


" 그걸 숨기느라고 힘을 다 써버린 저승차사도 있다는것같고.. 그래서 악귀를 봐도 저승에 지원요청을 못한다나?"

" 헛소리하네. 지원은 필요없어. 얼른 그 몸에서 나오기나 해. 지옥으로 보내줄게. "


동이의 손이 한순간 빛나더니 검이나타났다.


" 흐흐흐 ..너..흥미롭네.. 방해하지말으렴!!!!!! "


여사장의 눈이 검은색으로 변하더니 동이에게 비명을 지르며 달려들었다. 쇠를 찢는듯한 소리에 온 사방에 울렸다.

나는 귀를 틀어막고 눈을 질끈 감았다.

동이는 여사쟝을 향해 검을 휘두르며 나직히 이름을 불렀다.


" 이효림. "


이름을 부르자 여사장은 달려들다 멈추고 괴로운듯 무릎을 꿇고 비명을 질렀다. 아까보다 더 듣기 괴로운 소리였다. 위로 치켜뜬 눈에서 검은 눈물이 흐르고 벌어진 입은 새카맸다. 동이는 다시 악귀의 이름을 불렀다.


" 이효림. "

" 아아아아아아아!!!!!!!!내 이름 부르지 마아아아아아아아!!!!!!!!!"


여사장은 괴로운듯 소리를 지르며 발버둥치다 갑자기 벌떡일어나더니 동이에게 달려들어 작은 몸을 날카로운 손톱으로 베어냈다. 순식간이었다.


" 꺄하하하하!!!!!"

" 어....? "


동이의 몸에 베어진곳에서 검은연기들이 스며나왔다. 동이는 괴로운듯 보이다 그대로 쓰러졌다.

여사장은 쓰러진 동이를 보고 깔깔깔 웃었다.


" 백년동안 너처럼 약한 저승차사는 처음보네! 그러게 나를 처음 봤을때부터 다른 놈들한테 지원요청을 했었어야지! "


여사장은 쓰러진 동이를 보고 신난듯 발을 쾅쾅거리며 웃다가 뒤에 있는 나를 보고는 입이 찢어져라 기괴한 미소를 지었다.


" 내가... 남자 손 한번 못잡아보고 18살에 억울하게 죽었거든...? "


여사장은 갑자기 슬픈표정을 지었다. 목소리도 가느다랗고 젊은 여자의 목소리로 바뀌었다. 그리고는 나에게 한걸음 한걸음 다가왔다.


" 어어어...잠시만요...거기서 말씀하시죠..."

" 그래서.. 이승에 남았단 말이야...생에 미련이 남아서.."

" 동이야....! 일어나봐....! 야..야..!!"


나는 뒷걸음질 치며 쓰러져있는 동이를 챙겼다.

힘없이 축 늘어진 동이를 보니 덜컥 겁이났다.


턱-


뒤를 보니 주방의 막다른길이다. 나는 동이를 안고 여사장을 노려봤다. 나는 두리번대며 무기가 될만한것을 찾아봤다.


" 원래는 남자의 정기만 빼가는데... 이 모습을 봐 버렸네... "


여사장은 소름돋는 목소리로 바꿔 즐거운듯 귀가찢어지는것같은 소리로 웃어댔다.


" 꺄하하하하하하!!!!죽어줘야겠네!!!!!!"


여사장이 달려들었다. 이렇게 끝나는걸까. 점점 다가오는 여사장의 소름돋는 얼굴을 보며 나는 몸에 힘이 빠져갔다.

그때였다.


" 검을 들어라. "


꿈속에서 들은 남자의 목소리가 머리에 울렸다.

검? 검이 어디있지..

두리번거리다 오른쪽 조리대위에 식칼을 발견했다.


' 아.... 닿을 수 있을까...'


여사장이 무서운속도로 달려들었다. 고민할 시간이 없었다. 몸을 웅크려 피한 후 조리대 위에 있는 식칼을 잡았다.


" 이걸로.....! 이걸로 어떻게 해요.....!"

" 감히...."


여사장은 약오른듯 다시 달려들을 자세를 취했다.

나는 덜덜떨며 한 손에는 동이를 안고 한 손으로 여사장에게 칼을 겨눴다.

다시 남자의 목소리가 울렸다.


" 베어라. "


베라니...? 그래도 몸은 여기 가게 사장님인데..


" 찌르면 사장님이 죽어요! "

" 혼자 뭐라고 중얼대는거야! "


여사장이 손톱을 세우고 다시 달려들었다. 이번에는 피할곳이 없다.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 으아아아아아앙아아아아아아!!!!!!!!! "


그때 한 손에 들린 식칼의 날에서 푸른 빛이 일더니 날에 死者救魂劍[사자구혼검] 이라고 새겨졌다.


