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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9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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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3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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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여정의 첫걸음

DUMMY

하우스만은 네 명 중에 가장 중요한 인물이었다.

그는 1946년에 미 육군 대위로 한국에 와 조선 국방경비대 창설에 깊게 관여하여 대한민국 국군 창설에 기여한 바가 큰 인물이었다.

또한, 여수, 순천 반란 사건에 한국군 총사령관 고문으로 참가하여 진압 작전을 지휘한 인물로 진압에 성공하여 미국에서 미국 공로 훈장을 받았고 공산주의를 무척 싫어한 인물이기도 하였다.

하지만 박종회에게는 그다지 나쁜 감정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1948년 숙군 작업 당시 남로당 조직원으로 체포된 박종희를 백선엽과 김안일 등이 구명 운동을 했다고 알려져 있으나 하우스만도 직접 이송만 대통령에게 박종희의 사형 집행을 면제해 줄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그 이유로는 군의 숙군 작업을 위한 군 내부의 남로당 조직원의 정보를 전부 제공하여 숙군 작업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진 점을 들었다고 한다.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백선엽과 김안일 등이 박종희의 구명 운동을 열심히 했지만, 하우스만이 아니었다면 박종회는 사형이 집행되었을 것 같았다.

어쩌면 하우스만이 박종회의 생명의 은인일 수도 있었다.

찻잔을 입에서 뗀 하우스만이 궁금한 얼굴로 물었다.


“진 장군에게서 오랜만에 연락이 와서 무척 놀랐습니다.”


이 몸하고 하우스만은 45년 12월에 문을 연 군사 영어 학교에서 처음 인연이 되어 가끔 만나는 사이였지만 오늘 거의 4년 만에 만나는 거였다.


“자주 연락 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그런 의미로 말한 것은 아닙니다.”

“요즘 제가 잠을 제대로 못 이룹니다.”

“네? 왜입니까?”

“고문관님도 잘 아시겠지만 요즘 시국이 무척 어지러워 나라의 앞날이 어찌 될지 심히 걱정됩니다.”

“한동안 소란이 있겠지만 큰 문제는 없을 겁니다. 확인한 바로는 현재 북한의 특이한 행동도 없습니다.

정부의 노력으로 곧 안정될 겁니다.”

“곧 안정되면 다행이지만 한번 붙은 불씨가 쉽게 꺼질 것 같지가 않습니다. 정보에 의하면 정부에 대한 민심 이반이 생각보다 심합니다.”


내 말에 하우스만의 얼굴이 굳어졌다. 하우스만도 보고를 받아 현재 민심이 어떤지 잘 알고 있을 테니까.


“민주주의가 발전하려면 많은 진통이 따릅니다. 일종의 통과의례라고 봅니다. 잘 극복해 성숙한 민주주의로 성장할 겁니다.”


인간은 의심의 동물이라 멀쩡한 사람보고 자꾸 나쁜 놈이라고 말하면 자신도 모르게 그 사람을 경계하게 된다.

공산주의를 싫어하는 하우스만에게 경각심을 심어주면 박종회에게는 조금 멀어지고 나에게는 좀 더 가까워지도록 할 생각이었다.

오늘 만남의 목적이었다. 몇 걸음보다는 한 걸음부터 시작이니까. 급하게 움직일 필요는 없었다.


“진통도 진통 나름일 겁니다. 생각보다 큰 진통으로 인해 생각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갈 수가 있습니다.

전쟁이 끝난 지 7년이 지났지만, 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정체를 숨기고 음지에 숨은 공산주의자가 많습니다.

사회의 혼란한 틈을 타고 그들이 준동할까 봐 걱정됩니다. 그럼 우리는 또 다른 위기를 맞이할 수도 있습니다.”

“그 수가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대한민국에 음지에 숨은 공산주의자가 아직도 있다는 것은 인정합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군부에는 없다는 겁니다.

그렇기에 진 장군이 걱정하는 것처럼 큰 문제는 생기지는 않을 겁니다.”

“고문관님은 사람이 바뀔 수 있다고 봅니까? 말과 행동은 달라질 수도 있지만, 속마음은 어떨지 누구도 모르는 겁니다.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면 큰 실수를 하는 겁니다. 아울러 공산주의자가 군부에 없다고 단정하면 안 됩니다.”


놀란 얼굴을 하며 물었다.


“무슨 정보라도 보고 받은 겁니까?”


내가 육군본부 정보 참모장이니 무슨 정보를 보고 받은 줄 알겠지. 궁금증을 해결해 주기보다는 스스로 의심하도록 하는 게 더 좋다.


