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당에 어서 오세요.

무료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공포·미스테리

새글

mjl2536
작품등록일 :
2024.08.13 10:49
최근연재일 :
2024.09.19 00:37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137
추천수 :
0
글자수 :
104,347

작성
24.08.26 10:25
조회
7
추천
0
글자
11쪽

제2화 2등의 우울(4)

DUMMY

남자의 안내를 받으며 들어온 곳은 민속촌과 사극 드라마에서 보던 곳으로, 여러 개의 가옥과 드 넓은 정원, 한옥의 분위기를 잘 띠고 있어 뭔가 먼 옛날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 들었다.


“우와···집 좋네요. 엄청 부자이신가 봐요.”


“부자라···그냥 주인님의 취향이십니다. 시대의 흐름으로 사라져 가는 옛 것이 점차 사라져 가는 걸 안타까워하시며 이렇게 꾸미셨죠.”


“그, 그래요?”


딱 보니 정말 요즘 시대에 보기 힘든 교과서나 사극 드라마에서 보던 전통적인 것들이 즐비해 있어 한순간에 옛 시대로 거꾸로 올라온 듯 한 느낌을 받긴 했었다.


“저기, 뭐하나 물어봐도 되나요?”


“예. 말씀하십시오.”


“이 집 주인 분 뭐하는 사람이에요? 집이 이렇게 꾸민 걸 보면 부자인 건 알겠는데···”


“아닙니다, 주인님은 물질적인 것에 관심이 없으셔서요. 대신 사람들이 원하는 건 들어주는 일을 하십니다.”


“원하는 건 들어준다니? 혹시 자선가 그런 쪽 사람인가요?”


“뭐, 비슷하다고 볼 수 있죠. 손님이 이곳에 오신 것도 결코 우연은 아닐 겁니다.”


“네? 그게 무슨···”


여기에 온 게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말에 무슨 말이냐고 묻기도 전에 어느덧 어느 한 연못가에 다다랐는데, 투명하게 맑은 물과 아름다운 연꽃들이 즐비했고, 연꽃들 사이에 헤어지고 있는 크고 작은 물고기들이 보였다.


그리고 그 가운데에 건너갈 수 있는 여러 개의 다리와 건너는 다리 가운데 세워져 있는 작은 정자가 있었다.


그 정자에 누군가가 있는 지 연못에 있는 고기들에게 먹이를 주고 있자 남자는 힐끗 하람을 보며 말했다.


“잠시 여기서 기다려 주십시오.”


여기서 기다려 달라며 하람을 잠시 세워두며 정자와 이어진 다리를 건너 곧장 안으로 들어가 물고기들에게 먹이를 주고 있는 사람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주인님.”


“응? 무슨 일이냐?”


“길 잃은 분을 모셔왔습니다.”


“길 잃은 분?”


“예. 도움을 청하고자 찾아오셨는데, 주인님의 도움이 필요하다며 들여보냈습니다.”


“그래?”


정자의 주인은 저 멀리 멀찍이 서 있는 하람을 바라보더니 씩 웃으며 남자에게 말했다.


“이쪽으로 뫼시어라. 한번 얘기를 들어보자꾸나.”


주인의 승낙이 떨어지자 남자는 알았다며 다시 돌아와 기다려 서 있는 하람에게 다가와 말했다.


“주인님께서 뵙자고 하십니다. 이쪽으로 오시지요.”


“네? 아, 네···”


주인이 뵙자고 하자 마저 없이 정자 안에 들어가 남자가 말한 그 주인과 만나게 되었다.


만나게 된 주인은 요즘 잘 입지 않은 한복에 키도 꽤 작아 보이는 여자였는데, 햇빛도 거의 없는 곳인데도 불구하고 머리 위에 가리개 비슷해 보이는 걸 쓰고 있었다.

다만, 어두운 색이라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는데 이래선 얼굴이 못난 건지 예쁜 건지 알 수 없었다.


“어서 오십시오. 전 이 곳의 주인인 비령이라고 합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네, 네···아, 안녕하세요? 이···이 하람이라고 합니다.”


서로 자신의 이름을 밝히며 인사하자 그런 하람을 보며 비령은 긴장할 필요 없다며 말했다.


“어머, 긴장하실 필요 없습니다. 안 잡아먹으니까요.”


“네? 아, 네···”


“들었습니다. 도움을 받고 싶어서 찾아왔다고?”


“예. 맞아요.”


“듣자 하니 길을 잃으셨다고요?”


“네. 사실은···”


하람은 어쩌다 이곳에 오게 됐는지 설명을 하자 그 설명을 들은 주인은 흠흠 거렸다.


“과연···감기 걸린 몸으로 공부를 하다 갑자기 정신을 잃고 쓰러지다가 눈을 떠 보니 이곳이었다 이 말이죠?”


“마··맞아요.”


“너무 걱정 마세요. 손님은 길을 잃은 것도 악몽을 꾸는 것도 아니니까요.”


“네?”


“그리고 손님이 여기에 온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고요.”


“우연이 아니라고요?”


