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6 쿠데타(5)
6관구 사령부에서는 쿠데타 세력 10여 명이 모여 초조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각하는 어디 계신단 말이오? 왜 안 오는 것이오? 10시까지 오기로 한 것이 아니오?”
“나도 모르오.”
“김 대령이 전화하지 않았소?”
“발각됐다는 전화를 했지만 아무 말이 없으셨소. 집에서 떠나셨다고 하니 조금 기다리면 오실 것이오.”
“발각됐으니 더욱더 오셔서 상황을 지휘하셔야 하는데 연락조차 없으시니 답답하오.”
“나도 마찬 가지오.”
“혁명은 계획대로 진행되는 것이오?”
“각하께서 중단하라는 말씀이 없으셨으니 그대로 진행될 것이오.”
헌병 병력을 이끌고 6관구 사령부에 도착한 박지호 헌병 차감은 차에서 내려 무장한 헌병들을 이끌고 사령부실로 향하였다.
문을 박차고 안으로 들어가 앉아 있는 10여 명에 총을 겨누며 큰소리로 외쳤다.
“움직이지 마. 너희들을 반역죄로 체포하겠다. 반항할 시 사살하겠다.”
김용춘 대령이 두 손을 들고 일어났다.
“우리를 체포한다고 해도 혁명을 막을 수는 없소. 혁명은 이제 시작되었고 혁명군이 움직일 시간도 거의 됐소.”
“너희들의 계획은 실패했어. 국민들이 반역을 하라고 피 같은 세금으로 월급 준 줄 알아? 이런 매국노 같은 놈들.”
“우린 국민들을 위해 일어선 것이오. 그러지 말고 우리와 함께합시다. 이게 다 국민들을 위한 것이오.”
“개소리도 신박하게 하네. 너희들은 역적일 뿐이야. 역적이란 말이야.”
박지호 대령은 어이가 없다는 듯 피식 웃으면서 천장을 향해 권총 한 발을 발사하였다.
‘탕’
총소리에 모두가 몸을 움츠리는 것을 보며 소리쳤다.
“모두 체포해 끌고 나가. 반항하는 놈들은 사살해도 좋다.”
명령이 떨어지자 헌병들이 쿠데타 세력들에게 달려들기 시작하였다.
“야! 내가 누군지 알고? 이 손 안 놔!”
한 명이 반항하자 헌병이 소총 개머리판으로 어깨를 내려찍으며 무자비한 구타가 시작되었다.
그 모습을 본 다른 쿠데타 세력들은 반항할 엄두도 못 내고 그대로 헌병들에게 제압되었다.
체포조로 선발되어 서울로 온 헌병대 임태식 대위는 박종회가 여관으로 들어가자 한동안 그 앞에서 잠복하다가 박종회가 나오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참 한심해 보였다.
여관으로 도망 다닐 거면 아예 쿠데타를 하지 말지. 저런 자를 믿고 쿠데타에 가담한 자들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하들에게 조용히 지시를 내렸다.
“문밖으로 나오면 바로 역적을 체포한다.”
“알겠습니다.”
자신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박종회는 한호민 준장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문을 나서는 순간 정체 모를 건장한 남자 여러 명이 자신에게 달려오는 것을 보고 순간 위험을 느꼈다.
“너희들 누구야?”
헌병 임태식 대위가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우린 역적을 체포하러 왔다. 반항하지 말고 순순히 가자.”
헌병들이 달려들어 박종회의 양팔을 잡자 소리쳤다.
“이거 못 놔?”
헌병 한 명이 주먹으로 박종회의 복부를 가격하자 몸이 앞으로 구겨졌다.
그걸 본 헌병 임태식 대위가 명령을 내렸다.
“끌고 가.”
아무래도 오늘 밤을 새워야 할 것 같아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려 받았다.
(나야.)
(각하! 박치호 대령입니다.)
(어떻게 됐어?)
(6관구 사령부에 있던 쿠데타 일당 모두 방금 체포했습니다.)
됐다. 주먹을 꽉 쥐었다.
(잘했어. 그놈들 헌병대로 끌고 가고 장 총장에게는 체포했다고 보고하지 마.)
(네? 체포지시를 내렸는데 보고 하지 않아도 확인할 겁니다.)
지금쯤 장 총장은 방첩대에서 졸고 있을 테고 깨어났을 때는 해병대가 출동했을 때라 정신이 없어서 확인 안 한다.
원 역사에서도 6관구 사령부로 체포하러 간 헌병들이 쿠데타 세력에 합류한 것도 모르고 있었으니까.
(확인하면 그때 체포했다는 사실을 말하고 먼저 보고는 하지 마.)
(알겠습니다.)
(그리고 조금 있으면 한강으로 출동하는 병력이 있을 거야. 그때 병력 더 증원해서 중화기로 무장해서 보내 철저하게 한강을 봉쇄해.
그래야만 서로 피를 흘리지 않을 수 있어.)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자 다시 벨이 울렸다.
(나야.)
(각하! 헌병대 임태식 대위입니다. 방금 박종회와 육군 정보학교 한호민 준장을 체포했습니다.)
됐다. 박종회를 잡았으니 게임 오버다.
(수고했어. 준비한 아지트로 데리고 가고 도망치지 못하도록 감시 철저히 해. 내일 오전에는 육본으로 이송할 거니까.)
(알겠습니다.)
박종회를 체포했지만 아직은 비밀로 해야 하기에 지금 육본으로 데리고 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여기로 데려올 수 없기에 급하게 임시로 아지트를 하나 구했다.
내가 내일 육본으로 입성하면 그때 육본으로 이송하면 되니까.
전화를 끊자 모두의 시선이 나에게 향하였다.
“박종회와 쿠데타 주동자들 전부 체포했다네.”