“아직 확실하지 않습니다. 나중에 확실해지면 말씀드리겠습니다.”

“숙군 작업으로 인해 다 걸러진 것이 아닙니까?”

“한 번에 다 걸러진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스스로 정체를 숨기면 그 누구도 모르는 겁니다.”

“공산주의자가 군부에 있다는 것은 정말 큰 일입니다.”

“확실한 것은 아니고 그 수는 많지 않을 겁니다. 또한, 상황이 주어지지 않으면 영원히 자신의 정체를 숨길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시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다만 한가지 경계할 점은 적을 속이려면 아군부터 속이라는 말을 꼭 기억해야 할 겁니다. 그런 기만에 속아서는 절대 안 될 겁니다.”


박종회를 지칭해서 한 말인데 이 말의 뜻을 하우스만이 알아들을까? 지금이야 바로 박종회가 떠오르지는 않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알겠지.

이제 의심을 심어주었으니 앞으로 박종회를 보는 시선이 조금이라도 달라질 것이다. 그런 만큼 나에게는 더 유리하게 작용할 테니까.


“당연합니다. 항상 의심하고 경계해서 나쁠 것은 없을 겁니다. 댐도 작은 틈 때문에 무너지니까요.”


오늘 만남의 목적은 대충 성공한 것 같았다. 넘치는 것보다 부족한 게 더 좋을 테니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자.


“맞습니다. 오랜만에 만났는데 이제 무거운 이야기는 그만합시다. 차 맛이 아주 좋습니다.”

“저도 이곳에 자주 오는 편은 아니지만 차 맛이 그리워 가끔 옵니다.”

“이곳을 어떻게 아신 겁니까?”

“1년 전에 CIA 실버를 여기서 만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알게 된 겁니다.”

“그렇군요. 저도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와야겠습니다.”


하우스만이 뭔가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자연스럽게 대화를 하다 보니 미처 생각지 못했는데 진 장군 영어 실력이 놀랍게도 많이 늘었습니다.”


당연하지. 이 몸은 영어를 할 줄 알지만 그리 유창한 편은 아니었다. 미래에서 온 나의 영어 실력 때문이지.

내가 영어 공부를 얼마나 열심히 했었는데 그 결실을 엉뚱하게도 과거에서 보네.

이왕 이렇게 된 거 여기서도 점수를 따야겠다.


“미국은 피로 맺어진 혈맹이며 과거에도 그랬지만 미래에도 영원한 대한민국의 동반자입니다. 그러니 미국과의 관계를 생각해서라도 영어 공부를 게을리할 수가 없어서 그동안 열심히 영어 공부를 했습니다.”


놀랍다는 듯 감탄사를 내뱉었다.


“와우! 대단합니다.

진짜 영어 실력이 많이 늘었습니다. 진 장군 같은 분이 대한민국에 있다는 것이 대한민국의 행운입니다.

진 장군 같은 분이 대한민국에 많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저와 같은 생각을 하는 분들이 앞으로는 많아질 겁니다. 대한민국이 천년만년 미국과 함께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당연히 그래야죠. 대한민국은 공산주의를 막는 방파제이며 최전선입니다. 그러니 두 나라의 관계가 아주 중요합니다.”

“맞습니다.”

“오늘 진 장군을 만나 여러모로 놀랐습니다.

내가 알기로 진 장군은 원래 관심사가 다르다고 알고 있었는데 오늘 대화가 매우 유익했습니다.

앞으로도 자주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으면 합니다.”


내가 바라던 거라 나야 무조건 땡큐지.


“물론입니다.”


잠시 잡담을 더 나누었다.


“오랜만에 진 장군을 만나서 더 많은 대화를 나누고 싶지만, 다음 일정이 있어서 아쉽게도 여기서 끝내야겠습니다.”

“바쁘실 텐데 가셔야죠. 저도 오늘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다음에 또 봅시다.”

“그러죠.”


하우스만이 일어나더니 일정이 있다면서 바로 나가지 않고 주인과 잠시 뭔가를 이야기하고 나갔다.

근데 저 주인은 뭐냐? 하우스만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하는 것을 보니 영어를 잘 하면서 왜 찻집을 하고 있지?

지금 이 시대에는 영어를 잘하는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아 영어만 잘해도 어딜 가나 귀한 대접을 받는 시기인데.

신기한 눈으로 주인을 바라보는데 내 시선을 느꼈는지 내 앞으로 다가왔다.


“일행이 하우스만인지 몰랐네요. 죄송하지만 선생님은 무슨 일을 하시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군인입니다.”

