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19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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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8.19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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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1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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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8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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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식이 삼촌의 제안

DUMMY

김태승 중령이 점점 마음에 들었다.

내가 상관이지만 보고를 담당하는 중간 담당자가 사실대로 전부 제대로 보고하지 않고 선택적인 보고를 하게 된다면 상관은 한쪽만 보게 되고 편향된 사고를 할 수밖에 없게 된다.

즉 눈과 귀를 가려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할 수도 있었다. 부관은 자기 마음에 내키지 않더라도 상관에 있는 그대로 보고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합격을 주고 싶었다.


“지금의 내가 좋다고? 지금의 난 어떤 모습인데?”

“제가 본 각하는 참 군인의 표본입니다. 군인은 군인의 길을 갈 때가 가장 빛나는 법입니다.”


정치적인 일에 참여하지 말라는 말이네. 이러면 또 곤란한데.


“평상시라면 군인의 길을 가는 것이 맞겠지. 만약에 국가가 위험한 상황이라도 군인은 군인의 길을 가야만 하는 걸까?”

“네? 위험한 상황이라는 게 어떤 상황이라는 겁니까? 북한의 침략을 말하는 겁니까?”

“북한의 침략이 있다면 당연히 군이 나서야지. 그게 군의 존재 이유니까. 하지만 외부의 적이 아닌 내부의 적일 경우를 말하는 거야.”

“내부의 적이 누구를 말하는 겁니까?”

“내부의 적이란 정권의 무능과 부정부패겠지. 419가 내부의 적과 싸워 이긴 가장 좋은 예가 되겠지.

또한, 군이 쿠데타를 일으켰을 때도 내부의 적이 되겠지.”

“그런 상황이라면 당연히 군인이 나서야 한다고 봅니다.”


좋았어.


“정권의 무능과 부정부패, 군의 쿠데타 두 개의 내부의 적이 동시에 발생한다면 당연히 군이 나서 적을 제압, 섬멸해야겠지.

군은 적을 섬멸하기 위해 존재하는 조직이니까.”

“그렇습니다.”

“그럼 군은 적만 섬멸하는 의무만 있을까?”

“네? 또 다른 의무가 있다는 말입니까?”

“당연하지. 적을 섬멸하는 것은 일차적인 의무이고 적에 의해 피해가 발생했을 경우 복구하는 의무도 있어.

다만 복구하는 방식에 따라 논란이 발생할 수도 있겠지만 난 국가가 위기에 빠져 잘못된 방향으로 갈 때 조타를 바로 잡아주는 의무도 있다고 생각해.

객관적으로 생각해보게. 내 말이 틀리는지 맞는지.”


김태승 중령은 각하의 심정을 헤아릴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각하를 모신 지 2년이 되었지만, 자신이 본 각하는 정치와 부와 권력, 명예에 관심이 전혀 없으며 오로지 군인의 길만 가는 그런 분이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가끔 속을 알 수 없는 말을 하여 사람을 헷갈리게 하신다. 이차 의무가 자신에게는 정치적인 참여처럼 들렸다.

각하가 말씀한 예를 가만히 생각해보았다.

무능과 부패, 쿠데타를 해결한 군이 빠지게 된다면 국가는 어떻게 될까?

누군가가 강력하게 중심을 잡아주지 않는다면 보지 않아도 혼란스러울 것 같았다. 그 중심을 군이 한다?

모른 척하기에는 국가가 위기 상황이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면 군의 정치 참여가 된다. 그래서 논란이 생길 수도 있다고 말씀 한 거구나.

흑과 백으로 확실히 나누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려운 문제 같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자.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조금씩 하자,


“그렇지. 매우 어려운 철학 문제 같은 거야. 다만 생각하고 풀이하는 과정에 따라 해답이 전혀 다를 수가 있어.

이제 내 대답을 해주지.

동기들에게 전하게. 그들이 하는 일에 난 중립적인 입장이며 난 지금은 이대로가 좋다고. 이정도면 되겠지.”

“알겠습니다. 각하 말씀 그대로 전달하겠습니다.”


김태승 중령은 대답은 했지만, 각하의 ‘지금은’이라는 말이 왠지 머릿속을 빙빙 돌았다. 나중에는 달라질 수도 있다는 말인데.

각하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정원 찻집으로 들어가자 역시나 오늘도 손님이 없었다. 이러다가 문 닫는 거 아니야? 내가 더 걱정되었다.

안쪽에서 나오다가 날 본 한서희가 반가운 얼굴로 나에게 빠르게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오랜만에 오셨네요.”


한 달 만에 온건데.

격하게 반갑게 맞아주는 한서희를 보며 버선발로 맞아준다는 말이 이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제가 원주로 발령이 나서 그동안 못 왔습니다.”

“그랬구나. 앉으세요.”

“네.”


