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나의 과거 새로고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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죠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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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7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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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7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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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에서 유를 만들기(4)

DUMMY

할머니의 허락에 나는 집 쭈뼛거리며 안쪽으로 향했다.


걸어가는 동안 두리번 거리며 살폈지만 보이는 모든 곳이 전혀 낯설지 않았다.


고시원에 들어가기 직전까지 오래살던 집이라 나에게는 아주 익숙한 곳이었다.


기억 속 집보다는 조금 좁았지만 코에 닿는 냄새는 그대로였다.


추억이 되살아 나는 느낌이었다.


서재에는 책이 잔뜩 꽃혀 있었다.


나도 다 본적이 있는 책들이었다.


할머니는 책을 읽는 것을 좋아했다.


시나 소설을 가리지 않고 다 잘 읽으셨다.


내가 글을 쓰기 시작한 것도 작가가 되고 싶었던 것도 다 할머니의 영향을 받아서 였다.


초등학생 때 내가 작문을 했을 때 할머니가 칭찬을 해주셨다.


그게 아주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었고 그 이후 계속해서 글을 쓰고 싶고 할머니에게 또 인정을 받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할머니가 직접 쓰신 글도 읽은 적이 있는데 짧지만 감동을 받은적도 있었다.


그리고 학교에서 선생님에게도 칭찬을 받았고 큰 상은 아니지만 초등학교 내에서 상을 받고 교실 앞에 내 글을 붙여둔 적이 있었다


그 이후 부터 작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다.


잠시 후 할머니는 나를 위해 밥을 차려주셨다.


"그래 백구령은 우째 지내노? 연락은 되나?"


할머니는 본인의 아들의 소식을 궁금해 했다.


"사실, 구령이 형님은 지금은 저도 연락이 안되긴 하는데......"


할머니는 나를 쳐다봤다.


안다고 해놓고 연락이 안된다니 무슨 말인가 싶었을 것이다.


실제로 아버지는 연락이 안된지 한참 되었다.


"형님에게 그동안 신세진게 많아서 제가 좀 갚아 드리고 싶어서요"


"신세? 무슨 신세?"


할머니가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며 말씀하셨다.


'아, 맞다. 할머니는 항상 명분을 중요시 했지.'


할머니는 납득이 안되면 대충 넘어가는 분이 아니셨다.


"아네. 제 생명을 구해주신 분이라서요"


거짓말은 아니었다.


아버지 덕분에 세상에 나왔으니까.


"그놈아가 사람 목숨 구해주고 다녔다니 그건 대견하네"


"아하하...... 그렇죠"


할머니가 나를 쳐다보더니 다시 물으셨다.


"근디, 나도 연락이 안되네. 집을 나간지 2년 정도 됐다."


아버지는 내가 초등학교 1학년때부터 집을 나가셨으니 할머니 입장에서는 연락 안된지 2년 정도가 맞을 것이다.


사실 나도 아버지에 대한 감정이 좋은 쪽이 아니었기 때문에 할머니에게 아버지 욕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때가 아니었고 해서는 안되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나는 아버지 얘기뿐만 아니라 할아버지 얘기를 하고 또 옛날에 할머니가 나에게 해주신 얘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구령이 형님이 그러시던데 할머니는 할아버지가 군대 갔을 때 사진을 좋아한다고 했었어요."


"......"


할머니는 내가 자신의 생각을 알고 있자 살짝 놀란 눈치였다.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는 것처럼 보이면 할머니가 이상하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아 적당히 아는 얘기를 하나씩 풀었다.


그러자 할머니는 어디선가 앨범을 가져와서 사진을 보여주시며 사진 속 할아버지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이 영감은 말이야... 지 마누라 챙기기 보다 싸돌아다니는걸 더 좋아했어"


그렇게 할머니는 한참을 할아버지 이야기를 하셨다.


욕을 더 많이 하셨지만 그래도 계속해서 생각하고 계셨다.


그러다가 할머니는 잠시 말을 멈추고 눈가에 맺힌 눈물을 훔쳤다.


할머니의 눈물에서 할아버지에 대한 그리움과 외로움이 느껴졌다.


나는 최대한 자연스럽게 말을 했다.


"그래도 할머니를 세상에서 가장 사랑한 것 같던데요"


나는 할머니의 손을 잡고 따뜻하게 감싸 안았다.


할머니는 내 손길에 감동한 듯 눈물을 흘리며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렇게 할머니는 곧 나를 아무런 의심없이 대해 주었다.


가족들에 대해서 정말 자세히 잘 알고 있는 모습에 나에 대한 경계를 푸신 것 같았다.


잠시 후 할머니가 나에게 말했다.


"밤이 늦었는데 안가봐도 되나? 차 끊길라"


할머니는 내 걱정을 해주셨다.


