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승사자와 삼시세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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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꽃
작품등록일 :
2024.08.12 22:53
최근연재일 :
2024.09.09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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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4.09.05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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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회

DUMMY

" 아무리 내가 힘을 잃었다 한들 엇나간 부하에게 당할정도는 아니지. "


강림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런것치고는 그을린 옷이며 피떡이 된 머리칼이며 꽤나 고된 싸움이었던것같은데.


" 어허. 흠흠 "


내가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자 강림은 민망한듯 연신 헛기침을 해댔다.


" 야, 쟤 좀 도와줘라. "


옆에서 여러 사람들을 보호술법으로 지키던 류희성이 신수인을 가르켰다. 신수인은 처음에 나왔던 아이와 여자를 거센 바람으로부터 지키고 있었는데 꽤나 벅차보였다.


" 수인아, 옆으로 좀 가봐. "


나는 한발 한발 거센바람을 뚫고 신수인의 곁으로 다가가 앉았다. 신수인은 강력한 바람에 제 몸하나 건사하기 힘든듯했다.


" 온다. "


강림이 말함과 동시에 청의동자의 지옥의 문으로 거대한 불기둥이 기괴한 비명을 내며 빨려들어갔다. 엄청난 열기였다.


" ..큭.. 너무 뜨거워... "

" 지옥의 화마다. 그냥 불과는 차원이 다른 불길이지. "


뜨거운 열기때문에 눈도 제대로 뜨기 어려웠다. 나와 신수인과 류희성은 열기로부터 필사적으로 생존자들을 지켰다.


" !!!! "


거대한 불기둥의 끝자락에서 익숙한 실루엣이 보였다. 작은 체구의 어린아이같았다.


" 저건...동이잖아...! "


열기때문에 시야확보가 어려웠지만 확실하게 알아볼수 있었다. 지옥의 화마에게 잡혀 정신을 잃은 동이가 지옥의 문으로 함께 빨려들어가고 있는듯 했다. 뜨거운 지옥의 불기둥에 둘러싸여 있어 함부로 다가갈수 없었다.


" 이거 갖고있어. "

" 야!!!! "


순식간이었다. 신수인이 자신의 목걸이를 벗어 내 목에 걸어주고는 손 쓸틈 없이 불기둥속으로 뛰어들어갔다. 뜨거운 불길에 신수인의 머리칼과 몸이 타들어가는게 보였다.


" 신수인!!! "


동이는 이제 거의 지옥의 문으로 몸이 반쯤 들어갔다. 신수인 또한 지옥의 문으로 보이지 않는 동생을 잡기위해 팔을 뻗었다. 머리카락과 살타는 냄새가 진동했다. 더 있으면 두 남매 모두 지옥의 화마와 함께 끌려들어가기 직전이었다.


" 큭. ..! "


문이 닫히기 직전 강림이 신수인의 몸을 긴 옷소매로 감싸 옆으로 빼냈다. 까맣게 그을린 신수인의 손에는 어떻게 붙잡았는지 작은 동이의 몸을 꼭 끌어안고 있었다.


" 수인아!!!! "


지옥의 화마가 빨려들어가고 지옥의 문은 굳건히 닫혀버렸다. 복도에 모든 불들은 빨려들어가고 약하디 약한 잔불들만이 남았다. 청의동자는 아무일도 없었다는듯 평온한 얼굴로 미소를 띄고 있었다.


" 지옥으로 몸이 반쯤 들어가서 잡을 수 있었다. 큰일 날 뻔했군. "


강림의 품속에 있던 신수인은 몸은 지옥의 문이 닫히고 불길이 꺼지자 강림의 몸을 통과해 바닥으로떨어졌다. 강림은 신수인을 안고있던 자신의 손을 씁쓸히 바라봤다.


" 수인아! 동이야! 세상에... "


나는 재빨리 달려가 신수인을 살폈다. 긴 머리칼과 옷은 다 타버리고 얼굴과 몸에는 화상과 그을음이 가득했다. 얼굴의 반쪽은 눈을 뜨고 보기 힘들정도로 타 버렸다. 지옥의 힘으로 잠시나마 신수인이 꼭 끌어안고 있던 동이는 누나의 품에서 벗어나 옆으로 나동그라졌다.


" 죽은거..아니죠...? "

" 낭자가 죽진 않을거다. 명줄이 아직 한참이나 남았거든. 그래도 고통은 다 느꼈을거다. "


강림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신수인의 몸에 상처들이 연기를 내며 아물기 시작했다.


" 이게... 무슨.... "


뒤늦게 신수인의 처참한 상태를 본 류희성이 경악했다. 게다가 스스로 아물고 있는 상처들을 보고는 믿을 수 없다는 얼굴이 되었다.


