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당에 어서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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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jl2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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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3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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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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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9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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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2등의 우울(10) 完

DUMMY

“애가 왜 연락이 없지? 아직도 학교에 있나? 데리러 갈까?”


고대하던 수능이 끝났으니 이제 집에 돌아와도 상관없을 텐데 아직까지 돌아오지 않자 걱정이 되었다.


“전화 좀 해 봐야 하나? 응?”


전화라도 해야 겠다 생각하며 걸려는 찰나 때마침 현관문이 열리면서 누군가가 들어오자 들어온 사람을 본 엄마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하람아!!”


들어온 사람은 바로 하람으로, 들어온 딸을 보며 엄마는 반겨주었다.


“우리 딸~수고했어. 고생 많았지?”


“······”


“안 그래도 아빠한테 전화 왔는데 수능 친 거 고생했다며 같이 외식을 하자고 하더구나. 곧 있음 아빠가 오실 테니까 얼른 옷 갈아입어.”


“······”


“하람아?”


“···엄마, 미안한데 나 좀 쉬고 싶어.”


“뭐? 무슨 소리야? 좀 있음 아빠가 오실 텐데···”


“밥 따윈 먹을 생각 없다고!! 정 먹고 싶으면 엄마, 아빠나 실컷 먹고 와!!”


두 분이서 먹고 오라며 소리치고는 방에 들어가 쾅 문을 닫자 갑작스런 하람의 행동에 엄마는 당황하였다.


“아니, 얘가 왜 이래? 하람아, 문 좀 열어 봐, 이하람!”


엄마는 제발 문 좀 열라고 했지만 그 말이 들리지 않은 건지 열지 않고 그대로 닫힌 문에 기대어 멍하니 중얼거렸다.


“이럴 순 없어···이럴 순 없어···어떻게···”


수능날이 오기 전까지만 해도 답들이 줄줄이 나와 편했는데 어찌된 일인지 답이 나오지 않아 결국 끝날 때까지 아무것도 하지 못했고, 결국 그토록 준비했던 것들이 물거품이 되어 버렸다.


“···왜 어째서 나타나지 않았던 거야! 왜!”


바로 나왔더라면 수능을 멋지게 잘 치렸을 텐데, 좋은 대학에 들어가기는커녕 경아처럼 재수를 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하람은 온 몸이 떨렸다.


“···그래. 영원당···영원당에 가야 돼! 가서···!”


문득 영원당이 떠올라 다시 그곳에 가는 게 낫다고 생각해 문을 벌컥 열고 나오자 나오는 걸 본 엄마가 놀라 소리쳤다.


“하람아? 너 어딜 가는 거야? 하람아!”


엄마의 부름에도 불구하고 결국 밖으로 나온 하람은 무작정 달렸지만 생각해 보니 그때 이후로 영원당에 한번 찾아가 본 적이 없었다.


“헉···헉···제길! 어디에 있는 거야! 나와! 나오라고! 나오란 말야!!”


어디에 있는지 정확한 위치를 알 수 없어 무작정 달렸지만 달려도 나올 리가 없기에 하람은 조바심이 나 소리쳤다.


“헉···나오란 말야. 나는 이대로는···”


달리고 달리다 지쳐 쓰러지기 직전인 이때, 어디선가 새하얀 안개가 서서히 나타나더니 그 앞에 낯익은 건물이 코 앞에 나타났다.

그 건물은 바로 찾아다녔던 영원당으로, 영원당이 나타나자 하람은 화색이 돌았다.


“이제야 나타났구나!”


문 앞에 다가가 쾅쾅 두드리며 소리쳤다.


“문 열어요! 이 집 주인에게 할 말이 있어요! 문 열어!”


문 열라고 소리치자 잠시 후, 문이 열리면서 낯선 백발의 여성이 나타나자 그녀를 본 하람은 흠칫거렸다.


“어서 오십시오. 주인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뭐?”


마치 자신이 올 줄 알고 있었는지 백발 여성은 기다리고 있다고 하자 약간 어리둥절했지만 그 주인에게 따질 게 있어 순순히 뒤를 따라갔다.

따라간 곳은 역시 예전에 만났던 그곳으로, 기다리고 있었는지 안내를 받고 온 하람을 맞이하였다.


“어머~어서 오세요. 그동안 잘 지내셨죠?”


“······”


“듣자하니 오늘 수능을 보셨다면서요? 그 결과가 어쩐지 궁금해서요. 그래, 잘 보셨나요?”


“하···잘 봤냐고?”