길을 잃은 것도 아니고, 악몽이 아니라는 알 수 없는 말에 비령이 뒤이어 말하며 물었다.


“여기가 어딘지 알고 계시는지요?”


“네? 여기 사시는 집 아니에요?”


“여기 사는 건 맞죠. 하지만 제가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지 모르시지요?”


“네···자선가 아니신가요?”


“후후, 자선가라···반은 맞고, 반은 틀렸습니다.”


“?”


“여긴 제 집이기도 전에 제 직장이기도 하거든요.”


“직장? 무슨 일을 하시는데요?”


“별 거 아닙니다. 사람이 원하는 걸 들어주는 일을 하거든요.”


“들어준다?”


“네. 소문으로 들어보셨을 텐데요? 사람들의 소원을 이루어 주는 곳이 있다는 소문을.”


“소원?”


문득 교실에서 간혹 들었던 이야기가 떠오르자 하람의 반응에 비령은 씩 웃었다.


“역시 들어보셨군요.”


“서, 설마 여기가···?!”


“맞습니다. 소원을 이루어 주는 곳, 영원당이라고 합니다.”


“···!”


“약간 긴 얘기가 될 것 같으니 제 방에서 얘기를 나누는 게 어떻습니까?”


“예?”


얘기를 나누기 위해 장소를 옮기자는 말에 하람은 의아해했지만 좋다며 했고, 그렇게 자세하게 얘기를 나누기 위해 비령의 거처로 옮겼다.


거처로 옮겨 서로 한 방에 마주앉게 되었는데 언제 준비했는지 모를 간소하지만 소박한 두 개의 다과상이 차려지게 되었는데, 준비한 상엔 따뜻한 차와 달콤해 보이는 과자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드시지요. 얘기는 나누면서 먹고 마시고 즐길 요깃거리라도 준비했습니다.”


“아···감사합니다. 하지만 저는 달달한 건 안 좋아해서···”


“그런가요? 그래도 차는 좋아하시죠?”


“네. 뭐···”


“그럼 다행이군요. 아까도 말했지만 여긴 정말 사람들의 원하는 건 들어주는 곳입니다. 믿지 못하시겠죠?”


“그, 그야···”


“첨에 이곳에 찾아온 사람들도 하람 양 못지 않았습니다. 허나 나중에 그들도 믿게 되었죠. 당신도 그렇게 될 거고요.”


비령은 소원을 빈 사람들도 첨에 못 믿어 했지만 나중에 가 진짜로 이루어지는 걸 보며 믿게 되었다고 하자 하람은 그 말을 믿기가 애매했다.


“정말 원하는 건 다 들어준다고요?”


“그럼요. 몰론 들어주는 대신 대가가 따르긴 하지만.”


“대가···”


“그래도 걱정 마세요. 소원을 이루어 주는 대신 내놓은 대가는 무섭지 않으니까요.”


“······”


“그래서, 하람 양은 어떤 소원을 빌고 싶으신가요?”


“네? 저, 저요?”


“예. 딱 보니 원하는 것이 있으신 것 같은데···”


“아, 아니에요. 딱히 원하는 건···”


“있으실 텐데요? 예를 들어 공부를 열심히 하고 노력을 했는데도 1등이 되지 못했다거나.”

“!!”


비령의 충격적인 말에 하람은 화들짝 놀라 당황해하였다.


“무슨 소릴 하시는 거에요? 아, 아니거든요!”


“어머~너무 당황하실 필요 없습니다. 여기서는 솔직히 말해도 괜찮으니.”


“솔직히라뇨? 저 이루고 싶은 거 없거든요. 어차피 열심히 공부해서 1등하면 되거든요. 잘 알지도 못하면서···”


“그래요? 근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 한 번도 1등이 된 적이 없지 않습니까?”


“!”


“아무리 똑똑하고 공부를 많이 했더라도 자신보다 더 뛰어난 사람이 나타나면 도태되기 심상이죠. 하람 양한테도 더 공부 잘 하는 애 한 명 있지 않나요?”


그 말에 문득 같은 반 친구이자 항상 1등을 놓치지 않은 민지혜가 떠올랐고, 그녀를 떠올린 하람은 부들 떨었다.


“뭐, 옛날이나 지금이나 서로 경쟁하며 이기는 건 다르지 않지만···정말 이루고 싶은 게 없으신 걸 같으니 이만···”


“···정말 원하는 건 이루어준다고?”


비령의 말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아무 말 없던 하람이 입이 열며 정말 이루어 주냐고 물어왔다.


“대가든 뭐든 주면 원하는 거 이루어준다고 했죠?”


“그렇습니다. 설마 이루고 싶은 게 생각나셨나 보군요.”


“예. 제 소원은···한 번이라도 좋으니 1등이 되고 싶어요."


하람은 비령에게 1등이 되고 싶다며 말하자 그 말에 비령은 호오 거렸다.


“1등이라···보아하니 한 번도 된 적이 없으신 모양이네요?”


