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19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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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9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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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7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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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주어라

DUMMY

그걸 어떻게 알지? 저번에 보니 하우스만하고도 친한 것 같던데. 미국 쪽과 끈이 있나?

이 여자 정체가 뭘까? 단순히 찻집 주인인지? 아니면 다른 숨겨진 정체가 있는 건지? 설마 스파이?

내가 영화를 많이 봤나? 별거 아닌데 내가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너무 나가는 건가?


“어떻게 아셨어요?”

“궁금하세요?”

“실버 만나러 온 거 맞습니다.”

“호호호. 안 넘어오시네요.

미국 대사관에서 여기 오시는 분은 실버 밖에 없거든요. 그래서 안 거예요. 가끔 실버랑 같이 오시는 분들이 있기는 하지만요.”


눈웃음치며 웃는 모습을 보니 나도 모르게 빠져들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 여자 위험하다.

유아영은 순진하고 상큼한 풋사과 같은 느낌이라면 이 여자는 잘 익은 농염한 사과 같았다.

유아영과 나이 차가 별로 안 날 것 같은데 왜 이리 색다른 느낌이 나는 걸까?


“그렇군요.”

“선생님은 영어도 유창하게 잘하시고 미국 쪽 인사들과 친분이 많나 봐요.”

“그렇지 않습니다.”


여주인이 말하려고 하는데 문이 열리며 서양 남자가 들어왔다. 직감적으로 실버라는 것을 느꼈다.

남자가 내 앞으로 다가오자 얼른 일어났다.


“진민재 소장입니까?”

“네. 맞습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실버입니다.”


서로 인사를 나누고 자리에 앉았다.


“저도 일찍 온다고 왔는데 진 소장은 더 일찍 오셨습니다.”


나는 여주인과 이야기를 나누려고 일부러 일찍 온 건데. 너는 왜 일찍 와서 나의 즐거운 시간을 방해하냐? 제시간에 오지.


“살다 보니 늦는 것보다는 일찍 오는 것이 더 좋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일찍 와서 생각도 정리하면 좋습니다.”

“저도 살다 보니 사소한 것이 모든 것의 시작이자 기본인데 무시하거나 잊어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 같습니다.

이래서 기본에 충실 하라는 말이 괜히 생긴 것이 아닌가 봅니다.”

“기본에 충실하라! 쉬운 것 같지만 무척 어려운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그래서 저는 사람을 평가하거나 볼 때 기본에 충실한지 아닌지를 유심히 살펴봅니다.”


나에게 하는 말인가? 자기가 뭔데 날 평가하겠다는 거야? 이게 을의 서러움인가?


“저는 기본에 충실한 것 같습니까?”

“글쎄요? 오늘 처음 봤기에 알 수는 없지만, 하우스만의 말을 들어보니 기본에 충실한 분 같습니다.

전 기본에 충실한 사람을 무척 좋아합니다.”

“그 기본이라는 것도 사람마다 가치관이 다르기에 기준이 전부 다를 겁니다. 보좌관님의 기준은 뭔지 궁금합니다.”

“하우스만에게 진 소장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개인적으로 궁금해서 진 소장에 대해 좀 알아봤습니다.

광복군 출신에 군사 영어 학교를 졸업하고 지금까지 평이하게 지내왔으며 특이한 점은 없었습니다.

진 소장에게 있어 미국은 어떤 존재입니까?”


완전 동문서답이네. 지금 날 면접 보겠다는 건가? 그렇다면 상대가 원하는 대답을 해줘야겠지.


“애증의 존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애증이란 말은 사랑과 미움이 공존한다는 말입니다. 즉 저에게 미국은 사랑하는 존재이면서 동시에 미운 존재입니다.”

“사랑의 이유는 알겠는데 미운 이유가 무엇입니까? 반미입니까?”

“저는 반미가 아니라 친미입니다.

미국이 한국을 어떻게 보는지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제가 보기에 한국에 대한 미국의 시각이 좀 아쉽다는 생각입니다.

왜냐면.....”


말을 끊고 찻잔을 들어 차를 한 모금 마셨다.

이왕 말이 나왔고 내가 실버를 만나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앞으로 일어날 미래의 일을 이용하여 내가 현실을 제대로 판단하고 상황 예측이 무척 뛰어나다는 점을 어필할 생각이었다.

아울러 경제 쪽에도 해박한 지식이 있고 친미주의자라는 점도 강조하여 향후 미국이 나를 지지하도록 할 생각이었다.


“보좌관님도 보고를 받아 알고 계실지 모르겠지만 지금 한국은 폭풍 전야 같은 상태입니다.

현재 전국 각지에서 발생하는 시위가 315 부정 선거 때문이기는 하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닙니다.