수능을 잘 봤냐는 물음에 주먹을 꽉 쥐며 부들거리자 비령은 그런 하람의 반응을 보며 뭔가 알아챈 듯 했다.


“반응을 보아하니 그리 잘 못 치신 모양이군요. 뭐~이해합니다. 그래도 내년이 있지 않습니까? 다음에 잘 보시면 되죠.”


“내년은 개뿔!! 너 때문에 나 완전 망했다고!”


“네? 무슨 말씀이시죠?”


“몰라서 그래! 네 년의 소원 덕에 생긴 그거 말야!”


“아~그거요? 그게 왜요?”


“어떻게 된 거야?! 덕분에 답을 적지 못했다고!”


영원당의 소원 덕에 나오게 된 답이 나오지 않아 수능을 다 망쳤다며 소리 지르며 난리치자 비령은 아무 반응이 없었다.


“그동안 준비해 오던 것이 한순간에 재가 되어 버렸다고! 제길···어떻게 올라왔는데!”


“그래서요?”


“뭐?”


“수능을 망쳤으니 저더러 책임지라 이 말입니까?”


“맞아! 그렇게 됐으니까 책임을 지고 날 다시 1등으로 만들어줘. 시간을 되돌려도 좋으니까!”


“···글쎄요? 시간을 되돌린다 해도 당신이 1등이 될 수는 없을 텐데요?”


“뭐라고?”


“시험을 망치게 된 건 제가 아니라 당신인 것 같은데요?”


시험을 망친 게 자신이 아닌 하람이라고 하자 그 말에 기가 막혔다.


“뭔 소리야? 시험을 망친 게 나라니? 난 최선을 다했어!”


“최선을 다했다? 그렇게 중요한 수능이었으면 더 열심히 하셨어야지. 제대로 준비를 하기는커녕 오만함에 빠져 망친 거 아닙니까?”


“···!?”


“아까도 말했지만 전 그저 소원을 들어준 것 밖에 없습니다. 손님이 원하는 걸 들어드릴 뿐. 그 소원 덕에 원하던 걸 얻으셨으면서 왜 그러십니까?”


“원하는 거? 그래, 그 덕에 난 1등을 하였어! 계속 그렇게 될 줄 알았다고! 헌데 이건 아니잖아! 다 망했다고! 알아?”


“망하다뇨? 비록 결과는 그렇게 됐지만 내년에 잘 하면 되지 않습니까? 옛날 과거에 떨어진 사람들도 다시 재 도전해서 몇 번이나 과거를 잘 치뤘는데···”


“옛날이나 지금이나 같아? 난 재수할 생각도 없고 다른 사람이 좋은 대학에 들어가는 것도 못 봐! 그러니 수능 치르기 전의 시간대라도 좋아! 어차피 내 자리를 노리는 애는 없으니까 말야.”


“노린다라? 아···혹시 1년 전 밀어 뜨려 죽인 민지혜라는 분 말씀인가요?”


“···뭐?”


갑자기 1년 전 죽은 민지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하람은 화들짝 놀랐다.


“무, 무슨 소리야? 너 걔를 알아!?”


“아뇨. 모릅니다. 다만, 그 1등이라는 자리를 집착하게 만든 분이라는 걸 알죠. 뭐~사실 그깟 자리 하나 때문에 견제하고 조바심 나는 누구랑 달리 별로 미련이 없어 보이긴 하지만요.”


“뭐야?! 너 모르나 본데, 민지혜 걔 처음 봤을 때부터 재수 없는 애였어! 내가 더 똑똑하고 최고인데! 걘 아무렇지 않게 1등 자리를 차지한 애야!”


“호~그 분에 대한 열등감과 시기심 때문에 그렇게 만들었다 이 말씀인가요?”


“?!”


“참 어리석군요. 아무리 머리가 똑똑한들 거기에 상당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걸 모르십니까? 몰론 주위 사람들과 협력하고 도움을 받으며 스스로 깨우치며 그 해답을 찾아가죠.”


비령의 말에 문득 학교 선배이자 짝사랑했던 지일우 선배가 떠올렸다.

둘이 사촌지간이라 서로 같은 학교다 보니 공부하는 내용이 설사 달랐을지라도 같이 공부를 하며 도움을 받았을 것이다.


“헌데 당신은 그 잘난 머리만 믿고 3년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 덕에 수능도 잘 치르지 못하셨죠. 그래서 답이 나오지 않았던 겁니다.”


“!”


“심지어 질투심에 눈에 멀어 해서는 안 되는 짓까지 저지르고 마셨죠.”


“아, 아니야! 걔가 발을 헛디뎌서 그렇게 된 것 뿐이라고. 난 아무런 잘못 없어! 오히려 걔가 없어져서 속 시원하다고.”


