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19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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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9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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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1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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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9 혁명(5)

DUMMY

얼른 정신을 차리고 대답하였다.


“안녕하세요?”

“오늘도 약속 있는 거예요?”

“네. 실버랑 약속이 있습니다.”

“앉으세요.”


자리에 앉자 잠시 후에 주인이 보리차를 가지고 와 내 앞에 앉았다.


“오늘 문 닫은 줄 알았습니다.”

“어제는 오전에 열었다가 금세 닫았어요. 오늘도 시위가 있으면 문 닫을 생각이었는데 아직까지는 조용하네요.”

“한서희 씨는 이번 시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대답 잘 못 하면 저 잡아가는 거 아니에요?”

“절대 아닙니다. 개인적으로 궁금해서 묻는 거였고 대답하기 싫으면 하지 않아도 됩니다.”

“호호호. 농담이에요. 그러는 선생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는데요?”

“저는 시위에 찬성하는 입장이고 학생들이 거리로 나올 수밖에 없게 만든 우리의 잘못이라고 생각합니다.”


의외라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뜻밖이네요. 저는....”


한서희가 말하려는데 문이 열리며 실버가 들어왔다.

행여 찻집이 문을 열지 않았으면 한참 기다릴 것 같아 오늘은 약속 시간에 맞게 왔더니 바로 실버가 왔다.

문을 연 줄 알았다면 일찍 올걸.


“기다리시던 손님이 오셨네요.”


한서희가 실버에게 인사를 하고 안쪽으로 들어갔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데 실버가 내 앞으로 다가왔다.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십니까? 앉으시죠.”

“네.”


잠시 말없이 차만 마시던 실버가 찻잔을 내려놓더니 입을 열었다.


“참으로 놀랐습니다.

부정 선거로 촉발된 시위가 전국에서 발생했지만, 부산, 마산을 제외하고는 산발적인 시위라 시간이 지나면 가라앉을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진 소장 예측대로 어제 전국적으로 대규모 시위가 발생했습니다.”

“위정자들 또한 보좌관님과 같은 생각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부정 선거는 겉으로 드러난 표면적인 이유일 뿐이고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국민들의 마음은 계속 수면 속에서 흐르고 있었고 언젠가는 필연적으로 표출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또한, 이송만 정권과 자유당 실정에 실망한 국민들이 준엄한 심판이자 항의이기도 합니다.”

“맞는 말씀입니다. 그럼 진 소장님은 향후 정국이 어떻게 전개될 것이라고 보십니까?”

“당분간은 소강상태일 겁니다.”

“소강상태라고요? 어제 매우 불행한 일이 발생했는데 감정이 격해진 시위대들이 가만히 있겠습니까?”

“이번 시위는 어느 특정한 주체가 주도한 시위가 아닙니다.

학생들과 시민들이 너도나도 자발적으로 나선 것이기에 계엄 아래에서 시위를 지속적으로 이끌만한 주체 세력이 없다는 겁니다.

그렇기에 학생들과 시민들은 서로 눈치를 보고 있으며 그들을 자극할 트리거가 발생한다면 다시 거리로 뛰어나올 겁니다.”


“트리거라?”


내 말에 잠시 생각하던 실버가 입을 열었다.


“트리거라면 어떤 것이 있다는 겁니까?”


419일 시위 이후 며칠 동안은 소강상태에 접어들다가 25일 교수들의 시국 성명 발표와 시위로 인해 시위가 다시 불이 붙는다.

이것까지 예측한다면 확실하게 미국에 내 존재를 강하게 각인시키겠지.


“트리거는 많겠지만 임팩트 있는 트리거여야만 합니다. 가령 교수들이 시위에 나서는 경우 같은 겁니다.”

“교수들이 시위에 나설지도 모르고 나선다고 해도 그게 임팩트 있는 트리거가 되겠습니까?”


교수들의 시위는 학생과 시민들을 자극한다.

이 당시 교수의 신분은 대한민국 최고의 지식인이며 사회적 권위와 책임이 대단하였기에 받아들이는 무게가 그만큼 무거웠다.

계엄하에서 교수들이 기습적인 시위를 벌였고 그 뒤를 학생과 시민들이 따랐는데도 경찰들이 단 한 명도 얼씬하지 않을 정도로 그만큼 사회적 영향력이 컸었다.


“교수들은 결국 나설 수밖에 없을 겁니다.

어제 있었던 매우 불행한 사태에 지식인으로서 사회 지도층으로서 책임감과 죄책감을 느끼고 있을 겁니다.

