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19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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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9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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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1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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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9 혁명(4)

DUMMY

부산 군수 기지 사령부 박종회 소장 사무실 안으로 들어온 젊은 군인 두 명이 절도 있게 거수경례를 하였다.


“충성.”


그 모습을 흡족한 얼굴로 바라보던 박종회는 소파로 가서 앉았다.


“자네들도 앉아.”

“네.”


두 장교가 절도있게 소파에 앉자 박종회가 입을 열었다.


“자네들이 여기까지 웬일이야?”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서 급하게 달려왔습니다. 어제 부산은 좀 어땠습니까?”

“뭐 서울보다는 덜 했지만, 부산도 마찬가지였어. 마치 폭풍 속의 하루가 지나간 것 같은 기분이야.”

“부산도 사상자가 발생했습니까?”


고개를 끄덕였다.


“응. 경찰의 발포로 10여 명이 사망하고 부상자만 수십 명이야. 어린 학생들을 향해 발포라니? 미친놈들이야.”

“각하는 부산 지구 계엄 사무소장인데 바쁘지 않습니까?”

“내가 뭐 바쁠 게 있나? 어린 학생들이 더는 피를 흘리지 않도록 최소한의 조치만 하면 되는 거지.

시위대와 불필요한 마찰을 삼가라는 계엄 사령관의 지시대로 하는 거지.”

“각하! 제가 어제오늘 민심을 살펴보았는데 이송만 정권의 대한 민심이 최악이었습니다.”


다른 젊은 장교도 거들었다.


“맞습니다. 이송만과 자유당, 경찰을 욕하지 않는 국민들이 없습니다.

이송만을 지지하던 국민들도 어제 경찰의 발포로 사망자가 발생하자 그들마저도 등을 돌렸습니다.”

“각하! 민심이 최악인 지금이 기회인 것 같습니다. 5월 8일까지 기다릴 필요 없이 시간을 앞당기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각하께 이 말씀 드리려고 온 겁니다.”

“맞습니다. 열불이 터져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을 정도입니다. 다른 장교들도 다 같은 생각입니다.

들고 일어난다면 국민들의 적극적인 지지와 호응을 받을 겁니다. 지금이 혁명의 적기입니다.”


잠시 생각하던 박종회가 심각한 표정을 한 채 입을 열었다.


“나도 생각해보지 않은 건 아니야.

하지만 계엄인 상황에서 군병력 이동은 힘들어. 더구나 우리 병력은 대부분이 남쪽에 있어서 병력 이동하자마자 금세 탄로 날 거야.

아쉽지만 5월 8일 거사도 연기해야 해.”

“네? 5월 8일 거사도 연기한단 말입니까?”

“무모하게 진행하여 일을 그르치는 것보다는 나아. 훗날을 도모해야지.”

“그럼 언제 하시겠다는 겁니까?”

“상황을 지켜봐야겠지. 기회는 반드시 또 올 거야. 그러니 자네들도 경거망동하지 말고 조용히 있어.”


아쉽다는 표정의 두 장교가 어쩔 수 없이 대답하였다.


“알겠습니다.”


대답하고서 뭔가 걸리는 것이 있다는 듯 입을 열었다.


“각하! 근데 우리가 어물쩍하다가 다른 곳에서 쿠데타를 일으키게 되면 우린 닭 쫓던 개 신세가 되는 것이 아닙니까?”

“다른 곳? 누가?”

“저도 누구일지는 모르겠지만 우리와 같은 생각을 하는 자들이 없다고는 장담할 수가 없을 겁니다.

군 내부의 분위기는 젊은 장교 대부분이 쿠데타가 일어나기를 희망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누가 쿠데타를 일으켜도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그리고 지금 상황에서 쿠데타를 일으키기에 가장 유리한 고지에 있는 자는 송유찬 참모총장입니다.”

“맞습니다. 계엄 사령관이자 참모총장인 송유찬 장군은 마음만 먹으면 무조건 성공할 겁니다. 저도 그 점이 마음에 걸립니다.”

“송유찬 장군이라? 그자는 이송만 정권의 충실한 개야. 근데 쿠데타를 일으킨다고? 아니야. 절대 그럴 리 없어.”

“각하 그건 모르는 겁니다.

계엄령이 선포되고 송유찬 장군이 지시한 내용을 보십시오. 시위대 진압이 아닌 중립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습니다.

이송만의 개였다면 시위대를 벌써 무자비하게 진압해야만 합니다.”

“송유찬도 민심이 이송만과 자유당에서 떠났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겁니다. 그렇기에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겁니다.

송유찬은 생긴 것과는 다르게 여우 같은 면이 있습니다. 송유찬 장군이 일을 벌이기 전에 우리가 먼저 선수 쳐야 합니다.”