“속 시원하다라···제가 보기에 오히려 그것 때문에 원하던 인생을 잘 살지 못하실 것 같은데?”


“어?”


“천재적인 두뇌와 개천에 난 용이라며 칭송받던 자라도 그 잘난 머리와 능력만 믿고 오만해지기 마련입니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파악하지 못하고 주위 사람들을 압박하며 자기 자신 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인간이 되죠. 그 덕에 자신의 천재성을 발휘하지 못해 어떤 곳도 가지 못하고 사람들에게 인정받지도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 혼자가 될 수 밖에 없죠.”


“그,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


“상관있죠. 그런 쪽에 속하시니까요.”


“···!”


“몰론 예외는 있는 법이죠. 머리가 좋아도 그 배려하는 마음과 올바른 인성이 갖춘 천재도 있기 마련이죠. 1년 전에 돌아가신 민지혜 양이 그랬지 않았습니까?”


“배려? 올바른 인성? 웃기지 마! 이 세상이 똑똑한 사람을 얼마나 받들어 모시는 지 알아? 사람들도 모두 부러워하고 칭송해! 잘 알지도 못하···


“이 하람씨.”


하람의 말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이름을 부르자 왠지 모르게 온 몸에 소름이 돋아 다시금 비령을 쳐다보았다.

쳐다보니 아까 전 분위기가 전혀 달랐는데 검은 면사포를 여전히 쓰고 있었는데 면사포 너머에 보이는 그 차가운 두 눈이 하람을 노려보듯이 보고 있자 그 눈빛을 보며 사시나무 떨 듯 몸이 떨었고 차마 쳐다볼 수도 없었다.


“확실히 하람 양이 똑똑하다는 건 인정합니다. 하지만 당신이 원한 건 딱 한번이라도 좋으니 1등이라는 자리를 갖는 게 소원 아니었습니까?”


“!”


“그 소원을 이루어졌어도 그것에 의지하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그걸 의지한 결과 수능을 잘 보지 못하신 거 아닙니까?”


“그, 그건···”


“오히려 편법을 써서 그 자리를 오른 거나 다름없지만요.”


“펴, 편법?!”


편법이라는 말에 마치 자신이 부정을 저지른 것과 같다는 말로 들리는 것 같았다.


“편법이라니! 컨닝 같은 것도 해 본 적도 없는데! 이게 다 네가 내 소원을 들어줘서 그런 거 아냐?!”


“그렇죠. 하지만 1등을 원했을 뿐, 수능을 잘 치게 해 달라는 소원이 아니지 않습니까?”


“···?!”


“그러니 당신이 원하던 답이 나오지 않았던 겁니다. 손님의 소원은 딱 거기까지 만이니까요.”


1등이 되어 달라는 소원을 들어줬을 뿐, 그 다음은 아니라고 하자 하람은 어이가 없어 헛웃음이 나왔다.


“정 그렇게 수능을 보고 싶으시다면 다음을 기약하십시오. 그리고 다시 머리 싸매고 공부를 시작하세요. 원래부터 머리가 좋으시니 내년 시험도 잘 보실 수 있을 겁니다.”


“우, 웃기지 마!!”


마치 비웃음 당하는 것 같아 참지 못한 하람이 달려들어 비령의 멱살을 잡으며 소리쳤다.


“내년?! 내년은 개뿔! 너, 날 들여보낸 건 뭐야! 이 말을 하려고 날 불렸냐, 엉?!”


“······”


“어떤 거라도 다 들어준다고 했지? 그럼 내 소원 당장 들어줘야 겠어! 지금!”


하람은 자신의 새 소원을 당장 들어달라고 하자 비령은 안된다고 했다.


“죄송하지만 손님의 소원은 이걸로 끝입니다. 더 욕심 부렸다간 모든 걸 잃게 될지 모릅니다!”


“하! 모든 걸 잃는다고? 내가 잃고 싶긴 않은 건 오직 하나! 1등···그 자리 뿐이야!! 세상은 원래 다 그런 거라고! 더 더 위로 올라가기 위해선 무슨 짓이든 하는 게 정상이라고! 그러니까···내가 1등이 된 그 때로 되돌려 줘! 그것만 되돌리면 돼. 그러면 난 다시 시작할 수 있어! 다시 시작해서 수능을 잘 보면···이걸로 난 완벽해 지는 거야! 확실하다고! 하하하!!”


1등이 된 그 때를 되돌려, 다시 수능을 보면 된다며 1년 전 일을 되돌려 달라고 말하자 멍하니 하람을 보던 비령이 킥 웃었다.


