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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jl2536
작품등록일 :
2024.08.13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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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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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1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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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2등의 우울(3)

DUMMY

어느 덧 해가 지고 저녁이 됐는데도 학교의 불은 꺼지지 않았다.

원래라면 아이들이 모두 나가고 불이 꺼져야 정상인데 지금은 몇 개의 교실에 불이 켜져 있었다.

알고 보니, 야간 자율 학습하는 날로 학원을 다니는 애들 빼고는 야자를 신청해 하는 학생들과 이를 감독하는 선생님과 수위 빼고는 아무도 없었다.


야자 시간은 10시까지라 교실에 남아있는 학생들은 각자 오늘 수업에 배운 것들을 복습하거나 혹은 1~2년 뒤 보게 될 수능과 혹 스펙 쌓기에 필요한 것들까지 공부하고 있어 연필 및 샤프 긁적이는 소리 빼고는 조용한 편이었다.


야자하는 애들 중에 하람도 끼여 있었는데, 학원을 다녀 야자가 면제됨에도 불구하고 일부러 신청해 같이 공부를 하고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집중이 되지 않았다.


‘조용해서 집중하기 좋은데···저것만 없다면.’


집중을 못하는 이유는 바로 반의 일인자이자 전교 1등인 민지혜도 야자를 신청했는지 애들과 함께 묵묵히 공부를 하고 있자 그 모습에 왠지 모를 열불이 올라왔지만 조용한 이 시간을 망치고 싶지 않아 참았다.


그러다 잠시 후, 짧지만 유일하게 쉴 수 있는 휴식 시간이 되자 공부를 하고 있던 아이들도 굳은 몸을 풀며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하~졸려.”


“조금만 참아. 앞으로 1시간만 참으면 되니까.”


“다른 학교는 야자 같은 거 안 하는데···유독 우리 학교만 그러냐?”


다른 학교들처럼 6~7교시까지만 하고 끝나지만 8교시부터는 야자에 들어가기 때문에 들어가기 전 석식을 먹고 시작해 바로 야자로 들어갔다.


가끔 쉬는 시간도 있어 잠깐이나마 몸을 풀거나 잠이 올까봐 교실에 나와 잠깐 바람을 쐬러 나가는 애들도 더러 있었다.


“하아···”


교실 밖에 나온 하람은 잠시 숨을 고르며 쉬고 있었다.


언제 열었는지 모를 복도의 한 창문을 열며 정신이 번쩍 들 정도로 차갑고도 시원한 밤공기를

마시고 쐬며 피로를 달래고 있었다.


‘기분 좋다···공부하고 난 뒤에 밤공기를 정말 시원하다니까.’


학교와 학원 뿐만 아니라 집에서도 가끔 밤늦게 공부를 할 때가 많았다.

시험 기간 중에도 했었지만 시험 기간이 아니더라도 늘 해 왔기에 간혹 몸이 찌뿌둥하거나 집

중이 잘 되지 않아 자신의 방 창문을 살짝 열어 밤공기의 바람을 쐬곤 해 기분이 좋았다.


“하람아.”


이때, 어디선가 자신을 부르는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오자 고개를 돌려 보니, 언제 교실 밖으

로 나온 건지 자신이 혐오하고 싫어하는 라이벌 지혜가 이쪽을 향해 오자 그녀를 본 하람은

놀랐지만 별 내색을 하지 않은 채 반갑게 맞이했다.


“지, 지혜구나. 너 교실 밖에 왜 나와 있어?”


“응. 교실 안에 있는 게 좀 갑갑해서 말야. 너도 나와 있는 줄 몰랐어.”


“아, 뭐···”


“헌데 뭐하고 있는 거야? 창문 열어놓으면 선생님한테 혼나.”


“아~그냥 바람 쐬고 싶어서 열어 놓은 것 뿐이야. 곧 닫을 테니까 걱정 마.”


그저 바람 쐬고 싶어서 열어놓은 것 뿐이라며 열어둔 창문을 닫았다.


“그렇구나. 하긴 바람 쐬는 것도 나쁘지 않지.”


“······”


“근데 너랑 얘기해 보는 거 처음이네.”


“뭐?”


“우리 학교 입학하고 처음으로 반 선정이 되었을 때 그때 널 봤거든.”


지혜의 말에 의하면 몇 달 전 중학교를 졸업하고 막 고등학교에 입학해 새 반으로 선정돼 들어왔을 때 긴장되고 불안했다고 한다.