내 말이 끝나자 모두가 두 손을 높이 들며 환호성을 질렀다.
“와~~.”
“자 진정들 하고.”
“각하! 감축드립니다.”
“무슨 감축은? 이제 거의 끝난 거나 마찬가지야. 남은 마무리도 잘해야겠지.”
시계를 보았다. 12시 2분이었다.
“이제 12시가 넘었으니 쿠데타군이 움직일 거야. 마지막까지 긴장들 하자고.”
“알겠습니다.”
문이 열리며 김태승 중령이 뛰어 들어왔다.
“각하! 6군단 포병대 병력이 방금 무장한 채 부대를 출발했다고 합니다.”
“알았어.”
내 말이 끝나자 6군단장 김응수 소장이 물었다.
“각하! 지금 바로 진압군 출동합니까?”
“아니! 01시에 출동하라고 해. 쿠데타군이 먼저 서울에 입성해야 하니까.”
“알겠습니다.”
“긴 밤이 될 테니 커피나 마시자고.”
“네.”
5월 16일 오전 0시 50분 서울지구 506 방첩대.
장두영 참모총장은 소파에 앉아 졸고 있을 때 전화벨이 시끄럽게 울렸다.
(506 대장 이화령 대령입니다.)
(뭐라고? 알았어.)
전회를 끊고 얼른 졸고 있는 장 총장을 깨웠다.
“각하!”
“무슨 일이야?”
“각하! 해병대가 출동했다고 합니다.”
“뭐라고? 해병대까지?”
“해병대도 쿠데타에 합류했다고 합니다.”
“알았어.”
잠시 생각하던 장 총장이 입을 열었다.
“30사단장 연결하고 헌병대도 연결해.”
“알겠습니다.”
전화를 연결한 이화령 대령이 전화기를 건넸다.
“연결했습니다.”
전화기를 받아 귀에 대는 장 총장이었다.
(나 장 총장이야. 부대 장악했는가?)
(장악했지만 일부 부대는 이미 출동한 것 같습니다.)
(근데 왜 보고 안 했어?)
(저도 조금 전에 보고 받았습니다. 출동 병력이 얼마 안 되어 바로 진압할 수 있습니다.)
(알았어. 그리고 믿을 수 있는 병력으로 4개 소대 준비해.)
30사단장은 어이가 없어 말이 안 나올 정도였다.
4개 소대로 어떻게 쿠데타군을 막겠다고? 막을 의지는 있는지 의심스러웠다.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었다.
“각하 헌병대 연결되었습니다.”
(나 참모총장인데. 해병대 쿠데타군이 한강 다리로 올 거야. 헌병 2개 소대 보내 해병대 진격을 막아.
방어선을 구축하고 작전 차량은 통과할 수 있도록 여덟 팔자로 배치해.)
(각하! 2개 소대로 해병대 병력을 막기에는 역부족입니다. 병력을 더 충원하겠습니다.)
(다리라서 그 정도면 충분해.)
(그럼 중화기로 무장하도록 하겠습니다.)
(전쟁 났어? 무슨 중화기까지 동원해? 소총으로만 무장해.)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고 국방부 장관에게 전화하였다.
자다 깬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보세요.)
(장관님! 저 장두영 참모총장입니다. 자는 데 깨워서 죄송합니다. 지금 해병대가 반란을 일으켜서 전화했습니다.)
(뭐라고요? 해병대가 왜 반란을 일으킨답니까?)
(저도 자세히는 모릅니다. 헌병대를 보냈으니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알겠소. 내가 지금 육본으로 가겠소.)
(저는 지금 506 방첩대에 있습니다.)
(알겠소. 그리로 가리라.)
전화를 끊고 장문 총리에게 전화하였다.
또다시 잠에서 깬 목소리가 들려왔다.
(장 총장 무슨 일이오?)
(각하 놀라지 마십시오.
30사단 일부가 장난질을 쳐서 곧 진압할 것이고 해병대가 곧 서울로 진입하는데 헌병대에서 막을 겁니다.)
(쿠데타요?)
(네. 그렇습니다만 염려하실 정도의 상황은 아닙니다.)
(박종회가 결국 일을 친 것이오?)
(아직 정확한 것은 모릅니다. 확인하고 있으니 곧 전말을 알 수 있을 겁니다.)
(매그루더 장군에게는 보고 했습니까?)
(곧 할 겁니다. 각하께 먼저 보고드리는 것이 순서라고 생각했습니다.)
(알겠소. 매그루더 장군에게 연락하고 직접 나에게 와서 자세히 보고하세요.)
(알겠습니다.)
*
헌병차감 박지호 대령은 방금 소총으로만 무장한 2개 소대를 동원해 한강 다리에서 해병대 진입을 막으라는 명령을 받고 어이가 없었다.
2개 소대로 뭘 하라고? 더구나 작전 차량이 통과할 수 있게 바리케이드를 배치하라니? 이건 대놓고 해병대 병력을 통과시키라는 말과 같았다.
진민재 각하의 말이 맞았다는 것을 실감하였다.
장 총장은 쿠데타군을 막을 의지가 전혀 없었다. 이제는 자신이 해병대를 막아야 했다.
“강 중령!”
“네.”
“동원할 수 있는 인원 전부 한강 다리로 보내고 중화기로 무장해. 트럭도 동원해 다리를 철저히 봉쇄하도록.”
“2개 소대만 보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자넨 2개 소대로는 해병대 병력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해? 2개 소대 전멸이야. 희생만 따를 뿐이야.
해병대가 쉽게 도발하지 못하도록 병력을 많이 보내야 해. 한강이 뚫리면 무주공산이야. 그 책임을 강 중령이 다 질 거야?”
“아닙니다. 명령대로 따르겠습니다.”
“시간 없어. 서둘러.”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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