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나의 과거 새로고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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죠스다
작품등록일 :
2024.08.17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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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31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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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9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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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한 회귀물 작가, 회귀하다(3)

DUMMY

익숙한 골목길을 따라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심장은 더욱 빠르게 뛰었다.


동네가 전체적으로 비슷한 듯 하면서도 다른 부분이 하나씩 보여서 은근히 낯설게 느껴지는 부분도 많았다.


그래도 옛날 어렸을때의 향수가 가득한 거리의 느낌이었다.


30년이란 세월동안 같은 동네에서 살고 있는것도 신기했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이 동네에서 벗어나질 못하네'


그렇게 집으로 향하는 동안에도 신세한탄을 하며 이동했다.


낡은 벽돌담과 빛바랜 대문, 세월의 흔적이 묻어있는 모습을 보니 살짝 그리운 느낌도 들었다.


마침내 익숙한 대문 앞에 섰다.


어느새 옛날에 살던 집 근처에 도착한 것이다.


'왔다. 여기다'


나는 깊게 숨을 들이 마셨다.


아버지가 25살에 집을 팔기전까지 내가 살던 집이었다.


최저 생계비와 아버지가 집을 팔고 준 돈으로 겨우 살아가다가 고시원 생활을 한 뒤 지금의 내 되었다.


'내가 과거로 회귀한게 맞다면 30살인 내가 20년 전으로 왔으니 10살의 내가 여기 있을테고......'


나는 집으로는 들어가지는 못하고 계속해서 집이 보이는 곳에서 어슬렁거렸다.


'아버지, 어머니는 그때도 같이 안살때고...... 이쯤이면 할머니는 살아계실땐데......''


그렇게 주변을 왔다갔다 하며 한참이 지났다.


멀리서 누군가가 걸어오는게 보였다.


"할머니?"


할머니가 느린 걸음으로 천천히 집으로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끼이익.


돌아가신 할머니가 멀쩡히 대문을 열고 나오셨다.


몇번을 다시 봐도 할머니가 맞았다.


당장이라도 달려가고 싶은 마음을 억눌렀다.


'하...할머니......'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할머니는 나와 마지막까지 함께 했었던 나의 유일한 가족이었다.


너무 그리워서 당장이라도 뛰어가서 안고 싶었다.


나의 어린시절은 부모님보다는 할머니와의 기억이 더 많기 때문이다.


가까이 다가가서 만나고 싶지만 선뜻 마주칠수가 없었다.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일단 다가가지는 말자'


타임머신이나 회귀물의 필수조건은 현재에 영향을 미치지 않게 해야 한다는 사실이 생각났다.


나는 할머니가 나의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멀리서 지켜보았다.


이제서야 과거로 돌아온 것을 확신했다.


하지만 할머니가 집에서 나가시는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며 얼어있을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이제 어...어떻게 해야 되지?'


근처에 있는 놀이터로 갔다.


그네에 앉아서 생각에 잠겼다.


'과거로 회귀한 것은 이제 100% 확실하게 받아 들이겠는데...... 이제 어떻게 해야하지? 여기서 어떻게 살아가지?'


회귀한걸 확신해도 대책이 없는건 마찬가지였다.


돈이 없으니까 아무것도 할 수 있는게 없었다.


이제 겨우 내 인생에도 약간의 특별한 일이 생길 것 같았는데 돈이 없다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최대한 감정을 억누르며 천천히 주변을 둘러 보았다.


그렇게 20년 전의 거리를 한참 걸었다.


길거리의 모든 것에 향해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눈에 담았다.


20년 전 나는 이곳에서 자랐다.


태어나서 이사를 한적이 한번도 없기 때문이다.


회귀를 해서 그런지 이방인 된듯한 느낌과 고향으로 돌아온 느낌이 동시에 들었다.


어린시절 추억이 서려있는 그 골목으로 다시 돌아왔다.


이곳에서 아버지, 어머니, 할머니와 모두 이별을 했다.


예전에 분명히 없어졌던 놀이터도 생겨있었다.


'기억상으로는 시소가 이거보다 분명히 더 커보였는데...... 되게 작네......'


초등학교 1학년 때만 해도 꿈과 희망으로 가득 찬 소년이었다.


'지금은 이렇게 자신감 없는 백수가 되어 버렸지만.'


나는 어렸을 때 이 골목길에서 친구들과 농담을 나누고, 공놀이를 하고 숨바꼭질을 하고 여러가지 놀이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세월은 잔인하게 흘렀고 나는 꿈을 이루지 못하고 현실의 벽에 부딪히며 좌절과 실망에 찌들었다.


