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나의 과거 새로고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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죠스다
작품등록일 :
2024.08.17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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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31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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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6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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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에서 유를 만들기(3)

DUMMY

내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아주머니는 내 얼굴을 보며 외우고 있는 규칙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첫째로 정숙~ 조용히 하는건 필수~"


아주머니는 갑자기 텐션을 더 올려서 얘기했다.


"여기에는 공부하는 사람도 있으니까 서로 조용히 배려해야 해요. 밤 10시부터 아침 8시까지는 취침 시간이니까 절대 조용히 해주고!!"


누구나 다 아는 얘기긴 해도 고시텔에 들어가기 위한 필수로 들어야 하는 그런 의례같았다.


"다같이 있는 공간이니, TV 소리나 음악 소리는 줄여주고, 복도에서 떠드는 건 안 돼요. 알아들었으면 고개 끄떡~"


나는 아주머니의 기세에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떡였다.


"둘째, 깨끗하게 사용하기!"


'아, 몇개 더 있는건가? 몇개까지 하려고 그러지?'


나는 아주머니의 신난 얼굴에 서서히 기가 빨리기 시작했다.


"공용 주방, 화장실, 샤워실은 다 같이 쓰는 공간이니 뒷정리 꼭 해야 되요. 알겠죠?"


고시텔 사용 규칙이라고 해봐야 거기서 거기로 뻔한건데도 설명을 이어나갔다.


"설거지도 바로바로 하고, 음식물 쓰레기는 꼭 분리수거 통에 버려야 해요. 이것도 알아들었으면 끄떡~"


"......"


조용히 또 끄덕였다.


사실 이 타이밍에 말을 끊고 내가 말을 해야했다.


'지금 돈이 없어서 하루만 그냥 재워줄 수 있냐고 물어봐야 하는데......'


그때 아주머니는 말했다.


"셋째, 안전하게 생활하기!"


도저히 말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


"방 안에서는 절대 금연이에요. 그리고 혹시 모르니 외출할 때는 꼭 문 단속 잘하고"


혹시 나중에 하루만 재워달라는 말을 했을 때 거절을 할까봐 아주머니의 말을 중간에 끊지를 못했다.


"귀중품 맡길거 있으면 나한테 따로 맡기고!"


"아네......"


"넷째, 다른 사람 짐 함부로 만지지 않기! 택배나 음식 배달은 1층 공용 공간에 놔두고, 본인이 직접 찾아가도록 해요."


"네엡"


나는 계속해서 짧게 대답했다.


"그래 그래. 혹시 불편한 점이나 고장 난 곳이 있으면 언제든 아줌마한테 말하세요. 바로 해결해 줄 테니까 걱정 말고"


"네, 감사합니다"


"자, 이 정도만 잘 지켜주면 우리 고시텔 생활 편하고 즐거울 거예요. 혹시 더 궁금한 거 있으면 언제든 물어보고, 이제 방에 가서 짐 정리하고 좀 쉬어요.​​"


쉴 틈없이 쏘아 붙이는 아주머니의 말에 정신이 없었지만 겨우 정신줄을 붙잡고 물었다.


"자 이쪽으로 오세요. 계약서 씁시다. 그리고 여기 계좌번호로 보증금 보내주시고"


드디어 내 상황을 말할 기회가 왔다고 생각했다.


나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기...... 아주머니...... 후불 가능할까요? 월말 되면 돈 드릴 수 있는데......"


아주머니의 이미 주름이 빠르게 자리 잡으면서 큰소리를 내며 말했다.


"야이! 진작 말하지!"


"한번만 좀 부탁을 드릴......"


"그러다가 도망치는 사람 많이 봤어. 안돼!"


과거에는 고시텔 조차 들어가지도 못하다니. 잠시 조용히 살다가 로또 걸리고 바로 나갈 계획이었는데... 아줌마 두고 보자......'


그렇게 나는 고시텔에서 쫒겨나듯 나왔다.


아니, 쫒겨났다.


그렇게 길거리에서 다시 방황하기 시작했다.


배터리가 10% 남겨진 핸드폰을 들고 놀이터로 돌아왔다.


'갈데가 없네....... 집으로 갈 수는 없는데......'


과거의 나를 만났다가 어떻게 될지 확신을 할 수 없었다.


'만약에 만났다가 내가 죽으면?'


과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모든 것이 다 걱정이 되었다.


나는 놀이터에서 나와 본능적으로 할머니가 계신 집으로 향했다.