또한, 자신들이 아끼는 제자들이 민주주의를 위해 총칼의 두려움을 무릅쓰고 나아가다가 결국은 피를 흘리는 것을 보고 자신들도 양심상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겁니다.

그렇기에 조만간에 나설 겁니다.

한국 사회에서 교수를 바라보는 시각은 존경 그 자체입니다. 그래서 교수들의 시위는 임팩트 있는 트리거라고 말하는 겁니다.

제 예측이 틀리는지 맞는지는 이것도 시간이 지나면 알 수 있을 겁니다.”


실버는 자신 있게 말하는 진 소장을 보며 저런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고 근거가 뭘지 궁금하면서도 이번에도 진 소장 말대로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교수가 시위에 나선다는 것은 생각지도 못했는데 말을 들어보니 충분히 가능성이 있었다. 역시나 진 소장은 평범한 인물이 아니라는 생각이 다시 들었다.


“말씀 잘 들었습니다.

만약 대학교수들까지 시위에 나서 시위가 다시 불붙는다면 정국은 더욱 안갯속으로 빠져들어 갈 것 같습니다.

상황이 악화하여 매우 불행한 일이 또 발생할까 봐 걱정됩니다.”

“미국이 사태 해결 의지가 있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을 겁니다. 저는 미국이 강하게 나서주기를 희망합니다.”

“이송만의 하야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현재 시위대는 재선거를 요구하고 있지 않습니까?”

“근본적인 문제를 덮어두면 또다시 갈등이 표출될 겁니다. 기회가 있을 때 아예 근본적인 문제를 해소하는 것이 더 좋습니다.”

“일리 있는 말씀입니다. 그리고 미국이 크게 우려하는 점이 있는데 군부 내부의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혹시 쿠데타가 일어날까 봐 걱정하시는 겁니까?”

“맞습니다. 정부가 국민들의 신뢰를 잃은 지금이야말로 쿠데타가 일어나기 가장 좋은 시기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군부의 분위기를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고 예전부터 군 내부에서 쿠데타를 거론한다는 정보도 입수했습니다.

진 소장은 우리보다 더 잘 알고 있을 줄 압니다.”


61년 516 때는 미국이 확실히 박종회의 쿠데타 정보를 입수했지만, 지금은 단순히 군 내부에서 쿠데타를 자주 거론한다는 것만 입수한 건지?

쿠데타를 일으킨다는 정보를 입수한 건지? 궁금하였다.


“거론뿐입니까? 구체적인 쿠데타 정보가 있는 겁니까?”

“보안이지만 진 소장에게는 특별히 일부만 말씀드리겠습니다. 거론뿐만 아니라 모의한다는 정황도 있습니다.”

“그게 누굽니까?”

“죄송합니다. 아직은 100% 확신할 수 없으며 단순한 모의인지 적극적인 모의인지도 아직 모릅니다.

주시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게 누굴까? 박종회인가? 아니면 다른 제삼자인가? 진짜 궁금하네.


“미국은 쿠데타를 반대하겠습니다.”

“당연합니다. 우린 민주주의적인 절차를 통해 정권이 이양되고 유지되기를 희망하고 있으며 쿠데타는 발생해서는 절대 안 되는 불행한 일입니다.”


쿠데타는 절대 발생해서는 안 된다고 하면서도 미국은 한국에서 쿠데타 세력을 전부 인정했었다.

결국은 말로만이고 미국의 이익을 위해서는 쿠데타도 눈감아주면서 민주주의를 수호한다는 이중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쿠데타 대비책은 있습니까? 만약 진짜 쿠데타가 일어나면 미국은 어떻게 하실 겁니까?”

“쿠데타가 일어나도 내정 간섭이기에 우리가 직접적으로 나설 수는 없습니다. 다만 일어나기 전에 예방하려고 노력은 합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쿠데타는 발생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지금 한국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안갯속 정국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쿠데타까지 발생한다면 어디로 흘러갈지 모르기에 미국은 한국 군부를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진 소장이 정국을 보고 판단하는 능력이 뛰어나기에 참고하고자 물어봤더니 망설이지 않고 자신 있게 없다고 대답하였다.

진 소장 말을 믿어도 될까?


“진 소장은 너무 낙관적으로 생각하시는 것이 아닙니까?”

“낙관적인 것이 아니라 객관적인 상황 판단에서 나온 겁니다. 계엄하에서 쿠데타를 일으키기는 사실상 힘듭니다.”

“만약 그 상대가 계엄 사령관이라면 어떻겠습니까?”


송요찬을 의심하고 있는 건가? 하긴 평소와 다른 행보라 다른 마음이 있는지 의심할 수도 있겠다.

