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19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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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9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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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8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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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419 혁명(1)

DUMMY

잠깐의 대화였지만 실버는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자신은 CIA 한국 책임자로 있으면서 많은 정치인과 장성들을 만났지만 진민재 소장 같은 자는 처음이었다.

약간 극단적인 면이 있기는 하지만 정세를 보는 판단도 탁월하고 경제적인 지식도 있으면서 자기 할 말을 다 하는 등 자기 철학과 주장이 뚜렷하였다.

한국의 정치인과 장성들은 미국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을 피하는데 이자는 미국에 대한 비판도 서슴지 않았다.

비판이 반미라기보다는 정책에 대한 비판이라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어떻게 이런 자가 그동안 숨죽여 지내왔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고 왜 이제야 자신을 드러내는지 의도도 궁금하였다.

동양에서 난세에 영웅이 탄생한다고 하더니만 과연 이자가 영웅이 될지 궁금하였고 과연 미국에 도움이 될지 해가 될지 판단하기가 애매하였다.

자신의 입으로 친미라고 하였고 광복군 출신이라 친일파도 아니고 공산주의도 아니고 미한 동맹을 강조하는 것을 보아 도움이 될 것 같지만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었다.

이자가 말한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주어라는 말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동안 미국의 한국 정책은 먹고 살기 위한 원조가 전부였다.

이자 말대로 처음부터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면 지금의 한국보다 더 나아졌을까?

과연 한국이 물고기를 잡을 능력이 있었을까?

가만히 생각해보면 1958년부터 한국의 무상 원조를 줄이게 된 이유 중의 하나가 밥 먹으라고 준 돈으로 미국 내 유학생들의 학비를 대 주는 등 어이없는 행동이었다.

그만큼 한국의 교육률이 높고 문맹률이 낮은 것은 사실이었다.

한국의 역사를 자세히는 모르지만, 일제 치하의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 비교해보면 임시 정부를 수립하고 독립운동도 활발하게 한 것을 보면 한국은 확실히 뭔가 달랐다.

앞에 앉아 차를 마시는 남자를 자세히 바라보았다.


“흥미로운 말씀이었습니다.

진 소장의 조언에 따라 한국에 대한 정책을 다시 한번 검토할 필요성은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큰 기대는 하지 마십시오.

그리고 진 소장의 말을 들어보면 지금 한국은 위기 상황인데 군부에서는 어떻게 바라보고 있습니까?”


어찌 첫술에 배부를까? 나도 처음부터 기대하지 않는다.

자꾸 거론하게 되면 미국도 나중에는 생각이 달라질 수도 있었다. 내가 집권한 이후를 노리고 실버에게 의도적으로 한 말이었다.

그래야 원조도 더 많이 받고 한국 경제 성장을 좀 더 빨리 이룰 수 있을 테니까.

미국도 현재 군부 상황이 어떤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알면서 왜 물어봐? 내 생각이 궁금해서인가?


“젊은 장교들의 불만이 팽배합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언제 폭발할지도 모릅니다.”

“쿠데타가 일어날 수도 있다는 말입니까?”

“솔직히 말하면 내일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입니다.”

“혹시 진 소장도 쿠데타를 생각하고 있습니까?”


당연히 할 거지만 아직은 내가 쿠데타를 할 생각이라는 것을 알릴 필요는 없었다. 괜히 요주의 인물로 찍힐 필요는 없으니까.


“쿠데타는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됩니다.

저는 군을 믿습니다. 사회가 혼란하고 정치가 난장판이어도 끝까지 자중하며 중립을 지키며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겁니다.”

“진 소장은 현재 시국을 해결할 방안이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미국도 방법을 아시지 않습니까?”

“재선거를 말하는 겁니까?”

“조금 전에도 말했지만, 이번 부정 선거는 표면적인 이유일 뿐 그동안 억눌려왔던 국민들의 몸부림입니다.

임시적인 처방이 아니라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봅니다.”

“이송만의 하야라는 말씀입니까?”


지금쯤이면 미국도 이송만을 버릴 생각을 했을 테니까.


“미국의 현명한 결정을 바라뿐입니다.”

“알겠습니다. 좀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지만, 다음 약속이 있어 아쉽습니다.

오늘은 이만 끝내지만 앞으로 종종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으면 합니다.”


하우스만과 동등하게 중요한 인물인 CIA 한국 책임자 실버를 만나 내 존재를 강하게 각인시켰으니 나도 소기의 성과를 이뤘다.

곧 419 혁명이 일어나게 되면 나를 보는 시각이 또 달라질 것이고 나에게 좀 더 우호적으로 변할 것이다.

