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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jl2536
작품등록일 :
2024.08.13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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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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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4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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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2등의 우울(8)

DUMMY

“들었어. 2학년 OO반의 민지혜라는 애 말야.”


“어제 야자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에 사고가 났다는데···”


“세상에, 어떡해.”


다음 날, 2학년 교실 전체에 민지혜가 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이 퍼졌는데 다들 하나 같이 야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다 죽었다며 수곤거리고 있었다.


“하람아, 너 들었어? 그 애 죽었대.”


“······”


“하필 사고 난 데가 우리가 항상 등굣길에 자주 다니던 곳이었다는데···거긴 꽤 미끄러워서 자칫 하면 사고 나기 십상인데···”


민지혜가 죽었다는 소식에 경아가 그 소식을 전해 주었지만 하람은 듣는 척 마는 척이었다.


“그, 그래서?”


“그래서는 뭐가 그래서야? 이미 발견했을 땐 걔 이미 숨이 끊어진 상태였대. 하필 10시도 넘은 시간이라 아무도 없었을 텐데···어라? 그러고 보니 하람이 너 그때, 학교에 남아있지 않았어? 그때쯤이면 지혜도···”


지혜의 죽음을 말하려다 문득 하람도 학교에 남아있었던 때를 떠올리며 묻자 그 물음에 하람은 흠칫 거리며 아니라고 했다.


“무, 무슨 소리야? 난 학교에 남아있지 않았어! 딴 애들처럼 바로 갔다고.”


“어? 하지만···”


“먼저 가서 걔가 어떻게 됐는지 알게 뭐야? 걔가 늦게까지 하다가 그렇게 된 거겠지!”


“야, 걔 전에 너랑 같은 반이었잖아. 한때 친구였던 애한테···”


“친구! 친구는 누가 친구야?! 너도 알잖아, 걔랑 나는 서로 1~2위를 다투던 사이였다는 걸. 자기 앞가림도 못하고 그렇게 된 건데! 기분 나빠서 정말!”


하람은 기분 나쁘다며 자신의 반으로 돌아가자 돌아가는 하람의 모습을 보며 경아는 어이가 없었다.


“허? 뭐야? 왜 저래?”


자신의 반으로 돌아왔어도 겉으론 친구에게 그렇게 말했지만 속은 너무 충격 받고도 심란했다.


‘지혜가 죽었다고? 어쩐지 밑에 떨어져도 미동도 없다더니, 설마 죽을 줄은···’


홧김에 화가 나 미친 것 뿐인데 하필 비가 와 미끄러운 탓에 바로 밑으로 떨어져 그렇게 될 줄은 몰랐다. 아니, 첨부터 알고 있었음에도 119에 신고도 하지 않고 그대로 가 버렸으니 하람은 믿겨지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지일우 선배는 안 보이던데?’


유독 지일우 선배가 보이지 않았다. 가끔 그를 보러 3학년 교실 근처를 맴돌며 찾아봤지만 오늘 안 온 건지 보이지 않아 3학년 선배들 중 한 명에게 물어 그가 왜 오늘 학교에 안 온 건지 알 수 있었다.


“지일우? 걔 오늘 조퇴했어.”


“조퇴요?”


“응. 자기 사촌 동생이 사고를 당해서 죽었다나봐. 그래서 가족들이랑 거기 장례식에 갔다던데.”


“근데 수험생인데 장례식에 가도 괜찮나요?”


“선생님께 말해서 허락 받았거든. 뭐~내일 오지 않을까?”


알고 보니, 사촌 동생이 죽어 선생님께 양해를 구해 장례식에 가 있다고 하자 하람은 나중에 학교를 마치고 거기에 가 보기로 했다.


“으흐흐흑.”


“아이고~아이고!”


장례식장은 온통 눈물바다와 간절하고 애절한 곡소리가 울러 퍼지고 있었다.

낮에는 조문하러 온 사람들이 별로 없다가 저녁 쯤 되어야 조문 온 이들이 즐비했다.


“얘기 들었습니다. 얼마나 심란하시겠습니까?”