나도 이상하게 생각했으니까. 설마 송요찬이 다른 마음이 있었지만, 실행을 안 한 건가? 아니면 못한 건가?


“저한테 묻기보다는 당사자에게 직접 물어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혹시나 딴마음을 먹고 있었다면 경고의 효과도 볼 수 있을 겁니다.”

“그렇지 않아도 하우스만이 어제 물어봤는데 대답을 회피했습니다.”

“그 정도면 미국이 주시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을 겁니다. 섣부른 행동은 하지 않을 겁니다.”

“우리도 그렇게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럼 진 소장은 쿠데타를 할 의향이 있습니까?”


바로 나한테 직접 물어보네. 테스트인가?

피식 웃었다.


“전 하고 싶어도 동원할 병력이 없습니다.”

“5월 2일부로 1군 사령관으로 취임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충분하지 않습니까?”


내년에는 쿠데타를 할 계획이지만 명목상으로는 쿠데타 진압이니 지금은 반대한다는 입장을 보여야겠지.

어차피 일이 벌어지면 미국도 인정할 수밖에 없을 테니. 그동안 나를 최선의 대안으로 생각하도록 만들면 되니까.


“쿠데타는 일어나도 있어서도 안 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정도면 충분하지 않겠습니까?”


잠시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1군 사령관직은 진 소장의 의중입니까?”


송요찬이 내가 원했다고 말했을까?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는데 뭐라고 대답하지? 거짓말했다가는 괜한 의심만 살 수 있는데.


“1군 사령관은 누구나 바라는 자리가 아닙니까?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실버는 진 소장은 쿠데타를 일으킬 마음이 없는 것 같았다.

있다면 지금이 최적기이기에 활발하게 움직여야 하는데 확인한 바로는 아무런 움직임도 없었다.

진 소장 말대로 동원할 병력이 없기에 1군 사령관 취임 이후를 노리겠지만 미국이 자신을 주시하고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무모하게 움직이지는 않을 것 같았다.


“알겠습니다. 진 소장의 마음을 잘 알겠습니다.”


됐다. 오늘도 CIA 한국 책임자 실버에게 내 존재를 또 한 번 각인시켰다.

실버가 가자 이제는 한서희랑 이야기를 나누려고 부르려는데 문이 열리며 한 남자가 들어왔다.

여기 와서 처음 보는 손님이었다. 그래도 손님이 있네.

남자를 본 한서희가 반갑게 인사하였다.


“사식이 삼촌! 오랜만에 오셨네요.”

“온다 온다 하면서 바빠서 못 왔어. 차 좀 줘.”

“네.”


남자를 유심히 보니 중절모를 쓰고 있고 정장을 입고 있는데 꽤 비싸 보였다. 저 남자는 누구지? 정체가 궁금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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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다가오는 419 일주년 +9 24.09.15 3,102 110 11쪽
27 쿠데타 모의 +13 24.09.14 3,173 110 12쪽
26 한미경제 협정 +21 24.09.13 3,331 114 11쪽
25 참모총장 교체 시도 +8 24.09.12 3,462 111 11쪽
24 새로운 조력자 오상현 중령 +11 24.09.11 3,424 113 10쪽
23 16인 하극상 사건 +8 24.09.10 3,544 118 12쪽
22 충무장 결의 +12 24.09.09 3,624 102 10쪽
21 사식이 삼촌의 제안 +14 24.09.08 3,585 97 11쪽
20 육군 주요 지휘관 회의 +10 24.09.07 3,663 121 11쪽
19 육사 8기생 +13 24.09.06 3,736 109 10쪽
18 송유찬의 무리수 +7 24.09.05 3,725 106 11쪽
17 1군 사령관 취임 +11 24.09.04 3,912 110 10쪽
16 419 혁명(7) +11 24.09.03 3,861 110 12쪽
15 419 혁명(6) +15 24.09.02 3,825 103 10쪽
» 419 혁명(5) +14 24.09.01 3,843 103 11쪽
13 419 혁명(4) +12 24.08.31 3,827 105 11쪽
12 419 혁명(3) +7 24.08.30 3,870 110 10쪽
11 419 혁명(2) +8 24.08.29 3,920 85 11쪽
10 419 혁명(1) +4 24.08.28 4,079 95 11쪽
9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주어라 +7 24.08.27 3,930 101 11쪽
8 하늘이 날 돕나? +8 24.08.26 3,959 98 10쪽
7 생각지도 못한 월척 +7 24.08.25 4,065 105 11쪽
6 CIA 한국 책임자 실버 +5 24.08.24 4,111 95 10쪽
5 긴 여정의 첫걸음 +9 24.08.23 4,314 9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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