그동안 누적되었던 이송만 정권의 실정에 분노하는 국민들의 처절한 몸부림이며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이 표출되는 겁니다.

이런 상황인데도 정부나 야당은 국민들의 진정한 마음을 전혀 모른 채 탁상공론만 일삼고 있으니 한심할 뿐입니다.

정부와 야당은 그렇다 해도 미국이라도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여 현 상황을 타개할 수 있게 도움을 주었으면 하는데 미국도 손 놓고 지켜보기만 하니 답답합니다.

제가 판단하기에는 머지않아 그동안 눌려 있던 화산이 일시에 폭발하듯 민심이 폭발하여 대규모 시위가 발생할 겁니다.”

“저도 현재 한국 내 정치, 사회적 상황을 알고 있습니다만 진 소장은 너무 극단적으로 판단하시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인 판단입니까? 미국의 판단입니까?”

“둘 다입니다.

또한, 우리 미국은 손 놓고 방관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나름 현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이제 5일만 있으면 419 혁명이 일어나는데 미국은 현재 상황을 너무 안일하게만 보고 있네.

그럴수록 내가 더 돋보이겠지. 미국도 예측하지 못한 것을 내가 예측하니까.


“혹시 뻘짓 한다는 말 아십니까?”

“모릅니다.”

“뻘짓은 수고스럽지만, 목적이나 성과가 없는 일을 할 때 쓰는 말입니다. 즉 헛수고 같은 개념이며 노력의 부정적 표현입니다.

지금 미국이 하는 짓이 뻘짓입니다.”

“무례한 말이 아닙니까?”

“본디 쓴 약이 몸에 좋은 겁니다.

제가 미국에 대해 좋은 말만 하면 듣기는 좋을지 몰라도 미국에는 득보다는 해가 될 겁니다.

제가 미국에 잘 보이려고 듣기 좋은 말만 할 생각은 없습니다.

저의 쓴 말을 듣고 미국이 나아갈 바를 다시 한번 고심한다면 더 나은 한미 관계가 될 것이며 나 나은 미래가 펼쳐질 겁니다.”


말은 무례하다고 하면서 표정은 그다지 기분 나빠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뭔가 재미난 장난감을 발견했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렇다면 계속 나가자. 이 기회에 나라는 존재를 확실히 심어주어야지.


“제 예측이 틀리는지 맞는지는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알 겁니다.

그리고 미국이 뻘짓 하는 것이 이뿐만이 아닙니다. 미국의 한국에 대한 정책을 전면적으로 수정할 필요도 있습니다.”

“이유가 뭡니까?”

“현재 미국의 최대 과제가 무엇입니까? 공산주의 세력 확장을 막고 민주주의가 우위에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 아닙니까?”

“최대 과제는 아니어도 지향하는 바입니다.”

“그걸 증명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곳이 바로 한국이라는 말입니다.

한국과 북한은 3년간의 전쟁을 끝낸 지 7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전쟁의 폐해로 아무것도 남지 않아 맨땅에서 시작하는 즉 무에서 새로 출발을 시작하는 겁니다.

더구나 서로 휴전선을 두고 마주 보는 상황이라 비교하기가 쉽다는 겁니다.

그런데 미국의 지원을 받는 한국보다 소련의 지원을 받는 북한이 더 잘사는 것을 보고 미국은 창피하거나 반성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까?

오히려 미국의 지원을 받는 한국이 월등히 더 잘살아야 민주주의가 우위에 있다는 것이 증명되지 않겠습니까?”

“우리 미국도 지금까지 한국에 꾸준히 원조했으며 할 만큼 했습니다.”

“했는데 지금 한국의 1인당 GDP가 80달러의 최빈국입니까? 부족하면 더 원조하지 못할망정 원조 규모를 줄여서야 하겠습니까?

57년부터 무상 원조 규모가 줄기 시작했습니다.”

“무상 원조는 줄었지만, 유상 원조는 늘었다는 것은 모르십니까?”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한국에 무상 원조를 늘려야지 유상 원조를 늘리게 되면 도움보다는 오히려 부담된다는 것은 모르십니까?

이자 부담에 채무 상환 부담이 생각보다 큽니다.”

“진 소장이 모르는 것이 있는데 미국은 한국만 상대하고 원조하는 것이 아닙니다. 1946년부터 작년 1959년까지 미국의 대외 경제원조 규모는 총 600억 달러였습니다.

한국은 그중에 무려 5%가 넘습니다. 즉 한국의 군사 원조는 13억 달러이며 경제원조는 20억 달러입니다.

같은 기간 베트남이나 필리핀 두 국가에 원조한 규모보다 4억 달러나 더 많습니다.