그렇게 하나씩 미국에서 나를 대한민국을 이끌어 갈 존재로 생각하도록 시간을 갖고 준비하면 된다.


“저도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유익한 시간을 가졌으면 합니다.”


실버가 가자 여주인이 다가와 내 앞에 앉았다.


“선생님 투 스타였어요?”


실버가 왔을 때 나에게 진민재 소장이냐고 물었을 때 옆에 있어서 들었구나.


“네. 정식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 육군본부 정보 참모장 진민재 소장입니다.”

“와! 높으신 분이었네요. 저도 정식으로 인사드릴게요 한서희예요.”


이름도 얼굴처럼 예쁘네.

모솔이었던 나의 마음을 순식간에 헤집는 것을 보니 위험하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유아영에게는 전혀 이러지 않았는데. 그때는 내 처지가 유아영과 너무 다르기에 언감생심 꿈도 못 꾸었으니까.

한동안 이야기를 나누었다.




대사관으로 들어온 실버는 책상에 앉아 진민재 소장과 나누었던 이야기를 다시 되새겨 보았다.

하우스만이 왜 자신에게 소개했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지금은 군부에서 조용히 있지만, 왠지 앞으로는 진민재가 역사의 전면에 부상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런 자가 자신을 숨긴 채 왜 여태까지 가만히 있었을까? 때를 기다렸던 걸까? 이제 그때라고 판단한 건가?

위험한 인물인데 과연 진민재가 미국에 이익이 될까?

지금까지 판단으로는 이익이 될 것 같지만 단정할 수는 없었다. 좀 더 진민재라는 인물에 대해 자세히 알아볼 필요는 있었다.

전화기를 들었다.


(제임스 들어오라고 해.)


잠시 후 노크 소리가 들리고 제임스가 들어왔다.


“부르셨습니까?”

“지금 당장 육군본부 정보 참모장 진민재 소장에 대해 자세히 알아봐.”

“어디까지입니까?”

“알 수 있는 건 전부 샅샅이 알아봐.”

“알겠습니다.”



***



‘어둡고 괴로워라 밤이 길더니

삼천리 이 강산에 먼동이 튼다

동무야 자리 차고 일어나거라

산 넘고 바다 건너 태평양까지

아 아 자유의 자유의 종이 울린다’


4월 18일 오후 1시 3000여 명의 고려대생이 학교를 뛰쳐나와 국회 의사당 앞에서 시위하다가 오후 7시경에 어깨동무를 한 채 독립행진곡을 부르며 다시 학교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 행렬 앞에는 인도하는 경찰차와 보도차가 가고 있었고 그 뒤를 학생들이 따랐고 학생들 뒤로는 시민 만여 명도 뒤따르고 있었다.

시청 앞, 을지로, 서울 운동장, 신설동 방면으로 귀교하기로 경찰과 약속을 했지만, 을지로 4가에서 경찰은 아무런 이유 없이 갑자기 코스를 종로로 변경하였다.

학생들의 행렬이 청계천을 지나 천일 극장 앞에 도착할 때쯤 어두운 골목 속에 수십 개의 눈동자가 학생 선두를 지켜보고 있었다.


“온다. 준비해.”

“알겠습니다.”


잠시 학생들을 지켜보던 30대 중반의 남자가 담배를 힘껏 빨아들이고 연기를 내뿜더니 담배꽁초를 손가락으로 튕겨 버리며 힘껏 소리쳤다.


“지금이다. 쳐!”


남자의 말에 어둠 속에서 몸을 숨기던 수십 명의 건장한 남자들이 각목을 휘두르며 학생 선두를 덮쳤다.


“빨갱이들은 다 죽여!”


순식간에 학생 선두 행렬은 비명과 고함 욕설이 난무하는 아수라장이 되었다.

각목을 머리에 맞은 학생이 피를 흘리며 쓰러졌고 휘두르는 각목을 피하고자 몸을 웅크리는 학생, 괴한을 피해 도망가는 학생, 괴한에 대항하는 학생, 비명을 지르는 여학생, 순식간에 지옥도가 펼쳐졌다.


“철수.”


그렇게 10분 동안 지옥도가 펼쳐지고 있을 때 들려온 한마디에 괴한들은 서둘러 골목길로 순식간에 사라졌다.



*



시계를 보았다. 10시 10분을 지나고 있었다.

지금쯤이면 얼추 다 마무리가 됐을 텐데. 과연 역사대로 흘러갔을지? 다르게 흘러갔을지? 초조한 마음에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똑똑’


노크 소리가 들리고 부관 김태승 중령이 들어왔다.