“···그래서요?”


“···뭐?”


“그걸 차지한 기분이 어땠나요? 만족스러웠나요? 처음으로 1등을 하니까 사람들이 모두 칭찬하고 기분이 좋았습니까? 그 자리에 오르니 모든 것이 우습게 보였겠죠. 허나···그건 당신의 힘으로 해낸 게 아닙니다. 최고가 싶다는 그 이기적인 소원 덕에 차지한 것이지, 피 터지게 노력해서 얻은 게 아니란 말입니다. 이 하람 씨···당신은 최고가 될 자격이 없습니다.”


“닥쳐-!!”


참을 수 없어 멱살을 쥐지 않은 한쪽 팔을 치켜세워 한 대라도 치려는 순간 뭔가가 자신의 팔을 잡자 놀라 뒤돌아보니 언제 와 있었는지 문을 열어주었던 험상궂은 남자, 영원당의 문지기가 서 있었다.


“뭐, 뭐야? 이거 놔! 꺅!”


자신의 팔을 잡은 남자를 보며 놓으라고 했지만 남자는 하람의 말을 무시하고 강제로 떼어내자 하람은 엉덩방아를 찧으며 쓰러지고 말았다.


“윽! 무슨 짓이야?!”


“괜찮으십니까?”


“아~괜찮아. 그렇게나 위로 올라가고 싶다고 하셨죠? 그럼 소원대로 해 드리죠. 도영.”


“예.”


“뭐, 뭐하려는 거야? 이거 놔!”


“걱정 마세요. 영원당 밖으로 쫓아내려고 하는 게 아니니까. 슬슬 대가를 받게 될 시간이거든요.”


“대가라니? 무슨 소리야?!”


“저희 영원당에 빌러 온 사람들은 저마다 대가를 치루게 되죠. 사람마다 다르긴 하지만···과연 당신의 대가는 무엇일지 궁금하네요.”


“이거 놔! 놓으라고! 야!!”


비령의 명대로 도영은 하람을 강제로 질질 끄고 어디론가 데려갔는데, 데려간 쪽은 정원에서 그리 멀지 않은 우물이었는데 그 우물을 본 하람은 놀랐다.


“뭐, 뭐야? 웬 우물? 설마 날 이 우물 밑으로 던지려는 거 아니죠? 그쵸?”


“······”


“이거 살인 미수야! 놓으라고!”


“···걱정 마십시오. 이 우물에 빠져도 죽지 않을 겁니다. 다만 올라 오시기엔 힘들 겁니다.”


“뭔 소리야? 농담하지 말라고! 놓지 못해! 나 신고할 거야!”


“못하실 겁니다. 여긴 그 분의 영역이라 소원을 빌러 온 자가 아니면 아무도 접근하지 못하니까요.”


“뭐?”


“그럼 무고를 빌겠습니다.”


“잠깐···꺄아아악!!”


도영은 그녀를 우물 밑으로 던져 버렸고 잠시 후, 정신을 차렸는지 부스스 눈을 떴다.


“으음···어떻게 된 거야? 나 분명···?”


분명 도영이라는 그 남자에 의해 강제로 우물 밑으로 떨어졌었다.

그런데 우물 밑에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멀쩡히 살아 있었다. 그의 말대로 떨어져도 죽지 않은 모양이었다.


“하하···나 산 건가? 꺅!”


기적적으로 우물 밑에 떨어져 살았다고 생각했지만 그게 아니었다.

우물 밑과 달리 가파른 절벽 밑이었는데 어떻게 된 건지 그 아래에 있었다.

다행스러운 건 절벽 아래 튀어나온 암봉 덕분인지 떨어지지 않았지만. 어째서 우물 밑에 이런 절벽이 있는 건지 영문을 몰랐다.


“이게 뭐야? 웬 절벽이야!?”


어쩌다 이런 곳에 있게 된 건지 모르지만 어딘지 모르는 이곳에 있다간 머리가 돌아 버릴 것 같아 위로 올라가기로 결심했다.


“제길! 웃기지 말라고 그래! 누가 못 오를 줄 알아!”


장비도 없이 하람은 두 손으로 서서히 절벽을 오르기 시작했고 처음에는 손이 미끄러지거나 발을 헛디뎌 떨어질 뻔했지만 어느 순간 차즘 익숙해져 거친 숨을 내쉬며 올랐다.


“하아···하아···헉···헉···”


오르면서 힐끗 위를 쳐다보았는데 생각보다 가파르지 않았고 조금만 힘을 내 뻗으면 위로 올라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조금만···조금만 더···조금만 더 가면···!”