밤이 되어가지만 아직 여전히 오늘 내가 묵을 숙소를 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돌아갈 곳은 가족품 뿐이었다.


"공 좀 주세요!"


그 때 갑자기 내 옆으로 공이 굴러왔다.


나는 공을 주워 꼬마에게 전달해 주었다.


"감사합니다"


"엥?"





어린 시절의 나였다.


만날 생각이 전혀 없었는데 이렇게 갑자기 만나버렸다.


'헉. 뭐지? 이렇게 되면 어떻게 되는거지? 나 죽는건가'


하지만 딱히 특별한 일이 벌어지진 않았다.


'당장 뭔가 변하는건 아니고 서서히 변하는가? 아니면 아직 상호작용이 없어서 그런건가'


나는 생각이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어린 구원이는 공을 가지고 집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죽나? 시공간이 뒤틀리나? 아닌가? 뭐지?'


나는 예상치 못한 나와의 만남에 당황해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자리에 그대로 서서 한참을 고민을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과거로 온 이상 할머니와 나를 한번은 만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평생 외톨이에서 유일한 가족이 있는 곳으로 왔는데 안만날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가족과의 만남이 미래가 어떻게 바뀔지는 모르겠지만 이곳에서 남은 인생 살다 가는게 낫겠어.'


성인이 된 지금 할머니를 꼭 만나뵙고 싶은 생각이 컸다.


'내가 과거에 남아있는 이유중에 큰 이유......는 가족이지. 할머니에게 인사를 드리고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보자.'


그리고 기왕 구원이를 만나 버렸으니 제대로 만나보고 싶었다.


다른 무엇보다 미래보다 지금 여기가 더 희망이 있어 보였다.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세상 미련없고 다 포기한 놈 처럼 굴었는데 이제와서 뭐가 그렇게 무서운거지?'


나는 떨군 고개를 조용히 들었다.


'미래로 돌아가지 않아도 좋아. 꼭 정해야 한다면 여기 과거인 이곳에서 살아가자'


만약 뭔가 잘못되서 내가 사라지거나 해도 상관없다는 생각이었다.


'인생이 아무리 바껴도 뭐 얼마나 더 바뀔까'


당장 내가 하고 싶은대로 하며 살다가 자연스럽게 일이 발생하는대로 받아 들이기로 생각하니 마음이 훨씬 편해졌다.


'그런데...... 잘 곳이......없네......'


체력이 없어 더이상 돌아다닐 수도 없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놀이터 한 구석에서 쭈그려 앉았다.


오늘 밤은 이 곳 놀이터에서 노숙을 하기 위해 웅크려 앉았다.


하지만 나는 외롭거나 힘들지 않았다.


"과거에서 새롭게 한번 살아보자"


독하게 마음을 먹고 고개를 떨구었다.


***


다음날 아침이 되었다.


불편하게 자서 그런지 해가 일찍 떠서 그런지 일찍 깼다.


나에게 있어서 노숙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할머니가 돌아가서 원래 살던 집을 정리하고 나오고 난 뒤 돈을 고시텔에 들어가기 전까지 일주일 정도 텀이 있었은데 그때도 방황을 하며 하루정도 노숙을 했었다.


집을 팔았을때 아버지란 사람이 나타나서 자기 몫을 챙겨 갔었기 때문이다.


'잊어버리고 싶은 기억......'


나는 근처에 있는 상가 화장실로 갔다.


살던 동네라서 어디에 있는지 한번에 찾을 수 있었던 것은 굉장히 편했다.


거울을 보니 내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나는 얼른 세수를 했다.



띵동.


나는 긴 망설임 끝에 할머니 댁의 초인종을 살짝 눌렀다.


대답이 돌아오기 까지는 시간이 좀 걸렸다.


내 기억속에 있던 할머니가 문 열어주시는 타이밍과 비슷했다.


"누구시요?"


"이른 아침부터 죄송합니다. 안녕하세요. 할머니"


"그랴. 누구시요?"


"안녕하세요. 차인우라고 합니다"


나는 서둘러 이름을 대충 지어냈다.


"인우? 그게 누구요?"


"아네. 그... 백구령씨 아는 동생입니다"


나는 할머니에게 아버지 이름을 댔다.


30살이지만 내가 아는 동생이라 하면 믿으실 수도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처음 듣는 이름인디"


할머니가 낯선 사람을 차단하듯 나를 대했다.