그때 초딩 한명이 옆에 앉아 그네를 타기 시작했다.


'엥?'


순간 놀랐지만 자세히 보니 초딩 시절의 나였다.


'깜짝이야'


나는 흠칫 옆으로 물러섰다.


'과거의 나를 만나도 되나? 분명 어떻게든 현재에 영향을 끼칠거 같은데?'


나는 성급하게 행동하지 않기로 했다.


할머니도 뵙고 싶었지만 어떻게 될지 몰라 조심하고 있었는데 어린 시절의 백구원이 갑자기 내 옆에 나타나서 만나버렸다.


나는 적당히 떨어진 거리에서 어린 시절 나를 지켜보았다.


잠시 후 발걸음을 돌렸다.


'어떻게 될지 몰라...... 아직 만나면 안돼......'


어린 나는 한대 콕 쥐어박고 싶은 개구쟁이 같았다.


'그래도 나름 귀여웠네. 하하... 동네 아저씨인척 하면서 가서 얘기라도 좀 하고 싶은데......'


어린 나는 놀이터에서 10분 정도 놀더니 집으로 돌아갔다.


'너무 신기한데?'


나는 잠시 서서 생각했다.


'근데 회귀 하려면 내 몸도 옛날로 돌아가서 새로 시작하는게 낫지... 이렇게 어른 된채로 형편 없는 상태 그대로 과거로 오면 뭐해......'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고민을 했다.


나는 20년 전의 우리 동네를 한참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어서 길을 걸어가며 상가 여기저기를 살폈다.


'오히려 여기서 잘 적응해서 산다면 더 괜찮을 수도 있지 않을까'


나는 지금 나의 상황에 대해 100% 확신을 하지 못한채 계속 걸었다.


'아닌가.......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나'


'우선 무선 데이터 사용 가능할 수 있을 것 같은 곳이......'


거리에 있던 상가중에서 비디오 대여점이 눈에 들어왔다.


[철형이네 책, 비디오 대여점]


'엇? 저긴?'


'철형이네 대여점? 저거 없어진지 오래 됐는데......'


내 기억속에서만 존재하던 비디오 대여점으로 천천히 들어갔다.


"안녕......하세요"


나는 굉장히 믿기지는 않았지만 억지로 침착함을 유지하며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어서오세요"


20년 전 기억속의 대여점 철형이 아저씨가 나를 맞이해줬다.


'분명 어렸을 때는 엄청난 어른이었는데 '


청형이 아저씨는 지금 보니 아저씨가 아닌 청년 같아 보였다.


'지금 30살인 나랑 동갑인 것 같은데?'


하지만 비슷한 또래라도 나에게 있어서 한번 철형이 아저씨라고 각인된 사람은 계속해서 아저씨라고 생각이 들 수 밖에 없었다.


'철형이 아저씨 너무 반가운데?'


하지만 당연히 아저씨는 어른이 된 나를 전혀 알아보지 못했다.


'하긴 여기 온 많은 꼬마 중에 한 명의 20년 후의 모습을 알리는 없으니......'


아저씨는 나를 그냥 자기 또래가 책을 빌리러 방문한 일반 손님으로 보고 있었다.


나는 자연스럽게 가게 안을 천천히 둘러 보았다.


예전에 기억속에 있는 대여점 그대로였다.


익숙한 듯 낯선 풍경에 잠시 멍해졌다.


낡은 벽지, 빛바랜 가구들. 쌓여 있는 만화책, 알록달록한 비디오 테이프.


모든 것이 20년 전, 그때 그대로였다.


'진짜... 추억이다 .여기 자주 와서 만화책 빌려가고 했었는데...... 비가 내리는 날에는 희미하게 풍겨오는 곰팡이 냄새도 났고'


이곳은 한 때 내 상상의 세계를 만들어 주었던 그런 대여점이었다.


신작 코너 앞에서 빌릴지 말지 고민하고, 어떤 것을 볼지, 어떤 화를 볼지 책이나 비디오를 고르던 순간들이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화려한 비디오 표지들은 저마다 다른 세계로 향하는 문이었고, 나는 그 문을 열 때마다 설렘과 기대로 가슴이 벅차 올랐었다.


19금이 있는 코너에는 실제로는 아무것도 방해하는 것이 없지만 나 스스로에게는 선뜻 쳐다볼수도 없는 그런 곳이었다.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게 구경을 할 수 있게 되었지만 이제 와서 보니 큰 감흥은 없었다.


이곳에서 책과 비디오를 빌려와 따뜻한 방 안에서 상상을 하며 웃던 시간들은 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 있었다.