“연락 왔어?”

“네. 방금 연락이 왔습니다.

황동일 중위의 보고에 따르면........ 하여 현재 고대생들은 학교로 돌아가 방금 해산을 했다고 합니다.”


오늘이 419 혁명의 전날이라 퇴근하지 않고 늦게까지 사무실에서 대기하면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원 역사대로 깡패들의 고대생 습격이 있었다.

10여 분간의 짧은 습격이었지만 30여 명의 학생과 기자들이 중상을 입은 사건이었다.

깡패를 시켜 학생들을 습격하면 학생들이 흥분하여 난동을 부릴 것을 예상했겠지만 학생들은 침착하게 이성을 잃지 않고 학교로 돌아가 해산하였다.

경찰서가 빤히 보이는 100m 거리에, 경찰차가 선두에 있고 내외신 기자 수십 명이 있고 정사복 경찰도 100여 명이나 있었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을까?

국민들이 바보일까?

이 습격 사건은 내일 전 언론에 기사화되어 모든 국민이 알게 되면서 큰 충격과 분노를 일으키게 된다.

어쩌면 지금까지 꾹 참고 있던 학생과 시민들이 참지 못하고 일어나게 하는 419 혁명의 불씨를 피우는 도화선일 수도 있었다.

약한 불씨에 기름을 부은 꼴이라 괜한 짓을 벌인 거였다.


“알았어. 황 중위 그만 퇴근하라고 하고 내일도 출근하지 말고 시내 돌아다니며 상황 보고하라고 해.”

“알겠습니다.”

“그리고 내일은 인원 몇 명 더 내보내고.”

“알겠습니다만 굳이 그래야 하는 이유가 있습니까?”

“자넨 지금이 폭풍 전야라는 생각이 안 드나?”

“네?”


내일이면 김태승도 알겠지.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 퇴근해.”




대망의 419 혁명일이 밝았다.

아침 일찍 출근해 커피를 마시며 생각에 잠겼다.

피의 화요일이라고 불리는 419 혁명의 시작은 8시 30분에 교문을 박차고 나간 대광고등학교였다.

그 대열에 서울대생들이 합류하면서 시위대가 급속히 늘어났고 전국 각지에서도 학생들과 시민들이 대규모 시위를 하기 시작한다.

2025년에 살던 내가 보기에는 어린 고등학생과 중학생들이 대규모로 민주화 시위를 한다는 것이 상상조차 안 되었다.

한편으로는 대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교실에서 공부해야 할 어린 학생들이 거리에 나올 수밖에 없는 현실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대학생이라면 그나마 이해하겠지만.

현대에서는 대학생조차 민주화나 사회 부조리에 관심도 없고 시위조차 하지 않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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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다가오는 419 일주년 +9 24.09.15 3,089 110 11쪽
27 쿠데타 모의 +13 24.09.14 3,163 110 12쪽
26 한미경제 협정 +21 24.09.13 3,322 114 11쪽
25 참모총장 교체 시도 +8 24.09.12 3,456 111 11쪽
24 새로운 조력자 오상현 중령 +11 24.09.11 3,416 113 10쪽
23 16인 하극상 사건 +8 24.09.10 3,537 118 12쪽
22 충무장 결의 +12 24.09.09 3,617 102 10쪽
21 사식이 삼촌의 제안 +14 24.09.08 3,577 97 11쪽
20 육군 주요 지휘관 회의 +10 24.09.07 3,655 121 11쪽
19 육사 8기생 +13 24.09.06 3,729 109 10쪽
18 송유찬의 무리수 +7 24.09.05 3,717 106 11쪽
17 1군 사령관 취임 +11 24.09.04 3,905 110 10쪽
16 419 혁명(7) +11 24.09.03 3,854 110 12쪽
15 419 혁명(6) +15 24.09.02 3,819 103 10쪽
14 419 혁명(5) +14 24.09.01 3,836 103 11쪽
13 419 혁명(4) +12 24.08.31 3,819 105 11쪽
12 419 혁명(3) +7 24.08.30 3,862 110 10쪽
11 419 혁명(2) +8 24.08.29 3,909 85 11쪽
» 419 혁명(1) +4 24.08.28 4,069 95 11쪽
9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주어라 +7 24.08.27 3,923 101 11쪽
8 하늘이 날 돕나? +8 24.08.26 3,952 98 10쪽
7 생각지도 못한 월척 +7 24.08.25 4,056 105 11쪽
6 CIA 한국 책임자 실버 +5 24.08.24 4,099 95 10쪽
5 긴 여정의 첫걸음 +9 24.08.23 4,306 9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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