내가 낯선 사람이라 할머니가 이런 것을 잘 끊어서 다행이라는 생각과 대화를 더 할 수 없어서 곤란한 심정이 동시에 들었다.


나는 할머니의 마음을 열 방법을 생각했고 천천히 시도했다.


"저기 강복희님 맞으시죠?"


"......"


대답이 없었다.


"내 이름은 우째 알고 있소?"


"아네. 구령이 형님에게 할아버지랑 아버지께 할머니 얘기 많이 들었어요"


"아들놈이 내 이름을 팔아 먹었어?"


"아......아니 그게 아니라......"


"망할놈의 자식 같으니"


나는 당황해서 말을 얼버무렸다.


"아, 그게 아니에요. 할머니"


할머니를 잘 설득할 방법을 급하게 생각했다.


"저기, 구원이는 여전히 잘 지냅니까? 지금쯤 초등학생이 됐죠?"


인터폰 넘어로 잠시 생각하는 듯한 정적이 있었다.


아무래도 아직도 의심을 하고 계신 것 같았다.


잠시 후 안에서 할머니가 나오셨다.


문을 열어주진 않으셨다.


어쩔 수 없이 할머니와 닫힌 문틈 사이로 대화를 나누었다.


"누구인교?"


순간 망설였다.


할머니에게 내가 백구원이라고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차인우입니다"


나는 생각해놨던 멋진 이름을 만들어냈다.


"그래. 어쩐 일이요? 영감이랑 내 아들은 우째 안다고?"


"구령이 형님 예전에 일할 때 같이 일하면서 가깝게 지냈던 동생입니다."


나는 아버지 이름을 얘기하며 할머니와 소통해보려고 애를 썼다.


철컹.


할머니가 갑자기 문을 열어 주셨다.


"그래. 그놈아 얘기 좀 해봐라. 무슨 일을 하고 다녔는지"


할머니가 문을 열어주셨고 나를 집 안으로 초대해주셨다.


낡은 철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마당에 옆에 걸려있는 빨래 넘어 천천히 나오시는 할머니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익숙한 꽃무늬 바지와 허름한 신발, 그리고 희끗희끗한 짧은 머리카락까지.


모든 것이 기억속 할머니 그대로였다.


"할머니!"


나도 모르게 터져 나온 목소리에 할머니가 뒤를 돌아보셨다.


주름진 얼굴, 깊고 따뜻한 눈빛을 보자 그 순간 가슴 속 깊은 곳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울컥 치솟아 올랐다.


"아이고, 우리 강아지 왔나?"


라고 말을 하시는 것만 같았다.


'할머니, 보고 싶었어요. 너무 너무 보고 싶었어요.'


속으로 하고 싶은 말을 참으며 할머니를 껴안았다.


할머니는 아무 말 없이 내 등을 쓰다듬어 주셨다.


그 따뜻한 손길에 모든 슬픔과 그리움이 녹아내리는 듯했다.


나는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익숙한 품 냄새, 따뜻한 체온.


이 모든 것이 꿈만 같았다.


'할머니......'


나는 할머니의 손을 꼭 잡았다.


'그래...... 나에게도 가족이 있었어......'


잠시 후 할머니가 나를 바라보고 말씀하셨다.


"누군교?"


'헙, 아 맞다.'


할머니가 성인이 된 나를 알턱이 없었다.


'이걸 어떻게 설명하지... '


나는 지금 집 안에 있는 구원이의 미래의 모습이고 미래에서 과거로 회귀했다고 할머니에게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뭐라고 해야하나? 기억상실 걸려버린 동네 총각? 꿈에서 매일 보던 할머니라 반가웠다? 저는 구원이를 지켜주기 위한 하늘에서 온 수호천사?'


순간 떠오르는 모든 것들이 전부 다 말이 되지 않았다.


"할머니 저는요......"


할머니는 그래. 말해봐라는 눈빛으로 나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낯선 사람이 집으로 찾아와 그렇게 견제하는건 당연하겠지만 뭔가 섭섭했다.


"이름이 뭐라 캤노? 응우?"


"차인우 입니다"


순간 조금전에 내가 이름을 뭐라고 댔었는지 헷갈렸지만 기억의 끝자락을 잡고 대답했다.


어렸을 때 내가 살던 집 입구에서 할머니를 마주하고 대화를 하고 있는 자체가 너무 신기했다.


"구령이하고 안다했제?"


"네네. 잘 압니다"


철컹.


"일단 안으로 들어와 보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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