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19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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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9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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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4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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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데타 모의

DUMMY

할 말이 꽤 많았나 보네. 쌓인 것도 많고.


“말씀 다 하신 겁니까?”

“할 말은 많지만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시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보좌관님 말씀에 저도 동감하는 바입니다.

저도 미국이 한국에 수십억 달러의 원조를 해주고 도와준 점에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내 말에 흡족한 미소를 짓는 실버를 보며 말을 이었다.


“보좌관님 원죄를 아십니까?”

“네? 원죄라뇨?”

“제가 종교가 기독교는 아니지만, 기독교 원리를 보면 인간은 태어나면서 원죄를 가지고 태어난다고 합니다.

그 죄를 예수님의 피로 사해주었다고 하고요. 예수님은 자신의 피를 흘리면서까지 죄 많은 인간을 구원하셨습니다.

물론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았고요. 미국은 기독교의 나라니 잘 아실 겁니다.

인간에게 원죄가 있듯이 미국도 한국에게 원죄가 있습니다.

1905년 미국은 일본과 가쓰라 태프트 밀약을 통해 일본의 한국 식민지를 인정했습니다. 모든 일은 여기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그 이후 일본이 패망하면서 한국이 광복했지만, 미국과 서구 열강들에 의해 한국은 우리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남북으로 갈라지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만약 그때 남북으로 갈라놓지 않았다면 625 같은 동족상잔의 비극적인 전쟁도 없었을 것이고 미군들도 귀한 피를 흘리지 않았을 겁니다.

그 원죄를 미국은 어떻게 보답하고 죄를 사하겠습니까?

예수님이 자신의 피를 흘리며 인간의 죄를 사해준 것처럼 미국은 지금 한국을 도와주며 원죄를 사죄해야 합니다.

무릎 꿇고 용서를 구해도 모자란 상황에 도와주고 원조를 해주는데 조그마한 편의도 요구 못 하냐? 라고 불평을 할 수 있을까요?

물론 미국 입장에서는 자국 이익을 위한 외교적인 일에 잘잘못을 따지는 것은 말이 안 되고 억울하겠지만 한국 입장은 그렇다는 겁니다.

그렇다고 한국이 미국에 사죄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아닙니다. 미국 스스로 한국의 입장을 돌이켜보면 뭔가 생각이 달라질 겁니다.

저도 할 말은 많지만, 한국과 미국과의 과거사는 여기까지만 하고 넘어가겠습니다.

이상은 한국 입장에서만 말씀드린 겁니다. 이런 점을 조금 생각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실버의 표정을 보니 찔리는지 가만히 있었다. 엄밀히 따지면 미국은 할 말이 없지.


“그리고 1947년 미국 트루먼 대통령은 반공을 표방한 정부에 대해서는 경제적, 군사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또 얼마 전에 취임한 케네디 대통령은 빈곤에 시달리는 전 세계 국민을 돕겠다고 했습니다.

왜 빈곤에 시달리는 세계 국민을 돕겠다고 했을까요? 자선 사업으로요? 아닙니다. 이는 소련을 의식해서 한 말입니다.

미국은 공산주의 국가가 계속 늘어나자 그 원인을 분석한 결과 공산주의 혁명은 모두 가난한 국가에서 발생했다는 결론을 내립니다.

즉 공산주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라도 한국같이 가난한 나라에 원조도 하고 경제를 발전시켜야 할 필요성을 느낀 겁니다.

북한은 고도 경제 성장을 하는데 한국은 발전 없이 정체되었다가 남한에서 북한을 부러워해서 공산주의 혁명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겁니다.

그럼 미국이 한국에 원조하는 이유가 뭔지 명확해집니다. 미국이 순수한 마음에서 도와주는 것이 아니니 대가에 너무 연연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미국과 한국의 공동 목표는 공산주의를 막고자 하는 겁니다. 그걸 막기 위해 한국이 경제 성장을 하여 북한보다 더 잘살면 모든 것이 해결됩니다.

미국도 그것을 잘 알기에 그동안 미국이 수십억 달러를 지원해 주었지만, 이송만 정권이나 장문 정권이 무능해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것은 사실입니다.

미국으로서도 억울할 겁니다.

전폭적인 지원을 해주는데 왜 저 모양이지? 이 모든 것이 지도자가 무능해서 발생한 결과입니다.

만약 능력 있고 똑똑하고 유능한 지도자가 있다면 지금과는 180도 달라질 겁니다.

여기까지만 하고 본론으로 넘어가겠습니다. 지금 불고 있는 한미 경제 협정의 논란 해결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갑자기 표정이 밝아졌다.


“해결 방법이 있다는 겁니까?”

“네. 그렇습니다.”

“그게 뭡니까?”

“언론과 학생들이 걱정하는 부분을 해결해 주면 되는 겁니다. 해석 각서를 쓰는 겁니다.”

“네? 해석 각서 말입니까?”

“네. 맞습니다. 미국은 절대로 한국의 내정 간섭에 의도가 없으며 이를 보장하겠다는 내용을 각서로 쓰면 논란이 불식됩니다.