나는 눈치를 보다가 할머니에게 물었다.


"할머니, 제가...... 오늘 좀 자고 가도 되나요?"


"어디 말하노? 우리 집?"


"네......"


할머니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입을 여셨다.


"......그래. 자고 가라"


할머니는 오랜만에 손님이 와서 그런지 내심 좋아하시는 느낌이었다.


"그럼 이따가 구원이 깨면 좀 같이 놀아주라"


나는 할머니의 말에 가슴이 뭉클해졌다.


"네. 할머니. 저는 좋습니다."


비록 할머니는 나를 낯선 사람으로 알고 있지만 결국 과거의 나를 챙겨주고 계시고 현재의 나를 믿어주고 계시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할머니와 당분간 함께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았다.


나는 자고 있는 어린 나를 바라봤다.


"삼촌 생겨서 같이 좀 놀아주면 좋겠구먼"


"아네. 일어나면 제가 잘 챙기겠습니다. 하하"


방문을 열어보니 어린 시절의 내가 곤히 자고 있었다.


이것으로 미래가 바뀌어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겠지만 이미 만나 버려서 새로운 운명은 이미 시작되었다고 생각했다.


이미 나에게 일어날 일에 대한 각오는 모두 된 상태였다.


'그렇다고 갑자기 팍 사라지거나 하진 않는 것 같네.'


내가 생각한건 최악의 케이스였기 때문에 일어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


집에 들어와 있고 할머니의 품이 있고 그리고 과거의 나와 함께 있으니 뭔가 기분이 이상했다.


어쨌든 할머니를 만나고 당분간 있을 곳을 정하고 나니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할머니 집에서 나는 익숙한 냄새와 따스함에 마음이 평온해졌다.


할머니는 안방으로 가셔서 쉬셨고 나는 거실에 앉아서 다시 방을 살폈다.


어린 시절의 추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할머니 품에 안겨 잠들었던 따스한 밤들이 다 생각났다.


나는 눈을 감고 집에 와있음을 온 몸으로 체감했다.


저녁이 되자 할머니가 밥을 차려주셨다.


밥상을 들이자 할머니가 만들어주신 맛있는 음식들이 그대로 기억에 났다.


"밥묵자. 구원이 깨워라"


순간 내 이름이 나와서 움찔했다.


'할머니가 말하는 구원이는 옛날의 나. 익숙해져야 해......'


구수한 된장찌개와 상추쌈, 그리고 할머니만의 비법으로 만든 김치까지 있었다.


할머니의 손맛이 담긴 음식들을 먹으니,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 들었다.


나는 구원이를 깨우기 위해서 안방으로 들어갔다.


'저기... 구원아?'


과거의 내가 움찔하자 나도 움찔했다.


'내가 죽... 죽지는 않겠지? 도플갱어를 만나면 죽는다고 했지만 이건 도플갱어가 아니라 이건 과거의 나잖아. 아니면 과거 구원이가 갑자기 죽거나 하진 않겠지?'


나는 어찌될지 모르는 상황에 계속해서 긴장을 하며 상황을 살폈다.


조금 더 흔들어 깨우자 어린 시절의 내가 비몽사몽한 채로 나를 쳐다보았다.


"누구세요?"


나는 살짝 당황했다가 대답했다.


"나 인우 삼촌. 하하"


인우 표정을 보다보니 잊고 있었던 것이 생각이 났다.


초등학생 때 어떤 삼촌이 집으로 놀러와서 얼마동안 잠시 같이 생활했던 기억이 살아났다.


'아, 그게 나였구나.'


나는 기억을 좀 더 되짚었다.


'얼마나 같이 있었더라? 계속 같이 살지는 않았는데......'


하도 오래던이라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그런데 기억속에 당시의 삼촌이 로또 당첨이나 부자가 됐다는 기억은 전혀 없었다.


'그건 어떻게 된거지? 내가 로또 찾기에 실패 한다는 뜻인가? 아마도 그냥 어려서 기억을 못하는것 같은데?'


초등학생이었기 때문에 돈에 대한 개념이 없었던 것 이라고 생각했다.


"인우 삼촌?"


과거의 나는 나를 쳐다보며 물었다.


갑자기 낯선 어른이 나타나니 멍해져 있었다.


나는 어린 나의 눈높이에 맞춰 앉으며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


"응, 나는... 음... 네 구원이 아빠를 잘 아는 사람이야"


어린 나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구원이는 몇 학년이니?"


"5학년이요"


'초등학교 5학년이면 10살.'


30살이었던 내가 20년 전으로 돌아온 것을 확인했다.


"구원아 삼촌이랑 밥 같이 먹자. 할머니가 차려주셨어"


나는 구원이에게 괜히 머쓱하게 웃으며 말했다.