" 커헉... "


눈을 뜨니 여사장은 원래모습으로 돌아와 주방바닥에 쓰러져있고 젊은 여자의 영혼으로 보이는 창백한 사람의 형태가 내 식칼에 찔려 버둥대고 있었다.


" 너....너.... 인간이 어떻게 월직차사의 힘을.... "

" 와아아아아악!!!! 이거 어떡해요!!!!!"


나는 덜덜떨며 칼을 부여잡았다.

손에 잡힌 식칼의 느낌은 강하고 힘이 있었다. 내가 칼을 휘두르는게 아니라 칼이 나를 휘두르는 느낌이었다.

머릿속에서 다시 낮은 목소리가 울렸다.


" 이름을 세 번 불러라. "


이름?...이름이 뭐였더라... 아...!

아까 동이가 불렀던 악귀의 이름이 생각났다.


" 이.....이...이효...림...."

" 캬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효과가 있다. 영혼상태가 된 악귀는 괴로운듯 몸부림쳤으나 빛나는 식칼에 복부가 박혀 벗어날수 없는 듯 했다.


"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꺄아아아아아아아악!!!!"

" 으으....이효림 !!!!!!!! 이효림 !!!!!!!!! "


악귀가 내지르는 비명을 듣기 힘들어 재빨리 남은 이름들을 외쳤댔다. 이름이 세 번 불리자. 악귀 이효림은 비명을 멈추고 눈물을 글썽이며 나를 쳐다봤다.


" ....죽기싫어....."


악귀 이효림은 파스스 가루가 되어 흩어졌다.

나는 다리에 힘이 풀려 털썩 주저앉았다. 품속에 축 쳐져있는 동이를 보고 볼을 찰싹찰싹 쳤다.


" 동이야!! 동이야! 일어나봐!! 이거 병원에 데려갈수도 없고... "

" 아이는 괜찮을거다. "


옆에 누군가 다가와 동이의 상처에 손을 올렸다. 화들짝 놀라쳐다보니 꿈속의 그 남자였다.


" 저승...아저씨...?"

" 강림이다. "

" 이렇게 모습을 나타낼 수 있었음 아까 좀 도와주시지 그랬어요. "


강림은 나를 보며 혀를 쯧. 하고 찼다. 동이의 상처를 보고는 동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 녀석.. 나를 골탕먹이고 저승의 형벌을 받게하더니.. 삼백년 내내 나를 쫒아다니는구나. "


이 무서운 아저씨를 골탕먹이고 형벌을 받게 했다고...? 동이 너 임마 무슨짓을 한거야...


" 얘랑 아는 사이세요? "

" 악연이며 인연이지."

" 깨어나긴 하는거죠? "

" 금방 일어날게다. "


그때 동이의 미간이 움찔거렸다. 강림은 아까 내가 썼던 식칼을 내게 던졌다.


" 이거 잘 가지고 있거라. 그래도 꼴에 내 환생이라고 월직차사의 힘을 다룰수 있더구나. "

" 악!!!! 위험하잖아요!!!!........예?..제가 뭐라구요...?"


놀라 강림을 쳐다보니 강림은 사라지고 던져진 식칼만 덩그러니 있었다.


" 저기요...? 저승아저씨...?"


동이를 조심히 바닥에 내려놓고 두리번거리며 놓여진 식칼을 잡으니 일순간 빛이 일었다.


" 이게 뭐야.....!"


빛들은 식칼을 에워싸다 내게 달려들어 몸 속으로 흡수됐다. 칼을 잡았던 손에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 어어어어어...? 어디로 간거지? "


몸 구석구석을 손으로 짚어봐도 식칼의 행방이 묘연했다. 진짜 내 몸 속으로 들어온건가?

등이며 배며 손으로 짚어보고 바짓속, 속옷속까지 확인하는동안 동이가 깨어났다.


" 으....음... 삼촌...악귀는... "


동이가 깨어났다. 동이는 몸에 기운이 없는듯 여전히 축 쳐져있었다.


" 괜찮아? 악귀는 해치운것같애. "

" 삼촌... 나...나... "


동이는 손끝을 바들바들 괴로운듯 떨었다. 숨도 가쁜것같았다. 나는 괴로워하는 동이의 손을 꼭 잡았다.


" 응응. 말 해.. 왜.. 뭐 필요해. 어떻게 해줄까. "

" .....x비고 만둣국 먹고싶어..."

".......알았다. "


응. 동이 이녀석 걱정할필요 없겠네. 다행이긴한데 한 대 쥐어박고싶다.


" 아이고오오오오오~ 머리야아아아.... "


그 때 여사장이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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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인과율 24.08.21 22 0 17쪽
5 축경 24.08.19 23 1 17쪽
4 과거의 이야기 24.08.18 32 1 19쪽
» 닭곰탕과 악귀 +1 24.08.16 30 2 21쪽
2 공짜밥은 없다 24.08.14 34 2 17쪽
1 오누이 24.08.12 58 3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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