“아~~. 제 짐작이 맞았네요.”

“어떻게 아셨어요?”

“머리가 짧으시니까요.”

“제가 멍청한 질문을 했네요.”

“아니에요. 군인이 아니어도 머리가 짧으신 분들이 많아요.”

“근데 영어는 어디서 배우셨습니까?”

“이화여대 졸업해서 미군 쪽과 관계된 일을 잠깐 했었어요.”

“재능이 아까운데 계속하시지 그랬어요? 어떻게 하다가 찻집을 하시게 된 거예요?”

“말하면 길지만, 아직도 대한민국에서 여자가 할 일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아요. 이 일도 재미있어요.”


뭔가 말 못 할 사연이라도 있나 보네. 하긴 이 시대에 여성 인권은 낮았으니까. 굳이 들쑤실 필요는 없겠지.


“점차 나아질 겁니다.”

“그랬으면 좋겠네요.”


나도 이제 가야지. 자리에서 일어났다.


“벌써 가시게요? 더 있다가 가시지요?”


사실 이 여인에 대한 호기심이 있어 좀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오늘 처음 봤는데 너무 들이대는 것 같아 다음으로 미루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그러고 싶지만, 약속이 있어서요.”

“할 수 없죠. 다음에 또 오세요.”

“알겠습니다.”



***



박종희는 자신의 신당동 집에서 여러 명과 함께 심각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각하! 이중찬 육군대학 총장을 만난 건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김중필의 물음에 박종회가 인상을 구겼다.


“우리와는 뜻이 다른 분이야. 우리끼리 할 수밖에.”

“이대로 포기합니까? 포기하기에는 너무 아깝습니다. 이중찬 총장이 합류하면 모든 군의 지지를 받을 수 있습니다.”

“내가 그걸 왜 모르겠어? 나도 설득하려고 노력했지만 파고들 작은 틈새조차 없었어. 워낙 완고하시니 어쩔 수 없었어.”

“무척 아쉽습니다. 이중찬 총장은 왜 현실을 외면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싫다는 사람 억지로 참여시켜봤자 우리에게 득이 될 일은 없어. 이후로는 이 총장은 논외로 해.”


박종회의 말이 끝나자 포항 해병 상륙 사단 김종하 소장이 입을 열었다.


“알겠습니다. 이 총장은 번외 하는 거로 합시다. 더는 시간 끌 필요가 없어졌으니 거사 일은 언제로 하는 게 좋겠습니까?”


김종하 소장의 물음에 박종회의 얼굴이 신중해졌다.

지금까지 자신이 혁명하기 위해 얼마나 무던히 노력했던가? 드디어 혁명의 날이 다가오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박종회 입이 천천히 열리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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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쿠데타 모의 +13 24.09.14 3,160 110 12쪽
26 한미경제 협정 +21 24.09.13 3,321 114 11쪽
25 참모총장 교체 시도 +8 24.09.12 3,453 111 11쪽
24 새로운 조력자 오상현 중령 +11 24.09.11 3,412 113 10쪽
23 16인 하극상 사건 +8 24.09.10 3,535 118 12쪽
22 충무장 결의 +12 24.09.09 3,615 102 10쪽
21 사식이 삼촌의 제안 +14 24.09.08 3,574 97 11쪽
20 육군 주요 지휘관 회의 +10 24.09.07 3,652 121 11쪽
19 육사 8기생 +13 24.09.06 3,726 109 10쪽
18 송유찬의 무리수 +7 24.09.05 3,714 106 11쪽
17 1군 사령관 취임 +11 24.09.04 3,902 110 10쪽
16 419 혁명(7) +11 24.09.03 3,852 110 12쪽
15 419 혁명(6) +15 24.09.02 3,815 103 10쪽
14 419 혁명(5) +14 24.09.01 3,832 103 11쪽
13 419 혁명(4) +12 24.08.31 3,816 105 11쪽
12 419 혁명(3) +7 24.08.30 3,861 110 10쪽
11 419 혁명(2) +8 24.08.29 3,907 85 11쪽
10 419 혁명(1) +4 24.08.28 4,065 95 11쪽
9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주어라 +7 24.08.27 3,919 101 11쪽
8 하늘이 날 돕나? +8 24.08.26 3,949 98 10쪽
7 생각지도 못한 월척 +7 24.08.25 4,053 105 11쪽
6 CIA 한국 책임자 실버 +5 24.08.24 4,098 95 10쪽
» 긴 여정의 첫걸음 +9 24.08.23 4,303 9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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