중학교 시절의 친구들은 흩어져 다른 학교로 갔고, 자신만 이 학교에 들어와 처음 겪게 될 고교 생활에 불안을 느끼고 있었지만 유독 그렇지 않은 아이가 눈에 들어왔다고 한다.


바로 맞은편에 홀로 묵묵히 공부를 하고 있는 하람을 본 것이었다.


다른 애들은 서로 인사를 나누며 친분을 쌓아가고 있었지만 유독 하람만은 예외라 다른 애들이랑 얘기를 하기는커녕 공부에만 빠져 있자 그 모습에 의아해했다고 하지만 한편으로는 자신과 비슷한 성향의 아이라는 걸 직감으로 느낄 수 있었다.


“첨 봤을 때 딴 애들은 서로 친해지려고 얘기도 나누고 그러는데, 너만은 입학 나서도 공부하고 있어서 놀랐어.”


“뭐~애들이랑 친해지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그래도 좋은 대학, 좋은 회사에 들어가려면 지금 공부하고 스펙 쌓는 게 더 좋을 것 같아서 하는 것 뿐이야. 그리고 어차피 1년 지나면 또 반이 바뀌질 모르는데 애들이랑 친해질 시간이 있겠어?”


1년이 지나면 학년도 반이 바뀌기 나름이라 애들과 친분을 쌓는 것보다 좋은 스펙을 쌓기 위해 공부를 하는 게 좋다고 하자 그 말에 지혜는 이해를 하는 듯 했지만 표정이 묘했다.


“···그래. 좋은 스펙 쌓으려면 공부 밖에 답이 없지.”


“······”


“그런데 말야, 공부도 중요하지만 애들이랑 친해지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 애들도 나랑 친하고 말야.”


공부도 좋지만 애들이랑 어울려 친해지는 것도 좋다고 하자 하람은 문득 1등 한 지혜를 둘러싸고 부러워하며 칭찬을 아끼지 않은 반 애들이 떠올랐다.


‘웃기네. 애들이 너랑 친하게 지내는 이유가 네가 나보다 공부 잘하고 1등이라서 그런 거지.’


2등인 자신에게 한 번도 다가온 적이 없고 친해지려고 하는 애들이 없는 반면 지혜만은 달라 하람은 공부보다 친구들이랑 친하게 지내고 싶어 하는 그녀의 말이 우습기 짝이 없었다.


“그러고 보니 좀 있으면 기말고사지? 기말고사 시험 잘 준비하고 있어?”


“응? 아, 뭐···”


“그래. 나도 준비하고 있긴 하지만 아직 시험 날짜도 멀었고 하니 쉬엄쉬엄하는게···어머!?”


“왜 그래?”


말을 하려다 갑자기 지혜가 놀란 듯한 표정을 짓자 그 표정에 하람은 왜 그러냐고 했다.


“너···코에 피가···!?”


“피?”


코에서 피가 난다는 말에 설마하는 생각에 살짝 코 쪽에 갖다대어 확인해 보니 정말로 피가 묻어있었다.


“너 괜찮아? 선생님을 불러올까? 아니면···”


코에서 흘러나오는 코피를 보며 놀라 당황해하자 하람 역시 마찬가지로 얼른 몸을 돌려 후다닥 가 버리자 가 버린 모습을 보며 지혜는 멍하니 바라보았다.


“제길! 이게 뭐야? 왜 갑자기 코피가···?”


화장실로 와 얼른 코피를 닦았고, 공부를 너무 열심히 해서 몸이 피곤해 나온 것이었지만 하람은 코피보다는 그 모습을 지혜에게 보인 게 너무 창피하고 수치스러웠다.


‘하필 그 년에게 이런 추태를 보이다니···으~정말 싫어!’


아무리 노력해도 1등의 자리를 손쉽게 가진 지혜가 코피를 흘리며 추태를 부린 자신을 얼마나 비웃을지 떠오르며 그녀를 향한 질투와 열등감이 커져 갔다.


“안녕, 잘 가.”


“조심히 가.”


어느 덧 10시가 되어 야자가 끝나자 끝남과 동시에 학교에 있던 아이들이 제각각 집으로 돌아갔는데, 10시 넘은 시간이라 그런지 밤길은 너무 위험해 연락 받은 부모들이 차를 타고 데리러 오거나 근처에 버스 정류장이 있어 버스를 타고 집으로 가는 애들도 있었다.