다 올라가면 자신을 내던진 그 남자와 조롱한 그녀를 용서하지 않기로 하며 그들에 대한 증오심을 불태우며 오르고 올랐다.


한편, 하람이 절벽 위에 힘겹게 오르고 있는 사이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정원에서 백발 여성이 끊여준 차를 마시고 있었다.


“후우~역시 추울 땐 따뜻한 차가 최고라니까.”


“주인님.”


“이제 왔느냐? 그 애는?”


“명하시는 대로 우물 밑에 던지고 왔습니다.”


“그래? 수고했다.”


“그 여자애 괜찮으신 겁니까? 밑에 던지곤 했어도 언제 위로 올라올지 모르는데···”


“아~걱정 마라. 절대 위로 올라올 수 없을 테니까 말야.”


“그럼···”


“오르고 오르다보면 끝이 보이겠지만 안타깝게도 그녀가 떨어진 곳은 절대 끝이 보이지 않은 곳이지. 뭐, 힘닿는 대까지 해보이겠지만 그래도 곧 깨닫게 되겠지. 아무리 오르고 올라도 제자리라는 걸.”


비령의 말이 끝나기도 무섭게 겨우 절벽 위에 올라선 하람은 거친 한숨을 내쉬며 돌리고 있었다.


“하아···드디어 올라왔다. 이걸로···어?”


한숨을 돌리며 고개를 드는 순간 하람의 표정이 순식간에 일그러졌다.


그녀의 눈 앞에 또 다시 절벽이 펼쳐졌는데 그걸 본 하람은 화들짝 놀랐다.


“뭐, 뭐야? 어···어떻게 된 거야? 또 절벽이야? 말도 안돼!”


사실 이런 절벽은 처음이 아니었는데, 아무리 오르고 올라도 그 절벽이었고, 다시 한번 힘겹게 올라도 마찬가지였다.


마치 위로 가면 갈수록 절대 위로는 올라가지 못하게 해 놓은 것처럼.


“하하···나 평생 절벽에 갇혀 살아야 하는 거야? 웃기지 말라고 그래!!”


그제야 비령의 의도를 알아챈 하람은 인정할 수 없다며 다시 한번 절벽에 오르려고 했지만 손이 미끄러져 밑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윽! 아야···소, 손이···!”


장갑도 갖추지 못한 채 절벽에 오른다고 맨손으로 오른 결과 손톱이 깨지거나 상처를 입어 이 상태론 절벽에 오르지 못하게 되자 하람은 절망에 빠졌다.


“시, 싫어! 싫어! 싫다고! 제발 부탁이야! 날 여기서 꺼내줘! 꺼내 달란 말야! 으아아아!”


제발 이 지긋지긋한 곳을 꺼내 달라며 애원하며 소리쳐 봤지만 아무것도 없는 절벽이라 그런지 그녀의 외침은 소용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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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제3화 묘성아(猫聲兒)(3) NEW 11시간 전 0 0 7쪽
19 제3화 묘성아(猫聲兒)(2) 24.09.13 2 0 12쪽
18 제3화 묘성아(猫聲兒)(1) 24.09.11 3 0 9쪽
» 제2화 2등의 우울(10) 完 24.09.09 5 0 17쪽
16 제2화 2등의 우울(9) 24.09.06 7 0 11쪽
15 제2화 2등의 우울(8) 24.09.04 7 0 9쪽
14 제2화 2등의 우울(7) 24.09.02 8 0 12쪽
13 제2화 2등의 우울(6) 24.08.30 7 0 10쪽
12 제2화 2등의 우울(5) 24.08.28 8 0 13쪽
11 제2화 2등의 우울(4) 24.08.26 8 0 11쪽
10 제2화 2등의 우울(3) 24.08.21 10 0 13쪽
9 제2화 2등의 우울(2) 24.08.19 10 0 8쪽
8 제2화 2등의 우울(1) 24.08.16 10 0 10쪽
7 제1화 소원을 이루어 주는 집(7) 完 24.08.14 10 0 9쪽
6 제1화 소원을 이루어 주는 집(6) 24.08.14 8 0 14쪽
5 제1화 소원을 이루어 주는 집(5) 24.08.14 9 0 13쪽
4 제1화 소원을 이루어 주는 집(4) 24.08.14 8 0 14쪽
3 제1화 소원을 이루어 주는 집(3) 24.08.13 9 0 13쪽
2 제1화 소원을 이루어 주는 집(2) 24.08.13 8 0 15쪽
1 제1화 소원을 이루어 주는 집(1) 24.08.13 16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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