나는 대충 비디오 하나를 집어들고 물었다.


"저기, 이거 오늘 빌리면 언제 반납해야 되요?"


"대여기간은 3박 4일이고 늦으면 연체료 있습니다"


철형이 아저씨는 간단하게 대답했다.


친근하지 않고 사무적인 그 때 그 말투 그대로 였다.


나는 반가운 마음에 웃음이 나올 것 같았지만 참았다.


"그럼 몇 일에 반납하면 되는거에요?"


나는 일부러 모른척 물어봤다.


"오늘 12월 2일이니까 12월 5일에 반납하면 되요"


'오늘이 12월 2일? 회귀는 했지만 날짜는 아예 같구나.'


다시 아저씨를 쳐다봤다.


'그럼 이제 확인하고 싶은것은 ... 년도지......'


인위적인 걸 싫어하기 때문에 나는 철형이 아저씨에게 자연스럽게 물을 방법을 구상했다.


주위를 둘러보니 문구류가 보였다.


철형이 아저씨는 비디오 대여와 만화책, 소설책 대여 그리고 문구점을 같이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옆에 문구류가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저기, 달력도 팔아요? 내년 달력."


지금이 12월이기 때문에 새해 달력이 무조건 있을 것 같았다.


"네. 판매용이에요. 요새 무료로 나눠달라는 사람들이 있어가지고..."


철형이 아저씨는 나에게 달력을 보여주었다.


<2005년>


달력을 본 나는 다시 확신했다.


'내년 달력이 2005년이니 올해는 2004년이 확실하네'


나는 이어서 철형이 아저씨에게 말했다.


"와, 내년이 벌써 2005년이네요."


"네. 2005년."


철형이 아저씨는 무슨 그런 당연한 소리를 하냐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 반응은 누가봐도 장난이나 거짓말을 하는거 같진 않았다.


거짓말을 할 이유도 없고 할 타이밍도 아니었다.


나는 달력과 비디오를 내려놓았다.


"달력은 나중에 연말에 다시 와서 살게요......"


철형이 아저씨는 싱거운 사람 다 본다는 식으로 대답을 하지 않았다.


내가 어린 아이였으면 한마디 했을수도 있겠지만 30살인 나에게 그런 식으로 대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나는 핸드폰을 꺼냈다.


"여기 혹시 무선 인터넷 공유기 있어요?"


"있는데... 왜요?"


"제가 집에서 연결하는 법을 잘 몰라서 좀 도와주 실 수 있어요?"


"네?"


책도, 비디오도 빌리지 않고 달력도 사려다 사지 않는 진상이 무선 인터넷까지 사용하려고 했지만 철형이 아저씨는 나를 도와주었다.


기억 속에 있던 아저씨도 말은 틱틱대지만 잘 도와주는 그런 아저씨였다.


철형이 아저씨에게 무선 공유기에 접속 할 수 있는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받아 내었다.


"도와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아... 아닙니다"


철형이 아저씨는 무뚝뚝하게 대답했지만 살짝 부끄러워 하는걸 나는 알 수 있었다.


"저기......"


나는 문득 궁금한게 생각나서 철형이 아저씨를 불렀다.


"네"


"제가 예전에 여기 온 적 있는데 그때 글 쓰신다고 했는데 계속 쓰시나요?"


아저씨는 살짝 당황해 했다.


"네? 제가 그런 말을 했었나요?"


"네, 그때 언젠가는 직접 글을 써보겠다고 하셨어요. 만화도 그릴줄 아시고"


철형이 아저씨는 가게안에 있는 모든 비디오와 소설책, 만화책을 다 섭렵했을 정도로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본인 가게안에 있는 모든 것의 위치 뿐만 아니라 내용까지도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예전에도 썼었고..."


"아 그렇죠?"


"그리고 사실 요즘 쓰고 있는게 있는데......"


"정말요? 저도 좀 보여주세요"


나는 아저씨의 작품이 진심으로 궁금해져 말했다.


"그건 다음에......"


"왜요?"


"아직 미완성이라......"


"네 그럼 다음에 꼭 보여주세요! 다음에 달력 사러 올테니까 그때 꼭 보여주세요"


"그...그래요"


아저씨는 자신이 없는지 부끄러워 했다.


'맞아. 내 기억속에도 그런 예술적 재능이 있는 사람이었어'


그렇게 나는 비디오 대여점 밖으로 나왔다.


가게 입구 한켠에 비켜 앉아 핸드폰을 꺼냈다.


그리고 바로 무선 인터넷에 접속을 했다.


'오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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