이정도면 다른 국가보다 한국에 원조를 꽤 많이 한 겁니다. 이점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맞다. 미국은 다른 국가보다 한국의 원조 규모가 컸던 것은 사실이었다.

실제로 1970년까지 정부 재정의 3분의 2가 미국 원조로 충당될 정도로 미국 원조가 중단되면 정부 재정이 파탄 날 정도였다.


“미국이 한국에 원조를 많이 했다는 것을 저도 잘 압니다.

그럼 미국은 한국에 그렇게 원조를 많이 했는데 왜 한국이 아직도 원조에 기대고 있고 최빈국에서 벗어나지 못할까요?

이는 복합적인 이유가 있을 겁니다.

한국은 전쟁으로 인해 대부분의 기반 시설이 파괴되어 한국 경제는 절망 그 자체였습니다.

국토가 폐허가 되고 아무런 기반도 없는 상태에서 즉 0에서 시작했기에 7년 만에 절대 빈곤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던 겁니다.

7년 만에 빈곤에서 벗어나는 것은 절대 불가능하다는 겁니다.

작년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에서 작성한 보고서를 보면 ‘미국 원조 없이는 한국 경제가 붕괴할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런데도 원조를 줄이는 것은 민주주의가 우위에 있다는 것을 증명할 기회를 스스로 차버리는 결과가 될 겁니다.”

“한국말에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말이 있던데 언제까지 밑 빠진 독에 물을 부어야 하며 어떻게 민주주의가 공산주의보다 우위에 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단 말입니까?”

“탈무드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물고기를 주어라. 한 끼를 먹을 것이다.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주어라. 평생을 먹을 것이다.’

한국민은 저력이 있는 민족입니다. 또한, 성실 근면하며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꾸준히 발전하려고 노력합니다.

전쟁이 끝난 지 얼마 안 되었지만, 자식만은 가르쳐야 한다는 부모들의 교육률이 높아 다른 아시아 국가보다 취학률이 높고 문맹률은 낮습니다.

즉 물고기 잡는 법을 배울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겁니다.

미국은 지금까지 한 끼를 해결할 물고기만 준 겁니다.

만약 미국이 처음부터 한 끼를 해결할 물고기를 주면서 물고기 잡는 법까지 가르쳐 주었다면 지금의 한국이 아닌 더 발전하고 성장한 한국이었을 겁니다.

제가 조금 전에 미국에 아쉽다고 한 말이 이 의미입니다.

단순히 원조에 그치지 말고 한국이 자립하고 성장할 수 있는 산업 기반 건설이나 기술을 전수해 준다면 머지않아 한국은 급속한 경제 성장을 이루어 북한보다 몇 배나 더 잘사는 나라가 되어 민주주의가 우위에 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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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다가오는 419 일주년 +9 24.09.15 3,089 110 11쪽
27 쿠데타 모의 +13 24.09.14 3,161 110 12쪽
26 한미경제 협정 +21 24.09.13 3,322 114 11쪽
25 참모총장 교체 시도 +8 24.09.12 3,455 111 11쪽
24 새로운 조력자 오상현 중령 +11 24.09.11 3,415 113 10쪽
23 16인 하극상 사건 +8 24.09.10 3,536 118 12쪽
22 충무장 결의 +12 24.09.09 3,616 102 10쪽
21 사식이 삼촌의 제안 +14 24.09.08 3,577 97 11쪽
20 육군 주요 지휘관 회의 +10 24.09.07 3,655 121 11쪽
19 육사 8기생 +13 24.09.06 3,728 109 10쪽
18 송유찬의 무리수 +7 24.09.05 3,717 106 11쪽
17 1군 사령관 취임 +11 24.09.04 3,904 110 10쪽
16 419 혁명(7) +11 24.09.03 3,854 110 12쪽
15 419 혁명(6) +15 24.09.02 3,819 103 10쪽
14 419 혁명(5) +14 24.09.01 3,836 103 11쪽
13 419 혁명(4) +12 24.08.31 3,819 105 11쪽
12 419 혁명(3) +7 24.08.30 3,861 110 10쪽
11 419 혁명(2) +8 24.08.29 3,909 85 11쪽
10 419 혁명(1) +4 24.08.28 4,068 95 11쪽
»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주어라 +7 24.08.27 3,922 101 11쪽
8 하늘이 날 돕나? +8 24.08.26 3,952 98 10쪽
7 생각지도 못한 월척 +7 24.08.25 4,056 105 11쪽
6 CIA 한국 책임자 실버 +5 24.08.24 4,099 95 10쪽
5 긴 여정의 첫걸음 +9 24.08.23 4,304 9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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