“좋은 곳에 잘 가셨을 겁니다.”


“흑흑. 감사합니다.”


조문객들은 유족들을 위로하며 명복을 빌어주자 그들의 위로에 눈물을 훔쳤다.

그리고 문상을 마친 조문객들은 옆에 마련된 좌석에 앉아 육개장 등을 먹으며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게 무슨 일이야, 글쎄?”


“한창 공부할 시기에 사고를 당하다니···그 애도 참 안됐어.”


“그러게 말야. 야자하고 돌아오다 그렇게 될 줄은. 쯧쯧.”


조문객들은 혀를 차며 이야기하고 있을 때, 그들 사이에 끼여 장례식장에 온 하람은 뻘줌거리며 쉽사리 들어가지 못했다.


‘뭐야? 지일우 선배 사촌 장례식장에 왔는데···설마 민지혜 장례식이었어?’


일우 선배의 사촌 동생 장례식에 왔는데, 공교롭게도 죽은 지혜의 장례식장이자 하람은 자신이 잘못 온 게 아닐까 싶었다.


“괜히 왔네. 걔 조문할 필요 없으니 얼른 돌아가야···악!”


돌아가려던 찰나 누군가와 부딪치게 됐는데 부딪친 이는 바로 검은 상례복을 입은 지일우 선배였다.


“서, 선배님?”


“어? 너는···네가 여기 웬일이야?”


“아, 저 그게···제 아는 사람 조문하러 왔다고 그만···호호.”


“그래? 부모님이랑 같이 온 거야?”


“네? 아, 예. 선배님이야말로 여기서 뭐하세요?”


“나? 난 내 사촌 동생 명복 빌러 왔지.”


“사촌 동생이요?”


“응. 1살 아래 동생인데, 우리 서로 외동이라 사이가 꽤 좋았거든. 몰론 공부도 가르쳐주고 그랬는데.”


“······”


“그런데 걔가 그렇게 갈 줄은 몰랐어. 늘 야자하고 바로 집으로 돌아갔는데···이렇게 갈 줄은.”


1살 아래 사촌 동생이 사고를 당해 죽을 줄 몰랐다며 한탄해 하자 하람은 그를 안쓰럽게 여겨 위로하였다.


“선배, 진정하세요. 사촌 동생이 그렇게 된 거 선배 탓이 아니잖아요.”


“···응, 고마워.”


“그런데, 일우 선배 사촌 동생 어떤 애에요? 설마 같은 학교에 다녔어요?”


“응. 나도 걔가 울 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 몰랐거든. 몰론 사촌끼리 같은 학교에 다닌다는 게 조금 창피하기도 했고 아무한테도 말 안 했거든.”


“그래요?”


“그리고 걔 네 얘기도 많이 했거든.”


“제 얘기를요?”


“응. 너도 알 텐데? 1년 전까지만 해도 걔랑 같은 반이었잖아.”


“같은 반···?”


“이름은 민지혜라고. 사실 내 사촌 동생이거든. 특히 작은 아버지 딸이지만.”


“?!”


이게 무슨 소린가? 민지혜가 일우 선배의 사촌 동생이라니? 믿기지 않은 말에 하람은 화들짝 놀랐다.


“네? 사촌 동생이···민··민지혜라고요?”


“응. 몰랐어? 하기야 나도 그렇고, 걔도 이 학교에 사촌 오빠인 나에 대해서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았을 테니 몰랐을 테지만.”


“그, 그럼 학생회장직을 추천 하신 건···”


“학생회장 일을 잘할 것 같아서 추천했는데 그런 자리에 관심이 없다고 해서 거절했어.”


“··!”


그제야 내리막길에 떨어져 죽기 전 지혜의 말이 비스듬이 떠올라 얼굴이 새파래졌다.


“항상 2등만 하던 애가 갑자기 1등이 돼서 놀랍긴 했지만 그래도 대단하며 칭찬한 거 있지? 아무리 선의의 경쟁으로 얼룩진 세상이라지만 자기보다 뛰어난 사람을 질투하기는커녕 오히려 응원하는 쪽이라니···내 사촌이지만 너무···어?”