“하아···”


데리러 올 부모님도 없이 홀로 집으로 향하는 하람은 한숨을 쉬고 있었다.


자신이 코피를 흘린 일에 대해 회상하고 있었는데 그 회상 중에 코피를 흘린 걸 보고 놀란 지혜가 떠올랐다.


‘하필 꼴 보기 싫은 애한테 내 한심한 모습을 보이다니···’


누구한테도 맞아본 적도 없고, 몸이 피곤해도 한 번도 코피를 흘린 적이 없었다. 더군다나 남 앞에 터진 적이 없었는데 보인 상대가 그녀였다는 게 문제였다.


‘그 년 한심하게 코피 흘리는 내 모습보고 비웃었겠지?


코피를 흘리며 당황한 자신을 보고 비웃을 그녀를 떠올리며 창피함은 몰론 모욕과 치욕이 들어 더더욱 지혜를 용서할 수 없었다.


‘두고 봐. 기말고사에 반드시 1등을 차지해서 납작하게 눌러주겠어!’


며칠 뒤에 치르게 될 기말고사에 반드시 그녀를 꺾겠다며 다짐하며 하람은 이번에야말로 그녀를 꺾을 수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다짐과는 무색하게 예기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으으···”


무슨 일인지 침대에 누워 있었는데 그 곁에 어머니가 있었다.


“어머~이를 어째? 열이 높네.”


“열이 높다니···얼마나?”


어머니는 열을 재는 체온계를 재며 살피고 있자 하람은 몇 도냐고 물었다.


“놀라지 마렴. 너 무려 39도 정도 올랐어.”


“사, 39도!?”


체온계로 열을 재우며 무려 39도 정도 된다고 하자 그 말에 하람은 화들짝 놀랐다.


“39도라니?! 엄마, 농담하는 거지? 그거 고장 난 거 아냐?”


“얘는, 산 지 얼마 안 됐는데 뭐가 고장이야?”


“말도 안돼! 나 지금 공부해야 한다고!”


“공부는 무슨. 너 지금 감기에 걸린 상태인데 어떻게 공부하니?”


하람은 현재 감기에 걸려 있었는데, 걸린 상태에 공부를 하는 건 무리였다.


“안돼. 나 기말 시험도 얼마 안 남았단 말야. 얼른 공부해서···”


“아니, 그 몸으로 어떻게 하려고 해? 어차피 다다음에 친다며? 그러면 아직 시간이 있고 괜찮잖아.”


“괜찮긴 뭐가 괜찮아! 엄만 아무것도 모르면서···쿨록, 쿨록!”


감기에 걸려 시험 공부는 무리라고 말하는 엄마를 보며 버럭 화를 내며 한 소리 하려다 기침을 하자 그걸 본 엄마가 혀를 찼다.


“쯧쯧. 그것 봐라. 그 상태로 어떻게 하겠다고···일단 약 먹고 푹 자. 나중에 엄마가 죽 만들어서 갖다 줄게.”


언제 사 왔는지 모를 감기약을 주며 먹으라고 하자 하람은 말 없이 약을 먹고 바로 자자 잔 걸 확인한 엄마는 조용히 방에 나갔다.


엄마가 방에 나가자 침대에 눕게 된 하람은 기가 찼다.


‘이게 뭐야? 이 중요한 시간에 감기에 걸리다니 최악이다.’


원래는 몸이 튼튼하고 건강한 편이었는데, 요즘 공부 때문에 몸 관리를 못해서인지 어이없게도 감기에 걸려 이렇게 된 것이었다.


‘저번에 코피더니 이번에 감기라니···안 되겠어. 약도 먹었으니 공부를 해도 괜찮겠지?’


편히 쉬라는 엄마의 말을 무시하고 다시 공부를 하려고 하는지 힘겹게 일어나 겨우 책상에 다가가 의자에 앉은 하람은 책을 폈다.


“좋았어. 엄마도 참. 편히 쉬긴 뭘 쉬워? 쉬더라도 공부를 더 하고 쉬어야지.”


공부를 하려던 이때, 갑자기 눈꺼풀이 무거워지기 시작하더니 졸음이 밀려왔다.


“뭐야? 갑자기 졸음이···안 되는데···얼른 공부해야···”


갑자기 밀려온 졸음에 어떻게든 참으려고 했지만 버티지 못하고 그만 쓰러지고 말았다.