협정 자체를 수정하지 못하겠다면 이 방법밖에는 없습니다.”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해석 각서를 쓰면 정말 해결되겠습니까?”


원 역사에서도 해석 각서를 쓰고 국회 인준도 받고 학생들의 시위도 잠잠해졌으니까.


“네. 부족하지만 현재로서는 이 방법이 최선입니다. 저를 한번 믿어 보시죠.”

“알겠습니다. 제가 생각해도 가능성이 있을 것 같습니다. 건의해 보겠습니다.”


말을 하고서는 날 빤히 쳐다보았다.


“진 장군을 만날 때마다 느끼는 건데 진 장군은 군인보다는 정치가 더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혹시 정치할 의향은 없습니까?”


당연히 있지. 이제 내가 전면에 나설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저에 대해 알아보셔서 아시겠지만 전 조용히 책을 읽으며 지내는 것이 더 좋습니다. 다만 세상이 나를 필요로 한다면 그때는 심각하게 고민해 볼 겁니다.”

“세상이 진 장군을 필요하기를 기다리는 것보다는 세상을 위해 먼저 나서는 것이 더 좋지 않습니까?

제가 보기에 정치를 하면 아주 잘 할 것 같습니다. 만약에 진 장군이 정치를 한다면 제가 적극적으로 도와드리겠습니다.

또 진 장군이 말씀하신 것처럼 능력 있고 똑똑하고 유능한 지도자가 있다면 지금과는 180도 달라진다고 한 것처럼 진 장군이라면 정말 가능할 것 같습니다.

왠지 기대됩니다.”


뭐야? 나보고 정권을 잡으라는 의미인가? 어떻게?

설마 쿠데타를 하라는 건가? 하긴 남미나 아프리카 쿠데타를 보면 미국 CIA 공작인 경우가 많은데.

적극적으로 도와준다는 게 쿠데타를 말하는 건가? 슬쩍 의향을 떠볼까?


“저를 너무 높게 보시는 것 같습니다.

또 장문 정부가 출범한 지 이제 1년도 안 되었습니다. 제가 어느 세월에 지도자가 되겠습니까?”

“마음먹고자 하면 안 되는 것은 없습니다. 가능합니다.”

“물론 10년 후면 가능할 수도 있겠지요.”

“방법을 찾아보면 있을 겁니다. 당장 급한 것은 아니니 천천히 시간을 두고 고민해 봅시다.”


안 넘어오네. 아직 나에 대한 확신이 없다는 건가? 상관없지. 어차피 일은 조만간에 벌어질 테고 미국은 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을 테니까.


“이제 딱딱한 이야기는 그만하고 차나 마십시다.”

“그럽시다.”


차를 마시다가 뭔가 생각난 듯 입을 여는 실버였다.


“진 장군님은 찻집 주인하고 친하십니까?”

“글쎄요? 친하다고 해야 할지 아니라고 해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올 때마다 사람 사는 이야기를 하기는 합니다.

근데 왜 물으시는 겁니까?”

“진 장군에 대한 칭찬이 자자합니다. 그래서 혹시 친한가 해서 물어본 겁니다.”


한서희가 내 칭찬을 했다고? 고마운데.


“저는 몰랐습니다. 고맙다는 인사를 해야겠습니다.”

“말보다는 밥 한번 사는 게 좋을 겁니다. 팁을 드리자면 생선회를 무척 좋아합니다.”

“알겠습니다. 알려 줘서 고맙습니다. 보좌관님은 식성까지 아시는 것을 보니 주인하고 꽤 친한 것 같습니다.”

“저도 친하다기보다는 사실은 스카우트하려고 한때 공을 들였는데 지금은 포기한 상황입니다.”

“네? 스카우트하려고 했었다고요?”

“네. 진 장군님은 주인에 대해 잘 모르시나 봅니다. 한국에서 보기 드문 엘리트 여성입니다.”

“이화여대를 졸업했다는 말은 들었습니다.”

“그게 전부가 아닙니다. 미국 스탠퍼드 대학원에서 정치학을 전공했습니다.”


놀랐다. 이 시대에 여자가 미국 대학원 유학을 갔었다니? 더구나 전공이 정치학이라고? 어쩐지 영어가 유창하다 했다.

순간 유아영의 모습과 겹쳐졌다. 이걸 우연이라고 해야 하나?


“근데 왜 찻집을 하는 겁니까?”

“사연이 있습니다. 제가 말을 할 수는 없고 나중에 본인에게 직접 물어보십시오.”


무슨 사연이 있길래? 그런 엘리트가 찻집을 하다니? 이건 국가적으로 낭비인데.


“알겠습니다.”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네.”


실버가 가자 한서희가 내 앞에 앉았다.


“오늘 저녁 식사 같이하겠습니까?”


놀란 눈을 하며 나를 바라보았다.


“네?”



***



신당동 박종회 집에서 십여 명이 모여 심각한 얼굴을 한 채 말없이 앉아 있었다.

박종회가 침묵을 깼다.


“김중필 혁명 계획서 가져왔지?”

“네. 가져왔습니다.”