" 운명을 거스르는 힘은 상상이상으로 강하지. "


강림이 신수인을 씁쓸하게 보며 중얼거렸다. 나는 입고있던 후드집업을 벗어 상체의 드러난 부분들을 가려주었다. 상처는 빠르게 아물고 있었지만 신수인은 아직 정신을 잃은채였다. 멍하니 보고있던 류희성이 정신이 든 듯 옆에서 재촉했다.


" 이럴때가 아니야 우리 어서 벗어나야 해. "

" 왜? "

" 불길이 거의 잡혔대. 사람들이 곧 들이닥칠거야. "


그러고보니 지옥의 화마가 사라지고 건물을 휩쓸고있던 시뻘건 불길들이 거의 보이지 않게됐다.


" 일단 여길 벗어나자. "


류희성의 말을 듣고 신수인을 조심히 안아들었다. 신수인은 고통스러운듯 신음을 토했다. 강림도 쓰러진 동이를 들쳐안고 이동할 준비를 했다.


" 조금만 참아. 수인아. "


우리는 빠르게 비상계단을 내려갔다. 내려가던중 1층에 두고온 객사차사가 생각났다. 나는 계단을 내려가며 강림에게 말했다.


" 아 맞다. 1층에 우리가 객사차사를 잡아놨어요. "

" 객사차사를? "

" 제 생각인데 객사차사도 지귀와 한 패인것같아요. 그 덩치 큰 저승사자처럼. "

" ..... "


강림은 대답이 없었다. 아마 생각에 잠긴듯 했다. 믿었던 부하들중 둘이나 배신을 하다니 생각이 많아지는 모양이었다.


" 가보지. "


1층로비에 도착하니 불길이 많이 수그러들은 느낌이었다. 창밖에는 소방차와 구급차들의 현란한 불빛들로 쉴새없이 번쩍거렸다. 밖이 소란스러운걸 보니 금방이라도 구조대가 들이닥칠듯이 보였다. 로비 한 구석에는 객사차사가 여전히 물방울 안에 갇혀있었다.


" 정말이었군. "


강림은 객사차사의 앞으로 저벅저벅 걸어갔다. 객사차사는 강림을 보고는 눈이 휘둥그레져 무어라 고함쳤지만 물방울때문에 들리지 않았다.


" 자네까지... 무엇이 자네들을 이렇게 만든건지... "

" 어쩔까요? "

" 데려가야지. "


강림은 허리띠 근처에서 작은 호리병하나를 꺼냈다. 호리병의 뚜껑을 열자 객사차사가 갇힌 물방울이 순식간에 빨려들어갔다.


" 이제 가지. "


강림은 덤덤하게 호리병의 마개를 닫았다.


" 아까 들어온 그 식당쪽으로 나가자. 입구로는 못나가. "


류희성이 로비입구쪽을 둘러보고 왔는지 우리쪽으로 달려와 말했다. 방향을 틀어 후문이 있는 식당쪽으로 이동했다. 식당에 들어가니 불은 거의 진화된듯 했고 화덕차사와 강림의 치열한 전투흔적이 남아있었다. 천장은 거의 내려앉고 멀쩡한 가구들이 남아있는게 없었다.


" 애좀 먹었나보네요. "


내 말을 들은 강림은 어깨를 으쓱했다. 뻔뻔하기는..

나와 류희성은 처음 들어왔던 후문으로 빠져나왔다. 빠져나와 건물을 보니 불은 거의 꺼지고 구조대도 진입한듯 보였다.


" 아까 사람들.. 괜찮겠지? "

" 이제부터는 구조대가 알아서 할 일이야. 들키기전에 얼른가자. "

" 어딜가든 사람들 투성이일것같은데... 어디로가지...? "


류희성과 나는 주변을 둘러봤다. 호텔주차장쪽은 여전히 구경중인 인파와 구조대, 경찰들로 인해인산이었다. 우리 둘만이라면 어찌저찌 빠져나가겠지만 신수인을 안고서 그쪽으로 이동하면 눈에 띌게 뻔했다.


" 저쪽으로 가자. "


류희성이 가르킨곳은 우거진 숲속이었다.


" 저쪽으로 가면 호텔 옆 공원이랑 이어져있어. 공원쪽으로 빠져나가면 안들킬거야. "


우리는 주차장에 주차된 차들 사이사이로 사람들의 눈을 피해 우거진 숲으로 몸을 숨겼다.


" 으....음... "


신수인의 입에서 얇은 신음이 흘러나왔다. 정신이 들고있는듯 보였다.


" 수인아, 정신이 들어? "

" 목..말라... "

" 조금만 참아. 곧 공원이야. "


류희성의 말대로 숲속에서 조금 벗어나니 조용한 공원하나가 나왔다. 신수인을 보니 어두워서 잘 보이지는 않지만 정신이 돌아온듯 가늘게 눈을 뜨고 있었다.


