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6 쿠데타(4)
이 몸의 기억으로 해병대와 연줄이 있는 자를 아무리 생각해봐도 없고 미리 막을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나 나름대로 계획한 것이 있었다.
헌병차감 박지호 대령을 바라보았다.
“자네가 좀 도와줘야 할 것 같아.”
“말씀만 하십시오.”
“아마도 장 총장이 한강으로 헌병 소대 병력만 출동시킬 거야.
그럼 자네는 중무장한 병력을 더 증파하고 바리케이드와 트럭으로 한강 다리를 철저하게 봉쇄해.
다만 한강 다리 초입이 아닌 뒤로 4분의 3 정도 위치에서. 그럼 해병대는 전부 한강 다리 안으로 진입할 수 있을 거야.
그때 공수부대가 다리 뒤를 막아 포위하는 거지. 해병대 병력이 아무리 많아도 다리 안에 든 쥐가 되어 수적 우위는 아무 소용이 없게 돼.
장 총장이 세세히 확인하지 않을 테니 그 정도는 자네 힘만으로도 가능할 거야.”
“그 정도는 제힘으로 가능하지만, 장 총장이 왜 소대 병력만 한강으로 출동시키겠습니까? 그 병력으로는 쿠데타군의 진입을 막기 힘들 겁니다.”
“당연히 힘들지.
쿠데타군을 막으려고 보낸 것이 아니라 교통정리를 하기 위함이니까. 장 총장은 박종회가 쿠데타에 성공했을 때와 실패했을 때를 대비하려는 거야.
6관구 사령부에 있는 주모자들을 체포하라고 지시한 것은 실패했을 때를 대비한 거고 한강 다리는 성공했을 때를 대비한 행동이지.”
황당하다는 얼굴을 하였다.
“너무 어이가 없습니다. 총장의 임무가 뭡니까? 총장부터 이러니 쿠데타가 일어나는 겁니다.”
“아직 확실한 것은 없어.
다만 장 총장은 군사 영어학교 동기라 장 총장을 잘 알기에 그의 성향을 분석하여 내 나름대로 추측하고 예상한 것뿐이야.
실제 장 총장이 다른 명령을 내릴 수도 있어. 그렇다 하여도 자넨 내가 지시한 대로 움직여. 그래야만 쿠데타를 성공적으로 진압할 수 있어.
모든 책임은 내가 다 질 거야. 자네뿐만 아니라 여기 있는 모두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약속할 게.”
“아닙니다. 이건 대한민국 헌병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입니다.”
6군단장 김응수 소장도 맞장구쳤다.
“맞습니다. 대한민국 군인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입니다. 각하께서 모든 책임을 지실 필요는 없습니다.”
“자네들 마음을 잘 알겠네. 하지만 문제 생길 일은 없을 거야. 내가 약속하지.
다음으로는 쿠데타군이 움직인 것을 확인하면 비상 대기하고 있던 우리 1군 병력이 서울로 진입하는 거야.”
“진입 부대는 어느 부대가 하는 겁니까?”
“많이는 갈 필요는 없어. 내가 계획한 바로는.......”
한동안 내 계획을 설명하였다.
“알겠지. 이 계획대로 진행할 거야. 그러니 다들 보안을 철저히 지켜 쿠데타군이 눈치채지 못하게 해야 해.”
“알겠습니다. 근데 각하! 정부나 미국의 허락 없이 병력을 마음대로 동원해도 되는 겁니까?”
미국은 어차피 방관만 할 테니 신경 쓸 필요 없이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되기에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그래도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막무가내로 나가는 것보다는 나의 쿠데타 성공 이후 미국과의 관계를 생각해서 그동안 많은 노력을 했으니 그 노력이 헛되지는 않을 것이다.
또한, 유엔 사령관 매그루더 장군은 공산주의라면 끔찍하게 싫어하는 자라 쿠데타가 성공하면 대한민국이 공산국가가 된다고 뻥을 치면 찍소리 못하고 병력 출동을 허락할 것이고 원 역사에서도 쿠데타군을 진압하라고 1군 사령관에게 지시했기에 병력 출동은 아무 문제가 될 게 없었다.