내가 늘 앉던 창가 쪽에 앉자 한서희는 보리차를 가지고 와 탁자에 내려놓고 내 앞에 앉았다.

물잔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었다.

유월이기는 하지만 아직 크게 덥지는 않았지만 뜨거운 보리차라니?


“차가운 보리차가 낫지 않습니까?”

“이열치열이라는 말 모르세요?”


눈을 힐끗거리며 대답하는 모습을 보니 다시 ‘삐이이’ 이 여자 위험하다는 경고등이 켜졌다.

과거로 와 사랑을 느끼다니? 현대에 있을 때는 유아영을 보면서 오르지 못할 나무라는 생각에 꿈도 꾸지 못했는데.

그때는 내 처지가 지하실이라 언감생심이었지만 지금은 쓰리 스타에 1군 사령관이라 최소한 10층은 되기에 사랑해도 된다는 자신감이 붙은 걸까?

근데 난 애가 둘 있는 유부남이고 나이도 많다. 이건 내가 원한 것도 아니고 내 잘못도 아닌데 억울하였다.

내 의지도 아닌데 강제로 타인의 굴레에 속박당하는 기분이었다. 나 어떡하냐?


“이열치열 좋은 말입니다.”


갑자기 놀란 눈을 하였다.


“선생님! 진급하셨어요? 별이 세 개예요.”

“네. 진급하여 1군 사령관이 되어 원주로 간 겁니다.”

“와! 축하드려요.”

“감사합니다. 근데 저를 보고 왜 선생님이라고 하세요? 보통은 장군님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여기 오는 손님들에게 전부 선생님이라고 불러요.

선생님이 여기 처음 오셨을 때 군복을 입고 오셨으면 처음부터 장군님이라고 불렀을 텐데 사복을 입고 오셔서 선생님이라 부르다 보니 편했나 봐요.

불편하시면 장군님이라고 부를게요.”


현대에서는 사장님이라고 부르는데 이 시대는 선생님이라고 부르는구나.


“아닙니다. 선생님 듣기 좋습니다. 계속 선생님이라고 불러주십시오.”

“알았어요. 근데 오늘은 어떻게 오셨어요?”

“육본에 일이 있어 서울에 왔고 여기서 손님 만나기로 했습니다.”

“실버 또 만나는 거예요?”

“아닙니다. 사식이 삼촌을 만나기로 했습니다.”


한서희의 얼굴이 굳어졌다.


“선생님이 잘 생각하고 판단하셨겠지만, 사식이 삼촌을 가까이하다 보면 괜한 구설수에 오를 수도 있어요.”

“지금 제 걱정하시는 겁니까?”

“제가 본 선생님은 사식이 삼촌 같은 사람하고 어울리지 않아요. 뭔가 격이 다르다고 할까요.”

“까마귀하고 백로 같다는 말씀입니까?”

“비유가 좀 지나치기는 하지만 비슷해요.”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사리 분별 못 하지는 않습니다.”


그때 문이 열리며 한 남자가 들어오다가 나를 보고 놀라더니 얼른 내 앞으로 뛰어왔다.

허리를 구십도로 숙였다.


“안녕하십니까? 각하! 늦어서 정말 죄송합니다.”


늦기는? 안 늦었거든요.

한서희랑 이야기 좀 하려고 일찍 온건데. 왜 일찍 와서 내 시간을 방해하는데.

지난번에 실버도 그렇더니만 이자까지도 도움이 안 되네. 그냥 제시간에 오란 말이야.


“아닙니다. 늦지 않았습니다. 제가 일이 빨리 끝나 일찍 온 겁니다.”


한서희가 일어나 가자 그 자리에 앉는 사식이 삼촌이었다.


“제가 더 일찍 와서 기다려야 하는데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늦었지만 진급과 영전 축하드립니다.”


대충 인사를 나누고 차를 마시고 있었다.

찻잔을 내려놓고서는 입을 여는 사식이 삼촌이었다.


“제 말을 믿으실지는 모르겠지만 저번에 이곳에서 우연히 각하를 보고 범상한 분이 아니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꼈습니다.

호기심이 생겨 각하에 대해 알아보니 기대했던 대로 나라의 독립을 위해 독립군으로 일본군과 싸우시고 광복 후 군에 입대해서도 모범적인 군인의 길을 걸으신 훌륭하신 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모르면 몰랐지? 알게 된 이상 각하를 위해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싶었습니다. 저를 옆에 두시면 여러모로 도움이 많이 될 겁니다.”


여기 오기 전에 헌병차감 박지호 대령에게 사식이 삼촌에 대해 대충 들었다.

뭐라고 할까? 음지와 양지의 경계선에서 왔다 갔다 하는 인물로 자기 분수를 알고 특별히 욕심을 부리지 않아 자유당 인사들과 정치권, 경제계, 군부와도 두루두루 관계가 좋다고 하였다.