"당분간 좀 같이 지내자. 혹시 불편하게 한 건 아니지?"


어린 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15살이면... 중2구나... 그래 한참 반항적일때지......'


밥을 먹으면서 방 안을 둘러보았다.


낡은 장난감, 빛바랜 그림들, 그리고 책상 위에 놓인 공책.


어린 시절의 추억들이 하나둘 떠올랐다.


내가 자신의 물건들을 만지작거리는 모습을 보자 궁금한 표정으로 나를 계속해서 바라보았다.


어린 시절의 나를 보니 왠지 짠했고 좀 더 챙겨주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밥을 다 먹은 후 쉬다가 TV에서 좋아하던 게임 방송이 나왔다.


"구원아, 우리 수타크래프트 같이 볼까?"


어떻게 알았냐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방송을 보면서 게임 이야기를 하다보니 어느새 어린 구원이의 경계심을 조금 풀린 것 같았다.


그렇게 우리는 크진 않지만 작게라도 웃고 떠들었다.


그렇게 같이 놀다보니 어느새 나를 친근하게 대해주기 시작했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우리 놀이터에 가서 같이 놀까?"


"좋아!"


"할머니, 구원이랑 저 놀이터 가서 좀 놀다올게요"


"그래 늦지 않게 돌아오니라"


구원이는 뭐가 그리 좋은지 싱글벙글 웃으며 달려 나갔다.



***


놀이터에서 어린 구원이와 한참을 놀고 집으로 돌아왔다.


우리 몸에서는 땀 냄새와 흙 냄새가 뒤섞인 묘한 냄새가 났다.


콧잔등에는 송골송골 땀방울이 맺혀 있고, 머리카락 사이로 흙이 잔뜩 묻어 있었다.


옷에는 얼룩덜룩 흙 자국이 가득했고 손톱 밑에는 새까만 때가 껴 있었다.


할머니가 엉망이 된 우리를 보고 말씀하셨다.


"아이고, 우리 강아지 꼴이 이게 뭐꼬?"


"할머니, 나 오늘 놀이터에서 놀았는데 너무 재밌었어!"


구원이는 신이 나서 할머니에게 오늘 있었던 일을 쫑알쫑알 늘어 놓았다.


까맣게 그을린 얼굴에는 순수한 웃음이 가득했다.


'나도 이런 시절이 있었구나'


웃음이 나오면서도 한편으로는 짠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 재밌었겠네. 근데 이제 씻어야지."


지저분한 어린시절의 나를 보니 깨끗하게 씻어주고 싶었다.


뽀송뽀송하게 씻고 나온 녀석의 모습을 보면 내 마음도 개운해질 것 같았다.


"형아랑 목욕탕 갈......"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고 깨끗하게 씻겨주고 싶었지만 생각해보니 돈이 한푼도 없었다.


할머니한테 돈 달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또 피를 뽑을 수도 없고......'


나는 어린 구원이에게 말했다.


"자 우리 화장실 가서 얼른 씻자~ 어이구 시원해~"


좁은 화장실에서 나오는 차가운 물에서 어린 구원이와 나는 깨끗이 샤워를 했다.


초딩 구원이는 씻기 싫다면서 칭얼거렸다.


"똑바로 안씻으면 삼촌이 혼난데이!"


나는 화장실로 데려가서 녀석의 머리를 감겨주고, 비누 거품으로 몸을 닦아주었다.


녀석은 내 손길에 까르르 웃으며 물장구를 쳤다.


"간지러워!"


나는 녀석의 웃음소리를 들으며 미소를 지었다.


마치 아빠가 된 것만 같았다.


녀석의 웃음소리는 내 마음속 깊은 곳에 숨겨져 있던 어린 시절의 추억들을 떠올리게 했다.


목욕을 마친 녀석은 뽀송뽀송한 얼굴로 내게 안겼다.


"형아, 고마워!"


나는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다음부터는 밖에서 놀고나면 바로바로 씻어야 해. 알았지?"


녀석은 고개를 끄덕이며 환하게 웃었다.


그 웃음을 보니 내 마음도 따뜻해졌다


가족이 생겨 굉장히 행복함이 느껴졌지만 그 뒤로는 이걸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지켜주고 싶은 것들이 생기자 책임감이 생겼고 그에 따라 돈 생각이 더욱 간절해졌다.


돈이 없으니 당장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고 너무 불편했다.


'자, 그럼...... 다음 목표는...... 로또다. 로또 당첨되서 할머니와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내가 다 행복하자.'


잠을 자기 위해서 같이 드러누웠다.


어린 내가 너무 해맑고 순수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형아... 나 이렇게 즐거운거 오랜만이야. 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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