미8군 군사고문관 하우스만도 내가 그동안 공을 들여놨기에 내 편이나 다름없었다.
미국 대사는 부임한 지 얼마 안 되어 잠깐 인사만 나누어 친하지는 않아 반발할 수도 있지만 실버가 무마시킬 것이다.
실버가 나에게 직접적으로 말하지는 않았지만 내가 쿠데타를 일으키기를 은근히 바라는 눈치이었기에 아마 속으로 두 손 들어 환영할 거다.
“어차피 장문 정부는 내일 이후로 없어지게 돼. 그러니 허락받을 필요는 없어. 그리고 미국이 나에게 왜 이런 정보를 주었다고 생각하나?
그 이유를 잘 생각해보게. 미국은 내 친구야.”
이정도만 말해놓으면 내 뒤에 미국이 있다는 것을 전부 느낄 것이다. 든든한 뒷배가 있는데 무엇이 두려울까?
“알겠습니다. 각하만 믿겠습니다.”
“내일부터 며칠 동안은 긴 시간이 될 테니 이만하고 돌아가 푹 쉬도록.”
“알겠습니다.”
5월 15일 운명의 날이 밝았다.
비장한 마음으로 출근하자 김태승 중령과 오상현 중령이 절도있게 거수경례를 하였다.
어젯밤에 많은 생각을 했는지 어제와는 다르게 결연한 표정에 눈동자가 반짝이고 있었다.
두 사람의 어깨를 두드렸다.
“후회하지 않을 거야.”
“저희는 각하만 믿고 따르겠습니다.”
“그 믿음 헛되지 않을 거야. 커피 한 잔 주게.”
“네.”
“같이 마시지.”
셋이서 소파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육본 동기들에게 연락은 해봤나?”
“네. 오늘 아침에 연락했더니 쿠데타가 일어난다는 것을 모르는지 평온합니다.”
“가담자가 아니라면 그렇겠지.”
“그래서 같이 정군 운동을 했던 동기들한테 연락했더니만 쿠데타 준비를 하는지 연락이 되지 않았습니다.”
“바쁘겠지.”
찻잔을 들어 마시는데 노크 소리가 들리고 헌병 대장이 들어왔다.
“각하!”
“와서 앉게.”
“네.”
헌병 대장이 소파에 앉았다.
“각하! 방금 체포 결사대 헌병 정예 요원 10명을 선발해 대기 중입니다.”
행동하나 빠르네.
“바로 출발하라고 하고 모든 연락은 이곳으로 하라고 해.”
“알겠습니다.”
헌병 대장이 나가자 6군단장 김응수 소장을 시작하여 어제 모였던 인원들이 전부 모였다.
***
장두영 참모총장은 서울 모 요정에서 측근들과 기분 좋게 술을 마시고 있었다.
술잔을 들어 마시려는데 방문이 열리며 여자가 들어왔다.
“장군님! 급한 일이라며 군인이 찾아왔습니다.”
“누군데?”
“그건 모르겠고 별 하나 장군이에요.”
“그래?”
마시려던 술잔을 그대로 내려놓고 일어나 밖으로 나가자 문밖에는 방첩부대장 이철하 준장이 서 있었다.
“무슨 일이길래 여기까지 찾아왔나?”
“각하! 쿠데타입니다.”
“뭐? 어느 놈이야?”
“박종회 소장입니다. 방첩대로 30사단장이 신고한 겁니다. 신고받고 바로 달려온 겁니다.”
“이런 쌍놈의 새끼가 기어코 큰일을 치네.”
“30사단장은 지금 어디 있는 데?”
“방첩대에 있습니다.”
“방첩대로 가자고.”
“알겠습니다.”
서울지구 506 방첩대로 온 장도영은 대기하고 있던 30사단장이 거수경례를 하였다.
“뭐가 어게 된 건지 자세히 말해보게.”
“저도 부 사단장에게 보고 받고 급히 오느라 자세한 것은 모르지만 박종회 소장이 쿠데타를 일으킨다고 합니다.
30사단 일부 부대가 쿠데타에 가담한다고 하고 D데이 H아워는 16일 새벽 3시라고 합니다.”
“자넨 사단장이 돼서 휘하 부대가 쿠데타에 가담한다는 것을 몰랐단 말이야.”