지금은 자유당 몰락으로 끈 떨어진 신세이지만 요즘은 곧 정권을 쥘 민주당 인사들과 활발하게 교류를 하고 있다며 적당히 간격을 두고 지낸다면 도움이 될 수 있는 자라고 하였다.

민주당에서도 사식이 삼촌 같은 자가 필요로 하기에 자주 만남을 가지며 도움을 받고 있다고 하였다.

유지광이나 박화수 같은 정치 깡패와는 질적으로 다르다고 하였다.


“무슨 도움이 된다는 겁니까?”

“제가 느낀 각하는 결코 현재 위치에서 머물 분이 아니십니다.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분이시고 제가 사다리가 될 테니 저를 밟고 올라가시면 됩니다.

제가 생각하는 첫 번째 계단은 참모총장입니다.

현재 각하는 중장이시고 1군 사령관이니 참모총장이 되시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를 제대로 보기는 했지만 나를 참모총장으로 만들겠다고? 저자가 무슨 힘이 있길래 한 국가의 참모총장을 만들어 줄 수 있다고 하는 걸까?

자유당 시절에도 군 인사에 관여했던 걸까? 이러니 결국은 자유당이 몰락한 거겠지.

생각지도 않았던 참모총장이라?

1군 사령관과 참모총장 어느 것이 더 좋을까? 참모총장도 좋지만, 내년을 생각하면 1군 사령관이 더 유리할 것 같은데.

물론 참모총장이 되어 박종회의 쿠데타를 진압할 수도 있지만, 문제는 참모총장이라는 직책 때문에 정부에 반기를 드는 것이 1군 사령관보다는 더 무리일 것 같았다.

난 박종회와 장두영 참모총장까지 쿠데타의 공범으로 몰아 내가 군부를 장악할 생각이었다.

사실 장두영은 박종회의 쿠데타 사실을 알면서도 묵인하였고 정부에서 확인 요청을 했는데도 헛소문이라고 거짓 보고를 했으니 공범이 맞았다.


“건방진 말이라는 생각은 안 드오? 그대가 뭐길래 한 국가의 참모총장을 운운한단 말이오”


고개를 숙였다.


“오해하셨으면 정말 죄송합니다. 감히 제가 뭐라고 참모총장을 운운하겠습니까? 절대 아닙니다.

저는 다만 현재 군에서 불고 있는 정군 운동으로 참모총장의 자격이며 자질 등 논란이 계속되고 있고 논란을 일시에 잠재울 자격을 가진 각하를 정치권 인사들에게 추천하려는 것뿐입니다.

저뿐만 아니라 정치권이나 군에서도 각하는 충분한 자격을 갖추고 있다고 판단할 겁니다.

만약 각하께서 자격이 안 된다면 저도 절대 추천하지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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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516 쿠데타(1) +14 24.09.16 3,145 105 10쪽
28 다가오는 419 일주년 +9 24.09.15 3,089 110 11쪽
27 쿠데타 모의 +13 24.09.14 3,161 110 12쪽
26 한미경제 협정 +21 24.09.13 3,322 114 11쪽
25 참모총장 교체 시도 +8 24.09.12 3,455 111 11쪽
24 새로운 조력자 오상현 중령 +11 24.09.11 3,415 113 10쪽
23 16인 하극상 사건 +8 24.09.10 3,536 118 12쪽
22 충무장 결의 +12 24.09.09 3,616 102 10쪽
» 사식이 삼촌의 제안 +14 24.09.08 3,577 97 11쪽
20 육군 주요 지휘관 회의 +10 24.09.07 3,655 121 11쪽
19 육사 8기생 +13 24.09.06 3,728 109 10쪽
18 송유찬의 무리수 +7 24.09.05 3,716 106 11쪽
17 1군 사령관 취임 +11 24.09.04 3,904 110 10쪽
16 419 혁명(7) +11 24.09.03 3,854 110 12쪽
15 419 혁명(6) +15 24.09.02 3,819 103 10쪽
14 419 혁명(5) +14 24.09.01 3,836 103 11쪽
13 419 혁명(4) +12 24.08.31 3,819 105 11쪽
12 419 혁명(3) +7 24.08.30 3,861 110 10쪽
11 419 혁명(2) +8 24.08.29 3,909 85 11쪽
10 419 혁명(1) +4 24.08.28 4,067 95 11쪽
9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주어라 +7 24.08.27 3,921 101 11쪽
8 하늘이 날 돕나? +8 24.08.26 3,952 98 10쪽
7 생각지도 못한 월척 +7 24.08.25 4,056 105 11쪽
6 CIA 한국 책임자 실버 +5 24.08.24 4,099 95 10쪽
5 긴 여정의 첫걸음 +9 24.08.23 4,304 9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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