잠시 생각하던 박종회가 입을 열었다.


“아직은 확실한 것이 없어. 지금은 신중해야 할 때야. 분위기에 휩쓸리다 보면 무리수를 두게 돼.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송 장군 주변을 잘 살펴보고 이상한 조짐이 보이면 바로 보고해.”

“알겠습니다.”



***



송유찬 장군이 경무대 대통령 집무실 안으로 들어가자 책상에 앉아 있던 이송만이 아무 말 없이 일어나 소파로 가서 앉았다.

멀뚱히 서 있던 송유찬은 어떻게 할지 몰라 가만히 서 있자 이송만이 짜증을 내었다.


“뭐해? 와서 앉아.”

“네.”


소파에 앉자 이송만이 화를 내었다.


“어제 오라고 했을 텐데 왜 지금에서야 와?”

“죄송합니다. 어제는 갑작스럽게 계엄령이 선포되어 눈코 뜰 새 없이 바빴습니다. 치안 확립이 제일 중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치안은 확립됐어?”

“어제와 비교해 시위가 급속히 가라앉았지만, 어제 워낙 큰일이 벌어졌기에 앞으로 어떻게 될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계엄 사령관이 무책임하게 말하면 어떡해? 또 시위가 발생하면 무조건 강력하게 대응해야지.”

“강력대응만이 능사가 아닙니다. 강하게 대응하다 보면 오히려 시위대를 자극하여 더 큰 불행한 일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하겠습니다.”

“유연하게 대응하는 게 시위대에게 고개 숙이고 사정하는 거야? 군이 그렇게 나약해서 어떡하자는 거야?”

“혹시 어제 고려대에서의 일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나도 다 보고 받았어.

그 일로 내각에서 불만들이 아주 많아. 그 장군을 처벌하고 계엄 사령관을 교체하자는 말도 나왔어.”

“각하 그건 오해입니다.

총기로 무장한 시위대가 창동 지서 경찰들과 총격전을 벌이다가 계엄군이 출동하자 고려대로 피신하여 최후의 저항을 준비하던 중이었습니다.

총기를 소지한 1500여 명의 시위대를 자극하지 않고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조재민 장군이 단독으로 고려대에 들어가 시위대를 설득하여 해산한 겁니다.

만약 시위대를 강압적으로 진압했다면 많은 피를 흘리는 최악의 참사가 발생했을 겁니다. 그럼 정국이 더욱 혼란스러워지고 악화했을 겁니다.

오히려 상을 주어야 하는데 누가 그런 망발을 한단 말입니까?”

“계엄군이 물러 터지니까 그런 오해를 사는 거지. 앞으로도 계속 그럴 건가?”

“시위대 대부분이 어린 학생들입니다.”

“어린 학생이라도 나라의 국법을 어기면 범법자야. 계엄령을 선포한 이유가 뭐고 군을 동원한 이유가 뭐야?

범법자에게 강하게 대응하라는 거야. 그러지 않으면 군을 동원한 이유가 없어져.

자네가 몰라서 그러는데 시위의 배후에는 자유 민주주의를 전복하려는 장문과 민주당, 공산주의자들이 있어.

자넨 경각심을 가져야 할 필요성이 있어. 자유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첨병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


송유찬은 말을 듣다 보니 국민들의 마음을 전혀 모르는 이송만이 너무나 답답하였고 이송만의 눈과 귀를 가리는 작자들에게 화가 났다.

어제 계엄 사령관이 되고 미국 미8군 군사고문관인 하우스만이 슬쩍 쿠데타를 할 생각이 없냐고 물었었다.

그때는 자신을 떠보기 위한 말인 줄 알고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하우스만도 쿠데타가 아니면 해답이 없다는 것을 알고 그랬던 건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조재민 장군도 정부냐? 국민이냐? 결단을 내릴 때가 왔다며 쿠데타를 종용하기도 하였다.

이런 군의 사정도 모른 채 군의 강경 진압만을 요구하다니? 현실을 몰라도 너무나 모르고 있었다.

자신이 생각해도 이송만은 이제 자리에서 물러나야 할 것 같았다. 문제는 그 방법이 뭐냐는 것인데?

생각이 깊어져만 갔다.


“각하! 이번 시위의 배후에는 절대 공산주의자들은 없습니다. 이번 시위가 일어난 이유는 315 부정 선거 때문입니다.

학생들이 순수한 마음으로 부정 선거에 항의하는 겁니다.”

“부정 선거라니? 자유당이나 장관들은 부정 선거가 없다고 하던데.”