“죄송합니다.”
“당장 가서 부대를 장악해. 내 명령 없이 부대 이동을 못 하게 해.”
“알겠습니다.”
30사단장이 떠나자 방첩부대장에게 물었다.
“박종회의 위치는 확인했어?”
“네. 확인한 바로는 신당동 자택에 있습니다.”
“알았어. 헌병감 연결해.”
“네.”
전화를 연결해 장 총장에게 건넸다.
“헌병감 연결됐습니다.”
전화기를 받은 장 총장은 용건만 말하였다.
(나 참모총장인데 지금 쿠데타 세력들이 6관구 사령부에 집결해 있으니 헌병들을 동원해 전부 체포하도록. 긴급이야.)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고 육본에 전화하였다.
(난 참모총장인데 참모들 지금 당장 비상 대기시켜.)
그 시각 박종회는 신당동 자택에서 정보학교장 한호민 준장도 함께 있다가 전화를 받고 끊었다.
“계획이 탄로 났다는데.”
한호민 준장이 놀란 얼굴을 하며 물었다.
“네? 어떻게 말입니까?”
“30사단 부단장이 사단장에게 밀고했다는데. 어쩐지 그자는 믿음이 없어 보이던데. 내 불찰이야.”
“각하! 혁명 계획이 탄로 났는데 어떻게 하실 겁니까? 계속 진행하실 겁니까?”
“탄로 났다고 해도 이대로 멈출 수는 없어. 끝까지 가봐야겠지.”
“그럼 여기 있는 것은 위험합니다. 제가 묵고 있는 여관으로 가서 상황을 다시 파악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러지.”
두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
저녁을 일찍 먹고 사무실에 앉아 있었다.
모두 긴장했는지 아무 말도 없이 앉아 있다가 전화벨 소리가 울리자 모두의 시선이 전화기로 향하였다.
얼른 전화기를 들었다.
(나야.)
(각하! 방금 쿠데타 세력 체포 명령이 떨어졌습니다. 곧 6관구 사령부로 갈 겁니다.)
(자넨 명령대로 그놈들 전부 체포해. 박종회도 곧 체포할 테니까.)
(알겠습니다.)
(그리고 한강으로 헌병 병력 출동하는지 계속 확인하고 내 명령대로 하고.)
(알겠습니다.)
(건투를 비네.)
전화를 끊자 모두의 시선이 나에게로 향하자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어. 우리도 이제 슬슬 시작해야지.”
헌병 대장을 바라보았다.
“서울에 가 있는 헌병들에게는 연락이 없나?”
“네. 아직 없습니다. 박종회가 움직이면 바로 연락하라고 했으니 움직이면 연락 올 겁니다.”
“연락 오면 미행하다가 한적한 곳에서 체포하라고 해.”
“알겠습니다.”
“그리고 그놈들 이제 체포해.”
“알겠습니다.”
헌병 대장이 지시를 내리려 나가자 6군단장 김응수 소장이 물었다.
“각하! 그들은 쿠데타에 직접 가담하지 않았는데 체포까지 할 필요가 있습니까?”
1군 소속 육사 8기들은 6군단 일부 포병대와 30사단 일부 부대를 제외하고서는 직접 쿠데타에 가담하지 않았지만, 잠재적인 쿠데타 세력들이었다.
원 역사에서도 1군 사령부 소속 8기들이 1군 사령관인 이하림 장군을 체포했으니까. 위험 요소는 미리 제거해야지.
“조사해서 죄가 없다면 풀어주면 돼. 육사 8기들은 동기들끼리 유대감이 무척 강해서 보안을 위해서라도 격리하는 것이 좋아.
6군단 포병대 병력은 아직 이동하지 않았나?”
“현재 지켜보고 있습니다. 이동하는 즉시 연락이 올 겁니다.”
“좋아. 늦어도 12시에는 이동할 테니 6군단 포병대가 이동하면 우리도 출동해야 하니 진압 부대 이동 준비 이상 없는지 다시 한번 확인해.
이동 전까지 편히 쉬라고 하고.”
“알겠습니다.”
6군단장 김응수 소장이 지시하러 나가는 뒷모습을 무심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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