쓰러진 지 얼마나 지났을까? 잠시 후, 정신이 들었는지 번쩍 눈을 떴다.


“헉! 어떻게 된 거지?”


눈을 떠 보니 자신의 방이 아닌 새하얀 안개가 가득한 이상한 공간에 와 있었는데 난생 처음 보는 곳에 온 하람은 어리둥절했다.


“여긴 어디야? 난 분명 내 방에 있었는데···?”


여기가 어딘지 몰라 당황하며 어쩔 줄 몰라 할 때, 안개 너머에 희미한 불빛이 하나 들어왔다.


“불빛?”


불빛을 본 하람은 저 너머에 뭔가라도 있나 싶어 거기를 향해 가 보았다.


“하아···하아···뭐야?”


불빛을 따라가 보니 거기에 웬 커다란 대문 하나가 나왔는데, 그 대문에 걸린 두 개의 등이 달려 있었다. 아무래도 그 불빛은 대문에 걸린 등불인 모양이었다.


“이 문은 뭐야? 누가 사는 집인가 본데?”


큰 대문이 있는 걸 보니 분명 누군가가 사는 집인 것 같아 이 집 사람에게 도움이라도 청해 볼까 생각을 하던 이때 그 문이 열리면서 누군가가 나오자 나온 사람은 본 하람은 흠칫 놀랐다.


“꺅!”


대문이 열리면서 나온 사람은 검은 양복을 입은 낯선 남자로, 그를 본 하람은 놀란 가슴을 진정시켰다.


“누구···?”


“아, 저 그게···안녕하세요? 저 실은 길을 잃어서요. 죄송하지만 도움을 받을 수 없을까요?”


문을 연 남자는 이 집에 사는 사람인 것 같아 도움을 받고 싶다고 청하자 남자는 하람을 힐끗 보더니 물었다.


“도움이라···어떤 도움을 원하시나요?”


“네? 아, 저 그러니까···”


“도움을 원하신다면 제 주인님께서 도움을 주실 겁니다.”


“주인님이요? 여기 집주인 아니세요?”


“아닙니다. 전 그저 주인님의 명으로 손님을 맞이하는 문지기일 뿐입니다.”


“문지기요?”


남자는 놀랍게도 이 곳 주인이 아닌 단순한 손님맞이 문지기였다.


“암튼 들어오십시오.”


“아, 네···”


들어오라는 말에 하람은 약간 망설였지만 그래도 이 집 주인이 도움을 줄 거라는 말에 믿어 의심치 않고 안으로 들어갔다.


이때, 도움을 받으려고 들어간 집이 사실 교실에서 애들이 말했던 그 소문의 소원을 이루어 주는 곳이라는 걸 알기 전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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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제3화 묘성아(猫聲兒)(3) NEW 11시간 전 0 0 7쪽
19 제3화 묘성아(猫聲兒)(2) 24.09.13 2 0 12쪽
18 제3화 묘성아(猫聲兒)(1) 24.09.11 3 0 9쪽
17 제2화 2등의 우울(10) 完 24.09.09 4 0 17쪽
16 제2화 2등의 우울(9) 24.09.06 7 0 11쪽
15 제2화 2등의 우울(8) 24.09.04 7 0 9쪽
14 제2화 2등의 우울(7) 24.09.02 7 0 12쪽
13 제2화 2등의 우울(6) 24.08.30 7 0 10쪽
12 제2화 2등의 우울(5) 24.08.28 8 0 13쪽
11 제2화 2등의 우울(4) 24.08.26 8 0 11쪽
» 제2화 2등의 우울(3) 24.08.21 10 0 13쪽
9 제2화 2등의 우울(2) 24.08.19 9 0 8쪽
8 제2화 2등의 우울(1) 24.08.16 9 0 10쪽
7 제1화 소원을 이루어 주는 집(7) 完 24.08.14 10 0 9쪽
6 제1화 소원을 이루어 주는 집(6) 24.08.14 7 0 14쪽
5 제1화 소원을 이루어 주는 집(5) 24.08.14 9 0 13쪽
4 제1화 소원을 이루어 주는 집(4) 24.08.14 8 0 14쪽
3 제1화 소원을 이루어 주는 집(3) 24.08.13 8 0 13쪽
2 제1화 소원을 이루어 주는 집(2) 24.08.13 8 0 15쪽
1 제1화 소원을 이루어 주는 집(1) 24.08.13 16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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