“있었습니다. 제가 직접 군에 부정 선거를 지시했고 민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송만의 얼굴이 굳어졌다.


“아니라고는 하지만 이상하다고는 생각했었어.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

“부정 선거에 관련된 자를 문책하고 다시 선거를 치르는 겁니다.”

“다시 하라고? 그럼 해결될까?”

“현재는 그 방법밖에는 없습니다. 성난 국민들을 하루속히 달래야 합니다.”


이송만의 반응이 신통치 않자 다시 입을 열었다.


“제 말을 못 믿겠으면 공정하고 객관적인 제삼자를 불러 의견을 들으시면 됩니다. 절대 측근들의 말만 믿어서는 안 됩니다.”

“알았어. 생각해볼게.”



***



출근하여 소파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신문을 보고 있었다.

신문마다 어제 있었던 시위에 관한 기사들이 온통 지면을 덮고 있었고 정부를 비난하는 논조들이었다.

신문을 보다 보니 문뜩 드는 생각이 어떻게 2025년 언론보다 지금의 1960년의 언론이 더 언론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65년의 세월이 흘렀고 국민들의 교육 수준과 의식 수준이 높아졌고 경제와 민주주의가 비약적으로 발전했으면 언론도 따라 발전하고 선진 언론이 되어야 하는데 언론은 오히려 더 후퇴한 것 같았다.

어디서부터 문제였을까?


‘따르릉 따르릉’


전화벨이 울려 받았다.


(정보 참모장 진민재입니다.)

(안녕하십니까? 미 대사관 실버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진 소장님 오늘 바쁘십니까?)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그럼 차 한잔하시겠습니까?)

(좋습니다.)


시간과 장소를 정하고 끊었다.

아침부터 전화하고 급한가 보네.

내 예측이 맞았으니 나를 다시 보고 있겠지. 그나저나 오늘 만나면 어떻게 내 존재를 강하게 또 각인시킬까?




정원 찻집 앞에 지프가 멈추자 차에서 내렸다.

시위로 인해 오늘 가게 문을 열지 않을 줄 알았는데 문을 열었다. 다른 장소를 정할까 하다가 혹시나 해서 이곳으로 정했는데 잘했다.


안으로 들어가자 오늘도 손님이 한 명도 없었다. 오늘은 주인이 안 보이네. 주방에 있나? 어디 갔나?

안을 둘러보다 늘 앉던 창가 쪽으로 걸어가는데 안쪽에서 주인이 나왔다.


“어서 오세요.”


뒤를 돌자 나를 본 주인이 환하게 미소지었다.


“어머! 선생님 또 오셨네요. 와! 군복이 너무 잘 어울려요. 멋있어요.”


환하게 미소짓는 주인을 보는 순간 또다시 머릿속에 경고등이 시끄럽게 울렸다. 아! 위험하다. 저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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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다가오는 419 일주년 +9 24.09.15 3,092 110 11쪽
27 쿠데타 모의 +13 24.09.14 3,167 110 12쪽
26 한미경제 협정 +21 24.09.13 3,326 114 11쪽
25 참모총장 교체 시도 +8 24.09.12 3,458 111 11쪽
24 새로운 조력자 오상현 중령 +11 24.09.11 3,419 113 10쪽
23 16인 하극상 사건 +8 24.09.10 3,539 118 12쪽
22 충무장 결의 +12 24.09.09 3,620 102 10쪽
21 사식이 삼촌의 제안 +14 24.09.08 3,581 97 11쪽
20 육군 주요 지휘관 회의 +10 24.09.07 3,660 121 11쪽
19 육사 8기생 +13 24.09.06 3,732 109 10쪽
18 송유찬의 무리수 +7 24.09.05 3,718 106 11쪽
17 1군 사령관 취임 +11 24.09.04 3,906 110 10쪽
16 419 혁명(7) +11 24.09.03 3,856 110 12쪽
15 419 혁명(6) +15 24.09.02 3,821 103 10쪽
14 419 혁명(5) +14 24.09.01 3,839 103 11쪽
» 419 혁명(4) +12 24.08.31 3,823 105 11쪽
12 419 혁명(3) +7 24.08.30 3,865 110 10쪽
11 419 혁명(2) +8 24.08.29 3,913 85 11쪽
10 419 혁명(1) +4 24.08.28 4,072 95 11쪽
9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주어라 +7 24.08.27 3,924 101 11쪽
8 하늘이 날 돕나? +8 24.08.26 3,954 98 10쪽
7 생각지도 못한 월척 +7 24.08.25 4,060 105 11쪽
6 CIA 한국 책임자 실버 +5 24.08.24 4,106 95 10쪽
5 긴 여정의 첫걸음 +9 24.08.23 4,310 9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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