“맞아요. 어렸을 땐 항상 1등을 놓친 적이 없었어요. 그런데, 고등학교에 들어가고 나서는···”


“······”


“같은 반에 민지혜라는 애가 있는데, 걘 시험을 볼 때마다 항상 그래서···”


“그래서 그 분을 이기려고 코피를 흘리면서 까지 열심히 했는데도 결코 이길 수 없었다? 이 말씀이군요.”


“예···한 번이라도 좋으니 1등도 되어 보고, 그리고···그 애도 이겨보고 싶어요.”


한 번 좋으니 1등도 되고, 꼴 보기 싫은 민지혜를 이겨보고 싶었다.


“1등이 되고 싶은 소원···안 되겠죠?”


“예. 됩니다.”


“!”


“사람은 누구나 최고가 되길 원하죠. 1등이라는 지위도 최고 싶다는 그 욕망 잘 알겠습니다.”


“그럼···”


“원래 원하는 걸 얻고자 하는 자들만 방문을 허락하는 곳. 하람 양이 이곳에 온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


“가끔 이런 황당한 소원도 접수하긴 하지만 안 들어주는 것보다 낫죠.”


이런 황당하고 허무맹랑한 소원도 들어준다고 하자 하람은 당황했지만 그저 1등이 되고 싶다는 자신의 소원을 들어준다니 믿을 수 없었다.


“정말로 들어주시는 건가요?”


“네. 단, 대가를 치룰 각오가 있다면요.”


“대··대가를 치룰 각오요?”


“그렇습니다. 똑똑한 분이라면 아시겠죠? 모든 일에는 대가가 따르는 법이라는 걸요.”


“!”


“그걸 받을 각오가 되어 있으십니까? 만약 없으시다면 이쯤에서 그만두는 편도 낫긴 하지만.”


소원을 이루어 주는 대신 대가가 따를 거라며 그것에 대한 각오가 필요하다고 하자 하람은 잠깐 망설였지만 그래도 최고가 되겠다는 그 소원은 포기할 수가 없었다.


“아뇨! 저 각오가 되어 있어요! 대가든 뭐든 다 바칠 테니까 들어주세요!”


뭐든 다 바칠 각오가 되어 있으니 들어 달라고 하자 비령은 기다렸다는 듯이 흔쾌히 허락했다.


“··알겠습니다. 손님의 그 각오, 잘 들었습니다. 허나 명심하십시오. 1등이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변인에 대한 배려와 참된 인격도 갖추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 점을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


“네? 아, 네··몰론이죠.”


“좋습니다. 그럼 손님의 그 소원 접수되었습니다.”


딱-


갑자기 바람이 불어와 정자 안을 가득 메우자 갑작스런 바람에 하람은 깜짝 놀랐다.


“뭐, 뭐야?!”


그 바람 속에 여러 개의 꽃잎과 나뭇잎들이 섞여 있었는데, 그 바람들은 하람의 주변을 감싸자 바람에 갇힌 하람은 놀라 소리쳤다.


“이, 이게 뭐야? 사, 살려줘요!”


“걱정 마십시오. 이것도 당신을 위한 과정 중 하나입니다.”


“뭐?”


“좋은 결과가 있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시게 될 테니.”


그리곤 하람을 덮치곤 사라져 버리자, 언제 그랬냐듯 주변이 고요해 지자 비령은 아무 일 없다는 듯 차를 마셨다.


“이런, 식어버렸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영원당에 어서 오세요.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공지- 24.09.13 1 0 -
20 제3화 묘성아(猫聲兒)(3) NEW 11시간 전 0 0 7쪽
19 제3화 묘성아(猫聲兒)(2) 24.09.13 1 0 12쪽
18 제3화 묘성아(猫聲兒)(1) 24.09.11 2 0 9쪽
17 제2화 2등의 우울(10) 完 24.09.09 4 0 17쪽
16 제2화 2등의 우울(9) 24.09.06 6 0 11쪽
15 제2화 2등의 우울(8) 24.09.04 6 0 9쪽
14 제2화 2등의 우울(7) 24.09.02 7 0 12쪽
13 제2화 2등의 우울(6) 24.08.30 6 0 10쪽
12 제2화 2등의 우울(5) 24.08.28 7 0 13쪽
» 제2화 2등의 우울(4) 24.08.26 8 0 11쪽
10 제2화 2등의 우울(3) 24.08.21 9 0 13쪽
9 제2화 2등의 우울(2) 24.08.19 9 0 8쪽
8 제2화 2등의 우울(1) 24.08.16 9 0 10쪽
7 제1화 소원을 이루어 주는 집(7) 完 24.08.14 10 0 9쪽
6 제1화 소원을 이루어 주는 집(6) 24.08.14 7 0 14쪽
5 제1화 소원을 이루어 주는 집(5) 24.08.14 8 0 13쪽
4 제1화 소원을 이루어 주는 집(4) 24.08.14 7 0 14쪽
3 제1화 소원을 이루어 주는 집(3) 24.08.13 8 0 13쪽
2 제1화 소원을 이루어 주는 집(2) 24.08.13 7 0 15쪽
1 제1화 소원을 이루어 주는 집(1) 24.08.13 16 0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