일우의 말이 끝나기도 않았는데 어찌된 일인지 하람이 없자 뒤늦게 없어진 걸 안 일우는 고개를 꺄웃거렸다.


한편, 장례식장에 나온 하람은 헉헉 거리며 뛰고 있었다.

설마 일우 선배와 지혜의 관계가 단순한 교제 관계가 아닌 피로 이어진 가족이자 사촌 관계라는 걸.


“말도 안돼···말도 안돼···!!”


한참을 뛰다가 그만 돌부림에 걸려 넘어졌고, 넘어진 하람은 아파했다.


“윽···아파···”


넘어지면서 생채기가 생겼는데, 그걸 본 하람은 약간 아팠지만 아픈 것보다 일우 선배의 하나 밖에 없는 사촌 동생 지혜를 그렇게 만든 게 자신이라는 게 더 아팠다.


‘걔가 일우 선배의 사촌이었다니···만약 내가 자기 사촌을 밀쳐 그렇게 만든 게 알게 된다면···!’


지혜를 죽게 만들고 나 몰라라 도망간 것에 알게 된다면 일우 선배는 몰론 사람들도 다 자신을 욕할지 몰라 두려웠다. 그렇게 되면 자신의 학업에 지장이 생길 테고 원하던 대학에 들어가지 못하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하람은 벌벌 떨었다.


‘그래. 거긴 CCTV도 없고, 늦은 시간이라 목격자도 없잖아. 그래, 나만 입을 다물면 돼. 그러면 돼. 그리고···꼴 보기 싫은 걔가 사라졌는데 오히려 좋아해야 하는 거 아냐? 어차피 나머지 애들은 지혜보다 덜 떨어진 애들이니 전교 1등 자리는 내 차치야! 앞으로 내꺼라고. 하하하!’


아까 전까지 지혜에 대한 죄책감에 들다 어느새 그녀가 없어졌으니 이제 자신이 전교 1등이 되었다는 승취감에 창백했던 얼굴이 다시 생기가 돌아 벌벌 떨던 몸도 들썩거리며 웃기 시작했다.


한 순간에 아무렇지 않은 척 먼지를 털고 일어나 뚜벅 걸으며 나아갔다.

이 모습을 근처 나무 위에 올려다보고 있던 까마귀 한 마리가 이를 유심히 보다가 두 날개를 펄럭거리며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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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제3화 묘성아(猫聲兒)(3) NEW 11시간 전 0 0 7쪽
19 제3화 묘성아(猫聲兒)(2) 24.09.13 1 0 12쪽
18 제3화 묘성아(猫聲兒)(1) 24.09.11 2 0 9쪽
17 제2화 2등의 우울(10) 完 24.09.09 4 0 17쪽
16 제2화 2등의 우울(9) 24.09.06 6 0 11쪽
» 제2화 2등의 우울(8) 24.09.04 7 0 9쪽
14 제2화 2등의 우울(7) 24.09.02 7 0 12쪽
13 제2화 2등의 우울(6) 24.08.30 6 0 10쪽
12 제2화 2등의 우울(5) 24.08.28 7 0 13쪽
11 제2화 2등의 우울(4) 24.08.26 8 0 11쪽
10 제2화 2등의 우울(3) 24.08.21 9 0 13쪽
9 제2화 2등의 우울(2) 24.08.19 9 0 8쪽
8 제2화 2등의 우울(1) 24.08.16 9 0 10쪽
7 제1화 소원을 이루어 주는 집(7) 完 24.08.14 10 0 9쪽
6 제1화 소원을 이루어 주는 집(6) 24.08.14 7 0 14쪽
5 제1화 소원을 이루어 주는 집(5) 24.08.14 8 0 13쪽
4 제1화 소원을 이루어 주는 집(4) 24.08.14 7 0 14쪽
3 제1화 소원을 이루어 주는 집(3) 24.08.13 8 0 13쪽
2 제1화 소원을 이루어 주는 집(2) 24.08.13 7 0 15쪽
1 제1화 소원을 이루어 주는 집(1) 24.08.13 16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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