" 나 좀 내려줄래...? "


신수인의 말을 듣고는 공원에 벤치하나를 찾아 조심스럽게 눕혔다. 신수인은 아직은 조금 고통스러운듯 얼굴을 찡그리며 상체를 일으켰다.


" 어..어...잠시만... "


신수인이 상체를 일으키자 덮어놨던 내 후드집업이 바닥에 떨어졌다. 나와 류희성과 강림은 바로 시선을 떼고 얼굴이 벌개져 몸을 돌렸다.


" 수인아.. 일단 그거 내 옷이니까.. 걸치고 있어... "

" ...응.. "


신수인이 주섬주섬 옷을 입는 기척이 느껴졌다. 보려고 본것은 아니었지만 신수인의 몸에 흉터들은 거의 없다시피 아문듯 보였다. 후드집업의 지퍼가 올라가는 소리가들리고 신수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 다 됐어. "

" 허... "


신수인의 얼굴을 본 나는 경악을 속으로 삼킨다는게 입으로 내뱉어지고 말았다. 머리카락은 재생되지않는지 긴머리는 사라지고 아무렇게나 자른듯한 숏컷이 되어있었고 송아지처럼 큰 두 눈중 한쪽의 속눈썹과 눈동자가 유백색으로 변해있었다.


" 괘...괜찮은거야...? "

" 응, 나는 안죽는다고 했잖아. "


신수인은 덜덜떠는 나를 안심시키려는듯 싱긋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는 차례대로 류희성을 한번보고 강림을 한번 쳐다봤다.


" 그런데... 이분은 누구...? 낯이 익은듯한데.. "


신수인과 눈이 마주친 강림은 적잖이 놀란듯했다. 신수인은 의아한 표정으로 강림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찬찬히 바라보다 강림의 손 부근에서 시선이 멈췄다.


" 그건... "


강림의 팔에는 동이가 대롱대롱 들려있었다. 신수인의 시점으로 봤을때는 동이의 엉덩이 부분만 보였다.


" 수인아, 너 이사람이 보여? "


신수인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옆에서 지켜보던 류희성이 한마디 던졌다.


" 귀문이 열린것같네. 뭣때문인지 모르겠지만. "


무슨상황인지 모르겠다는 신수인의 동그란 두 눈을 본 강림은 피식 웃었다.


" 지옥불이 한쪽눈을 가져간 탓 이겠지. "


강림은 들고있던 동이를 신수인앞에 번쩍 들어보였다. 신수인은 처음엔 이게 무슨상황인지 상황파악이 안된듯 하다가 동이의 얼굴을 보고는 눈이 세 배는 커진듯 했다.


" 호...동이...? "


신수인의 목소리를 들은 동이는 정신이 드는듯 눈을 꿈뻑꿈뻑하더니 제 코앞에 있는 누이의 얼굴을 보고는 무슨상황인지 한동안 말을 잇지못한채 강림의 손에 대롱대롱 매달려있었다.


" 호동이야? 정말? "

" 이게 무슨... "


신수인은 바들바들 떨리는 떨리는 손으로 호동이의 얼굴을 만졌다. 손은 호동이의 찹쌀떡같은 볼을 통과해 반대편으로 나왔다.


" 만질수는 없나보네... "


신수인은 자신의 손을 미련이 남은듯 바라봤다. 강림은 동이를 바닥에 내려놓고는 찌뿌둥한듯 어깨를 풀었다.


" 나는 이만 돌아가지. 피곤하기도하고. "

" 잠시.. 잠시만요! "


신수인은 강림을 불렀다. 강림은 당황한 표정으로 신수인을 내려다봤다. 신수인은 강림을 송아지같은 눈으로 올려다보며 말했다. 신수인의 두 눈에 달빛이 비쳤다. 마치 강림이 처음 신수인에게 마음을 느꼈을때 처럼.


" 저희.. 어디서 만난적 있었나요...? "


강림은 신수인을 내려다보며 대답대신 미소를 짓고는 검은연기가 되어 내게로 들어왔다.


" 하...씨.. 할수록 적응안되네.. "

" 혹시 방금 그 사람이 네가 말했던 강림이야? "

" 엉?..어엉... "

" 그랬구나.. 어쩐지 낯익은 느낌이 들어. 어디서 봤을까? "


신수인이 아련하게 말했다.


" 누님? "


목소리가 들리는쪽을 보니 동이가 울망이며 신수인을 바라보고 있었다. 눈가와 콧잔등이 새빨갰다.


" 누님 이제 제가 보이는거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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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축경 24.08.19 23 1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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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닭곰탕과 악귀 +1 24.08.16 29 2 21쪽
2 공짜밥은 없다 24.08.14 33 2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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