품 안에서 혁명 계획서를 꺼내 건넸다.


“여기 있습니다.”


계획서를 받아 신중히 보던 박종회가 입을 열었다.


“수고했어. 한 부 더 준비하게.”

“유출될 위험이 있기에 일부러 한 부만 작성한 겁니다. 숙지하면 한 부면 충분합니다.”

“장두영 참모총장에게 보여주려고 그래.”

“장 장군과 이야기가 된 겁니까?”

“이야기를 몇 번 했는데 대답이 영 신통치 않아. 동조하는 것 같기도 하면서 아닌 것 같고. 속을 모르겠어.

동조한다고 해도 앞에 나설 인간은 아니야. 우리가 혁명에 성공했을 때를 대비하자는 거지.”

“굳이 장 장군과 함께해야만 합니까? 장 장군은 군내에서 신망도 없고 강한 자에 약하고 약한 자에 강한 인물입니다.”

“나도 알아. 탐탁지는 않지만, 우리 혁명의 최대 걸림돌은 미국이야.

유엔 사령관 매그루더 장군은 날 빨갱이로 보고 최영록과 함께 나를 옷 벗기려고 했던 자야. 그런 자가 혁명에 성공하면 가만히 있겠어?

그때 장 장군을 앞에 내세워야 방패막이가 될 수 있어. 더구나 장 장군은 미군 장성들과 친하잖아. 우리에게 꼭 필요한 인물이야.”

“혁명 계획서를 보여주면 방해하지는 않겠습니까?”

“내가 판단한 장 장군은 우리가 성공하는지 실패하는지 지켜보기만 할 거야. 성공해서 손을 내밀면 잡을 인간이고.”

“알겠습니다.”


두 사람의 대화가 끝나자 김형우 중령이 궁금하다는 듯 박종회에게 물었다.


“각하! 혁명일은 결정한 겁니까?”


고개를 끄덕였다.


“4월 19일이야.”

“네? 그날은 419의거 1주년 기념일이 아닙니까?

그날 학생들과 시민들이 대규모로 과격 시위가 예상되고 폭동으로 확대되게 되면 계엄령이 선포될 것이고 그럼 병력을 동원하는데 제약이 있지 않겠습니까?”

“바로 그걸 노리는 거야. 계엄을 역이용하자는 거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생각을 해봐. 계엄령이 발동되면 계엄군으로 누가 출동하겠어? 서울 인근 부대가 출동하겠지?”

“네. 그렇습니다.”

“6관구에서 출동할 거야. 비둘기 작전 준비까지 다 끝났어.”

“비둘기 작전이 뭡니까?”


김중필이 나섰다.


“그건 내가 설명할게. 비둘기 작전은 419에 대규모 폭동이 일어났을 때 계엄군이 작성한 폭동 진압 계획서야.

6관구에서 이미 진압 훈련까지 끝냈어. 각하께서 6관구 사령관으로 근무하셨고 현재 사령관과도 이야기를 다 끝냈어.”


김형우 중령이 웃으며 입을 열었다.


“계엄군이 출동해서 혁명을 한다? 이런 묘수가 어디 있어? 누구도 생각지 못할걸.”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제목을 변경했는데 별로라는 독자님들이 많아 추석 연휴가 끝나면 다시 변경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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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다가오는 419 일주년 +9 24.09.15 3,090 11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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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한미경제 협정 +21 24.09.13 3,324 114 11쪽
25 참모총장 교체 시도 +8 24.09.12 3,457 111 11쪽
24 새로운 조력자 오상현 중령 +11 24.09.11 3,419 113 10쪽
23 16인 하극상 사건 +8 24.09.10 3,539 118 12쪽
22 충무장 결의 +12 24.09.09 3,619 102 10쪽
21 사식이 삼촌의 제안 +14 24.09.08 3,578 97 11쪽
20 육군 주요 지휘관 회의 +10 24.09.07 3,657 121 11쪽
19 육사 8기생 +13 24.09.06 3,732 109 10쪽
18 송유찬의 무리수 +7 24.09.05 3,718 106 11쪽
17 1군 사령관 취임 +11 24.09.04 3,905 110 10쪽
16 419 혁명(7) +11 24.09.03 3,854 110 12쪽
15 419 혁명(6) +15 24.09.02 3,819 103 10쪽
14 419 혁명(5) +14 24.09.01 3,837 103 11쪽
13 419 혁명(4) +12 24.08.31 3,821 105 11쪽
12 419 혁명(3) +7 24.08.30 3,863 110 10쪽
11 419 혁명(2) +8 24.08.29 3,911 85 11쪽
10 419 혁명(1) +4 24.08.28 4,071 95 11쪽
9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주어라 +7 24.08.27 3,923 101 11쪽
8 하늘이 날 돕나? +8 24.08.26 3,952 98 10쪽
7 생각지도 못한 월척 +7 24.08.25 4,056 105 11쪽
6 CIA 한국 책임자 실버 +5 24.08.24 4,103 95 10쪽
5 긴 여정의 첫걸음 +9 24.08.23 4,308 9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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